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어린이 지상 낙원?…북한 아동 인권 실태

입력 2016.06.04 (08:08) 수정 2016.06.0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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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상에 부럼 없어라' 세상에서 어린이들을 가장 잘 돌본다며 북한이 내세우는 선전 구호입니다.

북한은 지난 1일에도 우리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국제 아동절을 맞아 다시 한번 북한이야말로 어린이들의 지상 낙원이라며 떠들썩하게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대다수 북한 어린이들의 삶이 그렇게 행복할까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겉으로 내세우는 선전과 달리, 강제 노역과 체제 선전에 내몰리는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일, 우리의 서울대공원에 해당하는 평양 대성산 유원지.

수백 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모여 곳곳에서 줄다리기와 씨름 등민속놀이를 하고 있다.

달리기, 자전거 경주 등 다양한 체육활동도 이어진다.

<녹취> 북한 어린이 : “나는 방금 공 안고 달리기를 했습니다. 공 안고 달리기는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북한의 어린이날인 ‘국제아동절’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는 평양 주재 외국인 가족들과 해외 동포들도 초대됐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일) : "어머니당의 뜨거운 은정이 온 나라에 차 넘치는 속에 6.1 국제아동절 예순여섯돌 기념 친선련환모임이 1일 대성산 유원지에서 진행됐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어린이날인 ‘국제아동절’.

북한도 해마다 6월 1일, 국제아동절이 되면 이렇게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한다.

아동절 행사는 평양은 물론 북한 전역의 유치원과 탁아소 등에서도 열린다.

북한매체들 역시 각지에서 열린 다양한 행사 소식과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내며 아동절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특히, 북한TV는 외국인까지 내세우며 북한의 어린이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녹취> 아동절 특집물 ‘모성의 눈으로 본 조선’ : “이 세상 어머니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그 사랑의 세계를 현실로 펼친 조선은 명실공히 아이들의 왕국이다.“

집권 이후 김정은은 이른바 ‘후대 사랑’을 내세우며 할아버지 따라하기에도 어린이들을 활용했다.

<녹취> 북한 기록영화 ‘어머니당의 품’ : “우리 어린이들을 이 세상 제일로 아끼고 사랑하시는 경애하는 원수님께...”

김정은을 보며 열광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집중 부각시키고, 야영소와 스키장 등 새로 지은 위락시설 역시 모두 아동과 청소년을 우선하는 김정은의 치적이라며 치켜세웠다.

<녹취> 북한 기록영화 ‘어머니당의 품’ : “자라나는 새 세대를 위해서는 천만금도 아끼지 않는다고 우리가 후대들을 위해 바치는 노력은 먼 훗날 그들이 건설하게 될 조국의 면모를 좌우하게 된다고 하시면서...”

<녹취> 북한 노래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우리는 모두 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 없어라...”

‘걸작 사회주의 주제가’라며 북한 정권이 올해 상까지 준 노래다.

북한은 그동안 ‘세상에 부럼 없어라’라는 구호까지 만들어가며 북한이 어린이들의 천국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해왔다.

과연, 실상은 어떨까?

뙤약볕이 내리쬐는 철길 위에 아이들이 쭈그리고 앉아 쉴 새 없이 망치질을 해댄다.

돌을 깨서 철길에 깔 자갈을 만드는 ‘철길 보수 공사’에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된 것이다.

바로 옆 선로에 기차가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에도 선생님으로 보이는 남성은 감시에만 열을 올린다.

<녹취> 북한 남성 : “야, 여기 애들 다 어디 갔어?”

지난해 여름, 북중 접경 지역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북한 소학교 학생들이다.

산을 깎아 도로를 넓히는 작업이 한창인 또 다른 공사현장.

돌짐을 나르며 위태롭게 휘청거리는 어린 아이의 모습도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앳돼 보이는 소년들이 고된 탄광 노동에 동원된 모습이 북한 매체의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세상에 부럼 없다는 북한 당국의 선전과 달리, 실상은 정반대로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북한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인 것이다.

모내기나 가을걷이철에는 한 달 동안 학교 수업도 중단된 채 강제노역에 동원된다고 한다.

<인터뷰> 이미연(교사 출신 탈북민) : "북한에서는 소학교 3학년 말하자면 한 11살 정도 그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부터 애들에게 노동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오전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는 일하러 가야 되죠. 그래서 북한 학생들이 보통 일을 하는 부분은 건설 현장이나, 그리고 농사하는 농업 현장에 많이 동원이 되거든요. 애들이 거의 보통 보게 되면 평균 10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리는 거죠."

안전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보니 사고 위험도 큰 상황.

