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속 풀이] ‘기술 블랙홀’ 중국, 우리 기업 ‘비장의 무기’는 있나?

입력 2015.09.03 (00:04) 수정 2015.09.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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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취재하면서 알게 된 한 벤처기업 대표에게서 오랜만에 카톡이 왔습니다.
"전에 아주 재미있는 일을 하나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기술이 이번 독일에서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돼 출시됩니다. 세계 최초가 됩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불현듯 지난해 말 신년 특집 9시 뉴스를 위해 이 벤처기업을 취재하면서 들었던 말이 떠오르더군요. 애플이 아이폰 성공신화를 만든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UI, 즉 유저인터페이스인데, 현재의 UI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에 도전하고 있고, 6월쯤 개발이 완료될 것이란 거였죠.

◆ 아이폰 6S에 탑재될 '포스터치' 기술, 화웨이가 일주일 먼저 탑재해 공개

반가운 마음에 무슨 기술인지 물어봤습니다. '포스터치(Force Touch)' 기술이라고 하더군요. 관련 기사를 열심히 검색해봤더니 꽤 많은 기사들이 떠서 놀랐습니다. 제가 이런쪽엔 밝지 않아서요.^^;
'포스터치' 기술, 지금 스마트폰에 적용된 기술은 '멀티터치' 기능인데요. 쉽게 말해 화면을 키우거나 할 때 두 손가락을 이용하고 있죠. 그런데 '포스터치' 기술은 한 손가락으로도 '멀티터치' 효과를 구현한다는 겁니다. 화면에 있는 센서가 손가락이 누르는 압력을 인식해서 작동한다고 하더군요. 두 손가락을 쓰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을 '꾹' 누르기만 하면 저절로 화면이 확대되는 거죠. 잘 이해가 안 되시죠? 열심히 검색을 해봤더니 한 기사에 쉽게 설명이 돼 있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을 이용할 때 지금은 목적지 찾고, 확인 누르고, 안내 시작 누르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포스터치' 기술이 적용되면 목적지를 '꾹'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안내가 시작되는 겁니다. 참 편리하겠죠? 관련 기사에는 이 기술이 애플의 맥북과 애플워치에 탑재돼 있는데 스마트폰에는 처음으로 아이폰6S와 6S플러스에 탑재될 예정이고, 9월 9일 공개행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포스터치포스터치


'애플이 야심차게 준비한 차세대 스마트폰 UI 기술을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만들었고,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돼서 아이폰보다 먼저 출시된다?'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으시겠지만 이 의문을 풀어줄 기사들을 여러 건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9월 4일부터 9일까지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가 열립니다. 세계적인 전시회인데요, 여기서 '포스터치' 기술이 적용된 중국 화웨이의 신제품 메이트7S가 애플의 아이폰보다 먼저 공개될 것이라고 돼 있더군요. (이 글을 쓰는 중 카톡이 다시 왔는데요. 우리시간 어젯밤(2일) 9시, 독일 베를린 시간으로 오후 2시에 런칭쇼를 했다고 합니다.)

Huawei Mate 7SHuawei Mate 7S


◆ "왜 삼성, LG가 아니고 중국 화웨이인가요?"

삼성, LG삼성, LG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벤처기업 대표께 한 첫 질문은 바로 위 소제목과 같습니다.
왜 애플과 세계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우리 기업이 아니고 중국 기업에 이 '포스터치'가 구현 가능한 센서와 칩 등 모든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느냐는 거죠. 대답은 "삼성과 LG 관계자도 만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세계 최초 폰이 삼성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삼성 디스플레이에서 만든 AMOLED가 장착돼 있으니 삼성도 관여돼 있다"라는 거였죠. 많이 아쉬웠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지난해 말에 취재 도중 벤처기업 대표에게 한 질문과 똑같습니다. 당시 '기술혁신' 관련 신년특집 뉴스를 취재하던 중 생각이 나 전화를 했더니 "마침 신기술이 개발됐는데 중국 레노버 태블릿에 장착해 양산에 들어갔다"는 거였죠. 삼성 갤럭시노트의 강점 중에 하나가 바로 'S펜'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같은 기능을 하면서 원가를 4분의 1로 낮춘 기술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했던 "왜 중국 기업인가요?"에 대한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번과 똑같이 "만났다" 였습니다.

