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악몽의 3박 4일’…제주공항 대응 능력도 마비

입력 2016.01.26 (21:09) 수정 2016.01.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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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제주 공항의 마비, 우선은 자연재해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초 원인이야 불가항력이라고 해도, 수천 명 승객들이 한겨울에 박스를 깔고 노숙하게 만드는 상황은 피할 수 없었을까요.

먼저 적나라하게 재난 대응 체계의 수준을 드러낸 제주공항의 사흘 간을 짚어봤습니다.

김가람 기자입니다.

▼ 제주공항 북새통 3박 4일 ▼

<리포트>

제주 공항 마비 첫 날, 결항편이 하나 둘 표시됩니다.

대합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결국 운항이 전면 중단됩니다.

승객들은 바닥에 종이상자를 깔고 날밤을 샙니다.

<인터뷰> 권호일(서울 동대문구) :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제주도는. 아주 고생 되게 심하게 한 것 같아요"

이틀째 공항은 대기번호 발급으로 더 북적이고, 편의점 식료품은 일찌감치 동났습니다.

<인터뷰> 정학현(충남 아산시) : "의료진 관련된 부분이 있으면 좋겠어요. 바닥이 너무 차갑다보니까 한기가 올라오면 애들 같은 경우 어려움이 있으니까"

늦은 오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가 하면 텐트까지 등장합니다.

<인터뷰> 손예진·서지우(대구 수성구) : "택시 한 시간에 여섯대씩 와요. 여섯대씩. 안내소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공항마비 사흘째, 봉사단체와 기업이 마련한 먹거리가 지원되고, 의료지원반도 운영됩니다.

운항이 재개되면서 대합실은 더 혼잡해지고, 사람들은 탑승 수속 전쟁을 치릅니다.

<인터뷰> 손소원(서울 용산구) : "어쩌다보니까 4박 5일 여행이 되어서 힘들기도 힘들었는데 제발 오늘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늘(26일)도 떠나지 못한 승객들은 공항에서 불편한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가람입니다.

▼ 제주공항,대응능력도 마비 ▼

<기자 멘트>

어제(25일) 저녁 제주를 빠져나온 아시아나 항공 승객이 받은 문자입니다.

출발 3시간 전인데, 30분 전까지 수속을 마쳐달라는 내용입니다.

예약변경시스템이라는 건데요.

결항이 되면 먼저 예약한 사람부터 정기편의 남은 좌석이나 임시편에 차례로 좌석을 배분하고 이렇게 안내까지 하는 겁니다.

지난 주말 제주도에서 육지로 뜨지 못한 국적 비행기는 모두 420대입니다.

이중 저가 항공사 비행기가 241대, 58%였습니다.

그런데 이 저가항공사 승객들, 안내 문자를 못 받았습니다.

예약 변경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순서가 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며, 노숙까지 해야 했습니다.

'묻지마 선착순'이라는 웃지 못할 말이 나온 이유입니다.

아직도 못 돌아오는 제주공항 승객들, 남아있는 승객들을 보면 갈수록 저가 항공사 승객 비중이 높아집니다.

대형 항공사들은 특별기를 동원해 승객들을 실어날랐지만 저가 항공사들은 증편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가 항공사의 대응만 낙제점인 건 아니었죠.

섬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기상문제로 관광객들이 고립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공항공사, 자치단체, 국토부 국민안전처까지 관련 기관은 많았지만 대응은 유기적이지 못했습니다.

어떤상황부터를 기상재난상황으로 볼지, 재난상황이라는 판단이 들면 각 기관별로 어떻게 대응할지 메뉴얼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김영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 제주 공항-저가 항공 대응 문제 ▼

<리포트>

제주 지역에 폭설이 예보된 건 지난 22일 금요일,

<녹취> KBS 뉴스9 기상뉴스 : "예상 적설량은 제주 산간에 10에서 40..."

32년 만의 최대 폭설은 여러차례 예고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공항 측엔 폭설 대응 메뉴얼 하나 없었습니다.

<인터뷰>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지사) : "매뉴얼이나 협약이 미리 돼 있으면 일이 딱 터졌는데 회의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바로 실행을 해야 되는데 이번에도 회의하다 보니까 시간을..."

태풍 대응매뉴얼이 있긴 했지만 최대 5백명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 이번처럼 3천여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재난상황에선 쓸모가 없었습니다.

국토교통부엔 특별기 편성을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습니다.

때문에, 아직도 2만 4천여 명이 제주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재난 컨트롤타워라는 국민안전처의 존재감도 거의 없었습니다.

서울에는 한파 경고 문자를 발송했지만 정작 폭설 정보가 필요한 지역에는 안내 문자가 없었습니다.

<녹취> 국민안전처 관계자 : "그 지점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는 국토부라고 봐야겠죠. 그래서 우리는 지자체에서 공항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의 어떤 불편사항들 그 다음에 모포도 우리가 4백장 내려주고..."

