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대모산 연쇄 방화범 잡고보니…
입력 2014.11.20 (08:09)
수정 2014.11.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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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서울의 한 야산에서, 불과 2주 사이에, 무려 7차례의 산불이 났습니다.
요즘이 산불 위험이 높은 계절이긴 하지만, 너무 횟수가 많습니다.
게다가 불이 난 장소에는 신문지 뭉치와 라이터 등이 버려져 있기도 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 화재.
누군가가 일부러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대체 누가, 왜 산에 올라가 연쇄적으로 불을 지른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하루 평균 2천명의 등산객이 찾는 서울 강남구의 대모산.
얼마전부터 등산로 곳곳에 대형 현수막이 내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
<인터뷰> 황진규(구조대장/강남소방서) : "10월 30일부터 11월 12일 기간 중에 총 7차례 산불이 났었고 저희가 가서 진화를 하지 않았다면 더 확대될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화재.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불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화재 현장 가보면 군데군데 불 피운 흔적이 있습니다. 발화점이라는 게 5,6군데 되는 걸 보면 고의적으로 불을 붙인 거라고 생각을 해서......"
경찰은 등산로 근처 3개 지점의 CCTV를 확보해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닷새 뒤, 드디어 방화범의 꼬리가 잡힙니다.
지금 보시는 건 불이 난 날 촬영된, CCTV 영상인데요.
화재 신고가 들어오기 직전, 등산로 입구에 나타난 의문의 여성이 차에서 내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30분 뒤 다시 나타나 급하게 차를 몰고 산을 벗어납니다.
화면 속의 여성은 화재가 있던 날마다 등산로 입구에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CCTV에서 600여명의 사람을 추렸는데요. 그 중에서 범행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의 잠복 끝에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성공합니다.
뜻밖에도 피의자는 평범한 50대 주부였습니다.
<녹취> 정모 씨(피의자) : "그냥 불장난... 하고 나면 또 후회하고 다신 하지 말자 하고..."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정모 씨는 10년 가까이 조울증을 앓아왔고 4년 전부터는 증세가 더 심해졌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특히 남편이나 시댁 쪽에 상당히 불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불화가 우울증의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와 이에 따른 우울감이 찾아올 때마다 피의자는 집 근처의 산을 찾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소나무 송진에 우연히 라이터로 불을 붙여보니까 송진이 타더라고요. 확 타는 모습을 보니까 상당히 해소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된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정 씨의 행동은 더 대담해졌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집에서 신문지나 전단지 같은 거 끼워서 태우기도 하고 나중에는 낙엽을 모아서 태우고 이런 식으로 조금씩 발전해 가는 거예요."
정 씨의 방화로 천 5백여 제곱미터의 임야가 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에 주택과 학교가 있어, 큰 재앙으로 확대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 정 씨가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심한 조울증을 앓아오다, 이런 연쇄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처음에는 좌절감,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불을 피우다가 차츰차츰 발전하면서 쾌락이나 희열감을 느낀 겁니다. 그래서 거기에 집착하게 되고 하루에 두 번씩 불을 지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기자 멘트>
피의자의 방화 수법이 점점 더 대담해졌다는 걸 봤을때, 만약 검거가 늦어졌더라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우울증 등에서 비롯된 방화 범죄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겁니다.
<리포트>
지난 2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습니다.
어두운 계단을 따라 허겁지겁 밖으로 몸을 피한 사람들.
<녹취> 이웃 주민 : "2층 연기 나고 5층까지도 창문으로 연기가 막 나오더라고요."
불이 시작된 건 건물 2층의 고시원이었습니다.
이 불로 고시원 거주자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고시원 입주자 : "옷만 챙겨가지고 바로 나왔고 나와서 건물을보니까 건물 밖에서 창문 쪽으로 불길이 치솟더라고요. (연기는) 거의 숨을 못 쉴 정도로 심했고…."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로 번질 뻔했던 화재.
경찰 조사 결과, 불을 낸 건 고시원 입주자인 30대 여성이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불내서 어떻게 할 거냐고 하니까 ‘내가 확 죽어버 리면 된다’고 그렇게 말을 했대요."
