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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치인이 꼭 봐야할 영화 5선
입력 2016.04.12 (21:01) 수정 2016.04.14 (11:19) 무비부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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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꼭 봐야 할 영화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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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아나운서: 오늘 무비부비에서는 20대 총선을 맞이해서 특집 방송을 마련했습니다. 이름하여 정치인들이 꼭 봐야 할 영화 5편을 준비해봤는데요. 민감할 수도 있는 주제의 영화, 심사위원은 영화계의 거대 야당을 꿈꾸는 최광희 평론가입니다. 어서 오세요.

최광희 영화평론가: 네, 군소야당 추가입니다.

강승화: 시청자 여러분이 오해하실까 봐 그러는데, 오늘 제 옷 색깔은 특정 정당과 관계가 없습니다.

최광희: 알고 있어요~

강승화: 오늘 정치인들이 봐야 할 영화 다섯 편을 뽑으셨는데, 엄격한 심사 기준을 말씀해주시죠.

최광희: 우리나라의 정치를 이끌어나갈 분들이 봤을 때 타산지석이 될 만한, 닮지 말아야 할 정치인이 나오는 영화와 닮아야 할 정치인이 나오는 작품을 골라봤습니다.

화려한 언변으로 재기를 노리는 
정치공작의 주역  <프로스트 VS 닉슨>

강승화: 지금부터 차례대로 영화를 발표해 보겠습니다. 최광희 평론가가 뽑은 정치인들이 봐야 할 영화 5편 중에 첫번째 영화는 뭔가요?

최광희: 지난 2009년에 나왔던 작품입니다. <프로스트 VS 닉슨(Frost/Nixon)>이라고 하는 작품입니다.

강승화: 이 영화가 사임한 대통령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그리고 예능 MC죠, 프로스트(Frost). 두 사람의 땀을 쥐는 토크쇼를 다룬 영화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재밌었던 기억이 나요.

최광희: 닉슨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재임 중 사임한 대통령이죠. 굉장히 불명예 퇴진을 한 거예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민주당의 선거 사무실을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게 발각됐잖아요.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Case)이라고 굉장히 유명한 사건이죠.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뒤에 프로스트라고 하는, 영리한 방송 저널리스트죠. 그 사람이 인터뷰를 시도하죠.
과오를 인정하게 하려고 하는 프로스트와 그것을 계속 능구렁이처럼 가리는 닉슨의 노회한 정치적 술수가 충돌을 일으키는 상황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펼쳐집니다. 권력에 눈이 먼 나머지 꼼수를 부리는 거잖아요.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거잖아요. 어쨌든 그래서 닉슨 같은 정치인은 되지 말자는 면에서 <프로스트 VS 닉슨>이라는 작품을 첫 번째로 꼽아봤습니다.

강승화: 알겠습니다. 첫 번째 영화는 <프로스트 VS 닉슨>이었고요. 이어서 최광희 평론가가 뽑은 두 번째 영화는 뭔가요.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의 추악한 이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최광희: 역시 2009년에 나왔던 영화죠.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라고 하는 작품이 되겠습니다.

강승화: 정치인의 음모와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이고, 영화가 전개될수록 정치계의 비리가 요만할 줄 알았더니 이만하게 밝혀지고요.

최광희: 주인공이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고 미남 기자입니다. 살인 사건 취재를 하게 되는데요. 기차역에서 우연히 죽게 된 그 여성은, 자신의 친구이자 하원의원인-벤 애플렉(Ben Affleck)이 그 역할을 맡았는데- 그 하원의원의 보좌관이자 애인이에요. 배후를 캐가다 보니까 그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고 사실상 벤 애플렉이 맡은 하원 의원이 거대한 방위산업체의 이권과 결탁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여기서 나오는 벤 애플렉이 맡은 하원의원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진실을 숨기고 힘센 거대 방위산업체와 결탁도 서슴지 않는 그런 파렴치한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을 하죠. 우리 정치계에서는 이런 인물들이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권력이잖아요. 권력을 쥐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파리떼처럼 자기 이권을 챙기기 위해서 숟가락을 얹으려는 사람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들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들을 더는 보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에서 이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뽑아봤습니다.

강승화: 최광희 평론가는 그런 높은 자리에 갔을 때 지금 평론가로서의 날카로움과 객관성 소신 같은 거 지킬 수 있습니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최광희: 지킬 수가 없으니까 안 하잖아요.(웃음)

강승화: 두 번째 영화까지 봤고요. 세 번째 영화도 소개해주시죠.