그렇다보니, 북한의 부모들이 자식을 노동현장에 보내지 않기 위해 교사에게 뇌물을 받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인터뷰> 이미연(교사 출신 탈북민) : "경제적으로 부유한 이런 집안 같은 경우에는 해당 학교 교장 선생님이나 아니면 학교 내지는 교사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내지는 공식적으로 뇌물을 줍니다. 우리 아이를 1년동안이면 1년동안 졸업할 때까지 이런 건설 현장에서 모두 빼주세요. 대신 빼준 것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학교에다가 드리겠습니다. 경제적인 여건이 센 부모님들은 이런 식으로 하고요."

지난 달 열린 북한의 7차 당대회.

김정은의 대관식이었던 이 행사의 마지막 날 소년단원들이 축하문 낭독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녹취> 조선소년단 축하단 : "원수님 주신 멋진 책을 펼치며 마음껏 배우며 뛰노는 우린 이 세상 가장 복 받은 세대 세상에 부럼 없어라!"

앳된 학생들이 김정은 앞에서 무려 4천자가 넘는 찬양 글을 한 목소리로 외워 읊는 모습은 전율마저 일으킨다.

이렇게 김정은 우상화와 체제 선전에 어린이를 내세우는 건 북한에선 흔한 일이다.

지난 2013년, 10만 여명이 동원된 대규모 집단체조 공연.

기계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체조 공연을 펼치는 어린이 공연단 뒤로 배경대를 가득채운 학생들이 펼치는 카드섹션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인다.

대규모 정치행사와 체제 선전에 수시로 어린이를 동원하는 북한.

어린이들이 기계처럼 정확한 동작을 습득하기 위해, 하루 열 시간 이상 진행되는 혹독한 연습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인터뷰> 이미연(교사 출신 탈북민) : “6살짜리를 줄을 곧게 맞추고 동작이 똑같고 이런 것을 연습하자고 하면요. 그만큼의 정신적인, 육체적인 강한 트레이닝이 들어가는 거죠. 애들이 그런 측면에서 정말 혹사가 많이 되는 거죠. 하루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이렇게 하게 되면 정말 짜증 지수가 사람 인간의 평정심을 잃을 정도의 짜증 지수가 나는 거죠. 그래서 이런 것을 하다가 정신을 잃는 이런 학생들도 있고요.”

무엇보다, 북한 어린이 인권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먹는 문제다.

지난 2014년 유니세프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5살 미만의 북한 어린이 28%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저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어린이들 상당수가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 아동절을 경제 위기를 숨기고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라고 평가한다.

<인터뷰>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 "어린이를 왕으로 생각하고 그런 식의 여러 가지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가정폭력도 굉장히 심각하고요. 아이들에 대한 강제노동도 심각하고 실제 교육에 대한 투자는 국가 단위에서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거든요. 실제는 작동되지 않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나 외부 세계에는 그런 것이 작동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 공산주의 국가 특징이기도 하고 북한이 그런 측면을 강조하는 정치적인 하나의 방법인거죠."

북한 당국 역시 국제사회의 따가운 비판을 의식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1990년에 이미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던 북한은, 이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아동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북한 아동들의 진짜 실상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형식적인 내용에 불과하단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인터뷰>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 “아이들에게 하루 300g의 식량을 배급하게 되어 있고 아이들에게 학습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다 제공하도록 되어 있고 학교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국가가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 국가가 모든 걸 제공하고 있느냐 전혀 다르거든요. 이런 실제적인 상황은 보고서 내용에 거의 포함시키지 않고 제도 중심에, 제도가 이렇게 되어 있다 이렇게 만들었다 이렇게 좀 더 강조해라 이런 식으로 지금 보고서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신뢰성은 국제사회에서 그렇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거죠.”

북한의 아이들이 강제노역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열악한 현실이 계속된다면, 통일 이후 한반도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터뷰>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 “통일이 되는 상황을 맞게 되면 지금의 아이들이 통일 세대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북한 아이들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제대로 발육되지 않으면 통일 다음에 우리 민족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가질수 있기 때문에 특히 북한의 아이든 남한의 아이든어린 아이로서의 제대로 된 지원과 제대로 된 보호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거죠.”

지난 4월, 우리의 초등학교인 북한의 소학교 입학식 모습이다.

교사의 인솔에 따라 김일성 동상을 참배하는 것으로 어린이들은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어린이 지상 낙원’이라는 선전 속에 실상은 강제노역과 체제 선전에 내몰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

이들의 인권 보호와 생활 개선을 위한 북한 당국의 각성과 태도 변화 그리고 국제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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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어린이 지상 낙원?…북한 아동 인권 실태
    • 입력 2016-06-04 08:29:57
    • 수정2016-06-04 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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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부럼 없어라' 세상에서 어린이들을 가장 잘 돌본다며 북한이 내세우는 선전 구호입니다.

