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의심이 만든 공포의 지옥

입력 2016.05.17 (19:04) 수정 2016.05.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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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만든 공포의 지옥...'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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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아나운서: 그분의 영화가 돌아왔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가히 역대급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 영화 <곡성>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영화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강승화: 영화 줄거리 소개해주시죠.

최광희: 전라남도에 있는 한 시골 마을이 배경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는데요, 여기 주인공은 종구라고 하는 지구대 경찰인데 그 동네에서 자꾸 기괴한 사건이 벌어지죠. 일가족 살인 사건! 그런데 살해를 한 주범은 항상 가족 구성원 중의 한 명인데, 귀신이 들린 현상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일본 남자가 한 명 들어와서 살고 있는데, 이 남자가 좀 행적이 수상한 거예요. 그래서 그 남자를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계속해서 일가족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이런 와중에 종구의 딸까지도 귀신 들림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이제 무당을 부르죠. 그 무당이 바로 황정민 씨. 황정민 씨가 ‘저 일본 사람이 귀신이다’ 그래서 살굿을 지금부터 펼치겠다, 귀신을 쫓아내겠다. 과연 살굿을 통해서 귀신을 쫓아내고 종구의 딸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게 줄거리가 되겠습니다.

강승화: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로 충무로에 정말 충격을 줬었고 이후에 후속작인 <황해>가 흥행적인 면에서 조금 아쉬웠고요. 그리고 이번에 돌아온 작품이 <곡성>인데 어떻게 흥행을 할 수 있을까요?

최광희: 러닝타임이 길잖아요. 150분이 넘는데 러닝타임 내내 정말 한 번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강승화: 저도 그랬습니다.

인간 내면의 심연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호러 영화

최광희: 완전 몰입감 최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거 같아요. 걸작이다 졸작이다. 굉장히 극명하게 엇갈릴만한 영화를 늘 나홍진 감독은 선보여 왔습니다. <황해>라는 영화도 그랬고요. 근데 이번 영화는 이전 작품들과 좀 달라진 부분이 추격 액션이라고 하는 쾌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이번 영화는 앞선 영화 두 편이 현실적 개연성이라는 부분이 있었다면, ‘호러’라는 장르에 도전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영화가 좀 이상하다?’라고 느껴질 만한 구석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예요. 여기서 영화 수업 하나 들어갑니다. 영화라는 게 원래 두 가지 사조 또는 전통이 있어요. 하나는 ‘사실주의’ 전통이죠. 또 하나는 ‘표현주의’ 전통이고요. ‘사실주의’적 전통은 영화의 감독이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교를 최대한 자제하는 겁니다. 그다음에 ‘표현주의’는 말 그대로 표현을 중시하는 거예요. 인간의 내면이나 이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그것들을 조금 더 기괴하고 비사실적이고 비자연적으로 이렇게 표현하는 방식을 말하는 거예요. 이번 영화 <곡성>은 표현주의적인 차원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탑재하시고 그다음에 영화를 관람하시면 ‘이게 뭐지?’, ‘왜 이렇게 이상하지?’라고 하는 게 다 이해가 될 겁니다.

강승화: 그러면 최광희 평론가는 어떻게 해석을 하셨어요? 저는 이게 해석이 사실은 잘 안됐거든요. 이게 뭘 말하는 영화인지 잘 몰랐어요.

최광희: 재미는 있는데...

강승화: 재미는 있고 무서운데, 이게 무슨 소리지?

최광희: 이런 영화를 ‘뭔가가 있는데 뭔지는 잘 모르는 영화’ (웃음) 이 영화 속에서의 귀신이라고 하는 존재가 과연 뭘까,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저는 그게 불신이라고 봤어요. 불신과 의심. 불신과 의심이 공포를 만들고 그 공포가 창조해낸 피조물이 바로 귀신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홍진 감독이 우리에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의 강렬한 연기

강승화: 그럼 연기 얘기로 가볼까요? 우리 곽도원 씨가 첫 주연작이었어요.

