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 시장경제 확산…성과와 한계

입력 2014.12.20 (08:03) 수정 2014.12.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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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김정은 집권 3년 간 북한 경제는 시장화가 진전되고 외자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는 등 큰 변화를 겪어 왔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북한 경제 3년의 성과와 한계를 집중 진단했습니다.

<리포트>

빼곡히 들어선 매대 위에 식료품을 비롯한 갖가지 물건들을 놓고 앉아 있는 사람들.

파는 사람들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바로 북한 내 시장의 모습이다.

평양과 신의주 등 대도시를 비롯해 지방 중소도시와 주택가 등 북한 전역에 들어선 장마당이 4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급제는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녹취> 북한 주민(지난해 10월) : "(시장이 없으면 장마당이 없으면 북한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습니까?) 못 없애죠. 그건 죽어도 못 없애요. 없어지면 사람들이 다 뭘 먹고 삽니까? 말로는 사회주의 경제고 실제 행동은 시장경제로 돌아가는 거나 같아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한 지난 3년 동안 북한 경제의 가장 큰 변화는 시장의 확산이다.

주민들은 생활에 필요한 품목들을 장마당에서 구입하고 시장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데, 달러도 공공연하게 거래된다.

<인터뷰> 이석기(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정권 이후에는 이런 시장에 대한 태도가 이전에는 암묵적으로 허용하던 태도에서 한걸음 나아가서 이제 국가가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을 하고, 또는 국가가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런 태도로 지금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돈주’로 불리는 시장주도세력들과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국산 전자제품을 비롯한 사치품 수요도 늘어났다.

한국산 제품은 상표를 지운 채 반입되고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물 CD도 거래돼 외부세계와 문화 소비에 대한 욕구도 높아졌다.

시장의 확산은 북한 내부 경제를 살리는데 기여했지만, 지역-계층 간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부작용도 안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8월) : "아리랑 손 전화기(휴대전화)의 화면 접촉 성능을 요해(점검)하시고 이 부분이 예민해야 사용자들이 이용하는데 편리하다고 하셨고..."

북한 내 휴대전화 보급도 크게 늘어났다.

휴대전화 사용자가 올해는 240만 명으로까지 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 유입 등, 주민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북한 당국은 부족한 외화를 끌어 모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로 중국의 동북3성을 중심으로 북한 근로자들인 ‘외화벌이 일꾼’들을 파견했지만, 최근엔 러시아와 중동, 유럽 등지로 인력을 송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 수만 해도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녹취> 북한 근로자(지난해 10월) : "(월급을) 많이 못 받는단 말입니다. 조국에 바치니까 바치고 나머지니까. (실제 수령액은) 한 600~700위안 (한국 돈 12~13만원) 된다고 지금."

<인터뷰> 조봉현(IBK 기업은행 수석연구위원) :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인력들이 평균적으로 1인당 월 한 300달러 정도의 외화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약 10만 명 정도면 1년에 그래도 3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이 됩니다. 이러한 어떤 외화 자체가 현재 북한 경제를 그나마 지탱하게 하고."

외화벌이를 위해 관광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외국인들을 대거 끌어들인 점도 눈에 띈 변화다.

마식령 스키장이 있는 원산 지역을 금강산과 함께 관광 특구로 지정했고, 중국에서 투자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녹취> 페터 가브리엘 아코르(나이지리아 연방공화국 대사관/지난 1월) : "매우 좋고, 마음에 들어요. 스키를 처음 타니 정말 즐겁고 기뻤습니다. 앞으로 꼭 다시 오겠습니다."

지난 10월 말부터 에볼라 여파로 모든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차단했는데, 북한 전문 여행업계에선 다음 달, 관광이 재개될 거란 얘기도 나온다.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의 재정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과 같은 무력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가 큰 원인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현 시기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시키는 것은 우리 혁명발전의 합법칙적 요구입니다."

핵 개발과 경제 건설의 동시 추진이라는 ‘병진노선’을 공식화한 것이 오히려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0년 ‘5.24 조치’가 시행되면서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교역이 중단됐고, 지하자원 가격하락으로 대중무역 수익도 감소했다.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은 마식령 스키장과 문수 물놀이장, 미림 승마장 등 이른바 ‘조선 속도’를 내세우며 단기간에 전시성 건설 사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재정은 더 악화됐다.

<인터뷰> 조봉현(IBK 기업은행 수석연구위원) : "단기간에 김정은의 경제적 업적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사업에 많이 투자를 했습니다. 북한 일반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경제 시설에 투자한 것이 아니고. 일반 경제에 투입하는 재원이 그쪽으로 흘러감으로써 일반 경제는 더 어려워지는……."

