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밤길 걷기 무서워”…여성 노린 ‘길거리 성범죄’

입력 2015.07.08 (08:30) 수정 2015.07.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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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우리나라 여성 절반 이상은 밤에 거리를 걷기 두려울 때가 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저도 늦은 밤 으슥한 도로나 골목을 지나다 보면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곤 하는데요.

그제 새벽에도 휴대폰을 보며 걸어가던 여성을 뒤에서 만지고 도망간 성추행범이 붙잡혔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라면 워낙 당황해서 발만 동동 구르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최근 있었던 파렴치한 성추행범의 검거 과정을 소개하면서, 이런 '길거리 성범죄'의 실태를 짚어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도로변입니다.

지난 6일 새벽 2시쯤, 이곳을 지나 집으로 가던 20대 직장인 A씨는 기습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녹취> 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친구랑 모바일 메신저를 하고 있었는데, 웃겨가지고 약간 웃으면서 허리를 숙였는데, 갑자기 뒤에서 허벅지랑 엉덩이랑 쓱 양손으로 쓸고 가더니……."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른 A씨, 하지만 주위엔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남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A씨를 앞질러갔고, 20미터 거리에 있는 빌라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녹취> 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너무 놀라가지고 제가 소리를 질렀어요. 그런데 그 앞에 걸어오시던 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뭐 선뜻 이렇게 도와주진 못하고 도망간 것도 아니고 태연하게 걸어갔어요."

태연하게 사라지는 성추행범을 눈앞에 두고도, A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요즘 세상이 좀 흉흉하잖아요. 제가 혼자 나서서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를 도와줄 사람도 없어서 당황스러워가지고 그냥 멀뚱멀뚱 서 있다가 집으로 왔어요."

집으로 돌아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112에 전화를 걸었는데요.

<녹취> 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친구가 (성추행범이) 다른 사람한테도 그럴 수도 있고 하니까 신고는 해야 되지 않겠냐고 해서 그냥 잡을 것은 생각 못하고 신고를 했는데...."

이미 범인은 종적을 감춘 상황.

A씨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성추행범의 인상착의와 빌라의 위치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녹취> 성추행 피해자 (음성변조) : "빌라로 들어가서 차마 따라갈 수는 없고, 그냥 밖에서 불빛이 어디까지 켜지는지 (보니까) 2층 올라가는 계단까지 켜져서."

인근 지구대 경찰들은 남성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빌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입주민 대부분이 잠들어있는 빌라는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성추행범이 이곳에 살고 있는지도 불확실했지만, 한 가구 한 가구, 탐문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권수경(경사/서울관악경찰서 낙성대지구대) : "한 층에 9가구나 있는 거예요. 새벽 2시 10분이니까 그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이 잘 없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쭈그리고 현관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이 있는지 보면서, 소리 나는지 귀 대보면서 한 집, 한 집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똑같은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마침 집을 찾아온 방문객에게 문 열어주던 집 주인이었는데요.

<인터뷰> 권수경(경사/서울관악경찰서 낙성대지구대) : "00호에 사는 사람이 이렇게 문을 열었는데, 문틈으로 여기 흰색 티셔츠 팔 부분이 딱 보이는 거예요. 어쩌면 저 사람일 수도 있겠다. 탐문해 보려고 다가갔죠."

용의자임을 직감한 경찰,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있는지 캐물었지만 남성은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하지만 함께 현장에 동행해 준 피해자 A씨가 먼발치에서, 용의자가 맞다고 확인하면서 짧은 도피가 끝났습니다.

태연히 집으로 도망친 지 30분만이었습니다.

<인터뷰> 권수경(경사/서울관악경찰서 낙성대지구대) : "계속 (혐의를) 부인하다가 (지구대) 여기에 와서는 자기가 술 취해서 실수한 것 같다고 인정을 했어요. 이런 사람들은 초기에 발견해서 처벌을 받게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이렇게 모르는 사람을 만지고 도망가는 성추행뿐만 아니라. 몰래카메라에,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음란 행위까지...