언론, 재벌과 결탁한 정치 권력 <내부자들>

최광희: 세 번째 영화는 우리 영화입니다. 우리 영화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죠. <내부자들>이란 영화죠. 이경영 씨가 연기한 ‘장필우’라는 분이 유력 대선 후보로 나오죠. 근데 이 사람은 결국은 한쪽에는 언론, 한쪽에는 재벌 양쪽에 결탁 세력들이 있는 거죠. 삼각 카르텔을 만들어서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려고 하는 인물이에요.
중요한 건 뭐냐면 이 영화를 보면서 ‘저런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 ‘얼토당토않은 설정이다’라고 사람들이 생각했다면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서 900만 명 이상의 흥행을 했을까요?

강승화: 아, 그래요?

최광희: 이 영화가 그만큼의 설득력으로 광범위한 흥행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의 ‘장필우’라는 의원을 닮지 말라고 정치인들에게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지금 국민의 정서가 이렇다는 것을 이 영화의 흥행이 입증하고 있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내부자들>의 ‘장필우’ 의원 같은 사람들이 지금 저 국회에 수두룩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건 우리 정치인들이 정말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라는 거죠.

강승화: 그분들이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하면서 차분하게 국민을 좀 잘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지금 세 개 정도를 봤는데, 다 좀 부정적이고 정치인들이 혀를 끌끌 차게 만드는 인물들만 나왔어요. 긍정적인 영화는 없습니까?

최광희: 긍정적인 영화도 있죠.

강승화: 있습니까? 소개해주시죠.

협상과 설득, 이것이 정치다 <링컨>


최광희: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통령이죠.

강승화: 알고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최광희: 조지 워싱턴은 초대 대통령이고, 그분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강승화: 그럼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최광희: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노예 해방을 이끌어낸 주역이잖아요. 링컨 대통령이 남북 전쟁 와중에서 노예 해방을 위해서, 헌법을 수정하기 위해서 그것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 집중해나가는 영화입니다. 연기파의 대명사인 다니엘 데이루이스(Daniel Day-Lewis)가 구부정한 링컨 대통령을 정말 훌륭하게 묘사한 작품이죠.
이 영화는 링컨 대통령이 하원의원들을 설득시켜나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링컨이 협상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면 ‘이 사람은 정말 정치인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무슨 얘기냐면, 끝까지 설득해요. 그리고 이 사람에게 협박이 필요하다면 협박을 가하고, 이 사람에게는 당근이 필요하다면 당근을 줘요. 결국은 정치란 협상이다. 협상이라는 것은 대의를 위해서 합쳐나가는 과정이거든요. 링컨이라고 하는 사람이 단지 ‘노예들을 해방했다’라고 하는 업적에서 평가될 것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도 상당히 협상이라고 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엄청난 실력자였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가 있죠.

강승화: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참, 우리 여당도 그렇고 야당도 그렇고 협상이 안 되가지고 얼마나 시끄러웠습니까.

최광희: 그게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은 저는 첫번째는 도덕성, 두번째는 비전, 세번째는 전술이에요. 협상의 전술이에요. 협상하는 과정에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 것을 <링컨(Lincoln)>이라고 하는 영화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하는 링컨 대통령이 아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민의 삶을 아는 천민 출신의 왕 <광해, 왕이 된 남자>

강승화: 특집 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는 무비부비가 뽑은 정치인이 봐야 할 영화 5편 중에 마지막 영화는 무엇인가요?

최광희: 우리나라 영화입니다. 사극인데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꼽아봤습니다. 사실 광해군이 우리가 닮아야 할 정치인이라고 말씀드리고자 이 영화를 꼽은 게 아니고요. 허구죠. 가짜 왕 ‘하선’. 그 사람이 왕을 대신해서 조정대신들과 얘기를 나누는 걸 보세요. 진짜 왕보다 더 왕 같아요. 마인드 자체가 백성을 생각하는 왕의 모습이에요. 그러니까 선정을 베푸는 군주의 카리스마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천민 출신인 가짜 왕 ‘하선’에게서 나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 2012년 대선 전이었거든요. 그때 당시에 많은 분이 우리 사회가 바라는 리더의 이상향이랄까요. 그런 리더에 대한 열망을 이 영화의 ‘하선’에게 투영을 했단 말이에요. 그게 뭘까요?

강승화: 소탈함?

최광희: 서민성이죠. 고통 받는 백성의 신음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알고 있는 사람인 거예요.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바로 서민을 말로만 앞세우는, 그러나 서민에게 등지는 그런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는 영화다.

