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엘니뇨의 선물 고래…공존의 길 찾기

입력 2015.11.21 (08:25) 수정 2015.11.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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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구에서 가장 큰 생물체, 고래입니다.

미국 서부 연안의 경우 이 고래가 올해에는 예년보다 훨씬 더 자주 출몰한다고 합니다.

엘니뇨 현상으로 바다 수온이 올라가 먹잇감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라네요.

고래가 많이 돌아와 좋기는 한데, 골치 아픈 문제들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돌아온 고래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현지에서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김성한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샌프란시스코의 상징물 금문교 아래를 지나 태평양으로 나갑니다.

검푸른 대양의 물결이 잠잠해지면서 이제 곧 고래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배 안이 술렁입니다.

<인터뷰> 자레드 데이비스(고래관광선 선장) :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혹등고래를 볼 기회를 많이 잡을 겁니다."

해안으로부터 2km 정도 떨어진 곳.

해상에서 분수를 뿜는 거대한 바다 생명체와 만납니다.

미국 서부 연안의 대표 고래 종인 혹등고래입니다.

다 큰 놈은 몸길이가 15m나 되는데, 멸치의 일종인 엔초비를 먹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 배는 계속해서 바닷새가 많이 있는 곳을 따라다녔습니다.

바닷새가 몰려있는 곳은 고래의 먹이가 되는 엔초비가 풍부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혹등고래 수십 마리가 바다사자, 바닷새와 함께 식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줄리아 사틀러(독일 관광객) : "고래를 처음으로 직접 봤는데요. 20마리 넘는 고래를 봐서 굉장히 기쁩니다. 운이 좋은 날이라 생각합니다."

고래 가운데서도 도약력이 가장 좋다는 혹등고래.

자신의 재능을 자랑이라도 하듯, 쉴 새 없이 수면 위로 솟구쳐 오릅니다.

날쌘돌이 돌고래는 순식간에 나타났다 이내 물속으로 사라집니다.

떼를 지어 몰려다닐 때면 장관이 펼쳐집니다.

<인터뷰> 조 차이데스(고래관광선 해설사) : "우리가 돌고래를 찾는 게 아니라 돌고래가 우리를 찾아옵니다. 굉장히 사교적이고 놀기 좋아해요. 배를 발견하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 위로 불쑥 솟구치는 점박이 범고래.

다른 고래와는 달리 육식을 하며 상어까지 잡아먹는 바닷속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갑자기 뛰어올라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을, 전문가들은 고래의 장난기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자로드 워드(고래 생물학자) : "어미 고래가 새끼와 함께 이동할 때는 보호하기 위해 위협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보통은 고래가 인간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올해 미국 서부 연안에선 유독 고래가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안의 수온이 높아져 고래의 먹잇감인 엔초비와 크릴 등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등고래는 알래스카 해역에 있다가 먹잇감을 따라 캘리포니아 연안으로 남하한 경우입니다.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엘니뇨 현상과 함께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의 수온도 예년보다 2도 정도나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의 고래 출현이 늘어나면서 갑자기 이런 해안가에 거대한 고래가 죽은 채로 혹은 심하게 다친 채로 밀려오는 경우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발견된 고래 사체는 보고된 것만 20건이 넘습니다.

예년의 2배 수준입니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사체를 처리하는 건 상당한 골칫거리입니다.

부패가 심해지면 가스가 차 내장이 한꺼번에 분출하기도 합니다.

내부가 썩기 전에 육상으로 옮겨 파묻기도 하고, 발견된 해안가에서 분해해 모래사장에 묻기도 합니다.

<인터뷰> 모 플레너리(박물관 학예연구사) : "고래가 해안가로 다가오기 때문에 죽으면 해변으로 밀려오는 것이겠죠. 아니면 바다로 밀려나 가라앉았을 텐데요."

사체로 발견된 고래에 대해서는 왜 죽었는지 분석이 시작됩니다.

모 플레너리 박사는 여러 차례 고래 사체를 분석했는데,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박물관에 전시한 범고래의 뼈,

갈비뼈에 금이 간 모습이 선명합니다.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받은 겁니다.

대형 선박과의 충돌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1998년부터 5년간 신고된 선박과 고래의 충돌은 모두 백 건 정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고 건수의 10배인 천여 건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자로드 워드(고래 생물학자) : "고래가 선박의 항로를 지나는 경우가 많아요. 선박이 최대 10노트로 움직이는데 고래가 재빨리 피하지 못하면 충돌하는 경우가 가끔 생깁니다. 고래에게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죠."

또, 그물 설치나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변화 등도 비정상적인 고래 죽음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수시로 대형 선박이 드나드는 샌프란시스코 만.

선박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고래 출현을 알려주는 휴대폰용 경고 앱까지 등장했습니다.

어선과 고래 관광선이 고래 위치를 수시로 보고해 줍니다.

<인터뷰> 제임 잔클(동물보호 민간단체) : "우리가 (고래 위치를) 배에 알려주면, 배는 조심해서 북쪽 항로로 접근하다가 남쪽으로 항로를 바꿔 고래와의 충돌을 피합니다."

고래 관광선 역시 고래와 거리를 90m 이상 유지하며 고래의 진행 방향을 가로막지 않습니다.

고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 고래가 직접 접근해 올 때뿐입니다.

이런 노력 때문에 미국 연안의 혹등고래는 개체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엘니뇨 현상에 따라 고래를 연안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크게 늘었습니다.

