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곳 없는 화물차, 대형사고 위험

입력 2002.05.22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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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형 화물차들이 교통사고를 냈을 때 운전자들의 졸음운전이 그 원인으로 많이 지적됩니다.
그러나 운전자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고속도로에는 이들이 쉬고 싶어도 쉴 만한 곳이 없다고 합니다.
최영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1톤 화물차가 차량 두 대를 잇따라 들이받고 길옆 5m 아래로 굴렀습니다.
2명이 사망한 이 사고의 원인은 갓길에 주차된 차량을 미처 보지 못한 졸음운전이었습니다.
밤시간 고속도로는 화물차들로 가득찹니다.
휴게소에 들어서지만 주차관리원의 제지를 받습니다.
⊙주차관리원: 저쪽에 좀 대주세요. 저 뒤에 대주세요.
⊙화물차 운전자: 차 댈 곳이 없는데요.
⊙주차관리원: 그래도 좀 빼줘야지.
⊙기자: 화물차 휴게소조차 버스 우선이고, 화물차는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승객들이 많아 휴게소 영업에 도움이 되는 버스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화물차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됐던 간이정유소도 폐쇄된 곳이 늘었습니다.
때문에 화물차들은 좁은 안전지대로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휴게소에서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일부 화물차들이 휴게소 밖의 갓길에까지 차를 세우고 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 피곤하다보니까 갓길에 대놓고라도 자야지, 안 그러면 졸음운전으로 대형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기자: 급기야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은 단체로 준법운행에 나섰습니다.
고속도로 최저 주행속도인 50에서 60km로 달리고 단체로 휴게소를 점령해 휴게소 횡포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함백주(화물차 운전자): 휴게소에 들어와 가지고 휴식을 취할 수가 없습니다.
휴식을 취하게 되면 주차를 해 놓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휴게소 관리자분들이 나와서 차를 빼라고 그럽니다. 그러면 저희들이 어디 가서 휴식을 취하라는 소리입니까?
⊙기자: 실제로 취재진은 한 시민단체와 함께 쉬지 않고 운전해야 하는 화물차 운전자의 피로도를 조사해 봤습니다.
출발 전 한 화물차 운전자의 시각피로도는 33단계였던 것이 4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운전을 한 뒤에는 5단계나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음주상태나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신용균(박사/교통과학연구원): 전방에 들어오는 정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야간 운전시에는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지난해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화물차 교통사고는 1500여 건으로 8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났습니다.
사고의 4분의 1이 졸음운전 때문으로 나타나 화물차 운전자가 적당한 휴식만 취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습니다.
KBS뉴스 최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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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쉴 곳 없는 화물차, 대형사고 위험
    • 입력 2002-05-22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대형 화물차들이 교통사고를 냈을 때 운전자들의 졸음운전이 그 원인으로 많이 지적됩니다. 그러나 운전자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고속도로에는 이들이 쉬고 싶어도 쉴 만한 곳이 없다고 합니다. 최영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1톤 화물차가 차량 두 대를 잇따라 들이받고 길옆 5m 아래로 굴렀습니다. 2명이 사망한 이 사고의 원인은 갓길에 주차된 차량을 미처 보지 못한 졸음운전이었습니다. 밤시간 고속도로는 화물차들로 가득찹니다. 휴게소에 들어서지만 주차관리원의 제지를 받습니다. ⊙주차관리원: 저쪽에 좀 대주세요. 저 뒤에 대주세요. ⊙화물차 운전자: 차 댈 곳이 없는데요. ⊙주차관리원: 그래도 좀 빼줘야지. ⊙기자: 화물차 휴게소조차 버스 우선이고, 화물차는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승객들이 많아 휴게소 영업에 도움이 되는 버스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화물차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됐던 간이정유소도 폐쇄된 곳이 늘었습니다. 때문에 화물차들은 좁은 안전지대로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휴게소에서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일부 화물차들이 휴게소 밖의 갓길에까지 차를 세우고 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 피곤하다보니까 갓길에 대놓고라도 자야지, 안 그러면 졸음운전으로 대형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기자: 급기야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은 단체로 준법운행에 나섰습니다. 고속도로 최저 주행속도인 50에서 60km로 달리고 단체로 휴게소를 점령해 휴게소 횡포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함백주(화물차 운전자): 휴게소에 들어와 가지고 휴식을 취할 수가 없습니다. 휴식을 취하게 되면 주차를 해 놓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휴게소 관리자분들이 나와서 차를 빼라고 그럽니다. 그러면 저희들이 어디 가서 휴식을 취하라는 소리입니까? ⊙기자: 실제로 취재진은 한 시민단체와 함께 쉬지 않고 운전해야 하는 화물차 운전자의 피로도를 조사해 봤습니다. 출발 전 한 화물차 운전자의 시각피로도는 33단계였던 것이 4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운전을 한 뒤에는 5단계나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음주상태나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신용균(박사/교통과학연구원): 전방에 들어오는 정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야간 운전시에는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지난해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화물차 교통사고는 1500여 건으로 8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났습니다. 사고의 4분의 1이 졸음운전 때문으로 나타나 화물차 운전자가 적당한 휴식만 취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습니다. KBS뉴스 최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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