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7남매가 초등학교조차 가 보지 못한 이유는?

입력 2016.04.12 (08:32) 수정 2016.04.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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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집 안에 갇혀 부모의 학대 속에 숨진 아이들이 연이어 발견됐죠.

이 때문에 뒤늦게 정부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동들을 전수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한 수상한 대가족이 포착됐습니다.

자녀가 10명이나 되는 대가족이었는데, 아이들 가운데 무려 7명이 태어나서 초등학교조차 가보지 못한 겁니다.

이 중 4명은 길게는 17년 동안이나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또, 부모는 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걸까요.

의문 가득한 한 대가족의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상주하는 교육복지사 A씨.

지난달 25일 학교 부 교재비와 학용품 비를 지원받는 교육급여 대상자 명단을 확인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급여 대상자 명단과 학적부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학적부에 없는 두 아이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녹취> 초등학교 교육 복지사(음성변조) : “저희가 교육 급여 대상자 확인하는 과정에서 학적이 없는 아이가 두 명이 보였어요.”

교육급여를 받으면서도 의무교육 과정인 초등학교엔 다니지 않는 의문투성이인 2명의 아이.

교육 복지사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보호자 이름을 확인했는데 해당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남매 부모와 이름이 같았습니다.

아이 두 명은 학교에 다니고 두 명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상황.

교육 복지사는 직접 아이들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한 허름한 연립주택 단칸방 안에서 만난 아이들의 어머니는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녹취> 초등학교 교육 복지사(음성변조) : “왜 아이들을 학교를 안 보내셨어요? 이 나이가 되도록.”그랬더니“출생 신고한 지가 얼마 안 되었다.”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의문 속 두 아이는 집에만 있고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초등학교 교육 복지사(음성변조) : “애들이 열 명 나왔고 그중에서 학교 안 다닌 부분에 관해서도 설명하셨고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고 하셨어요.)”

44살 조 모 씨 부부의 자녀는 무려 10남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건 아홉째와 막내로, 의문 속 두 아이는 일곱째와 여덟째였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은 건 일곱째와 여덟째만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25살인 둘째부터 12살인 여덟째까지 무려 7남매가 초등학교에 취학조차 하지 않았던 겁니다.

더욱이 다섯째 부터 여덟째까지는 지난해서야 뒤늦게 출생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이들 4명이 많게는 18년 가까이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유령 같은 삶을 살아온 겁니다.

아동 학대 소식이 잇따르던 차에 전해진 소식.

또 다른 형태의 학대는 아닐까?

의심과 우려가 이어졌고, 곧 합동 조사팀의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우려는 기우에 그쳤습니다.

<녹취> 광주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애들 다 건강했고요. 아동 학대 정황은 없고 건강하고 밝고 그 가족들끼리는 잘 지냈더라고요.”

중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첫째가 동생들을 가르쳤고, 첫째에게서 공부를 배운 동생들은 더 어린 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성인이 된 자식들이 생활비를 보탰고 어머니가 식당일을 해서 생계를 꾸렸습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다는 가족.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이제껏 공교육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유령같이 살아온 걸까?

이야기는 IMF 무렵인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조 씨 부부는 사채를 빌려 식당을 개업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초등학교 교육 복지사(음성변조) : “생각보다 식당 운영도 어렵고 그러다가 가게가 안 돼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사채는 불어나고 눈덩이처럼 그래서 여기저기 도망 다니는 그런 처지에 놓였던 것 같아요.”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을 하며 지내던 가족, 그러던 사이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났습니다.

<녹취> 광주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주소가 나오거나 학적부에 애들이 나오면 빚을 독촉을 받게 되잖아요. 그런 경우 때문에 계속 못 했던 거더라고요.”

도피생활이 끝난 건 2006년.

현재 집으로 이사를 오며 조 씨 부부는 빚을 갚고 정착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당시 태어난 아홉째와 열째는 학교에 보낼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나머지 아이들은 학교에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찾아내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였어야 할 행정당국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한 걸까.

조 씨 가족이 2008년부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 시작하면서 해마다 가정 조사가 이뤄졌지만, 행정 당국은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의 존재를 까맣게 몰랐습니다.

<녹취>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수급자 신청을 하게 되면 저희가 한 번 방문해요. 애들 이 집에 갔을 때 없으면 학교 갔는가보다 그런잖아요. 본인들이 신청하면 저희는 그대로 믿으니까.”

작년 4월에는 4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출생 신고한 이상한 상황에서도 단지 과태료 20만 원만 부과한 게 끝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신고가 늦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녹취>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요즘 같은 때는 아동학대가 이슈가 되고 그러니까 굉장히 민감하고 그럴 텐데 작년에 그냥 출생신고만받고 넘어가서 그거는 좀 놓친 부분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봉주(교수/서울대학교 사회복학과) : “부모가 등록하지 않으면 신고를 하지 않으면 출생에 따른 사실조차 누락될 수 있는 체제이고요. 그래서 그게 큰 사각지대이고 주위에서 이와 관련된 학교라든지 보건소라든지 병원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이런 어떤 문제가 있는 친구가 있으면 하루 빨리 서로 알려서 이런 문제를 사전에 미리 예방하고 바로잡는 이런 대책이 필요합니다.”