강승화: 지금까지 저희가 <프로스트 vs 닉슨>부터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살펴봤습니다. 아무쪼록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사명감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은 정치를 잘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투표하러 가셔야죠?

최광희: 네, 꼭 투표하겠습니다.

강승화: 몇 번?

최광희: 비밀투표의 원칙인데 뭘 물어봐.

강승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봐야할 영화 다섯 편에 대해서 꼽아봤습니다.

까칠한 시선까칠한 시선
예술 영화, 독립 영화 말고 다양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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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영화평론가

여러분 혹시 다양성 영화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어떤 영화가 ‘다양성 영화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보도는 한두 번쯤 접해보셨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다양성 영화라는 게 뭘까요? 우리나라에서 다양성 영화를 보는 것과 외국에서 다양성 영화라고 하는 그 개념이 조금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도대체 뭐가 다양성 영화인지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하는 다양성 영화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의 매표집계 데이터를 모아서 이른바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이라는 걸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통합전산망 페이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요. 특별한 메뉴가 보입니다. ‘다양성’이라고 쓰여 있죠. 이 메뉴를 클릭하면 다양성 영화, 일일 박스오피스(Box Office)와 주말 박스오피스라고 뜹니다. 아니 극장에 내걸리면 어차피 다 개봉작인데, 도대체 어떤 연유로 어떤 영화들을 따로 다양성 박스오피스로 분류해서 흥행성적을 발표하고 있는 걸까요?

극장에 내걸리는 국내외 예술 영화나 독립 영화 가운데 영화 진흥위원회가 다양성 영화로 인정한 영화들이 이렇게 따로 분류되는데요. 그런데 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라는 말을 놔두고 굳이 다양성 영화라는 말을 쓸까요? 물론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라는 표현이 대중에게 조금 거리감이 있으니까 다양성 영화로 부르자 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자, 그런데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과연 적절한가?’ 여기에 의문을 품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의 다양성 영화란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담은 영화'

실제로 다양성 영화라는 말은 외국에서 다른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는데요. 이런 영화가 도대체 뭔지를 가늠하는 좋은 예가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주의 피드먼트 다양성 위원회(Piedmont Appreciating Diversity Committee)라는 곳이 1997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이른바 다양성 영화 시리즈(Diversity Film Series)입니다. 나이, 계급, 장애, 교육, 성별과 인종, 종교 등에 의한 차별에 반대하고, 인류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문제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다양성 영화제(Los Angeles Diversity Film Festival)는 장애와 인종, 사회 다양성이 영화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영화 상영을 통해서 경험해보는 행사입니다.

이렇게 외국에서는요.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말 그대로 ‘인간의 다양한 문화와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를 담은 영화’를 일컫는 표현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일컫는 말로 변질한 거죠. 그 개념도 모호한 다양성 영화라는 말보다 차라리 독립영화, 예술영화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굳이 피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다양성 영화라는 말로 따로 분류해서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프로 스포츠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따로 있는 것처럼 영화 시장을 딱 잘라서 구분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분 혹시 게토(ghetto)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유럽에서 유대인들을 강제로 격리수용했던 곳을 말하는데요. 작은 영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것을 다양성 영화로 묶어놓은 것, 그들 영화를 게토로 강제수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강승화의 다락 영화방강승화의 다락 영화방
남루한 삶에 꽃이 피는 그 순간...'스틸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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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고단한 현실 때문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신 분 계십니까. 그럼에도 저희가 살아가는 이유는 희망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동정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내용의 영화, <스틸 플라워(Steel flower)>에 대해서 오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박석영 감독 그리고 정하담 배우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강승화: <스틸 플라워>를 제가 보고 조사하다 보니까 어우. 상복이 많은 영화더라고요. 서울독립영화제, 피렌체 한국 영화제 대상을 받았고요. 그리고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상!

박석영: 하담이가 탄 게 더 훌륭한 상이었던 거 같아요.

강승화: 어떤 상을?

정하담: 저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탔어요.

박석영: 연기상이죠. 너무 감사한 상이었어요.

도시를 떠도는 소녀의 삶

강승화: 영화 얘기 좀 해볼게요. 영화를 딱 보면 일단 저 같은 경우는 관객으로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면 ‘하담’에 대한 배경 설명도 없이 그냥 영화가 시작되고, 모호한 설정이 많았는데 혹시 어떤 의도로 이렇게 영화를 시작하게 하셨는지요?

