[이슈&뉴스] 수확의 계절이 근심의 계절로…절도 예방법

입력 2014.11.19 (21:20) 수정 2014.11.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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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늦가을인 요즘은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무나 배추같은 농작물은 아직 수확이 한창이고, 이미 수확을 마친 농작물은 건조와 포장 과정 등을 거쳐 상품으로 시장에 나가게 됩니다.

농민들에게는 흘린 땀만큼의 보람을 느끼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시기가 근심의 계절로 변해 버렸습니다.

땀 흘려 키운 농작물을 도난당하는 일이 빈번해진 탓인데요,

올해만 전국적으로 3백 건 넘게 발생했습니다.

농민들을 울리는 농작물 절도 실태를 장성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4~5년 고생했는데…인삼이 통째로 없어져 ▼

<리포트>

지난 9월 중순, 이 인삼밭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은 애써 키운 4,5년근 이상의 상품성 있는 인삼만을 골라 훔쳐갔습니다.

시가로 2천 만 원이 넘습니다.

몇 년 동안 땀흘려 일하고, 수확의 결실을 기대했던 농부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인터뷰> 인삼 재배 농민(음성변조) : "10년 가까이 인삼 재배를 했지만 저도 한 뿌리를 캐다 먹어본 적이 없어요. 그 정도로 애지중지해 키우죠. 인삼 키우는 사람들은..."

강원도 춘천시에 사는 송윤임 할머니는 최근 수확해 손질까지 다 해놓은 고추 150만 원어치를 고스란히 도둑맞았습니다.

경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입니다.

<인터뷰> 송윤임(강원도 춘천시) : "내가 고추농사 짓던 중에 올해 최고 많이 땄거든.그런데 올해 그렇게 가지고 가버렸네..."

늦은 밤 한 감나무 밭, 누군가 속이 꽉찬 마대 자루를 옮기고 있습니다.

조금 뒤 차가 오더니 부리나케 자루를 싣고 사라집니다.

이날 밤 이들이 따서 훔쳐간 감은 약 300킬로그램,

범인은 인근 도시에 살고 있는 50대 부부였습니다.

부부는 며칠 뒤, 다시 범행 현장을 찾았다가 잠복중이던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최선주(전남 영암경찰서 강력팀장) : "농산물 절도는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할 만큼 큰 상실감을 주는 행위인 만큼, 경찰도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확철 농작물 절도가 활개치면서 농민들 가슴이 멍들고 있습니다.

▼ 농작물 절도 갈수록 지능화·대형화 ▼

<기자 멘트>

이렇게 농작물 절도가 줄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농작물은 대개 도로 가까이에 보관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게 문젭니다.

또 농작물의 경우 원래 누구 것이었는지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시장 등에 내다 팔기가 쉬워 현금화하기 좋은 것도 농작물 절도가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최근 농축산물 절도 건수는 경찰에 신고된 것만 연간 천 건이 넘습니다.

하지만 범인 검거율은 채 40%가 안 되는데, 절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고의 잠금 장치를 부수고 훔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작은 차로 텃밭과 집 안을 속속들이 털어 한꺼번에 훔쳐가거나, 건조를 위해 도로에 내놓은 쌀을 순식간에 흡입기로 빨아들여 도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땅인 것처럼 장비와 인부까지 동원해 통째로 훔쳐가는 사례까지 있습니다.

이렇게 애써 수확한 농작물을 훔쳐가는 도둑들을 막기 위해 경찰과 농민들은 다양한 대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농작물 절도와의 전쟁’…이렇게 대비하세요 ▼

<리포트>

만 제곱미터 규모의 인삼밭.

한 남성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경보가 울리고,

<녹취> "당신은 사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하였습니다.'"

CCTV 녹화와 동시에 밭 주인에게 문자 메시지가 전송됩니다.

적외선 감지기로 외부인 출입을 인식해 알려주는 장치입니다.

이 밭 내부에도 도난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어, 농작물에 손을 댈 경우 곧바로 경보음이 울리게 됩니다.

4,5백만 원 가량은 자비로 부담해야 하지만 이미 전국에서 50여 농가가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농민 : "잃어버린 뒤에 와서 '아이고, 이거 우리 삼 도둑 맞았구나' 이럴 수 있지만,저는 이런 걸 해 놓으니까 그래도 마음을 놓고…."

경찰 순찰 체계만 바꿔 효과를 거둔 곳도 있습니다.

비닐 하우스마다 고유 번호를 매겨 푯말을 꽂아두고, 이를 지도 위에 표시해 신고와 경찰 출동이 빨라졌습니다.

밭 주인 이름까지 적어둬 절도범의 주인 행세도 막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허명출(경남 의령서 중부지구대장) : "매년 10여 건씩 절도 사건이 발생했는데, 제도 시행 후에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범죄 심리를 억제하고…."