<녹취> 조선중앙 TV(김정은 신년사 / 지난 1월) : "지난해의 어렵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군대와 인민이 힘을 합쳐 경제 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빛나는 성과를 이룩하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3년 동안 ‘경제 강국’의 기치를 내걸고, 내부 경제개혁을 확대하고 대외 개방정책을 펴는데 중점을 뒀다.

2012년엔 협동 농장과 기업소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생산량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이른바 ‘우리식 경제 관리방법’인 ‘6.28 방침’을 내놓았고, 올해엔 이를 확대한 ‘5.30 조치’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 리모란(평양 대흥모피공장 노동자/지난 7일) : "12월에 들면서 날씨가 얼마나 급격히 추워지고 있습니까? 여기에 맞게 우리 공장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솜옷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올해 4월 조선신보는 북한의 ‘독자경영체제’의 한 예로 평양의 공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같은 기업과 농장이라 하더라도 생산량에 따라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소득도 차별화하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를 일부 도입해 생산 의욕을 고취시켰다.

<인터뷰> 임을출(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노동자,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고취 시켜주는 측면에서 6.28 방침이라든지, 또는 5.30 방침은 상당한,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고 봐야 됩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그대로 시행되면 괜찮은데 과도기에 있다 보니까 북한 당국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려고 시도를 하다 보니까 주민들의 불만이 지금 생겨나는 것이고……."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부터 플러스 성장률로 전환됐는데, 1% 수준이긴 하지만 3년 연속 증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6일) : "수도의 한복판으로 달리는 콩 우유차를 볼 때면 콩 우유를 먹으며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고 쌓였던 피로가 풀린다고…"

북한의 식량 사정은 다소 나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쌀 생산이 늘어나면서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2012년 73만 톤, 2013년 50만 7천 톤에 이어 올해엔 34만 100톤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뷰> 이석기(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3년도 초에는 6천 원 후반 대까지 가던 식량 가격이 2013년 말에는 한 4천 원대로 떨어졌고. 식량 가격의 안정은 또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끼치기 때문에 이런 또 시장이라든지, 혹은 물가 정책들이 김정은 정권이, 집권 이후에 어떻게 보면 가장 성과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김정은 정권은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한데 이어, 총 24개의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를 지정했다.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지방의 특색을 살려 중소 규모의 경제개발 특구를 다수 지정한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5월) :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일부 경제개발구들 의 현 실태와 발전전망, 특혜정책들, 원산-금강산지구 총 계획이 소개되고 연구결과들과 의견들이 교환되었으며……."

그러나 외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 없이는 경제 특구를 비롯한 각종 경제정책들은 유명무실할 뿐이다.

<인터뷰> 임을출(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 경제 특구와 경제 개발구에는 중국에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들이 참여를 해야 만이 성과를 낼 수 있는데, 북중관계가 경색 되면서 경제 개발구에 외자유치가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그런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중 정부 간의 관계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김정은이 어떤 아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 개발구의 어떤 성과를 올리기에는 굉장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여전히 약 90%에 달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주요 수출 품목은 무연탄과 철광석을 비롯한 지하자원이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으로 북중관계는 더욱 악화됐고, 최근 들어 북한은 대외 경제의 해답을 러시아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나진-하산 철도를 개보수한 데 이어, 올해엔 러시아와 경제공동위를 개최했고, 앞으로 20여 년에 걸쳐 250억 달러 규모의 북한 내륙 철도 현대화 작업에도 착공했다.

<녹취> 원필종(북한 철도성 참모장/지난 10월) : "북-러 두 나라 인민들의 경제관계발전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철도개건 착공식을 진행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달엔 최룡해가 특사 자격으로 방문하며 북-러 간의 경제협력 의사를 재확인했다.

중국 대신 러시아로 눈을 돌려 경제난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경제 상황도 최근 위기를 맞으면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집권 4년차, 노동당 창건 70주년이 되는 내년엔 김정은의 독자체제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경제 정책들이 발표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인터뷰> 조봉현(IBK 기업은행 수석연구위원) : "김정은 체제 3년이 지나고 2015년이 되면 김정은의 홀로서기 정책들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경제 요소에 대해서는 내년도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좀 추진함으로써 주민들이, 그 다음에 기업소 단위에서 뭔가 경제적 성과가 좀 나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어떤 변화는 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 정책들이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핵과 경제라는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카드를 양손에 쥔 채 경제 회생을 바라보기엔, 외부세계의 냉담한 시선이 장애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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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 시장경제 확산…성과와 한계
    • 입력 2014-12-20 07:35:59
    • 수정2014-12-20 08: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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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김정은 집권 3년 간 북한 경제는 시장화가 진전되고 외자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는 등 큰 변화를 겪어 왔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북한 경제 3년의 성과와 한계를 집중 진단했습니다.

