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본 노인의 성

입력 2002.04.22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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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중 취재, 오늘은 더 이상 모른 채 할 수 없는 노인들의 재혼 문제입니다.
노인들은 흔히 모든 욕망을 초월한 존재로 보이지만 사실 혼자된 노인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제는 악처가 효자보다 낫다는 속담을 되새겨 볼 때입니다.
박진현, 선재희 두 기자가 이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73살의 할아버지는 어느 날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2살 아래인 할머니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합니다.
설렘으로 시작된 두 노인의 동거는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시작됩니다.
할머니는 청춘가를 가르치고 할아버지는 한글을 가르치며 오붓한 나날을 보냅니다.
두 노인의 성생활도 젊은이 못지않습니다.
달력에 잠자리 횟수를 표시하면서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골목에서 나누는 가벼운 입맞춤도 젊은 세대의 그것보다 간절합니다.
⊙설현욱(성의학 박사): 6, 70대의 성이라는 건 조그마한 스킨십 하나만 가지고도 굉장히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그런 성이라는 거죠.
⊙기자: 갈등도 있습니다.
외출한 할머니가 늦게 들어오자 할아버지는 애간장이 탑니다.
⊙기자: 부부싸움으로 이어지지만 또한 두 노인의 사랑의 한 방식입니다.
⊙박진표(감독): 노인들이라고 해서 꼭 사랑의 설레임이나 욕망이나 어떤 열정이나 이런 것들이 없겠느냐...
꼭 몸이 늙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늙은 건 아니다...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두 노인의 양해 아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노인들의 성이 젊은이 못지않게 절박한 것이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모른척 할 일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KBS뉴스 박진현입니다.
⊙기자: 홀로 사는 노인들 가운데는 재혼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박 할아버지: 여자 한 명을 보여줬는데, 딸들이 깜짝 놀래...
그래서 헤어졌지.
⊙기자: 할아버지들은 재혼하고 싶다는 의사라도 밝힐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할머니들은 속내를 드러내지도 못합니다.
한국 노인의 전화 이용자의 60%가 할머니들이며 상담 내용의 대부분이 이성교제나 재혼 문제입니다.
⊙하태준(성의학 박사): 결코 비정상이 아니다, 사람은 생명이 다 할 때까지 그런 성적인 욕구를 갖고 있는 게 자연스런 일이니까...
⊙기자: 노인들의 재혼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은 자식들의 반대와 주위의 시선입니다.
그러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혼해서 행복을 누리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박혜숙 할머니는 남편을 잃은 지 15년 만에 9살 연상인 할아버지와 재혼했습니다.
⊙박혜숙(62살): 나이 먹은 사람끼리 만났어도 애정은 더 젊은 사람보다 더 뜨겁고 더 좋아요.
⊙기자: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는 속담의 뜻을 재혼한 후에야 이해하게 되었다는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김 할아버지(89살): 고독하지 않다는 것, 대화할 상대가 있다는 것... 아주 행복하지 할머니 덕에.
⊙기자: 60살 이상된 노인 가운데 홀로 된 노인이 60%가 넘는 지금 노인들의 이성교제를 돕고 재혼의 문을 열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할 때입니다.
KBS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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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로 본 노인의 성
    • 입력 2002-04-22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집중 취재, 오늘은 더 이상 모른 채 할 수 없는 노인들의 재혼 문제입니다. 노인들은 흔히 모든 욕망을 초월한 존재로 보이지만 사실 혼자된 노인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제는 악처가 효자보다 낫다는 속담을 되새겨 볼 때입니다. 박진현, 선재희 두 기자가 이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73살의 할아버지는 어느 날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2살 아래인 할머니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합니다. 설렘으로 시작된 두 노인의 동거는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시작됩니다. 할머니는 청춘가를 가르치고 할아버지는 한글을 가르치며 오붓한 나날을 보냅니다. 두 노인의 성생활도 젊은이 못지않습니다. 달력에 잠자리 횟수를 표시하면서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골목에서 나누는 가벼운 입맞춤도 젊은 세대의 그것보다 간절합니다. ⊙설현욱(성의학 박사): 6, 70대의 성이라는 건 조그마한 스킨십 하나만 가지고도 굉장히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그런 성이라는 거죠. ⊙기자: 갈등도 있습니다. 외출한 할머니가 늦게 들어오자 할아버지는 애간장이 탑니다. ⊙기자: 부부싸움으로 이어지지만 또한 두 노인의 사랑의 한 방식입니다. ⊙박진표(감독): 노인들이라고 해서 꼭 사랑의 설레임이나 욕망이나 어떤 열정이나 이런 것들이 없겠느냐... 꼭 몸이 늙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늙은 건 아니다...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기자: 두 노인의 양해 아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노인들의 성이 젊은이 못지않게 절박한 것이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모른척 할 일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KBS뉴스 박진현입니다. ⊙기자: 홀로 사는 노인들 가운데는 재혼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박 할아버지: 여자 한 명을 보여줬는데, 딸들이 깜짝 놀래... 그래서 헤어졌지. ⊙기자: 할아버지들은 재혼하고 싶다는 의사라도 밝힐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할머니들은 속내를 드러내지도 못합니다. 한국 노인의 전화 이용자의 60%가 할머니들이며 상담 내용의 대부분이 이성교제나 재혼 문제입니다. ⊙하태준(성의학 박사): 결코 비정상이 아니다, 사람은 생명이 다 할 때까지 그런 성적인 욕구를 갖고 있는 게 자연스런 일이니까... ⊙기자: 노인들의 재혼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은 자식들의 반대와 주위의 시선입니다. 그러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혼해서 행복을 누리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박혜숙 할머니는 남편을 잃은 지 15년 만에 9살 연상인 할아버지와 재혼했습니다. ⊙박혜숙(62살): 나이 먹은 사람끼리 만났어도 애정은 더 젊은 사람보다 더 뜨겁고 더 좋아요. ⊙기자: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는 속담의 뜻을 재혼한 후에야 이해하게 되었다는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김 할아버지(89살): 고독하지 않다는 것, 대화할 상대가 있다는 것... 아주 행복하지 할머니 덕에. ⊙기자: 60살 이상된 노인 가운데 홀로 된 노인이 60%가 넘는 지금 노인들의 이성교제를 돕고 재혼의 문을 열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할 때입니다. KBS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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