이 여성은 10여년 전에 생긴 산후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채 앓아왔고, 몇 달 전부터 이 고시원에 홀로 머물러 온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대진(교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병적으로 방화하는 것과 우울증은 상당한 연관이 있을 거라고 우리가 생각을 하고 있고요. 연쇄적으로 방화하는 분들의 50%이상은 우울증을 같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지난달, 경남 양산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여장을 한 채 어머니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녹취> 양산경찰서 관계자 : "16층부터 5층까지 기름하고 부탄가스 하고 놔두고, (도화선 역할을 할) 흰색 노끈을 16층에서 계단을 통해서 5층까지 늘어뜨렸어요.”
해당 아파트 라인에는 주민 100여 명이 살고 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험 천만한 순간이었습니다.
<녹취> 양산경찰서 형사팀 : "(방화피의자가) 우울증이 좀 있었어요. 사업실패도 했고 이혼도 했고 여러 가지 그런 게 복합적으로 있었죠."
전문가들은 우울증 등 심리적 질환에서 비롯된 방화는 연쇄 방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방화라는 행동을 통해서 자기의 우울한 감정들을 풀다 보면 이 행동이 반복된다는 거죠. 그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기 위해서 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방화.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예방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의 한 야산에서, 불과 2주 사이에, 무려 7차례의 산불이 났습니다.
요즘이 산불 위험이 높은 계절이긴 하지만, 너무 횟수가 많습니다.
게다가 불이 난 장소에는 신문지 뭉치와 라이터 등이 버려져 있기도 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 화재.
누군가가 일부러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대체 누가, 왜 산에 올라가 연쇄적으로 불을 지른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하루 평균 2천명의 등산객이 찾는 서울 강남구의 대모산.
얼마전부터 등산로 곳곳에 대형 현수막이 내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
<인터뷰> 황진규(구조대장/강남소방서) : "10월 30일부터 11월 12일 기간 중에 총 7차례 산불이 났었고 저희가 가서 진화를 하지 않았다면 더 확대될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화재.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불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화재 현장 가보면 군데군데 불 피운 흔적이 있습니다. 발화점이라는 게 5,6군데 되는 걸 보면 고의적으로 불을 붙인 거라고 생각을 해서......"
경찰은 등산로 근처 3개 지점의 CCTV를 확보해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닷새 뒤, 드디어 방화범의 꼬리가 잡힙니다.
지금 보시는 건 불이 난 날 촬영된, CCTV 영상인데요.
화재 신고가 들어오기 직전, 등산로 입구에 나타난 의문의 여성이 차에서 내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30분 뒤 다시 나타나 급하게 차를 몰고 산을 벗어납니다.
화면 속의 여성은 화재가 있던 날마다 등산로 입구에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CCTV에서 600여명의 사람을 추렸는데요. 그 중에서 범행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의 잠복 끝에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성공합니다.
뜻밖에도 피의자는 평범한 50대 주부였습니다.
<녹취> 정모 씨(피의자) : "그냥 불장난... 하고 나면 또 후회하고 다신 하지 말자 하고..."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정모 씨는 10년 가까이 조울증을 앓아왔고 4년 전부터는 증세가 더 심해졌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특히 남편이나 시댁 쪽에 상당히 불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불화가 우울증의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와 이에 따른 우울감이 찾아올 때마다 피의자는 집 근처의 산을 찾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소나무 송진에 우연히 라이터로 불을 붙여보니까 송진이 타더라고요. 확 타는 모습을 보니까 상당히 해소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된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정 씨의 행동은 더 대담해졌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집에서 신문지나 전단지 같은 거 끼워서 태우기도 하고 나중에는 낙엽을 모아서 태우고 이런 식으로 조금씩 발전해 가는 거예요."
정 씨의 방화로 천 5백여 제곱미터의 임야가 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에 주택과 학교가 있어, 큰 재앙으로 확대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 정 씨가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심한 조울증을 앓아오다, 이런 연쇄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처음에는 좌절감,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불을 피우다가 차츰차츰 발전하면서 쾌락이나 희열감을 느낀 겁니다. 그래서 거기에 집착하게 되고 하루에 두 번씩 불을 지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기자 멘트>
피의자의 방화 수법이 점점 더 대담해졌다는 걸 봤을때, 만약 검거가 늦어졌더라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우울증 등에서 비롯된 방화 범죄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겁니다.