기상재해 가능성이 예상된 상황에서도 책임을 지고 상황을 통제하는 정부부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KBS 뉴스 김영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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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6 21:11:27
    • 수정2016-01-26 22:28:27
    뉴스 9
<앵커 멘트>

이번 제주 공항의 마비, 우선은 자연재해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초 원인이야 불가항력이라고 해도, 수천 명 승객들이 한겨울에 박스를 깔고 노숙하게 만드는 상황은 피할 수 없었을까요.

먼저 적나라하게 재난 대응 체계의 수준을 드러낸 제주공항의 사흘 간을 짚어봤습니다.

김가람 기자입니다.

▼ 제주공항 북새통 3박 4일 ▼

<리포트>

제주 공항 마비 첫 날, 결항편이 하나 둘 표시됩니다.

대합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결국 운항이 전면 중단됩니다.

승객들은 바닥에 종이상자를 깔고 날밤을 샙니다.

<인터뷰> 권호일(서울 동대문구) : "어디 갈 데가 없어요, 제주도는. 아주 고생 되게 심하게 한 것 같아요"

이틀째 공항은 대기번호 발급으로 더 북적이고, 편의점 식료품은 일찌감치 동났습니다.

<인터뷰> 정학현(충남 아산시) : "의료진 관련된 부분이 있으면 좋겠어요. 바닥이 너무 차갑다보니까 한기가 올라오면 애들 같은 경우 어려움이 있으니까"

늦은 오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가 하면 텐트까지 등장합니다.

<인터뷰> 손예진·서지우(대구 수성구) : "택시 한 시간에 여섯대씩 와요. 여섯대씩. 안내소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공항마비 사흘째, 봉사단체와 기업이 마련한 먹거리가 지원되고, 의료지원반도 운영됩니다.

운항이 재개되면서 대합실은 더 혼잡해지고, 사람들은 탑승 수속 전쟁을 치릅니다.

<인터뷰> 손소원(서울 용산구) : "어쩌다보니까 4박 5일 여행이 되어서 힘들기도 힘들었는데 제발 오늘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늘(26일)도 떠나지 못한 승객들은 공항에서 불편한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가람입니다.

▼ 제주공항,대응능력도 마비 ▼

<기자 멘트>

어제(25일) 저녁 제주를 빠져나온 아시아나 항공 승객이 받은 문자입니다.

출발 3시간 전인데, 30분 전까지 수속을 마쳐달라는 내용입니다.

예약변경시스템이라는 건데요.

결항이 되면 먼저 예약한 사람부터 정기편의 남은 좌석이나 임시편에 차례로 좌석을 배분하고 이렇게 안내까지 하는 겁니다.

지난 주말 제주도에서 육지로 뜨지 못한 국적 비행기는 모두 420대입니다.

이중 저가 항공사 비행기가 241대, 58%였습니다.

그런데 이 저가항공사 승객들, 안내 문자를 못 받았습니다.

예약 변경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순서가 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며, 노숙까지 해야 했습니다.

'묻지마 선착순'이라는 웃지 못할 말이 나온 이유입니다.

아직도 못 돌아오는 제주공항 승객들, 남아있는 승객들을 보면 갈수록 저가 항공사 승객 비중이 높아집니다.

대형 항공사들은 특별기를 동원해 승객들을 실어날랐지만 저가 항공사들은 증편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가 항공사의 대응만 낙제점인 건 아니었죠.

섬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기상문제로 관광객들이 고립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공항공사, 자치단체, 국토부 국민안전처까지 관련 기관은 많았지만 대응은 유기적이지 못했습니다.

어떤상황부터를 기상재난상황으로 볼지, 재난상황이라는 판단이 들면 각 기관별로 어떻게 대응할지 메뉴얼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김영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 제주 공항-저가 항공 대응 문제 ▼

<리포트>

제주 지역에 폭설이 예보된 건 지난 22일 금요일,

<녹취> KBS 뉴스9 기상뉴스 : "예상 적설량은 제주 산간에 10에서 40..."

32년 만의 최대 폭설은 여러차례 예고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공항 측엔 폭설 대응 메뉴얼 하나 없었습니다.

<인터뷰> 원희룡(제주특별자치도지사) : "매뉴얼이나 협약이 미리 돼 있으면 일이 딱 터졌는데 회의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바로 실행을 해야 되는데 이번에도 회의하다 보니까 시간을..."

태풍 대응매뉴얼이 있긴 했지만 최대 5백명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 이번처럼 3천여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재난상황에선 쓸모가 없었습니다.

국토교통부엔 특별기 편성을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습니다.

때문에, 아직도 2만 4천여 명이 제주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재난 컨트롤타워라는 국민안전처의 존재감도 거의 없었습니다.

서울에는 한파 경고 문자를 발송했지만 정작 폭설 정보가 필요한 지역에는 안내 문자가 없었습니다.

<녹취> 국민안전처 관계자 : "그 지점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는 국토부라고 봐야겠죠. 그래서 우리는 지자체에서 공항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의 어떤 불편사항들 그 다음에 모포도 우리가 4백장 내려주고..."

기상재해 가능성이 예상된 상황에서도 책임을 지고 상황을 통제하는 정부부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KBS 뉴스 김영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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