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못된’ 외손자…외할머니에게 강도짓

입력 2015.11.12 (08:32) 수정 2015.11.12 (09: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시골집 할머니가 대낮에 집에서 강도를 당했습니다.

그 전엔 장롱 속에 꽁꽁 감춰뒀던 돈을 도둑맞기도 했습니다.

범인을 붙잡고 보니, 할머니가 애지중지 키웠던 외손자였습니다.

범행을 위해 친구들에게 작전까지 짜 준 걸로 드러났는데요.

할머니는 부상을 입고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지만, 오로지 외손자 걱정뿐이었습니다.

외손자가 왜 이런 짓을 벌인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가평군의 한 시골마을입니다.

차량 한 대가 중앙선을 넘나들며 다급히 지나갑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번호판이 찍히는 것을 피할 의도로 (방범 CCTV) 카메라 앞에서는 중앙선을 넘어서 주행하는 방법을 택했고요."

운전자는 CCTV에 차량 번호판이 찍히지 않게 하려는 용의주도함을 보였습니다.

그 무렵, 112 상황실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할머니가 자기 혼자 집에 있는데 도둑이 들었다고 신고를 하셔서, 현장에 갔을 때 할머니가 바닥에 주저앉아계시고."

한적한 시골 마을, 노부부가 사는 평범한 집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

괴한들은 할아버지가 잠시 집을 비운 틈을 타 침입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난 마을 갔다 왔죠. (내가) 저 경운기 가지고 나갔는데, 나가자마자 그랬대. 그놈들이 여기 와 있던 모양이야."

혼자 강도를 맞닥뜨린 할머니는 돈을 훔쳐가려는 강도를 붙잡으려다 폭행을 당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말도 바로 못하고 덜덜 덜덜. 아이고 생전 처음인데요, 많이 놀랐죠."

처음엔 낯선 청년이 휴지를 빌려 달라며 할머니에게 접근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하얀 반팔티를 입은 청년이 안경을 썼는데 “휴지 좀 주세요.” 그래요. 휴지야 못 주겠소. 현관문을 닫고는 신발 벗고서 올라서는데 그냥 시커먼 것이 방에서 뛰어나오는데, 내 가방을 들었기에 팔 잡고서……"

할머니가 휴지를 갖다 주는 사이, 다른 괴한이 방안에 몰래 침입해 가방을 훔쳤던 겁니다.

거기엔 김장철을 앞두고, 젓갈을 사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받아놓은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새우젓 하고 젓국하고 사다먹어요. (마을 사람들이) 나더러 같이 주문해 달라고 돈 받아 놓은 것 있었어요. 돈이 60만 원이 좀 넘었죠."

할머니가 가방을 붙잡고 놓지 않자 괴한은 할머니를 폭행하고 가방 속의 금품만 꺼내 달아났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에서 수상한 차량 한 대를 포착했습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마을 주변에 CCTV가 한 대 있는데요, 마을 주민 차량 외의 한 대가 30분 이상 정차해 있고, 일반적인 주차방법하고는 다른 형태여서 그 차량을 용의차량으로 선정하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달아나던 바로 그 차량이었습니다.

차량 번호를 추적해 보니, 한 렌터카 회사에서 빌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렌터카 대여 당시 CCTV영상을 확보해서 피해자한테 보여드렸더니 당시 범인들이 착용하고 있던 옷과 모자와 동일하다."

영상에는 할머니에게 휴지를 빌려달라며 주위를 끈 청년과 가방을 훔쳐 나온 청년의 모습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3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이 청년은 다름 아닌 할머니의 외손자였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경찰서에서 사진을 찍어 와서 (보니까) 외손자가 있더라고요. 어휴. 외손자 사진 보여줄 때 놀랐죠. 이놈이 왜 이렇게 빠졌나……."

외손자가 할머니를 상대로 저지른 범행은 이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8월, 노부부는 어머니 상을 치르고 남은 부의금을 도둑 맞았습니다.

장롱 속에 깊이 감춰둔 3백만 원 가운데 백만 원이 없어졌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8월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조의금 들어온 것을 빚을 갚으러 가려다가 내일 가야지 그랬던 거예요. 가려고 보니 없어. (그날 외손자가 왔다 갔나요?) 왔다가 뭐 그냥 잘 줄 알았는데 밤에 가더라고."