최광희: 이번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는데 영화 속의 비중, 영화 속에 이 사람이 보여주는 복잡한 내면 심리 이런 것들을 다 소화해야 한다는 게 첫 주연작으로는 너무 큰 부담을 안은 거예요. 근데 그걸 아주 굉장히 잘 소화를 해냈습니다. 다른 어떤 조연 출신 주연보다도 곽도원 씨가 영화 속에서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보고요.
한 가지 의외이면서도 신선했던 것은 황정민 씨가 이 영화 속에서 조연으로 나온다는 거예요. 그동안의 황정민 씨의 연기 패턴이라든가 맡아온 캐릭터들 사이에서는...

강승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죠.

최광희: 전형성이 있었어요. 그 전형성을 나홍진 감독이 깨준 거죠. 이 영화 속에서 무당으로 나와서 막 굿을 하는데, 야 그것도 참 굉장히 신비로워 보이더라고요. 그 자체로 신비로워 보이고. 천우희 씨는 사실 굉장히 정체불명의 여성으로 등장해요. 나중에 영화 말미에 어떤 정체인지 드러나게 되는데 전체 출연 분량이 한 10분 정도밖에 안 되는, 이 영화 속에서 굉장히 작은 비중에 드문드문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강승화: 이 영화에 대한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보겠습니다. 엄지 평부터 보겠습니다. 하나, 둘, 셋! 한 줄 평 들어볼게요.

최광희: ‘나홍진의 아름다운 지옥도’

강승화: 아휴... 아휴 무서워. 알겠습니다. 여러분도 곡성 한 번 꼭 보시고 나홍진 감독의 지옥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곡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까칠한 시선까칠한 시선
10년째 되풀이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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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영화평론가

지난달 말에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가 개봉하면서 또다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지난 2006년 개봉했던 <괴물> 때부터 해마다 무려 10년 동안 되풀이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한 영화가 차지하는 스크린 수는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스크린 독과점, 이거 정말 문제다’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왜 해결이 되지 않는 걸까요?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그 이유를 짚어봅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역대 최다 스크린수 확보

“서울 시내 극장가 어디를 가도 눈에 띄는 것은 단 한 영화뿐. 다른 120편을 다 합한 것보다도 상영 횟수가 훨씬 많습니다.”-KBS 뉴스9(5월 5일)
“개봉 첫날 스크린 수는 1,863개. 역대 최다 기록입니다. 토요일엔 더 늘어서 스크린 수가 2,000개에 육박했습니다. 전체 스크린의 무려 80%를 차지한 겁니다.” -SBS 8뉴스(5월 3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면 뉴스는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강조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할까요? 극장들이 알아서 한 영화의 과도한 스크린을 몰아주는 걸 자제할 수 있을까요? 배급사들이 알아서 지나치게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중단해야 할까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잘 알 겁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개봉 전 예매 점유율은 95%가 넘었습니다. 많은 관객의 관심이 쏠린 영화에 극장이나 배급사가 더 많은 스크린을 할애하는 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이상한 일은 아니죠.

그런데 문제는요. 한 영화가 지나치게 많은 스크린을 독식하면 다른 영화들을 보고 싶은 관객들의 관람 선택권이 침해된다는 거죠. 이를테면 같은 기간에 개봉한 영국 영화 <45년 후>라든가, 일본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 같은 작품을 보고 싶은 관객들도 분명히 존재하겠죠. 하지만 이들 영화를 보려면 아주 먼 극장을 찾아간다든가, 그나마 아침 일찍 혹은 밤늦은 시간 말고는 상영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누가 봐도 이건 정상이 아니죠.

번번이 무산된 스크린 독과점 방지법


우리나라에는 영화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 줄여서 ‘영비법’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법을 고쳐서 스크린 독과점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그동안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07년 당시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의원이 스크린 독과점 방지를 위한 법안을 마련한 적이 있었죠. 그런데 이 법은 영화 산업의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2014년에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민희 의원이 스크린 독과점 완화를 위한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습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한 영화의 스크린 수를 규제하지 않는 대신 일정 규모 이상의 멀티플렉스에 1개 관 이상의 독립영화 또는 예술 영화 전용관을 의무적으로 운영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개정안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왜 스크린 독과점을 법적으로 견제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걸까요?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멀티플렉스 체인을 가진 영화 산업의 메이저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영업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거죠. 둘째, 정치인들이 규제라는 말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규제를 가하는 건 자유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거죠. 두 가지 이유 모두 문화적 다양성이나 관객들의 관람 선택권이라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안중에 없습니다.