<리포트>
지난 2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습니다.
어두운 계단을 따라 허겁지겁 밖으로 몸을 피한 사람들.
<녹취> 이웃 주민 : "2층 연기 나고 5층까지도 창문으로 연기가 막 나오더라고요."
불이 시작된 건 건물 2층의 고시원이었습니다.
이 불로 고시원 거주자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고시원 입주자 : "옷만 챙겨가지고 바로 나왔고 나와서 건물을보니까 건물 밖에서 창문 쪽으로 불길이 치솟더라고요. (연기는) 거의 숨을 못 쉴 정도로 심했고…."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로 번질 뻔했던 화재.
경찰 조사 결과, 불을 낸 건 고시원 입주자인 30대 여성이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불내서 어떻게 할 거냐고 하니까 ‘내가 확 죽어버 리면 된다’고 그렇게 말을 했대요."
이 여성은 10여년 전에 생긴 산후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채 앓아왔고, 몇 달 전부터 이 고시원에 홀로 머물러 온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대진(교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병적으로 방화하는 것과 우울증은 상당한 연관이 있을 거라고 우리가 생각을 하고 있고요. 연쇄적으로 방화하는 분들의 50%이상은 우울증을 같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지난달, 경남 양산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여장을 한 채 어머니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녹취> 양산경찰서 관계자 : "16층부터 5층까지 기름하고 부탄가스 하고 놔두고, (도화선 역할을 할) 흰색 노끈을 16층에서 계단을 통해서 5층까지 늘어뜨렸어요.”
해당 아파트 라인에는 주민 100여 명이 살고 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험 천만한 순간이었습니다.
<녹취> 양산경찰서 형사팀 : "(방화피의자가) 우울증이 좀 있었어요. 사업실패도 했고 이혼도 했고 여러 가지 그런 게 복합적으로 있었죠."
전문가들은 우울증 등 심리적 질환에서 비롯된 방화는 연쇄 방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방화라는 행동을 통해서 자기의 우울한 감정들을 풀다 보면 이 행동이 반복된다는 거죠. 그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기 위해서 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방화.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예방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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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11-20 08:15:21
- 수정2014-11-20 09:59:03

<기자 멘트>
서울의 한 야산에서, 불과 2주 사이에, 무려 7차례의 산불이 났습니다.
요즘이 산불 위험이 높은 계절이긴 하지만, 너무 횟수가 많습니다.
게다가 불이 난 장소에는 신문지 뭉치와 라이터 등이 버려져 있기도 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 화재.
누군가가 일부러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대체 누가, 왜 산에 올라가 연쇄적으로 불을 지른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하루 평균 2천명의 등산객이 찾는 서울 강남구의 대모산.
얼마전부터 등산로 곳곳에 대형 현수막이 내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
<인터뷰> 황진규(구조대장/강남소방서) : "10월 30일부터 11월 12일 기간 중에 총 7차례 산불이 났었고 저희가 가서 진화를 하지 않았다면 더 확대될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화재.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불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화재 현장 가보면 군데군데 불 피운 흔적이 있습니다. 발화점이라는 게 5,6군데 되는 걸 보면 고의적으로 불을 붙인 거라고 생각을 해서......"
경찰은 등산로 근처 3개 지점의 CCTV를 확보해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닷새 뒤, 드디어 방화범의 꼬리가 잡힙니다.
지금 보시는 건 불이 난 날 촬영된, CCTV 영상인데요.
화재 신고가 들어오기 직전, 등산로 입구에 나타난 의문의 여성이 차에서 내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30분 뒤 다시 나타나 급하게 차를 몰고 산을 벗어납니다.
화면 속의 여성은 화재가 있던 날마다 등산로 입구에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CCTV에서 600여명의 사람을 추렸는데요. 그 중에서 범행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의 잠복 끝에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성공합니다.
뜻밖에도 피의자는 평범한 50대 주부였습니다.