☞ [관련 기사] 2015 경제환경 급변…한국경제 파고 넘으려면

안 그래도 우리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의 기술 추격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만든 기술이 중국 기업에게 가도 되는 걸까요? 사실 중국 기업들의 '기술 빨아들이기'는 무서울 정돕니다.

화웨이화웨이


◆ '기술 블랙홀' 중국, 우리 기업 비장의 무기는?

지난해 중국에서 출원된 특허 건수는 몇 개나 될까요? 특허전문가에게 물어보니 93만 건 정도라고 합니다. 미국이 57만 건이니까 미국보다 훨씬 많죠. 우리나라는 21만 건으로 중국의 23% 수준입니다. 중국의 특허출원이 이렇게 많은 건 창업을 장려해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 때문인데요. 지난해 중국의 창업 건수는 365만 건으로 공교롭게도 하루에 만 개 씩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엄청나죠. 창업으로 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짝퉁' 단속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홈페이지에는 최근 '지식재산권 전략 실시추진 계획'이 마련돼 시행에 들어갔다는 내용이 떠 있는데, 한 마디로 '짝퉁'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두고 중국이 결국 '짝퉁 국가' 이미지를 바꾼 뒤 '특허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능한 일이죠. 또 특허 업계에서는 중국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서 전 세계 특허를 사들이고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특허에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중국 밖에서 개발된 신기술까지 재빠르게 흡수해 제품화하고 있으니 중국은 그야말로 '기술 블랙홀'이라고 불러도 될 겁니다. 다행히 앞서 말한 벤처기업은 '포스터치' 시스템을 파는 것이고, 100여 건에 달하는 특허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시 제가 한 질문으로 돌아가보면 이 벤처기업 기술을 삼성과 LG가 제품에 적용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미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사 제품이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마지막 경우, 즉 '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장의 무기 말이죠. 그리고 더 나아가 몸과 머리가 가벼워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더 쉬운 중소기업, 벤처기업들과도 손을 잡고 '더, 더 혁신적인 기술'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여기엔 정부의 지원도 필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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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3 00:04:51
    • 수정2015-09-03 00:09:14
    경제 속 풀이
며칠 전 취재하면서 알게 된 한 벤처기업 대표에게서 오랜만에 카톡이 왔습니다.
"전에 아주 재미있는 일을 하나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기술이 이번 독일에서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돼 출시됩니다. 세계 최초가 됩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불현듯 지난해 말 신년 특집 9시 뉴스를 위해 이 벤처기업을 취재하면서 들었던 말이 떠오르더군요. 애플이 아이폰 성공신화를 만든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UI, 즉 유저인터페이스인데, 현재의 UI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에 도전하고 있고, 6월쯤 개발이 완료될 것이란 거였죠.

◆ 아이폰 6S에 탑재될 '포스터치' 기술, 화웨이가 일주일 먼저 탑재해 공개

반가운 마음에 무슨 기술인지 물어봤습니다. '포스터치(Force Touch)' 기술이라고 하더군요. 관련 기사를 열심히 검색해봤더니 꽤 많은 기사들이 떠서 놀랐습니다. 제가 이런쪽엔 밝지 않아서요.^^;
'포스터치' 기술, 지금 스마트폰에 적용된 기술은 '멀티터치' 기능인데요. 쉽게 말해 화면을 키우거나 할 때 두 손가락을 이용하고 있죠. 그런데 '포스터치' 기술은 한 손가락으로도 '멀티터치' 효과를 구현한다는 겁니다. 화면에 있는 센서가 손가락이 누르는 압력을 인식해서 작동한다고 하더군요. 두 손가락을 쓰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을 '꾹' 누르기만 하면 저절로 화면이 확대되는 거죠. 잘 이해가 안 되시죠? 열심히 검색을 해봤더니 한 기사에 쉽게 설명이 돼 있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을 이용할 때 지금은 목적지 찾고, 확인 누르고, 안내 시작 누르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포스터치' 기술이 적용되면 목적지를 '꾹'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안내가 시작되는 겁니다. 참 편리하겠죠? 관련 기사에는 이 기술이 애플의 맥북과 애플워치에 탑재돼 있는데 스마트폰에는 처음으로 아이폰6S와 6S플러스에 탑재될 예정이고, 9월 9일 공개행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포스터치