<리포트>

빼곡히 들어선 매대 위에 식료품을 비롯한 갖가지 물건들을 놓고 앉아 있는 사람들.

파는 사람들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바로 북한 내 시장의 모습이다.

평양과 신의주 등 대도시를 비롯해 지방 중소도시와 주택가 등 북한 전역에 들어선 장마당이 4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급제는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녹취> 북한 주민(지난해 10월) : "(시장이 없으면 장마당이 없으면 북한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습니까?) 못 없애죠. 그건 죽어도 못 없애요. 없어지면 사람들이 다 뭘 먹고 삽니까? 말로는 사회주의 경제고 실제 행동은 시장경제로 돌아가는 거나 같아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한 지난 3년 동안 북한 경제의 가장 큰 변화는 시장의 확산이다.

주민들은 생활에 필요한 품목들을 장마당에서 구입하고 시장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데, 달러도 공공연하게 거래된다.

<인터뷰> 이석기(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정권 이후에는 이런 시장에 대한 태도가 이전에는 암묵적으로 허용하던 태도에서 한걸음 나아가서 이제 국가가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을 하고, 또는 국가가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런 태도로 지금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돈주’로 불리는 시장주도세력들과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국산 전자제품을 비롯한 사치품 수요도 늘어났다.

한국산 제품은 상표를 지운 채 반입되고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물 CD도 거래돼 외부세계와 문화 소비에 대한 욕구도 높아졌다.

시장의 확산은 북한 내부 경제를 살리는데 기여했지만, 지역-계층 간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부작용도 안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8월) : "아리랑 손 전화기(휴대전화)의 화면 접촉 성능을 요해(점검)하시고 이 부분이 예민해야 사용자들이 이용하는데 편리하다고 하셨고..."

북한 내 휴대전화 보급도 크게 늘어났다.

휴대전화 사용자가 올해는 240만 명으로까지 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 유입 등, 주민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북한 당국은 부족한 외화를 끌어 모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로 중국의 동북3성을 중심으로 북한 근로자들인 ‘외화벌이 일꾼’들을 파견했지만, 최근엔 러시아와 중동, 유럽 등지로 인력을 송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 수만 해도 약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녹취> 북한 근로자(지난해 10월) : "(월급을) 많이 못 받는단 말입니다. 조국에 바치니까 바치고 나머지니까. (실제 수령액은) 한 600~700위안 (한국 돈 12~13만원) 된다고 지금."

<인터뷰> 조봉현(IBK 기업은행 수석연구위원) :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인력들이 평균적으로 1인당 월 한 300달러 정도의 외화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약 10만 명 정도면 1년에 그래도 3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이 됩니다. 이러한 어떤 외화 자체가 현재 북한 경제를 그나마 지탱하게 하고."

외화벌이를 위해 관광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외국인들을 대거 끌어들인 점도 눈에 띈 변화다.

마식령 스키장이 있는 원산 지역을 금강산과 함께 관광 특구로 지정했고, 중국에서 투자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녹취> 페터 가브리엘 아코르(나이지리아 연방공화국 대사관/지난 1월) : "매우 좋고, 마음에 들어요. 스키를 처음 타니 정말 즐겁고 기뻤습니다. 앞으로 꼭 다시 오겠습니다."

지난 10월 말부터 에볼라 여파로 모든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차단했는데, 북한 전문 여행업계에선 다음 달, 관광이 재개될 거란 얘기도 나온다.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의 재정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과 같은 무력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가 큰 원인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5월) : "현 시기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시키는 것은 우리 혁명발전의 합법칙적 요구입니다."

핵 개발과 경제 건설의 동시 추진이라는 ‘병진노선’을 공식화한 것이 오히려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0년 ‘5.24 조치’가 시행되면서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교역이 중단됐고, 지하자원 가격하락으로 대중무역 수익도 감소했다.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은 마식령 스키장과 문수 물놀이장, 미림 승마장 등 이른바 ‘조선 속도’를 내세우며 단기간에 전시성 건설 사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재정은 더 악화됐다.

<인터뷰> 조봉현(IBK 기업은행 수석연구위원) : "단기간에 김정은의 경제적 업적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사업에 많이 투자를 했습니다. 북한 일반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경제 시설에 투자한 것이 아니고. 일반 경제에 투입하는 재원이 그쪽으로 흘러감으로써 일반 경제는 더 어려워지는……."