북한은 지난 1일에도 우리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국제 아동절을 맞아 다시 한번 북한이야말로 어린이들의 지상 낙원이라며 떠들썩하게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대다수 북한 어린이들의 삶이 그렇게 행복할까요?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겉으로 내세우는 선전과 달리, 강제 노역과 체제 선전에 내몰리는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일, 우리의 서울대공원에 해당하는 평양 대성산 유원지.

수백 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모여 곳곳에서 줄다리기와 씨름 등민속놀이를 하고 있다.

달리기, 자전거 경주 등 다양한 체육활동도 이어진다.

<녹취> 북한 어린이 : “나는 방금 공 안고 달리기를 했습니다. 공 안고 달리기는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북한의 어린이날인 ‘국제아동절’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는 평양 주재 외국인 가족들과 해외 동포들도 초대됐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일) : "어머니당의 뜨거운 은정이 온 나라에 차 넘치는 속에 6.1 국제아동절 예순여섯돌 기념 친선련환모임이 1일 대성산 유원지에서 진행됐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어린이날인 ‘국제아동절’.

북한도 해마다 6월 1일, 국제아동절이 되면 이렇게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한다.

아동절 행사는 평양은 물론 북한 전역의 유치원과 탁아소 등에서도 열린다.

북한매체들 역시 각지에서 열린 다양한 행사 소식과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내며 아동절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특히, 북한TV는 외국인까지 내세우며 북한의 어린이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녹취> 아동절 특집물 ‘모성의 눈으로 본 조선’ : “이 세상 어머니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그 사랑의 세계를 현실로 펼친 조선은 명실공히 아이들의 왕국이다.“

집권 이후 김정은은 이른바 ‘후대 사랑’을 내세우며 할아버지 따라하기에도 어린이들을 활용했다.

<녹취> 북한 기록영화 ‘어머니당의 품’ : “우리 어린이들을 이 세상 제일로 아끼고 사랑하시는 경애하는 원수님께...”

김정은을 보며 열광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집중 부각시키고, 야영소와 스키장 등 새로 지은 위락시설 역시 모두 아동과 청소년을 우선하는 김정은의 치적이라며 치켜세웠다.

<녹취> 북한 기록영화 ‘어머니당의 품’ : “자라나는 새 세대를 위해서는 천만금도 아끼지 않는다고 우리가 후대들을 위해 바치는 노력은 먼 훗날 그들이 건설하게 될 조국의 면모를 좌우하게 된다고 하시면서...”

<녹취> 북한 노래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우리는 모두 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 없어라...”

‘걸작 사회주의 주제가’라며 북한 정권이 올해 상까지 준 노래다.

북한은 그동안 ‘세상에 부럼 없어라’라는 구호까지 만들어가며 북한이 어린이들의 천국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해왔다.

과연, 실상은 어떨까?

뙤약볕이 내리쬐는 철길 위에 아이들이 쭈그리고 앉아 쉴 새 없이 망치질을 해댄다.

돌을 깨서 철길에 깔 자갈을 만드는 ‘철길 보수 공사’에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된 것이다.

바로 옆 선로에 기차가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에도 선생님으로 보이는 남성은 감시에만 열을 올린다.

<녹취> 북한 남성 : “야, 여기 애들 다 어디 갔어?”

지난해 여름, 북중 접경 지역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북한 소학교 학생들이다.

산을 깎아 도로를 넓히는 작업이 한창인 또 다른 공사현장.

돌짐을 나르며 위태롭게 휘청거리는 어린 아이의 모습도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앳돼 보이는 소년들이 고된 탄광 노동에 동원된 모습이 북한 매체의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세상에 부럼 없다는 북한 당국의 선전과 달리, 실상은 정반대로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북한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인 것이다.

모내기나 가을걷이철에는 한 달 동안 학교 수업도 중단된 채 강제노역에 동원된다고 한다.

<인터뷰> 이미연(교사 출신 탈북민) : "북한에서는 소학교 3학년 말하자면 한 11살 정도 그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부터 애들에게 노동을 강요합니다. 그래서 오전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는 일하러 가야 되죠. 그래서 북한 학생들이 보통 일을 하는 부분은 건설 현장이나, 그리고 농사하는 농업 현장에 많이 동원이 되거든요. 애들이 거의 보통 보게 되면 평균 10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리는 거죠."

안전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보니 사고 위험도 큰 상황.