강도 상해를 당하기 나흘 전에는 18그램짜리 금반지가 들어있는 할머니의 가방을 도난당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모두 외손자 김모 씨가 주동해 벌인 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생활비와 유흥비 마련을 위해 외가의 부의금을 노렸던 겁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처음에 부의금 가져갈 때는 단독 범행이었습니다. 3백만 원 중에 백만 원을 1차로 가져갔고, 10월 14일 친구들과 공모해서 돈을 가져가려 했는데 (부의금이 든) 가방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 금반지만 들어있는 가방을 갖고 나왔고요."

노부부는 두 번이나 도둑을 맞았는데도 신고를 할 수 없었습니다.

외손자가 의심받을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경찰에 신고는 안 하셨어요?) 안 했죠. 만약 가져갔더라도 내 손자가 가져간 것을 어떻게 신고해."

이런 외조부모의 마음도 모른 채, 외손자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노쇠한 할머니에게 물리력을 써도 좋다는 말까지 친구들에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친구들이 할머니한테 붙잡히면 어쩌느냐 발각되면 어떡하느냐 걱정하니까 외손자가 우리 할머니는 관절염이 심해서 못 쫓아오니까 만약에 쫓아오면 밀치고 나오면 되고, 할머니를 살해하지만 말고 가방 꼭 찾아가지고 와라."

이들이 모든 범행을 인정했지만, 정작 외할머니는 주범인 외손자가 나쁜 친구들 꾐에 빠진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갓난아기 때부터 5살까지 내가 키워줬어요. 얼마나 안타까운지 몰라요. 그 못된 놈들한테……. 착한 외손자를 왜 그리 끌어들여서 그 짓을 하는지 나는 우리 외손자를 빼줘야 해요."

경찰은 외손자 김 씨에 대해 강도치상 혐의를, 공범 2명에게는 여기에 특수절도 혐의까지 추가해 이들을 모두 구속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못된’ 외손자…외할머니에게 강도짓
    • 입력 2015-11-12 08:54:49
    • 수정2015-11-12 09:22:32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시골집 할머니가 대낮에 집에서 강도를 당했습니다.

그 전엔 장롱 속에 꽁꽁 감춰뒀던 돈을 도둑맞기도 했습니다.

범인을 붙잡고 보니, 할머니가 애지중지 키웠던 외손자였습니다.

범행을 위해 친구들에게 작전까지 짜 준 걸로 드러났는데요.

할머니는 부상을 입고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지만, 오로지 외손자 걱정뿐이었습니다.

외손자가 왜 이런 짓을 벌인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가평군의 한 시골마을입니다.

차량 한 대가 중앙선을 넘나들며 다급히 지나갑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번호판이 찍히는 것을 피할 의도로 (방범 CCTV) 카메라 앞에서는 중앙선을 넘어서 주행하는 방법을 택했고요."

운전자는 CCTV에 차량 번호판이 찍히지 않게 하려는 용의주도함을 보였습니다.

그 무렵, 112 상황실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옵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할머니가 자기 혼자 집에 있는데 도둑이 들었다고 신고를 하셔서, 현장에 갔을 때 할머니가 바닥에 주저앉아계시고."

한적한 시골 마을, 노부부가 사는 평범한 집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

괴한들은 할아버지가 잠시 집을 비운 틈을 타 침입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난 마을 갔다 왔죠. (내가) 저 경운기 가지고 나갔는데, 나가자마자 그랬대. 그놈들이 여기 와 있던 모양이야."

혼자 강도를 맞닥뜨린 할머니는 돈을 훔쳐가려는 강도를 붙잡으려다 폭행을 당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말도 바로 못하고 덜덜 덜덜. 아이고 생전 처음인데요, 많이 놀랐죠."

처음엔 낯선 청년이 휴지를 빌려 달라며 할머니에게 접근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하얀 반팔티를 입은 청년이 안경을 썼는데 “휴지 좀 주세요.” 그래요. 휴지야 못 주겠소. 현관문을 닫고는 신발 벗고서 올라서는데 그냥 시커먼 것이 방에서 뛰어나오는데, 내 가방을 들었기에 팔 잡고서……"

할머니가 휴지를 갖다 주는 사이, 다른 괴한이 방안에 몰래 침입해 가방을 훔쳤던 겁니다.

