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참전용사, 월드컵 응원도 참전

입력 2002.06.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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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현충일입니다.
51년 전 한국전쟁 당시 한국땅을 밟았던 UN군 가운데 터키의 참전용사들이 월드컵 응원을 위해서 한국에 왔습니다.
⊙앵커: 50년 만에 찾아온 고마운 손님, 터키의 참전용사들을 김정균 프로듀서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지난 1일 인천 국제공항, 월드컵을 앞두고 34명의 터키 참전용사가 그리던 한국땅을 다시 밟았습니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곳, 50년 만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재향군인회와 터키 서포터스들이 열렬히 환영합니다.
참전용사들은 세월은 흘렀지만 잊지 않고 찾아준 한국인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그들 역시 긴 세월 동안 아리랑의 나라, 한국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무슬루 알쿠살(74살/터키 참전용사): 정말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우리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여줘서 뭐라고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한국을 다시 와 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던 참전용사들, 월드컵을 맞아 터키 문화부와 몇몇 기업의 협조로 그 꿈이 실현됐습니다.
막상 그리던 나라에 오니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당시 치열했던 전투입니다.
⊙세라페틴(73살/터키 참전용사): 수원이 어떤 방향입니까?
⊙기자: 오른쪽입니다.
⊙세라페틴(73살/터키 참전용사): 내가 거기서 부상당했습니다.
⊙이스메흐(73살/터키 참전용사): 철원에서 전투가 가장 치열했습니다.
⊙기자: 당시 소총수였던 페리트 씨는 빛 바랜 사진을 보며 전쟁 당시의 일들을 되새겨봅니다.
1만 5000명의 터키 참전용사 중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은 9000명입니다.
⊙페리트 카야(73살/터키 참전용사): 정말 오고 싶었어요.
군인인 내 친구에게 뽑혀 한국에 올 가능성이 있는지 자주 물어봤습니다.
⊙세라페틴(73살/터키 참전용사): 앙카라에서 뽑혔다고 전화가 와서, 바로 여권들고 뛰어가다가 다리를 다쳤어요.
⊙기자: 터키와 브라질의 경기가 있던 날 참전용사들은 일찍부터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참전용사들도 국기를 몸에 두르고 응원가를 불렀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응원전사가 된 참전용사들, 선수들을 응원하는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습니다.
유럽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터키팀, 터키가 기습적인 선제골을 터뜨리자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합니다.
참전용사들도 함께 응원해 준 한국 서포터스와 기쁨을 나눕니다.
그러나 후반전, 브라질에 역전을 당하고 선수 퇴장으로 경기가 끝나자 무척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참전용사들은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마음으로 응원해 준 한국인들이 있는 한 남은 경기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터키 참전용사: 앞으로 두 경기를 이겨서 틀림없이 브라질과 16강에 오를 것입니다.
⊙기자: 오늘 이들이 찾은 곳은 부산의 UN묘지, 기념관에 있는 당시의 사진을 보자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무슬루 씨는 우연히 당시의 사진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터키 참전용사: 이 사람이 바로 저예요.
⊙기자: 한국전쟁에서 터키 참전용사 중 724명이 전사했습니다.
그 중 462명이 이곳에 묻혀 있습니다.
페리트 씨는 당시 사령관이었던 상관의 묘지를 보자 이내 침통해집니다.
핫산 씨는 묘비로만 남은 사촌동생의 묘지를 찾았습니다.
외아들이었던 사촌동생, 그사이 사촌의 가족들도 모두 세상을 떠나 묘지를 찾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
핫산 씨는 이제 사촌동생의 넋을 제2의 조국 한국에 부탁합니다.
⊙핫산 아슬란(터키 참전용사): 한국이 이제 자네 조국이네, 자넨 이제 한국인일세, 편히 쉬게...
⊙기자: 월드컵을 맞아 5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터키 참전용사들, 그들의 값진 상처 앞에 항상 따뜻한 형제의 마음을 보여줘야겠습니다.