<녹취> 정모 씨(피의자) : "그냥 불장난... 하고 나면 또 후회하고 다신 하지 말자 하고..."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정모 씨는 10년 가까이 조울증을 앓아왔고 4년 전부터는 증세가 더 심해졌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특히 남편이나 시댁 쪽에 상당히 불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불화가 우울증의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와 이에 따른 우울감이 찾아올 때마다 피의자는 집 근처의 산을 찾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소나무 송진에 우연히 라이터로 불을 붙여보니까 송진이 타더라고요. 확 타는 모습을 보니까 상당히 해소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된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정 씨의 행동은 더 대담해졌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집에서 신문지나 전단지 같은 거 끼워서 태우기도 하고 나중에는 낙엽을 모아서 태우고 이런 식으로 조금씩 발전해 가는 거예요."
정 씨의 방화로 천 5백여 제곱미터의 임야가 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에 주택과 학교가 있어, 큰 재앙으로 확대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 정 씨가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심한 조울증을 앓아오다, 이런 연쇄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처음에는 좌절감,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불을 피우다가 차츰차츰 발전하면서 쾌락이나 희열감을 느낀 겁니다. 그래서 거기에 집착하게 되고 하루에 두 번씩 불을 지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기자 멘트>
피의자의 방화 수법이 점점 더 대담해졌다는 걸 봤을때, 만약 검거가 늦어졌더라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우울증 등에서 비롯된 방화 범죄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겁니다.
<리포트>
지난 2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습니다.
어두운 계단을 따라 허겁지겁 밖으로 몸을 피한 사람들.
<녹취> 이웃 주민 : "2층 연기 나고 5층까지도 창문으로 연기가 막 나오더라고요."
불이 시작된 건 건물 2층의 고시원이었습니다.
이 불로 고시원 거주자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고시원 입주자 : "옷만 챙겨가지고 바로 나왔고 나와서 건물을보니까 건물 밖에서 창문 쪽으로 불길이 치솟더라고요. (연기는) 거의 숨을 못 쉴 정도로 심했고…."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로 번질 뻔했던 화재.
경찰 조사 결과, 불을 낸 건 고시원 입주자인 30대 여성이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불내서 어떻게 할 거냐고 하니까 ‘내가 확 죽어버 리면 된다’고 그렇게 말을 했대요."
이 여성은 10여년 전에 생긴 산후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채 앓아왔고, 몇 달 전부터 이 고시원에 홀로 머물러 온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대진(교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병적으로 방화하는 것과 우울증은 상당한 연관이 있을 거라고 우리가 생각을 하고 있고요. 연쇄적으로 방화하는 분들의 50%이상은 우울증을 같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지난달, 경남 양산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여장을 한 채 어머니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녹취> 양산경찰서 관계자 : "16층부터 5층까지 기름하고 부탄가스 하고 놔두고, (도화선 역할을 할) 흰색 노끈을 16층에서 계단을 통해서 5층까지 늘어뜨렸어요.”
해당 아파트 라인에는 주민 100여 명이 살고 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험 천만한 순간이었습니다.
<녹취> 양산경찰서 형사팀 : "(방화피의자가) 우울증이 좀 있었어요. 사업실패도 했고 이혼도 했고 여러 가지 그런 게 복합적으로 있었죠."
전문가들은 우울증 등 심리적 질환에서 비롯된 방화는 연쇄 방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방화라는 행동을 통해서 자기의 우울한 감정들을 풀다 보면 이 행동이 반복된다는 거죠. 그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기 위해서 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방화.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예방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의 한 야산에서, 불과 2주 사이에, 무려 7차례의 산불이 났습니다.
요즘이 산불 위험이 높은 계절이긴 하지만, 너무 횟수가 많습니다.
게다가 불이 난 장소에는 신문지 뭉치와 라이터 등이 버려져 있기도 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 화재.
누군가가 일부러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대체 누가, 왜 산에 올라가 연쇄적으로 불을 지른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하루 평균 2천명의 등산객이 찾는 서울 강남구의 대모산.
얼마전부터 등산로 곳곳에 대형 현수막이 내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
<인터뷰> 황진규(구조대장/강남소방서) : "10월 30일부터 11월 12일 기간 중에 총 7차례 산불이 났었고 저희가 가서 진화를 하지 않았다면 더 확대될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화재.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불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화재 현장 가보면 군데군데 불 피운 흔적이 있습니다. 발화점이라는 게 5,6군데 되는 걸 보면 고의적으로 불을 붙인 거라고 생각을 해서......"