거기엔 김장철을 앞두고, 젓갈을 사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받아놓은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새우젓 하고 젓국하고 사다먹어요. (마을 사람들이) 나더러 같이 주문해 달라고 돈 받아 놓은 것 있었어요. 돈이 60만 원이 좀 넘었죠."

할머니가 가방을 붙잡고 놓지 않자 괴한은 할머니를 폭행하고 가방 속의 금품만 꺼내 달아났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에서 수상한 차량 한 대를 포착했습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마을 주변에 CCTV가 한 대 있는데요, 마을 주민 차량 외의 한 대가 30분 이상 정차해 있고, 일반적인 주차방법하고는 다른 형태여서 그 차량을 용의차량으로 선정하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달아나던 바로 그 차량이었습니다.

차량 번호를 추적해 보니, 한 렌터카 회사에서 빌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렌터카 대여 당시 CCTV영상을 확보해서 피해자한테 보여드렸더니 당시 범인들이 착용하고 있던 옷과 모자와 동일하다."

영상에는 할머니에게 휴지를 빌려달라며 주위를 끈 청년과 가방을 훔쳐 나온 청년의 모습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3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이 청년은 다름 아닌 할머니의 외손자였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경찰서에서 사진을 찍어 와서 (보니까) 외손자가 있더라고요. 어휴. 외손자 사진 보여줄 때 놀랐죠. 이놈이 왜 이렇게 빠졌나……."

외손자가 할머니를 상대로 저지른 범행은 이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8월, 노부부는 어머니 상을 치르고 남은 부의금을 도둑 맞았습니다.

장롱 속에 깊이 감춰둔 3백만 원 가운데 백만 원이 없어졌습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8월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조의금 들어온 것을 빚을 갚으러 가려다가 내일 가야지 그랬던 거예요. 가려고 보니 없어. (그날 외손자가 왔다 갔나요?) 왔다가 뭐 그냥 잘 줄 알았는데 밤에 가더라고."

강도 상해를 당하기 나흘 전에는 18그램짜리 금반지가 들어있는 할머니의 가방을 도난당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모두 외손자 김모 씨가 주동해 벌인 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생활비와 유흥비 마련을 위해 외가의 부의금을 노렸던 겁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처음에 부의금 가져갈 때는 단독 범행이었습니다. 3백만 원 중에 백만 원을 1차로 가져갔고, 10월 14일 친구들과 공모해서 돈을 가져가려 했는데 (부의금이 든) 가방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 금반지만 들어있는 가방을 갖고 나왔고요."

노부부는 두 번이나 도둑을 맞았는데도 신고를 할 수 없었습니다.

외손자가 의심받을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경찰에 신고는 안 하셨어요?) 안 했죠. 만약 가져갔더라도 내 손자가 가져간 것을 어떻게 신고해."

이런 외조부모의 마음도 모른 채, 외손자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노쇠한 할머니에게 물리력을 써도 좋다는 말까지 친구들에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호왕(경사/경기 가평경찰서 강력2팀) : "친구들이 할머니한테 붙잡히면 어쩌느냐 발각되면 어떡하느냐 걱정하니까 외손자가 우리 할머니는 관절염이 심해서 못 쫓아오니까 만약에 쫓아오면 밀치고 나오면 되고, 할머니를 살해하지만 말고 가방 꼭 찾아가지고 와라."

이들이 모든 범행을 인정했지만, 정작 외할머니는 주범인 외손자가 나쁜 친구들 꾐에 빠진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갓난아기 때부터 5살까지 내가 키워줬어요. 얼마나 안타까운지 몰라요. 그 못된 놈들한테……. 착한 외손자를 왜 그리 끌어들여서 그 짓을 하는지 나는 우리 외손자를 빼줘야 해요."

경찰은 외손자 김 씨에 대해 강도치상 혐의를, 공범 2명에게는 여기에 특수절도 혐의까지 추가해 이들을 모두 구속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