'애플이 야심차게 준비한 차세대 스마트폰 UI 기술을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만들었고,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돼서 아이폰보다 먼저 출시된다?'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으시겠지만 이 의문을 풀어줄 기사들을 여러 건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9월 4일부터 9일까지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가 열립니다. 세계적인 전시회인데요, 여기서 '포스터치' 기술이 적용된 중국 화웨이의 신제품 메이트7S가 애플의 아이폰보다 먼저 공개될 것이라고 돼 있더군요. (이 글을 쓰는 중 카톡이 다시 왔는데요. 우리시간 어젯밤(2일) 9시, 독일 베를린 시간으로 오후 2시에 런칭쇼를 했다고 합니다.)

Huawei Mate 7S


◆ "왜 삼성, LG가 아니고 중국 화웨이인가요?"

삼성, LG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벤처기업 대표께 한 첫 질문은 바로 위 소제목과 같습니다.
왜 애플과 세계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우리 기업이 아니고 중국 기업에 이 '포스터치'가 구현 가능한 센서와 칩 등 모든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느냐는 거죠. 대답은 "삼성과 LG 관계자도 만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세계 최초 폰이 삼성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삼성 디스플레이에서 만든 AMOLED가 장착돼 있으니 삼성도 관여돼 있다"라는 거였죠. 많이 아쉬웠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지난해 말에 취재 도중 벤처기업 대표에게 한 질문과 똑같습니다. 당시 '기술혁신' 관련 신년특집 뉴스를 취재하던 중 생각이 나 전화를 했더니 "마침 신기술이 개발됐는데 중국 레노버 태블릿에 장착해 양산에 들어갔다"는 거였죠. 삼성 갤럭시노트의 강점 중에 하나가 바로 'S펜'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같은 기능을 하면서 원가를 4분의 1로 낮춘 기술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했던 "왜 중국 기업인가요?"에 대한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번과 똑같이 "만났다" 였습니다.

☞ [관련 기사] 2015 경제환경 급변…한국경제 파고 넘으려면

안 그래도 우리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의 기술 추격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만든 기술이 중국 기업에게 가도 되는 걸까요? 사실 중국 기업들의 '기술 빨아들이기'는 무서울 정돕니다.

화웨이


◆ '기술 블랙홀' 중국, 우리 기업 비장의 무기는?

지난해 중국에서 출원된 특허 건수는 몇 개나 될까요? 특허전문가에게 물어보니 93만 건 정도라고 합니다. 미국이 57만 건이니까 미국보다 훨씬 많죠. 우리나라는 21만 건으로 중국의 23% 수준입니다. 중국의 특허출원이 이렇게 많은 건 창업을 장려해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 때문인데요. 지난해 중국의 창업 건수는 365만 건으로 공교롭게도 하루에 만 개 씩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엄청나죠. 창업으로 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짝퉁' 단속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홈페이지에는 최근 '지식재산권 전략 실시추진 계획'이 마련돼 시행에 들어갔다는 내용이 떠 있는데, 한 마디로 '짝퉁'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두고 중국이 결국 '짝퉁 국가' 이미지를 바꾼 뒤 '특허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능한 일이죠. 또 특허 업계에서는 중국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서 전 세계 특허를 사들이고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특허에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중국 밖에서 개발된 신기술까지 재빠르게 흡수해 제품화하고 있으니 중국은 그야말로 '기술 블랙홀'이라고 불러도 될 겁니다. 다행히 앞서 말한 벤처기업은 '포스터치' 시스템을 파는 것이고, 100여 건에 달하는 특허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시 제가 한 질문으로 돌아가보면 이 벤처기업 기술을 삼성과 LG가 제품에 적용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미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사 제품이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마지막 경우, 즉 '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장의 무기 말이죠. 그리고 더 나아가 몸과 머리가 가벼워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더 쉬운 중소기업, 벤처기업들과도 손을 잡고 '더, 더 혁신적인 기술'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여기엔 정부의 지원도 필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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