그렇다보니, 북한의 부모들이 자식을 노동현장에 보내지 않기 위해 교사에게 뇌물을 받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인터뷰> 이미연(교사 출신 탈북민) : "경제적으로 부유한 이런 집안 같은 경우에는 해당 학교 교장 선생님이나 아니면 학교 내지는 교사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내지는 공식적으로 뇌물을 줍니다. 우리 아이를 1년동안이면 1년동안 졸업할 때까지 이런 건설 현장에서 모두 빼주세요. 대신 빼준 것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학교에다가 드리겠습니다. 경제적인 여건이 센 부모님들은 이런 식으로 하고요."

지난 달 열린 북한의 7차 당대회.

김정은의 대관식이었던 이 행사의 마지막 날 소년단원들이 축하문 낭독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녹취> 조선소년단 축하단 : "원수님 주신 멋진 책을 펼치며 마음껏 배우며 뛰노는 우린 이 세상 가장 복 받은 세대 세상에 부럼 없어라!"

앳된 학생들이 김정은 앞에서 무려 4천자가 넘는 찬양 글을 한 목소리로 외워 읊는 모습은 전율마저 일으킨다.

이렇게 김정은 우상화와 체제 선전에 어린이를 내세우는 건 북한에선 흔한 일이다.

지난 2013년, 10만 여명이 동원된 대규모 집단체조 공연.

기계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체조 공연을 펼치는 어린이 공연단 뒤로 배경대를 가득채운 학생들이 펼치는 카드섹션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인다.

대규모 정치행사와 체제 선전에 수시로 어린이를 동원하는 북한.

어린이들이 기계처럼 정확한 동작을 습득하기 위해, 하루 열 시간 이상 진행되는 혹독한 연습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인터뷰> 이미연(교사 출신 탈북민) : “6살짜리를 줄을 곧게 맞추고 동작이 똑같고 이런 것을 연습하자고 하면요. 그만큼의 정신적인, 육체적인 강한 트레이닝이 들어가는 거죠. 애들이 그런 측면에서 정말 혹사가 많이 되는 거죠. 하루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이렇게 하게 되면 정말 짜증 지수가 사람 인간의 평정심을 잃을 정도의 짜증 지수가 나는 거죠. 그래서 이런 것을 하다가 정신을 잃는 이런 학생들도 있고요.”

무엇보다, 북한 어린이 인권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먹는 문제다.

지난 2014년 유니세프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5살 미만의 북한 어린이 28%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저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어린이들 상당수가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 아동절을 경제 위기를 숨기고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라고 평가한다.

<인터뷰>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 "어린이를 왕으로 생각하고 그런 식의 여러 가지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가정폭력도 굉장히 심각하고요. 아이들에 대한 강제노동도 심각하고 실제 교육에 대한 투자는 국가 단위에서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거든요. 실제는 작동되지 않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나 외부 세계에는 그런 것이 작동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 공산주의 국가 특징이기도 하고 북한이 그런 측면을 강조하는 정치적인 하나의 방법인거죠."

북한 당국 역시 국제사회의 따가운 비판을 의식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1990년에 이미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던 북한은, 이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아동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북한 아동들의 진짜 실상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형식적인 내용에 불과하단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인터뷰>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 “아이들에게 하루 300g의 식량을 배급하게 되어 있고 아이들에게 학습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다 제공하도록 되어 있고 학교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국가가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 국가가 모든 걸 제공하고 있느냐 전혀 다르거든요. 이런 실제적인 상황은 보고서 내용에 거의 포함시키지 않고 제도 중심에, 제도가 이렇게 되어 있다 이렇게 만들었다 이렇게 좀 더 강조해라 이런 식으로 지금 보고서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신뢰성은 국제사회에서 그렇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거죠.”

북한의 아이들이 강제노역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열악한 현실이 계속된다면, 통일 이후 한반도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터뷰>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 “통일이 되는 상황을 맞게 되면 지금의 아이들이 통일 세대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북한 아이들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제대로 발육되지 않으면 통일 다음에 우리 민족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가질수 있기 때문에 특히 북한의 아이든 남한의 아이든어린 아이로서의 제대로 된 지원과 제대로 된 보호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거죠.”

지난 4월, 우리의 초등학교인 북한의 소학교 입학식 모습이다.

교사의 인솔에 따라 김일성 동상을 참배하는 것으로 어린이들은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어린이 지상 낙원’이라는 선전 속에 실상은 강제노역과 체제 선전에 내몰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

이들의 인권 보호와 생활 개선을 위한 북한 당국의 각성과 태도 변화 그리고 국제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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