박석영: 이 친구가 현재적으로 보이는, 그냥 캐리어를 끌고 다니고 직장을 얻으려고 하는 그런 어떤 사람을 목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얘는 왜 연락할 사람이 하나도 없지?’ 이런 것들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우리의 기억이나 우리의 과거로 판단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저도 이 캐릭터가 역시 이런 것으로 판단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강승화: 사실은 제가 봐도 연기가 너무 힘들었을 거 같아요. 주인공 ‘하담’을 어떤 캐릭터로 생각하고 연기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정하담: 저는 처음에 연기할 때는요. 감독님이 보내주신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여자의 선택이나 이런 행동들이 다 이해가 됐어요. ‘정의로운 선택을 한다’, ‘자기를 지키려고 하는 성격이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처음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되게 많이 울었고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되게 컸어요.
그런데 카메라로 찍었을 때 그게 담겨 있지 않은 느낌이 약간 들었어요. 이 아이 뒷모습이나 옆모습에서 그게 느껴져야 하는 거잖아요. 이 아이의 마음과 굳건한 마음이나 좀 남들과 다른 사연을 가진 아이라는 게 느껴져야 되는데, 느껴지지 않는 느낌이 약간 들었어요. 그래서 걸음걸이라든지 이런 사소한 외양의 것들을 찾아 나가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남루한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강승화: 저는 참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탭댄스 신발을 가지고 와서 춤을 추잖아요. 탭댄스가 상징하는 바가 뭔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거든요.

정하담: 이 친구는 계속 일을 하고 필사적으로 사는 애였는데, 우연히 술 먹은 날 탭댄스 소리를 듣고 이끌렸는데 따라 하다 보니까 좋아하게 된 마음이 커진 거 같아요. 저는 이 친구한테 탭댄스가 어떤 굉장히 다른 의미라기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일이 생긴 거라고 이해했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강승화: 뭔가 희망 없이 살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이다. 일이었다... 영화에서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소중하시겠지만 그래도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을 해 주시죠.

박석영: 혼자 방 안에 있거나 물고기를 던지고 나서 지친 모습으로 거리에 앉아 있는 뒷모습, 촬영할 때는 몰랐어요. 편집을 할 때 그 장면을 이렇게 보면서 ‘아, 내가 참 찍고 싶었던 한 순간이 저런 것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그때 들었던 거 같아요. 매우 지친, 삶에 지친 한 인간의 뒷모습 같은 것이 저한테는 되게 마음을 치는 장면이긴 해요.

정하담: 횟집 사장이 하담한테 내일 돈 준다고 그러잖아요. 계속 내일 돈 준다고. 그때 제가 그걸 받아들이고 있는 그 느낌이, 저 때 당연히 안 믿기는데 믿으려고밖에 할 수 없는 이 처지. 믿는 거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 담겨 있는 거 같아서 그 장면이 좀 애착이 갔어요. 영화를 보면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은 박석영 감독, 이지적인 정하담 배우

강승화: 아무래도 정하담 배우를 박석영 감독께서 신뢰를 많이 하고 계신다는 느낌이 드는데, 두 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들꽃>에서도 함께 영화를 하셨는데 정하담 배우가 보는 박석영 감독은 어떤 분인가요?

정하담: 가지고 있는 게 많으신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좀 높으신 거 같아요. <스틸 플라워>의 ‘하담’이 “이유가 없다”는 얘길 하셨잖아요. 처음 만난 분들을 감독님이 대할 때 봐도, 조건 없이 좋아하려는 느낌이 들어요,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주변에 사람이 좀 많으신 거 같고 그런 점이 부럽기도 하고 좀 어른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강승화: 성인군자 타입이시군요.

정하담: 약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저는.

강승화: 감독님께서 보시는 정하담 배우는 어떤 배우인지요?

박석영: 연기를 지나치게 잘 해버리기 때문에 저는 <들꽃> 할 때도 그렇고 이 영화 때도 그렇고 해외 영화제를 가면 언제나 “얘(정하담)는 어디서 데리고 왔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들어요. 실제로 거리에서 사는 애를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그런 면에서 정말 너무 감사하고 행운이다, 함께 작업해서. 그리고 많은 감독님이 눈에 여겨보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고 앞으로 많은 작품에서 만나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강승화: 마지막으로 <스틸 플라워>를 보게 되실 관객에게 한 말씀씩 해주시죠.