영화는 물론 돈을 주고 사서 보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문화이기도 하죠. 정치인들은 틈만 나면 민생! 민생!하고 외칩니다. 그런데 문화는 민생과 관련이 없는 건가요? 문화는 시민의 영혼의 민생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한 영화가 스크린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문화적 후진성이라는 덫에서 우리는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강승화의 다락 영화방강승화의 다락 영화방
다문화시대, 유쾌한 가족 되기...'컬러풀 웨딩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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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 영화방 강승화입니다. 5월의 가장 많은 행사 중 하나, 바로 결혼이죠. 결혼은 연인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의식이자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순간인데요. 오늘은 새로운 가족을 맞는 모든 분을 위한 영화 <컬러풀 웨딩즈(Serial Bad Weddings)>를 소개합니다.

딸부잣집 4자매가 데려온 다양한 배경의 사위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며 순수한 프랑스 혈통인 클로드 부부는요. 딸만 넷을 둔 딸부자입니다. 이미 세 명의 딸이 이민자와 결혼을 했는데요. 클로드 부부는 아랍인, 유대인, 중국인 사위들 때문에 가족 행사 때마다 머리가 아픕니다.

글로벌한 문화 충돌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는 클로드 가족! 급기야 가족 행사를 없애고 마는데요. 딸들과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계속되자 마리 부인은 우울증에 빠집니다. 크리스마스에 다시 모이기로 한 가족들, 부인과 딸들은 남편에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라며 단단히 충고합니다.

사위들은 종교와 인종은 다르지만, 장모를 따라 가톨릭 미사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프랑스 민족주의자 장인 앞에서 국가도 합창합니다. 한 발짝 물러서면서 양보한 덕분일까요. 드디어 서로와 조금씩 친해지는 장인과 사위들입니다. 극적으로 평화가 찾아온 클로드 가족에게 또 한 번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막내딸이 데리고 온 예비사위가 바로 아프리카인이었던 겁니다.

달리 살아온 이들이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의 의미

네. 다양한 인종과 종교에 관대한 프랑스에서조차 가족 간의 문화충돌은 피할 수 없는 걸까요?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요. 꼭 국제결혼이 아니더라도 이런 갈등 어느 가족에게나 있는 거 같습니다. 왜냐면 자라온 환경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인데요.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과정임을 이 영화, <컬러풀 웨딩즈>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클로드 부부는 절망합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 프랑스에서도 통하나 봅니다. 로라의 결혼을 허락하는 클로드 부부. 하지만 또 하나의 복병이 찾아왔습니다. 예비 사돈이요. 하필 프랑스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었던 거죠.

자식들의 결혼이 탐탁지 않은 아버지들. 급기야 머리를 맞대고 이 결혼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화해는 술만 한 게 없다고 하죠. 피부색은 다르지만, 은근히 쿵짝이 잘 맞는 아버지들은요. 어느 순간 절친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샤를과 로라는 모두가 반대하는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결혼 일정을 취소합니다. 갑작스러운 결혼 취소 소식에 놀란 아버지들은요. 결혼을 다시 성사시키기 위해서 기차역으로 달려갑니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죠. 샤를과 로라가 결혼하는 해피 엔딩을 더욱 빛나게 한 건, 마음의 국경까지 허문 이 컬러풀한 가족의 양보와 이해가 아닐까요?