경찰은 등산로 근처 3개 지점의 CCTV를 확보해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닷새 뒤, 드디어 방화범의 꼬리가 잡힙니다.
지금 보시는 건 불이 난 날 촬영된, CCTV 영상인데요.
화재 신고가 들어오기 직전, 등산로 입구에 나타난 의문의 여성이 차에서 내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30분 뒤 다시 나타나 급하게 차를 몰고 산을 벗어납니다.
화면 속의 여성은 화재가 있던 날마다 등산로 입구에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CCTV에서 600여명의 사람을 추렸는데요. 그 중에서 범행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의 잠복 끝에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성공합니다.
뜻밖에도 피의자는 평범한 50대 주부였습니다.
<녹취> 정모 씨(피의자) : "그냥 불장난... 하고 나면 또 후회하고 다신 하지 말자 하고..."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정모 씨는 10년 가까이 조울증을 앓아왔고 4년 전부터는 증세가 더 심해졌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특히 남편이나 시댁 쪽에 상당히 불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불화가 우울증의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와 이에 따른 우울감이 찾아올 때마다 피의자는 집 근처의 산을 찾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소나무 송진에 우연히 라이터로 불을 붙여보니까 송진이 타더라고요. 확 타는 모습을 보니까 상당히 해소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된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정 씨의 행동은 더 대담해졌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집에서 신문지나 전단지 같은 거 끼워서 태우기도 하고 나중에는 낙엽을 모아서 태우고 이런 식으로 조금씩 발전해 가는 거예요."
정 씨의 방화로 천 5백여 제곱미터의 임야가 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에 주택과 학교가 있어, 큰 재앙으로 확대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 정 씨가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심한 조울증을 앓아오다, 이런 연쇄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원횡(형사과장/수서경찰서) : "처음에는 좌절감,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불을 피우다가 차츰차츰 발전하면서 쾌락이나 희열감을 느낀 겁니다. 그래서 거기에 집착하게 되고 하루에 두 번씩 불을 지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기자 멘트>
피의자의 방화 수법이 점점 더 대담해졌다는 걸 봤을때, 만약 검거가 늦어졌더라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우울증 등에서 비롯된 방화 범죄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겁니다.
<리포트>
지난 2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습니다.
어두운 계단을 따라 허겁지겁 밖으로 몸을 피한 사람들.
<녹취> 이웃 주민 : "2층 연기 나고 5층까지도 창문으로 연기가 막 나오더라고요."
불이 시작된 건 건물 2층의 고시원이었습니다.
이 불로 고시원 거주자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고시원 입주자 : "옷만 챙겨가지고 바로 나왔고 나와서 건물을보니까 건물 밖에서 창문 쪽으로 불길이 치솟더라고요. (연기는) 거의 숨을 못 쉴 정도로 심했고…."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로 번질 뻔했던 화재.
경찰 조사 결과, 불을 낸 건 고시원 입주자인 30대 여성이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불내서 어떻게 할 거냐고 하니까 ‘내가 확 죽어버 리면 된다’고 그렇게 말을 했대요."
이 여성은 10여년 전에 생긴 산후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채 앓아왔고, 몇 달 전부터 이 고시원에 홀로 머물러 온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대진(교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병적으로 방화하는 것과 우울증은 상당한 연관이 있을 거라고 우리가 생각을 하고 있고요. 연쇄적으로 방화하는 분들의 50%이상은 우울증을 같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지난달, 경남 양산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여장을 한 채 어머니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녹취> 양산경찰서 관계자 : "16층부터 5층까지 기름하고 부탄가스 하고 놔두고, (도화선 역할을 할) 흰색 노끈을 16층에서 계단을 통해서 5층까지 늘어뜨렸어요.”
해당 아파트 라인에는 주민 100여 명이 살고 있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험 천만한 순간이었습니다.
<녹취> 양산경찰서 형사팀 : "(방화피의자가) 우울증이 좀 있었어요. 사업실패도 했고 이혼도 했고 여러 가지 그런 게 복합적으로 있었죠."
전문가들은 우울증 등 심리적 질환에서 비롯된 방화는 연쇄 방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곽대경(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방화라는 행동을 통해서 자기의 우울한 감정들을 풀다 보면 이 행동이 반복된다는 거죠. 그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기 위해서 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방화.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예방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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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hun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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