정하담: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나오는 영화에요. 좋은 기억을 가지고 극장을 나가실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 영화예요.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석영: 한 소녀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는 그 가치와 힘을 목격하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지쳐가고 계시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와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승화: 관객 여러분 <스틸 플라워> 보시면서 햇살처럼 따뜻한 감동 마음껏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특집] 정치인이 꼭 봐야할 영화 5선
    • 입력 2016-04-12 21:01:36
    • 수정2016-04-14 11: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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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아나운서: 오늘 무비부비에서는 20대 총선을 맞이해서 특집 방송을 마련했습니다. 이름하여 정치인들이 꼭 봐야 할 영화 5편을 준비해봤는데요. 민감할 수도 있는 주제의 영화, 심사위원은 영화계의 거대 야당을 꿈꾸는 최광희 평론가입니다. 어서 오세요.

최광희 영화평론가: 네, 군소야당 추가입니다.

강승화: 시청자 여러분이 오해하실까 봐 그러는데, 오늘 제 옷 색깔은 특정 정당과 관계가 없습니다.

최광희: 알고 있어요~

강승화: 오늘 정치인들이 봐야 할 영화 다섯 편을 뽑으셨는데, 엄격한 심사 기준을 말씀해주시죠.

최광희: 우리나라의 정치를 이끌어나갈 분들이 봤을 때 타산지석이 될 만한, 닮지 말아야 할 정치인이 나오는 영화와 닮아야 할 정치인이 나오는 작품을 골라봤습니다.

화려한 언변으로 재기를 노리는 
정치공작의 주역  <프로스트 VS 닉슨>

강승화: 지금부터 차례대로 영화를 발표해 보겠습니다. 최광희 평론가가 뽑은 정치인들이 봐야 할 영화 5편 중에 첫번째 영화는 뭔가요?

최광희: 지난 2009년에 나왔던 작품입니다. <프로스트 VS 닉슨(Frost/Nixon)>이라고 하는 작품입니다.

강승화: 이 영화가 사임한 대통령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그리고 예능 MC죠, 프로스트(Frost). 두 사람의 땀을 쥐는 토크쇼를 다룬 영화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재밌었던 기억이 나요.

최광희: 닉슨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재임 중 사임한 대통령이죠. 굉장히 불명예 퇴진을 한 거예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상대방이 민주당의 선거 사무실을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게 발각됐잖아요.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Case)이라고 굉장히 유명한 사건이죠.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뒤에 프로스트라고 하는, 영리한 방송 저널리스트죠. 그 사람이 인터뷰를 시도하죠.
과오를 인정하게 하려고 하는 프로스트와 그것을 계속 능구렁이처럼 가리는 닉슨의 노회한 정치적 술수가 충돌을 일으키는 상황이 아주 드라마틱하게 펼쳐집니다. 권력에 눈이 먼 나머지 꼼수를 부리는 거잖아요.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거잖아요. 어쨌든 그래서 닉슨 같은 정치인은 되지 말자는 면에서 <프로스트 VS 닉슨>이라는 작품을 첫 번째로 꼽아봤습니다.

강승화: 알겠습니다. 첫 번째 영화는 <프로스트 VS 닉슨>이었고요. 이어서 최광희 평론가가 뽑은 두 번째 영화는 뭔가요.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의 추악한 이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최광희: 역시 2009년에 나왔던 영화죠.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라고 하는 작품이 되겠습니다.

강승화: 정치인의 음모와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이고, 영화가 전개될수록 정치계의 비리가 요만할 줄 알았더니 이만하게 밝혀지고요.

최광희: 주인공이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고 미남 기자입니다. 살인 사건 취재를 하게 되는데요. 기차역에서 우연히 죽게 된 그 여성은, 자신의 친구이자 하원의원인-벤 애플렉(Ben Affleck)이 그 역할을 맡았는데- 그 하원의원의 보좌관이자 애인이에요. 배후를 캐가다 보니까 그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고 사실상 벤 애플렉이 맡은 하원 의원이 거대한 방위산업체의 이권과 결탁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여기서 나오는 벤 애플렉이 맡은 하원의원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진실을 숨기고 힘센 거대 방위산업체와 결탁도 서슴지 않는 그런 파렴치한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을 하죠. 우리 정치계에서는 이런 인물들이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권력이잖아요. 권력을 쥐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파리떼처럼 자기 이권을 챙기기 위해서 숟가락을 얹으려는 사람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들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들을 더는 보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에서 이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뽑아봤습니다.

강승화: 최광희 평론가는 그런 높은 자리에 갔을 때 지금 평론가로서의 날카로움과 객관성 소신 같은 거 지킬 수 있습니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최광희: 지킬 수가 없으니까 안 하잖아요.(웃음)

강승화: 두 번째 영화까지 봤고요. 세 번째 영화도 소개해주시죠.