이 영화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라’라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하면서 프랑스인들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냈는데요. 2014년에 개봉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 천2백만 명이 훌쩍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프랑스의 국민 가족영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 결혼 준비부터 갈등인 분들 혹시 계신가요?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한 발짝씩만 양보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다락 영화방 강승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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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곡성] 의심이 만든 공포의 지옥
    • 입력 2016-05-17 19:04:39
    • 수정2016-05-19 11: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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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부비2 의심이 만든 공포의 지옥...'곡성'다시보기

강승화 아나운서: 그분의 영화가 돌아왔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가히 역대급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 영화 <곡성>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광희 영화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강승화: 영화 줄거리 소개해주시죠.

최광희: 전라남도에 있는 한 시골 마을이 배경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는데요, 여기 주인공은 종구라고 하는 지구대 경찰인데 그 동네에서 자꾸 기괴한 사건이 벌어지죠. 일가족 살인 사건! 그런데 살해를 한 주범은 항상 가족 구성원 중의 한 명인데, 귀신이 들린 현상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동네에 일본 남자가 한 명 들어와서 살고 있는데, 이 남자가 좀 행적이 수상한 거예요. 그래서 그 남자를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계속해서 일가족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이런 와중에 종구의 딸까지도 귀신 들림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이제 무당을 부르죠. 그 무당이 바로 황정민 씨. 황정민 씨가 ‘저 일본 사람이 귀신이다’ 그래서 살굿을 지금부터 펼치겠다, 귀신을 쫓아내겠다. 과연 살굿을 통해서 귀신을 쫓아내고 종구의 딸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게 줄거리가 되겠습니다.

강승화: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로 충무로에 정말 충격을 줬었고 이후에 후속작인 <황해>가 흥행적인 면에서 조금 아쉬웠고요. 그리고 이번에 돌아온 작품이 <곡성>인데 어떻게 흥행을 할 수 있을까요?

최광희: 러닝타임이 길잖아요. 150분이 넘는데 러닝타임 내내 정말 한 번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강승화: 저도 그랬습니다.

인간 내면의 심연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낸 호러 영화

최광희: 완전 몰입감 최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거 같아요. 걸작이다 졸작이다. 굉장히 극명하게 엇갈릴만한 영화를 늘 나홍진 감독은 선보여 왔습니다. <황해>라는 영화도 그랬고요. 근데 이번 영화는 이전 작품들과 좀 달라진 부분이 추격 액션이라고 하는 쾌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이번 영화는 앞선 영화 두 편이 현실적 개연성이라는 부분이 있었다면, ‘호러’라는 장르에 도전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영화가 좀 이상하다?’라고 느껴질 만한 구석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예요. 여기서 영화 수업 하나 들어갑니다. 영화라는 게 원래 두 가지 사조 또는 전통이 있어요. 하나는 ‘사실주의’ 전통이죠. 또 하나는 ‘표현주의’ 전통이고요. ‘사실주의’적 전통은 영화의 감독이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교를 최대한 자제하는 겁니다. 그다음에 ‘표현주의’는 말 그대로 표현을 중시하는 거예요. 인간의 내면이나 이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그것들을 조금 더 기괴하고 비사실적이고 비자연적으로 이렇게 표현하는 방식을 말하는 거예요. 이번 영화 <곡성>은 표현주의적인 차원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탑재하시고 그다음에 영화를 관람하시면 ‘이게 뭐지?’, ‘왜 이렇게 이상하지?’라고 하는 게 다 이해가 될 겁니다.

강승화: 그러면 최광희 평론가는 어떻게 해석을 하셨어요? 저는 이게 해석이 사실은 잘 안됐거든요. 이게 뭘 말하는 영화인지 잘 몰랐어요.

최광희: 재미는 있는데...

강승화: 재미는 있고 무서운데, 이게 무슨 소리지?

최광희: 이런 영화를 ‘뭔가가 있는데 뭔지는 잘 모르는 영화’ (웃음) 이 영화 속에서의 귀신이라고 하는 존재가 과연 뭘까,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저는 그게 불신이라고 봤어요. 불신과 의심. 불신과 의심이 공포를 만들고 그 공포가 창조해낸 피조물이 바로 귀신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홍진 감독이 우리에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의 강렬한 연기

강승화: 그럼 연기 얘기로 가볼까요? 우리 곽도원 씨가 첫 주연작이었어요.