으슥한 길거리에서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우리나라 여성 55%는 밤에 길을 걸을 때 두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녹취> 회사원 (음성변조) : "밤에 다닐 때는 아무래도 좀 위험을 많이 느끼죠. 좀 불안하고요. 큰길로 다니거나 아니면 아는 사람이랑 전화통화하면서 간다거나 (해요.)"

<녹취> 회사원 (음성변조) :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리는데 너무 술 취한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무서워요. 밤늦게 걸어 다닐 때. 아무래도 여자이고 하니까……"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곧바로 신고부터 하는 게 좋습니다.

전화가 어렵다면 문자로도 112에 신고할 수 있고요,

위급한 상황일때는 지구대나 불 켜진 상점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또 다른 범죄로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신고는 중요합니다.

<인터뷰> 권수경(경사/서울관악경찰서 낙성대지구대) : "피해자분들이 시간이 지나면 수치심 때문에 신고를 안 하시려는 경향이 있어요. 만약 놓치게 되면 이 가해자가 지난번에 했는데 안 잡히네 (하면서) 좀 더 대담하게 더 자주 이렇게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최근에는 어두운 골목을 밝게 칠하고, 비상벨을 설치하는 곳도 많아졌는데요.

<인터뷰> 권수경(경사/서울관악경찰서 낙성대지구대) : "이쪽이 여성 주거 비율이 높아요. 눈에 잘 띄게 노란색으로 되어 있고, 밤에도 항상 불이 들어와서 (뒤에) 누가 오는지 확인할 수 있고, 급하면 위급버튼을 누를 수 있게 디자인돼 있어요."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난은 여전합니다.

지난해에만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사람은 만 9천명인데요.

실제 재판에 넘겨지거나 벌금을 문 사람은 5%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 판례를 보면 비교적 가벼운 성추행이라도 여러 번 반복되면 실형이 선고되는 등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인터뷰>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자신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상황을 경험하다 보면 결국은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

여성을 노린 길거리 성범죄!

파렴치한 범행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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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밤길 걷기 무서워”…여성 노린 ‘길거리 성범죄’
    • 입력 2015-07-08 08:36:56
    • 수정2015-07-08 14:23:50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우리나라 여성 절반 이상은 밤에 거리를 걷기 두려울 때가 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저도 늦은 밤 으슥한 도로나 골목을 지나다 보면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곤 하는데요.

그제 새벽에도 휴대폰을 보며 걸어가던 여성을 뒤에서 만지고 도망간 성추행범이 붙잡혔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라면 워낙 당황해서 발만 동동 구르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최근 있었던 파렴치한 성추행범의 검거 과정을 소개하면서, 이런 '길거리 성범죄'의 실태를 짚어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도로변입니다.

지난 6일 새벽 2시쯤, 이곳을 지나 집으로 가던 20대 직장인 A씨는 기습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녹취> 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친구랑 모바일 메신저를 하고 있었는데, 웃겨가지고 약간 웃으면서 허리를 숙였는데, 갑자기 뒤에서 허벅지랑 엉덩이랑 쓱 양손으로 쓸고 가더니……."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른 A씨, 하지만 주위엔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남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A씨를 앞질러갔고, 20미터 거리에 있는 빌라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녹취> 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너무 놀라가지고 제가 소리를 질렀어요. 그런데 그 앞에 걸어오시던 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뭐 선뜻 이렇게 도와주진 못하고 도망간 것도 아니고 태연하게 걸어갔어요."

태연하게 사라지는 성추행범을 눈앞에 두고도, A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요즘 세상이 좀 흉흉하잖아요. 제가 혼자 나서서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를 도와줄 사람도 없어서 당황스러워가지고 그냥 멀뚱멀뚱 서 있다가 집으로 왔어요."

집으로 돌아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112에 전화를 걸었는데요.

<녹취> 성추행 피해자(음성변조) : "친구가 (성추행범이) 다른 사람한테도 그럴 수도 있고 하니까 신고는 해야 되지 않겠냐고 해서 그냥 잡을 것은 생각 못하고 신고를 했는데...."