언론, 재벌과 결탁한 정치 권력 <내부자들>

최광희: 세 번째 영화는 우리 영화입니다. 우리 영화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죠. <내부자들>이란 영화죠. 이경영 씨가 연기한 ‘장필우’라는 분이 유력 대선 후보로 나오죠. 근데 이 사람은 결국은 한쪽에는 언론, 한쪽에는 재벌 양쪽에 결탁 세력들이 있는 거죠. 삼각 카르텔을 만들어서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려고 하는 인물이에요.
중요한 건 뭐냐면 이 영화를 보면서 ‘저런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 ‘얼토당토않은 설정이다’라고 사람들이 생각했다면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서 900만 명 이상의 흥행을 했을까요?

강승화: 아, 그래요?

최광희: 이 영화가 그만큼의 설득력으로 광범위한 흥행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의 ‘장필우’라는 의원을 닮지 말라고 정치인들에게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지금 국민의 정서가 이렇다는 것을 이 영화의 흥행이 입증하고 있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내부자들>의 ‘장필우’ 의원 같은 사람들이 지금 저 국회에 수두룩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건 우리 정치인들이 정말 깊이 반성해야 할 문제라는 거죠.

강승화: 그분들이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하면서 차분하게 국민을 좀 잘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지금 세 개 정도를 봤는데, 다 좀 부정적이고 정치인들이 혀를 끌끌 차게 만드는 인물들만 나왔어요. 긍정적인 영화는 없습니까?

최광희: 긍정적인 영화도 있죠.

강승화: 있습니까? 소개해주시죠.

협상과 설득, 이것이 정치다 <링컨>


최광희: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통령이죠.

강승화: 알고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최광희: 조지 워싱턴은 초대 대통령이고, 그분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강승화: 그럼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최광희: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노예 해방을 이끌어낸 주역이잖아요. 링컨 대통령이 남북 전쟁 와중에서 노예 해방을 위해서, 헌법을 수정하기 위해서 그것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 집중해나가는 영화입니다. 연기파의 대명사인 다니엘 데이루이스(Daniel Day-Lewis)가 구부정한 링컨 대통령을 정말 훌륭하게 묘사한 작품이죠.
이 영화는 링컨 대통령이 하원의원들을 설득시켜나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링컨이 협상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면 ‘이 사람은 정말 정치인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무슨 얘기냐면, 끝까지 설득해요. 그리고 이 사람에게 협박이 필요하다면 협박을 가하고, 이 사람에게는 당근이 필요하다면 당근을 줘요. 결국은 정치란 협상이다. 협상이라는 것은 대의를 위해서 합쳐나가는 과정이거든요. 링컨이라고 하는 사람이 단지 ‘노예들을 해방했다’라고 하는 업적에서 평가될 것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도 상당히 협상이라고 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엄청난 실력자였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가 있죠.

강승화: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참, 우리 여당도 그렇고 야당도 그렇고 협상이 안 되가지고 얼마나 시끄러웠습니까.

최광희: 그게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은 저는 첫번째는 도덕성, 두번째는 비전, 세번째는 전술이에요. 협상의 전술이에요. 협상하는 과정에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 것을 <링컨(Lincoln)>이라고 하는 영화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하는 링컨 대통령이 아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민의 삶을 아는 천민 출신의 왕 <광해, 왕이 된 남자>

강승화: 특집 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는 무비부비가 뽑은 정치인이 봐야 할 영화 5편 중에 마지막 영화는 무엇인가요?

최광희: 우리나라 영화입니다. 사극인데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꼽아봤습니다. 사실 광해군이 우리가 닮아야 할 정치인이라고 말씀드리고자 이 영화를 꼽은 게 아니고요. 허구죠. 가짜 왕 ‘하선’. 그 사람이 왕을 대신해서 조정대신들과 얘기를 나누는 걸 보세요. 진짜 왕보다 더 왕 같아요. 마인드 자체가 백성을 생각하는 왕의 모습이에요. 그러니까 선정을 베푸는 군주의 카리스마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천민 출신인 가짜 왕 ‘하선’에게서 나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 2012년 대선 전이었거든요. 그때 당시에 많은 분이 우리 사회가 바라는 리더의 이상향이랄까요. 그런 리더에 대한 열망을 이 영화의 ‘하선’에게 투영을 했단 말이에요. 그게 뭘까요?

강승화: 소탈함?

최광희: 서민성이죠. 고통 받는 백성의 신음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알고 있는 사람인 거예요.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바로 서민을 말로만 앞세우는, 그러나 서민에게 등지는 그런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는 영화다.