최광희: 이번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았는데 영화 속의 비중, 영화 속에 이 사람이 보여주는 복잡한 내면 심리 이런 것들을 다 소화해야 한다는 게 첫 주연작으로는 너무 큰 부담을 안은 거예요. 근데 그걸 아주 굉장히 잘 소화를 해냈습니다. 다른 어떤 조연 출신 주연보다도 곽도원 씨가 영화 속에서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보고요.
한 가지 의외이면서도 신선했던 것은 황정민 씨가 이 영화 속에서 조연으로 나온다는 거예요. 그동안의 황정민 씨의 연기 패턴이라든가 맡아온 캐릭터들 사이에서는...

강승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죠.

최광희: 전형성이 있었어요. 그 전형성을 나홍진 감독이 깨준 거죠. 이 영화 속에서 무당으로 나와서 막 굿을 하는데, 야 그것도 참 굉장히 신비로워 보이더라고요. 그 자체로 신비로워 보이고. 천우희 씨는 사실 굉장히 정체불명의 여성으로 등장해요. 나중에 영화 말미에 어떤 정체인지 드러나게 되는데 전체 출연 분량이 한 10분 정도밖에 안 되는, 이 영화 속에서 굉장히 작은 비중에 드문드문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강승화: 이 영화에 대한 한 줄 평과 엄지 평점 보겠습니다. 엄지 평부터 보겠습니다. 하나, 둘, 셋! 한 줄 평 들어볼게요.

최광희: ‘나홍진의 아름다운 지옥도’

강승화: 아휴... 아휴 무서워. 알겠습니다. 여러분도 곡성 한 번 꼭 보시고 나홍진 감독의 지옥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곡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까칠한 시선 10년째 되풀이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다시보기


최광희 영화평론가

지난달 말에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가 개봉하면서 또다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지난 2006년 개봉했던 <괴물> 때부터 해마다 무려 10년 동안 되풀이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한 영화가 차지하는 스크린 수는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스크린 독과점, 이거 정말 문제다’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왜 해결이 되지 않는 걸까요?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그 이유를 짚어봅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역대 최다 스크린수 확보

“서울 시내 극장가 어디를 가도 눈에 띄는 것은 단 한 영화뿐. 다른 120편을 다 합한 것보다도 상영 횟수가 훨씬 많습니다.”-KBS 뉴스9(5월 5일)
“개봉 첫날 스크린 수는 1,863개. 역대 최다 기록입니다. 토요일엔 더 늘어서 스크린 수가 2,000개에 육박했습니다. 전체 스크린의 무려 80%를 차지한 겁니다.” -SBS 8뉴스(5월 3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면 뉴스는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강조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할까요? 극장들이 알아서 한 영화의 과도한 스크린을 몰아주는 걸 자제할 수 있을까요? 배급사들이 알아서 지나치게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중단해야 할까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잘 알 겁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개봉 전 예매 점유율은 95%가 넘었습니다. 많은 관객의 관심이 쏠린 영화에 극장이나 배급사가 더 많은 스크린을 할애하는 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이상한 일은 아니죠.

그런데 문제는요. 한 영화가 지나치게 많은 스크린을 독식하면 다른 영화들을 보고 싶은 관객들의 관람 선택권이 침해된다는 거죠. 이를테면 같은 기간에 개봉한 영국 영화 <45년 후>라든가, 일본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 같은 작품을 보고 싶은 관객들도 분명히 존재하겠죠. 하지만 이들 영화를 보려면 아주 먼 극장을 찾아간다든가, 그나마 아침 일찍 혹은 밤늦은 시간 말고는 상영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누가 봐도 이건 정상이 아니죠.