<녹취> 조선중앙 TV(김정은 신년사 / 지난 1월) : "지난해의 어렵고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군대와 인민이 힘을 합쳐 경제 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빛나는 성과를 이룩하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3년 동안 ‘경제 강국’의 기치를 내걸고, 내부 경제개혁을 확대하고 대외 개방정책을 펴는데 중점을 뒀다.

2012년엔 협동 농장과 기업소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생산량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이른바 ‘우리식 경제 관리방법’인 ‘6.28 방침’을 내놓았고, 올해엔 이를 확대한 ‘5.30 조치’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 리모란(평양 대흥모피공장 노동자/지난 7일) : "12월에 들면서 날씨가 얼마나 급격히 추워지고 있습니까? 여기에 맞게 우리 공장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솜옷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올해 4월 조선신보는 북한의 ‘독자경영체제’의 한 예로 평양의 공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같은 기업과 농장이라 하더라도 생산량에 따라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소득도 차별화하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를 일부 도입해 생산 의욕을 고취시켰다.

<인터뷰> 임을출(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노동자,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고취 시켜주는 측면에서 6.28 방침이라든지, 또는 5.30 방침은 상당한,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고 봐야 됩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그대로 시행되면 괜찮은데 과도기에 있다 보니까 북한 당국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려고 시도를 하다 보니까 주민들의 불만이 지금 생겨나는 것이고……."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부터 플러스 성장률로 전환됐는데, 1% 수준이긴 하지만 3년 연속 증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6일) : "수도의 한복판으로 달리는 콩 우유차를 볼 때면 콩 우유를 먹으며 좋아하는 어린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고 쌓였던 피로가 풀린다고…"

북한의 식량 사정은 다소 나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쌀 생산이 늘어나면서 북한의 식량 부족량은 2012년 73만 톤, 2013년 50만 7천 톤에 이어 올해엔 34만 100톤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뷰> 이석기(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3년도 초에는 6천 원 후반 대까지 가던 식량 가격이 2013년 말에는 한 4천 원대로 떨어졌고. 식량 가격의 안정은 또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끼치기 때문에 이런 또 시장이라든지, 혹은 물가 정책들이 김정은 정권이, 집권 이후에 어떻게 보면 가장 성과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김정은 정권은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한데 이어, 총 24개의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를 지정했다.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지방의 특색을 살려 중소 규모의 경제개발 특구를 다수 지정한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5월) : "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일부 경제개발구들 의 현 실태와 발전전망, 특혜정책들, 원산-금강산지구 총 계획이 소개되고 연구결과들과 의견들이 교환되었으며……."

그러나 외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 없이는 경제 특구를 비롯한 각종 경제정책들은 유명무실할 뿐이다.

<인터뷰> 임을출(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이 경제 특구와 경제 개발구에는 중국에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들이 참여를 해야 만이 성과를 낼 수 있는데, 북중관계가 경색 되면서 경제 개발구에 외자유치가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그런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중 정부 간의 관계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김정은이 어떤 아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 개발구의 어떤 성과를 올리기에는 굉장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여전히 약 90%에 달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데, 주요 수출 품목은 무연탄과 철광석을 비롯한 지하자원이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으로 북중관계는 더욱 악화됐고, 최근 들어 북한은 대외 경제의 해답을 러시아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나진-하산 철도를 개보수한 데 이어, 올해엔 러시아와 경제공동위를 개최했고, 앞으로 20여 년에 걸쳐 250억 달러 규모의 북한 내륙 철도 현대화 작업에도 착공했다.

<녹취> 원필종(북한 철도성 참모장/지난 10월) : "북-러 두 나라 인민들의 경제관계발전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철도개건 착공식을 진행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달엔 최룡해가 특사 자격으로 방문하며 북-러 간의 경제협력 의사를 재확인했다.

중국 대신 러시아로 눈을 돌려 경제난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경제 상황도 최근 위기를 맞으면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집권 4년차, 노동당 창건 70주년이 되는 내년엔 김정은의 독자체제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경제 정책들이 발표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인터뷰> 조봉현(IBK 기업은행 수석연구위원) : "김정은 체제 3년이 지나고 2015년이 되면 김정은의 홀로서기 정책들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경제 요소에 대해서는 내년도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좀 추진함으로써 주민들이, 그 다음에 기업소 단위에서 뭔가 경제적 성과가 좀 나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어떤 변화는 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 정책들이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핵과 경제라는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카드를 양손에 쥔 채 경제 회생을 바라보기엔, 외부세계의 냉담한 시선이 장애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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