강승화: 지금까지 저희가 <프로스트 vs 닉슨>부터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살펴봤습니다. 아무쪼록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사명감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은 정치를 잘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투표하러 가셔야죠?

최광희: 네, 꼭 투표하겠습니다.

강승화: 몇 번?

최광희: 비밀투표의 원칙인데 뭘 물어봐.

강승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봐야할 영화 다섯 편에 대해서 꼽아봤습니다.

까칠한 시선까칠한 시선
예술 영화, 독립 영화 말고 다양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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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영화평론가

여러분 혹시 다양성 영화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어떤 영화가 ‘다양성 영화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보도는 한두 번쯤 접해보셨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다양성 영화라는 게 뭘까요? 우리나라에서 다양성 영화를 보는 것과 외국에서 다양성 영화라고 하는 그 개념이 조금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도대체 뭐가 다양성 영화인지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하는 다양성 영화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의 매표집계 데이터를 모아서 이른바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이라는 걸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통합전산망 페이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요. 특별한 메뉴가 보입니다. ‘다양성’이라고 쓰여 있죠. 이 메뉴를 클릭하면 다양성 영화, 일일 박스오피스(Box Office)와 주말 박스오피스라고 뜹니다. 아니 극장에 내걸리면 어차피 다 개봉작인데, 도대체 어떤 연유로 어떤 영화들을 따로 다양성 박스오피스로 분류해서 흥행성적을 발표하고 있는 걸까요?

극장에 내걸리는 국내외 예술 영화나 독립 영화 가운데 영화 진흥위원회가 다양성 영화로 인정한 영화들이 이렇게 따로 분류되는데요. 그런데 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라는 말을 놔두고 굳이 다양성 영화라는 말을 쓸까요? 물론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라는 표현이 대중에게 조금 거리감이 있으니까 다양성 영화로 부르자 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자, 그런데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과연 적절한가?’ 여기에 의문을 품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의 다양성 영화란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담은 영화'

실제로 다양성 영화라는 말은 외국에서 다른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는데요. 이런 영화가 도대체 뭔지를 가늠하는 좋은 예가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주의 피드먼트 다양성 위원회(Piedmont Appreciating Diversity Committee)라는 곳이 1997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이른바 다양성 영화 시리즈(Diversity Film Series)입니다. 나이, 계급, 장애, 교육, 성별과 인종, 종교 등에 의한 차별에 반대하고, 인류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문제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다양성 영화제(Los Angeles Diversity Film Festival)는 장애와 인종, 사회 다양성이 영화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영화 상영을 통해서 경험해보는 행사입니다.

이렇게 외국에서는요.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말 그대로 ‘인간의 다양한 문화와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를 담은 영화’를 일컫는 표현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일컫는 말로 변질한 거죠. 그 개념도 모호한 다양성 영화라는 말보다 차라리 독립영화, 예술영화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굳이 피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다양성 영화라는 말로 따로 분류해서 흥행 성적을 내고 있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프로 스포츠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따로 있는 것처럼 영화 시장을 딱 잘라서 구분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여러분 혹시 게토(ghetto)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유럽에서 유대인들을 강제로 격리수용했던 곳을 말하는데요. 작은 영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것을 다양성 영화로 묶어놓은 것, 그들 영화를 게토로 강제수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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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루한 삶에 꽃이 피는 그 순간...'스틸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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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고단한 현실 때문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신 분 계십니까. 그럼에도 저희가 살아가는 이유는 희망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동정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내용의 영화, <스틸 플라워(Steel flower)>에 대해서 오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박석영 감독 그리고 정하담 배우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강승화: <스틸 플라워>를 제가 보고 조사하다 보니까 어우. 상복이 많은 영화더라고요. 서울독립영화제, 피렌체 한국 영화제 대상을 받았고요. 그리고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상!

박석영: 하담이가 탄 게 더 훌륭한 상이었던 거 같아요.

강승화: 어떤 상을?

정하담: 저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탔어요.

박석영: 연기상이죠. 너무 감사한 상이었어요.

도시를 떠도는 소녀의 삶

강승화: 영화 얘기 좀 해볼게요. 영화를 딱 보면 일단 저 같은 경우는 관객으로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면 ‘하담’에 대한 배경 설명도 없이 그냥 영화가 시작되고, 모호한 설정이 많았는데 혹시 어떤 의도로 이렇게 영화를 시작하게 하셨는지요?

