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비리의 공생 관계…공룡은 어떻게 죽어갔나?

입력 2016.06.17 (11:55) 수정 2016.07.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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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 해체 후 지난 2000년 대우중공업에서 떨어져 나온 대우조선은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희망이 보였다.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다가 한때는 민간 매각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조선업 불황에 중국이란 경쟁자에게도 밀리게 되자 경험도 없이 해양 플랜트에 뛰어들었다가 재앙을 맞았다. 무리한 수주 경쟁을 주도하면서 국제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산업은행 경영관리단은 들러리?

공적자금 투입으로 사실상 공기업과 같았던 대우조선은 방만 경영과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산업은행 출신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파견되고, 그래도 미흡하지 산업은행 현직자들이 경영관리단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들은 고액 연봉만 챙기며 들러리 역할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이걸 잘 보여준다. 산업은행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대우조선의 무리한 투자 결정에 모두 찬성했다. 그 결과 1조 원에 가까운 손실이 났다. 경영관리단과 마찬가지로 거수기나 들러리 역할에 그쳤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해양 플랜트 부실이 우려됐는데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요구에 따라 자금 지원을 계속했다. 감사원은“회사 얘기만 믿고 해양 플랜트의 수익성은 확인하지 않은 채 운영 자금을 승인해 줬다"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 속에 대우조선은 2013년과 2014년에 영업이익을 1조 5,000억 원이나 부풀렸다. 손실이 났는데 이익이 난 것으로 분식회계 처리 한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산업은행은 부실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재무 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도 대우조선에 적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이걸 적용해보니 최고 위험등급으로 나왔다. 부실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왜 그랬는지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적자를 흑자로 둔갑... 성과급 챙겨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성과급과 격려금 명목으로 3,000억 원가량을 나눠 가졌다. 남상태 전 사장은 대학 동창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수억 원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 차장급 직원은 180억 원을 빼돌려 흥청망청 썼다.

대우조선해양 임 모 전 차장이 빼돌린 돈으로 산 2억 원짜리 시계대우조선해양 임 모 전 차장이 빼돌린 돈으로 산 2억 원짜리 시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까맣게 몰랐던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에 4조 2,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런 대우조선 등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은행 10조 원, 정부 2조 원 등 모두 12조 원이 또 투입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감사원, 뒷북 감사에 부실 감사"

그런데 이게 어디 국책은행과 대우조선만의 부실이요 비리일까? 감사원 감사는 뒷북 감사에다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국책은행 출신 임원 몇 명만의 징계 요구로 마무리했다.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6월 15일 국책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6월 15일 국책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감독 소홀, 낙하산은 누구 책임?

기재부나 금융위 등 정부 감독 당국은 책임이 없는 것일까? 정피아와 관피아 등 낙하산을 내려보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산업은행 자회사 임원은 청와대가 3분의 1, 금융당국이 3분의 1을 가져갔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대우조선에도 낙하산이 줄을 이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전직 국회의원, 대통령 후보 특보, 전 청와대 대변인, 정당 국장, 심지어 사진사 등 조선과 관계없는 인사들이 사외이사, 고문, 상담역 등으로 적을 올리고 수 백만 원에서 수 억 원을 챙겨갔다.

공룡 나눠먹기 ‘비리의 공생 관계’

공룡 대우조선을 공적자금으로 겨우 숨만 붙어있게 하면서 당국과 국책은행, 회사 임직원, 낙하산이 각자의 이익만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비리의 공생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될 것이다. 대우조선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책은행 윗선의 책임을 밝혀줄 수 있을까?

[연관기사]
☞ “다 정해져 있었다”…대우조선, 또 다른 태풍 몰고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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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17 11:55:37
    • 수정2016-07-20 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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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 해체 후 지난 2000년 대우중공업에서 떨어져 나온 대우조선은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희망이 보였다.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다가 한때는 민간 매각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조선업 불황에 중국이란 경쟁자에게도 밀리게 되자 경험도 없이 해양 플랜트에 뛰어들었다가 재앙을 맞았다. 무리한 수주 경쟁을 주도하면서 국제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산업은행 경영관리단은 들러리?

공적자금 투입으로 사실상 공기업과 같았던 대우조선은 방만 경영과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산업은행 출신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파견되고, 그래도 미흡하지 산업은행 현직자들이 경영관리단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들은 고액 연봉만 챙기며 들러리 역할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이걸 잘 보여준다. 산업은행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대우조선의 무리한 투자 결정에 모두 찬성했다. 그 결과 1조 원에 가까운 손실이 났다. 경영관리단과 마찬가지로 거수기나 들러리 역할에 그쳤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해양 플랜트 부실이 우려됐는데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요구에 따라 자금 지원을 계속했다. 감사원은“회사 얘기만 믿고 해양 플랜트의 수익성은 확인하지 않은 채 운영 자금을 승인해 줬다"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 속에 대우조선은 2013년과 2014년에 영업이익을 1조 5,000억 원이나 부풀렸다. 손실이 났는데 이익이 난 것으로 분식회계 처리 한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산업은행은 부실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재무 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도 대우조선에 적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이걸 적용해보니 최고 위험등급으로 나왔다. 부실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왜 그랬는지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적자를 흑자로 둔갑... 성과급 챙겨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성과급과 격려금 명목으로 3,000억 원가량을 나눠 가졌다. 남상태 전 사장은 대학 동창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수억 원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 차장급 직원은 180억 원을 빼돌려 흥청망청 썼다.

대우조선해양 임 모 전 차장이 빼돌린 돈으로 산 2억 원짜리 시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까맣게 몰랐던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에 4조 2,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런 대우조선 등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은행 10조 원, 정부 2조 원 등 모두 12조 원이 또 투입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감사원, 뒷북 감사에 부실 감사"

그런데 이게 어디 국책은행과 대우조선만의 부실이요 비리일까? 감사원 감사는 뒷북 감사에다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국책은행 출신 임원 몇 명만의 징계 요구로 마무리했다.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6월 15일 국책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감독 소홀, 낙하산은 누구 책임?

기재부나 금융위 등 정부 감독 당국은 책임이 없는 것일까? 정피아와 관피아 등 낙하산을 내려보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산업은행 자회사 임원은 청와대가 3분의 1, 금융당국이 3분의 1을 가져갔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대우조선에도 낙하산이 줄을 이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전직 국회의원, 대통령 후보 특보, 전 청와대 대변인, 정당 국장, 심지어 사진사 등 조선과 관계없는 인사들이 사외이사, 고문, 상담역 등으로 적을 올리고 수 백만 원에서 수 억 원을 챙겨갔다.

공룡 나눠먹기 ‘비리의 공생 관계’

공룡 대우조선을 공적자금으로 겨우 숨만 붙어있게 하면서 당국과 국책은행, 회사 임직원, 낙하산이 각자의 이익만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비리의 공생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될 것이다. 대우조선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책은행 윗선의 책임을 밝혀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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