이미 범인은 종적을 감춘 상황.

A씨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성추행범의 인상착의와 빌라의 위치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녹취> 성추행 피해자 (음성변조) : "빌라로 들어가서 차마 따라갈 수는 없고, 그냥 밖에서 불빛이 어디까지 켜지는지 (보니까) 2층 올라가는 계단까지 켜져서."

인근 지구대 경찰들은 남성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빌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입주민 대부분이 잠들어있는 빌라는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성추행범이 이곳에 살고 있는지도 불확실했지만, 한 가구 한 가구, 탐문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권수경(경사/서울관악경찰서 낙성대지구대) : "한 층에 9가구나 있는 거예요. 새벽 2시 10분이니까 그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이 잘 없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쭈그리고 현관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이 있는지 보면서, 소리 나는지 귀 대보면서 한 집, 한 집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똑같은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마침 집을 찾아온 방문객에게 문 열어주던 집 주인이었는데요.

<인터뷰> 권수경(경사/서울관악경찰서 낙성대지구대) : "00호에 사는 사람이 이렇게 문을 열었는데, 문틈으로 여기 흰색 티셔츠 팔 부분이 딱 보이는 거예요. 어쩌면 저 사람일 수도 있겠다. 탐문해 보려고 다가갔죠."

용의자임을 직감한 경찰,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있는지 캐물었지만 남성은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하지만 함께 현장에 동행해 준 피해자 A씨가 먼발치에서, 용의자가 맞다고 확인하면서 짧은 도피가 끝났습니다.

태연히 집으로 도망친 지 30분만이었습니다.

<인터뷰> 권수경(경사/서울관악경찰서 낙성대지구대) : "계속 (혐의를) 부인하다가 (지구대) 여기에 와서는 자기가 술 취해서 실수한 것 같다고 인정을 했어요. 이런 사람들은 초기에 발견해서 처벌을 받게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이렇게 모르는 사람을 만지고 도망가는 성추행뿐만 아니라. 몰래카메라에,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음란 행위까지...

으슥한 길거리에서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우리나라 여성 55%는 밤에 길을 걸을 때 두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녹취> 회사원 (음성변조) : "밤에 다닐 때는 아무래도 좀 위험을 많이 느끼죠. 좀 불안하고요. 큰길로 다니거나 아니면 아는 사람이랑 전화통화하면서 간다거나 (해요.)"

<녹취> 회사원 (음성변조) :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리는데 너무 술 취한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무서워요. 밤늦게 걸어 다닐 때. 아무래도 여자이고 하니까……"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곧바로 신고부터 하는 게 좋습니다.

전화가 어렵다면 문자로도 112에 신고할 수 있고요,

위급한 상황일때는 지구대나 불 켜진 상점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또 다른 범죄로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신고는 중요합니다.

<인터뷰> 권수경(경사/서울관악경찰서 낙성대지구대) : "피해자분들이 시간이 지나면 수치심 때문에 신고를 안 하시려는 경향이 있어요. 만약 놓치게 되면 이 가해자가 지난번에 했는데 안 잡히네 (하면서) 좀 더 대담하게 더 자주 이렇게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최근에는 어두운 골목을 밝게 칠하고, 비상벨을 설치하는 곳도 많아졌는데요.

<인터뷰> 권수경(경사/서울관악경찰서 낙성대지구대) : "이쪽이 여성 주거 비율이 높아요. 눈에 잘 띄게 노란색으로 되어 있고, 밤에도 항상 불이 들어와서 (뒤에) 누가 오는지 확인할 수 있고, 급하면 위급버튼을 누를 수 있게 디자인돼 있어요."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난은 여전합니다.

지난해에만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사람은 만 9천명인데요.

실제 재판에 넘겨지거나 벌금을 문 사람은 5%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 판례를 보면 비교적 가벼운 성추행이라도 여러 번 반복되면 실형이 선고되는 등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인터뷰>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자신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상황을 경험하다 보면 결국은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

여성을 노린 길거리 성범죄!

파렴치한 범행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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