번번이 무산된 스크린 독과점 방지법


우리나라에는 영화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 줄여서 ‘영비법’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법을 고쳐서 스크린 독과점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그동안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07년 당시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의원이 스크린 독과점 방지를 위한 법안을 마련한 적이 있었죠. 그런데 이 법은 영화 산업의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2014년에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민희 의원이 스크린 독과점 완화를 위한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습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한 영화의 스크린 수를 규제하지 않는 대신 일정 규모 이상의 멀티플렉스에 1개 관 이상의 독립영화 또는 예술 영화 전용관을 의무적으로 운영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개정안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왜 스크린 독과점을 법적으로 견제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걸까요?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멀티플렉스 체인을 가진 영화 산업의 메이저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영업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거죠. 둘째, 정치인들이 규제라는 말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규제를 가하는 건 자유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거죠. 두 가지 이유 모두 문화적 다양성이나 관객들의 관람 선택권이라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안중에 없습니다.

영화는 물론 돈을 주고 사서 보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문화이기도 하죠. 정치인들은 틈만 나면 민생! 민생!하고 외칩니다. 그런데 문화는 민생과 관련이 없는 건가요? 문화는 시민의 영혼의 민생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한 영화가 스크린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문화적 후진성이라는 덫에서 우리는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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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 영화방 강승화입니다. 5월의 가장 많은 행사 중 하나, 바로 결혼이죠. 결혼은 연인이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의식이자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순간인데요. 오늘은 새로운 가족을 맞는 모든 분을 위한 영화 <컬러풀 웨딩즈(Serial Bad Weddings)>를 소개합니다.

딸부잣집 4자매가 데려온 다양한 배경의 사위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며 순수한 프랑스 혈통인 클로드 부부는요. 딸만 넷을 둔 딸부자입니다. 이미 세 명의 딸이 이민자와 결혼을 했는데요. 클로드 부부는 아랍인, 유대인, 중국인 사위들 때문에 가족 행사 때마다 머리가 아픕니다.

글로벌한 문화 충돌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는 클로드 가족! 급기야 가족 행사를 없애고 마는데요. 딸들과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계속되자 마리 부인은 우울증에 빠집니다. 크리스마스에 다시 모이기로 한 가족들, 부인과 딸들은 남편에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라며 단단히 충고합니다.

사위들은 종교와 인종은 다르지만, 장모를 따라 가톨릭 미사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프랑스 민족주의자 장인 앞에서 국가도 합창합니다. 한 발짝 물러서면서 양보한 덕분일까요. 드디어 서로와 조금씩 친해지는 장인과 사위들입니다. 극적으로 평화가 찾아온 클로드 가족에게 또 한 번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막내딸이 데리고 온 예비사위가 바로 아프리카인이었던 겁니다.

달리 살아온 이들이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의 의미

네. 다양한 인종과 종교에 관대한 프랑스에서조차 가족 간의 문화충돌은 피할 수 없는 걸까요?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요. 꼭 국제결혼이 아니더라도 이런 갈등 어느 가족에게나 있는 거 같습니다. 왜냐면 자라온 환경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인데요.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과정임을 이 영화, <컬러풀 웨딩즈>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클로드 부부는 절망합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 프랑스에서도 통하나 봅니다. 로라의 결혼을 허락하는 클로드 부부. 하지만 또 하나의 복병이 찾아왔습니다. 예비 사돈이요. 하필 프랑스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었던 거죠.

자식들의 결혼이 탐탁지 않은 아버지들. 급기야 머리를 맞대고 이 결혼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화해는 술만 한 게 없다고 하죠. 피부색은 다르지만, 은근히 쿵짝이 잘 맞는 아버지들은요. 어느 순간 절친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샤를과 로라는 모두가 반대하는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결혼 일정을 취소합니다. 갑작스러운 결혼 취소 소식에 놀란 아버지들은요. 결혼을 다시 성사시키기 위해서 기차역으로 달려갑니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죠. 샤를과 로라가 결혼하는 해피 엔딩을 더욱 빛나게 한 건, 마음의 국경까지 허문 이 컬러풀한 가족의 양보와 이해가 아닐까요?

이 영화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라’라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하면서 프랑스인들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냈는데요. 2014년에 개봉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 천2백만 명이 훌쩍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프랑스의 국민 가족영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 결혼 준비부터 갈등인 분들 혹시 계신가요?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한 발짝씩만 양보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다락 영화방 강승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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