마을 공동으로 CCTV를 설치하거나, 인적이 많은 곳에 농작물을 공동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만 원 안팎의 저렴한 경보기도 절도범을 쫓는 데 효과적입니다.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 경찰에 예약 순찰을 요청하는 것도 소중한 농산물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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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수확의 계절이 근심의 계절로…절도 예방법
    • 입력 2014-11-19 21:22:10
    • 수정2014-11-19 22: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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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늦가을인 요즘은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무나 배추같은 농작물은 아직 수확이 한창이고, 이미 수확을 마친 농작물은 건조와 포장 과정 등을 거쳐 상품으로 시장에 나가게 됩니다.

농민들에게는 흘린 땀만큼의 보람을 느끼는 시기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시기가 근심의 계절로 변해 버렸습니다.

땀 흘려 키운 농작물을 도난당하는 일이 빈번해진 탓인데요,

올해만 전국적으로 3백 건 넘게 발생했습니다.

농민들을 울리는 농작물 절도 실태를 장성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4~5년 고생했는데…인삼이 통째로 없어져 ▼

<리포트>

지난 9월 중순, 이 인삼밭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도둑은 애써 키운 4,5년근 이상의 상품성 있는 인삼만을 골라 훔쳐갔습니다.

시가로 2천 만 원이 넘습니다.

몇 년 동안 땀흘려 일하고, 수확의 결실을 기대했던 농부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인터뷰> 인삼 재배 농민(음성변조) : "10년 가까이 인삼 재배를 했지만 저도 한 뿌리를 캐다 먹어본 적이 없어요. 그 정도로 애지중지해 키우죠. 인삼 키우는 사람들은..."

강원도 춘천시에 사는 송윤임 할머니는 최근 수확해 손질까지 다 해놓은 고추 150만 원어치를 고스란히 도둑맞았습니다.

경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입니다.

<인터뷰> 송윤임(강원도 춘천시) : "내가 고추농사 짓던 중에 올해 최고 많이 땄거든.그런데 올해 그렇게 가지고 가버렸네..."

늦은 밤 한 감나무 밭, 누군가 속이 꽉찬 마대 자루를 옮기고 있습니다.

조금 뒤 차가 오더니 부리나케 자루를 싣고 사라집니다.

이날 밤 이들이 따서 훔쳐간 감은 약 300킬로그램,

범인은 인근 도시에 살고 있는 50대 부부였습니다.

부부는 며칠 뒤, 다시 범행 현장을 찾았다가 잠복중이던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최선주(전남 영암경찰서 강력팀장) : "농산물 절도는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할 만큼 큰 상실감을 주는 행위인 만큼, 경찰도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확철 농작물 절도가 활개치면서 농민들 가슴이 멍들고 있습니다.

▼ 농작물 절도 갈수록 지능화·대형화 ▼

<기자 멘트>

이렇게 농작물 절도가 줄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농작물은 대개 도로 가까이에 보관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게 문젭니다.

또 농작물의 경우 원래 누구 것이었는지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시장 등에 내다 팔기가 쉬워 현금화하기 좋은 것도 농작물 절도가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최근 농축산물 절도 건수는 경찰에 신고된 것만 연간 천 건이 넘습니다.

하지만 범인 검거율은 채 40%가 안 되는데, 절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고의 잠금 장치를 부수고 훔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작은 차로 텃밭과 집 안을 속속들이 털어 한꺼번에 훔쳐가거나, 건조를 위해 도로에 내놓은 쌀을 순식간에 흡입기로 빨아들여 도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땅인 것처럼 장비와 인부까지 동원해 통째로 훔쳐가는 사례까지 있습니다.

이렇게 애써 수확한 농작물을 훔쳐가는 도둑들을 막기 위해 경찰과 농민들은 다양한 대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농작물 절도와의 전쟁’…이렇게 대비하세요 ▼

<리포트>

만 제곱미터 규모의 인삼밭.

한 남성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경보가 울리고,

<녹취> "당신은 사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하였습니다.'"

CCTV 녹화와 동시에 밭 주인에게 문자 메시지가 전송됩니다.

적외선 감지기로 외부인 출입을 인식해 알려주는 장치입니다.

이 밭 내부에도 도난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어, 농작물에 손을 댈 경우 곧바로 경보음이 울리게 됩니다.

4,5백만 원 가량은 자비로 부담해야 하지만 이미 전국에서 50여 농가가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농민 : "잃어버린 뒤에 와서 '아이고, 이거 우리 삼 도둑 맞았구나' 이럴 수 있지만,저는 이런 걸 해 놓으니까 그래도 마음을 놓고…."

경찰 순찰 체계만 바꿔 효과를 거둔 곳도 있습니다.

비닐 하우스마다 고유 번호를 매겨 푯말을 꽂아두고, 이를 지도 위에 표시해 신고와 경찰 출동이 빨라졌습니다.

밭 주인 이름까지 적어둬 절도범의 주인 행세도 막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허명출(경남 의령서 중부지구대장) : "매년 10여 건씩 절도 사건이 발생했는데, 제도 시행 후에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범죄 심리를 억제하고…."

마을 공동으로 CCTV를 설치하거나, 인적이 많은 곳에 농작물을 공동 보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만 원 안팎의 저렴한 경보기도 절도범을 쫓는 데 효과적입니다.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 경찰에 예약 순찰을 요청하는 것도 소중한 농산물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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