고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관광 방식,

여기에다 실시간 탐측으로 고래를 피해가도록 하면서 인간은 고래와 공존하는 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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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리포트] 엘니뇨의 선물 고래…공존의 길 찾기
    • 입력 2015-11-21 09:07:46
    • 수정2015-11-21 09:33:3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구에서 가장 큰 생물체, 고래입니다.

미국 서부 연안의 경우 이 고래가 올해에는 예년보다 훨씬 더 자주 출몰한다고 합니다.

엘니뇨 현상으로 바다 수온이 올라가 먹잇감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라네요.

고래가 많이 돌아와 좋기는 한데, 골치 아픈 문제들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돌아온 고래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현지에서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김성한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샌프란시스코의 상징물 금문교 아래를 지나 태평양으로 나갑니다.

검푸른 대양의 물결이 잠잠해지면서 이제 곧 고래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배 안이 술렁입니다.

<인터뷰> 자레드 데이비스(고래관광선 선장) :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혹등고래를 볼 기회를 많이 잡을 겁니다."

해안으로부터 2km 정도 떨어진 곳.

해상에서 분수를 뿜는 거대한 바다 생명체와 만납니다.

미국 서부 연안의 대표 고래 종인 혹등고래입니다.

다 큰 놈은 몸길이가 15m나 되는데, 멸치의 일종인 엔초비를 먹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 배는 계속해서 바닷새가 많이 있는 곳을 따라다녔습니다.

바닷새가 몰려있는 곳은 고래의 먹이가 되는 엔초비가 풍부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혹등고래 수십 마리가 바다사자, 바닷새와 함께 식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줄리아 사틀러(독일 관광객) : "고래를 처음으로 직접 봤는데요. 20마리 넘는 고래를 봐서 굉장히 기쁩니다. 운이 좋은 날이라 생각합니다."

고래 가운데서도 도약력이 가장 좋다는 혹등고래.

자신의 재능을 자랑이라도 하듯, 쉴 새 없이 수면 위로 솟구쳐 오릅니다.

날쌘돌이 돌고래는 순식간에 나타났다 이내 물속으로 사라집니다.

떼를 지어 몰려다닐 때면 장관이 펼쳐집니다.

<인터뷰> 조 차이데스(고래관광선 해설사) : "우리가 돌고래를 찾는 게 아니라 돌고래가 우리를 찾아옵니다. 굉장히 사교적이고 놀기 좋아해요. 배를 발견하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 위로 불쑥 솟구치는 점박이 범고래.

다른 고래와는 달리 육식을 하며 상어까지 잡아먹는 바닷속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갑자기 뛰어올라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을, 전문가들은 고래의 장난기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자로드 워드(고래 생물학자) : "어미 고래가 새끼와 함께 이동할 때는 보호하기 위해 위협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보통은 고래가 인간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올해 미국 서부 연안에선 유독 고래가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안의 수온이 높아져 고래의 먹잇감인 엔초비와 크릴 등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등고래는 알래스카 해역에 있다가 먹잇감을 따라 캘리포니아 연안으로 남하한 경우입니다.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엘니뇨 현상과 함께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의 수온도 예년보다 2도 정도나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의 고래 출현이 늘어나면서 갑자기 이런 해안가에 거대한 고래가 죽은 채로 혹은 심하게 다친 채로 밀려오는 경우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발견된 고래 사체는 보고된 것만 20건이 넘습니다.

예년의 2배 수준입니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사체를 처리하는 건 상당한 골칫거리입니다.

부패가 심해지면 가스가 차 내장이 한꺼번에 분출하기도 합니다.

내부가 썩기 전에 육상으로 옮겨 파묻기도 하고, 발견된 해안가에서 분해해 모래사장에 묻기도 합니다.

<인터뷰> 모 플레너리(박물관 학예연구사) : "고래가 해안가로 다가오기 때문에 죽으면 해변으로 밀려오는 것이겠죠. 아니면 바다로 밀려나 가라앉았을 텐데요."

사체로 발견된 고래에 대해서는 왜 죽었는지 분석이 시작됩니다.

모 플레너리 박사는 여러 차례 고래 사체를 분석했는데,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박물관에 전시한 범고래의 뼈,

갈비뼈에 금이 간 모습이 선명합니다.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받은 겁니다.

대형 선박과의 충돌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1998년부터 5년간 신고된 선박과 고래의 충돌은 모두 백 건 정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고 건수의 10배인 천여 건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자로드 워드(고래 생물학자) : "고래가 선박의 항로를 지나는 경우가 많아요. 선박이 최대 10노트로 움직이는데 고래가 재빨리 피하지 못하면 충돌하는 경우가 가끔 생깁니다. 고래에게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죠."

또, 그물 설치나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변화 등도 비정상적인 고래 죽음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수시로 대형 선박이 드나드는 샌프란시스코 만.

선박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고래 출현을 알려주는 휴대폰용 경고 앱까지 등장했습니다.

어선과 고래 관광선이 고래 위치를 수시로 보고해 줍니다.

<인터뷰> 제임 잔클(동물보호 민간단체) : "우리가 (고래 위치를) 배에 알려주면, 배는 조심해서 북쪽 항로로 접근하다가 남쪽으로 항로를 바꿔 고래와의 충돌을 피합니다."

고래 관광선 역시 고래와 거리를 90m 이상 유지하며 고래의 진행 방향을 가로막지 않습니다.

고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 고래가 직접 접근해 올 때뿐입니다.

이런 노력 때문에 미국 연안의 혹등고래는 개체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엘니뇨 현상에 따라 고래를 연안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크게 늘었습니다.

고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관광 방식,

여기에다 실시간 탐측으로 고래를 피해가도록 하면서 인간은 고래와 공존하는 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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