박석영: 이 친구가 현재적으로 보이는, 그냥 캐리어를 끌고 다니고 직장을 얻으려고 하는 그런 어떤 사람을 목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얘는 왜 연락할 사람이 하나도 없지?’ 이런 것들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우리의 기억이나 우리의 과거로 판단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저도 이 캐릭터가 역시 이런 것으로 판단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강승화: 사실은 제가 봐도 연기가 너무 힘들었을 거 같아요. 주인공 ‘하담’을 어떤 캐릭터로 생각하고 연기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정하담: 저는 처음에 연기할 때는요. 감독님이 보내주신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여자의 선택이나 이런 행동들이 다 이해가 됐어요. ‘정의로운 선택을 한다’, ‘자기를 지키려고 하는 성격이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처음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되게 많이 울었고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되게 컸어요.
그런데 카메라로 찍었을 때 그게 담겨 있지 않은 느낌이 약간 들었어요. 이 아이 뒷모습이나 옆모습에서 그게 느껴져야 하는 거잖아요. 이 아이의 마음과 굳건한 마음이나 좀 남들과 다른 사연을 가진 아이라는 게 느껴져야 되는데, 느껴지지 않는 느낌이 약간 들었어요. 그래서 걸음걸이라든지 이런 사소한 외양의 것들을 찾아 나가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남루한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강승화: 저는 참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탭댄스 신발을 가지고 와서 춤을 추잖아요. 탭댄스가 상징하는 바가 뭔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거든요.

정하담: 이 친구는 계속 일을 하고 필사적으로 사는 애였는데, 우연히 술 먹은 날 탭댄스 소리를 듣고 이끌렸는데 따라 하다 보니까 좋아하게 된 마음이 커진 거 같아요. 저는 이 친구한테 탭댄스가 어떤 굉장히 다른 의미라기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일이 생긴 거라고 이해했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강승화: 뭔가 희망 없이 살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이다. 일이었다... 영화에서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소중하시겠지만 그래도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을 해 주시죠.

박석영: 혼자 방 안에 있거나 물고기를 던지고 나서 지친 모습으로 거리에 앉아 있는 뒷모습, 촬영할 때는 몰랐어요. 편집을 할 때 그 장면을 이렇게 보면서 ‘아, 내가 참 찍고 싶었던 한 순간이 저런 것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그때 들었던 거 같아요. 매우 지친, 삶에 지친 한 인간의 뒷모습 같은 것이 저한테는 되게 마음을 치는 장면이긴 해요.

정하담: 횟집 사장이 하담한테 내일 돈 준다고 그러잖아요. 계속 내일 돈 준다고. 그때 제가 그걸 받아들이고 있는 그 느낌이, 저 때 당연히 안 믿기는데 믿으려고밖에 할 수 없는 이 처지. 믿는 거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 담겨 있는 거 같아서 그 장면이 좀 애착이 갔어요. 영화를 보면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은 박석영 감독, 이지적인 정하담 배우

강승화: 아무래도 정하담 배우를 박석영 감독께서 신뢰를 많이 하고 계신다는 느낌이 드는데, 두 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들꽃>에서도 함께 영화를 하셨는데 정하담 배우가 보는 박석영 감독은 어떤 분인가요?

정하담: 가지고 있는 게 많으신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좀 높으신 거 같아요. <스틸 플라워>의 ‘하담’이 “이유가 없다”는 얘길 하셨잖아요. 처음 만난 분들을 감독님이 대할 때 봐도, 조건 없이 좋아하려는 느낌이 들어요,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주변에 사람이 좀 많으신 거 같고 그런 점이 부럽기도 하고 좀 어른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강승화: 성인군자 타입이시군요.

정하담: 약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저는.

강승화: 감독님께서 보시는 정하담 배우는 어떤 배우인지요?

박석영: 연기를 지나치게 잘 해버리기 때문에 저는 <들꽃> 할 때도 그렇고 이 영화 때도 그렇고 해외 영화제를 가면 언제나 “얘(정하담)는 어디서 데리고 왔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들어요. 실제로 거리에서 사는 애를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그런 면에서 정말 너무 감사하고 행운이다, 함께 작업해서. 그리고 많은 감독님이 눈에 여겨보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고 앞으로 많은 작품에서 만나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강승화: 마지막으로 <스틸 플라워>를 보게 되실 관객에게 한 말씀씩 해주시죠.

정하담: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나오는 영화에요. 좋은 기억을 가지고 극장을 나가실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 영화예요.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석영: 한 소녀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는 그 가치와 힘을 목격하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지쳐가고 계시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와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승화: 관객 여러분 <스틸 플라워> 보시면서 햇살처럼 따뜻한 감동 마음껏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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