가족의 딱한 사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다시금 무겁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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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7남매가 초등학교조차 가 보지 못한 이유는?
    • 입력 2016-04-12 08:33:19
    • 수정2016-04-12 09: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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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집 안에 갇혀 부모의 학대 속에 숨진 아이들이 연이어 발견됐죠.

이 때문에 뒤늦게 정부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동들을 전수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광주에서 한 수상한 대가족이 포착됐습니다.

자녀가 10명이나 되는 대가족이었는데, 아이들 가운데 무려 7명이 태어나서 초등학교조차 가보지 못한 겁니다.

이 중 4명은 길게는 17년 동안이나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또, 부모는 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걸까요.

의문 가득한 한 대가족의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상주하는 교육복지사 A씨.

지난달 25일 학교 부 교재비와 학용품 비를 지원받는 교육급여 대상자 명단을 확인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급여 대상자 명단과 학적부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학적부에 없는 두 아이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녹취> 초등학교 교육 복지사(음성변조) : “저희가 교육 급여 대상자 확인하는 과정에서 학적이 없는 아이가 두 명이 보였어요.”

교육급여를 받으면서도 의무교육 과정인 초등학교엔 다니지 않는 의문투성이인 2명의 아이.

교육 복지사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보호자 이름을 확인했는데 해당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남매 부모와 이름이 같았습니다.

아이 두 명은 학교에 다니고 두 명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상황.

교육 복지사는 직접 아이들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한 허름한 연립주택 단칸방 안에서 만난 아이들의 어머니는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녹취> 초등학교 교육 복지사(음성변조) : “왜 아이들을 학교를 안 보내셨어요? 이 나이가 되도록.”그랬더니“출생 신고한 지가 얼마 안 되었다.”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의문 속 두 아이는 집에만 있고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초등학교 교육 복지사(음성변조) : “애들이 열 명 나왔고 그중에서 학교 안 다닌 부분에 관해서도 설명하셨고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고 하셨어요.)”

44살 조 모 씨 부부의 자녀는 무려 10남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건 아홉째와 막내로, 의문 속 두 아이는 일곱째와 여덟째였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은 건 일곱째와 여덟째만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25살인 둘째부터 12살인 여덟째까지 무려 7남매가 초등학교에 취학조차 하지 않았던 겁니다.

더욱이 다섯째 부터 여덟째까지는 지난해서야 뒤늦게 출생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이들 4명이 많게는 18년 가까이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유령 같은 삶을 살아온 겁니다.

아동 학대 소식이 잇따르던 차에 전해진 소식.

또 다른 형태의 학대는 아닐까?

의심과 우려가 이어졌고, 곧 합동 조사팀의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우려는 기우에 그쳤습니다.

<녹취> 광주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애들 다 건강했고요. 아동 학대 정황은 없고 건강하고 밝고 그 가족들끼리는 잘 지냈더라고요.”

중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첫째가 동생들을 가르쳤고, 첫째에게서 공부를 배운 동생들은 더 어린 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성인이 된 자식들이 생활비를 보탰고 어머니가 식당일을 해서 생계를 꾸렸습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다는 가족.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이제껏 공교육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유령같이 살아온 걸까?

이야기는 IMF 무렵인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조 씨 부부는 사채를 빌려 식당을 개업했다고 하는데요.

<녹취> 초등학교 교육 복지사(음성변조) : “생각보다 식당 운영도 어렵고 그러다가 가게가 안 돼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사채는 불어나고 눈덩이처럼 그래서 여기저기 도망 다니는 그런 처지에 놓였던 것 같아요.”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을 하며 지내던 가족, 그러던 사이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났습니다.

<녹취> 광주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주소가 나오거나 학적부에 애들이 나오면 빚을 독촉을 받게 되잖아요. 그런 경우 때문에 계속 못 했던 거더라고요.”

도피생활이 끝난 건 2006년.

현재 집으로 이사를 오며 조 씨 부부는 빚을 갚고 정착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당시 태어난 아홉째와 열째는 학교에 보낼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나머지 아이들은 학교에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찾아내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였어야 할 행정당국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한 걸까.

조 씨 가족이 2008년부터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 시작하면서 해마다 가정 조사가 이뤄졌지만, 행정 당국은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의 존재를 까맣게 몰랐습니다.

<녹취>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수급자 신청을 하게 되면 저희가 한 번 방문해요. 애들 이 집에 갔을 때 없으면 학교 갔는가보다 그런잖아요. 본인들이 신청하면 저희는 그대로 믿으니까.”

작년 4월에는 4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출생 신고한 이상한 상황에서도 단지 과태료 20만 원만 부과한 게 끝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신고가 늦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녹취> 주민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요즘 같은 때는 아동학대가 이슈가 되고 그러니까 굉장히 민감하고 그럴 텐데 작년에 그냥 출생신고만받고 넘어가서 그거는 좀 놓친 부분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봉주(교수/서울대학교 사회복학과) : “부모가 등록하지 않으면 신고를 하지 않으면 출생에 따른 사실조차 누락될 수 있는 체제이고요. 그래서 그게 큰 사각지대이고 주위에서 이와 관련된 학교라든지 보건소라든지 병원이라든지 이런 곳에서 이런 어떤 문제가 있는 친구가 있으면 하루 빨리 서로 알려서 이런 문제를 사전에 미리 예방하고 바로잡는 이런 대책이 필요합니다.”

가족의 딱한 사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다시금 무겁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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