KBS뉴스 김정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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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참전용사, 월드컵 응원도 참전
    • 입력 2002-06-06 19:00:00
    뉴스 7
⊙앵커: 오늘은 현충일입니다. 51년 전 한국전쟁 당시 한국땅을 밟았던 UN군 가운데 터키의 참전용사들이 월드컵 응원을 위해서 한국에 왔습니다. ⊙앵커: 50년 만에 찾아온 고마운 손님, 터키의 참전용사들을 김정균 프로듀서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지난 1일 인천 국제공항, 월드컵을 앞두고 34명의 터키 참전용사가 그리던 한국땅을 다시 밟았습니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곳, 50년 만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재향군인회와 터키 서포터스들이 열렬히 환영합니다. 참전용사들은 세월은 흘렀지만 잊지 않고 찾아준 한국인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그들 역시 긴 세월 동안 아리랑의 나라, 한국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무슬루 알쿠살(74살/터키 참전용사): 정말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우리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여줘서 뭐라고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한국을 다시 와 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던 참전용사들, 월드컵을 맞아 터키 문화부와 몇몇 기업의 협조로 그 꿈이 실현됐습니다. 막상 그리던 나라에 오니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당시 치열했던 전투입니다. ⊙세라페틴(73살/터키 참전용사): 수원이 어떤 방향입니까? ⊙기자: 오른쪽입니다. ⊙세라페틴(73살/터키 참전용사): 내가 거기서 부상당했습니다. ⊙이스메흐(73살/터키 참전용사): 철원에서 전투가 가장 치열했습니다. ⊙기자: 당시 소총수였던 페리트 씨는 빛 바랜 사진을 보며 전쟁 당시의 일들을 되새겨봅니다. 1만 5000명의 터키 참전용사 중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은 9000명입니다. ⊙페리트 카야(73살/터키 참전용사): 정말 오고 싶었어요. 군인인 내 친구에게 뽑혀 한국에 올 가능성이 있는지 자주 물어봤습니다. ⊙세라페틴(73살/터키 참전용사): 앙카라에서 뽑혔다고 전화가 와서, 바로 여권들고 뛰어가다가 다리를 다쳤어요. ⊙기자: 터키와 브라질의 경기가 있던 날 참전용사들은 일찍부터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참전용사들도 국기를 몸에 두르고 응원가를 불렀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응원전사가 된 참전용사들, 선수들을 응원하는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습니다. 유럽의 신흥 강호로 떠오른 터키팀, 터키가 기습적인 선제골을 터뜨리자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합니다. 참전용사들도 함께 응원해 준 한국 서포터스와 기쁨을 나눕니다. 그러나 후반전, 브라질에 역전을 당하고 선수 퇴장으로 경기가 끝나자 무척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참전용사들은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마음으로 응원해 준 한국인들이 있는 한 남은 경기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터키 참전용사: 앞으로 두 경기를 이겨서 틀림없이 브라질과 16강에 오를 것입니다. ⊙기자: 오늘 이들이 찾은 곳은 부산의 UN묘지, 기념관에 있는 당시의 사진을 보자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무슬루 씨는 우연히 당시의 사진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터키 참전용사: 이 사람이 바로 저예요. ⊙기자: 한국전쟁에서 터키 참전용사 중 724명이 전사했습니다. 그 중 462명이 이곳에 묻혀 있습니다. 페리트 씨는 당시 사령관이었던 상관의 묘지를 보자 이내 침통해집니다. 핫산 씨는 묘비로만 남은 사촌동생의 묘지를 찾았습니다. 외아들이었던 사촌동생, 그사이 사촌의 가족들도 모두 세상을 떠나 묘지를 찾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 핫산 씨는 이제 사촌동생의 넋을 제2의 조국 한국에 부탁합니다. ⊙핫산 아슬란(터키 참전용사): 한국이 이제 자네 조국이네, 자넨 이제 한국인일세, 편히 쉬게... ⊙기자: 월드컵을 맞아 5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터키 참전용사들, 그들의 값진 상처 앞에 항상 따뜻한 형제의 마음을 보여줘야겠습니다. KBS뉴스 김정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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