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판결…과거와 달랐던 점은?

입력 2016.07.1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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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끌어온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유엔해양법협약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는 중재법정에 관할권이 없다고 반발하자 중국을 빼고 궐석재판을 진행한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이례적 상황인 만큼 다른 영유권 분쟁 지역의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연관 기사] ☞ 중재재판소 “中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근거 없다” (2016.7.12)

"강제절차 안 따른다" 선언해도 무용지물

중국은 지난 2006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유엔해양법협약 상 강제절차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엔해양법협약 298조는 해양경계획정이나 근거에 관한 분쟁에 대해서는 당사국이 강제절차에 따르지 않을 것을 선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협약은 또한 해양경계획정이나 영유권, 군사활동, 안보리 결의 관련 사항 등에 대해서는 강제중재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필리핀은 지난 2013년 중국을 중재재판에 회부하면서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 문제를 직접 건드리는 대신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허물기 위한 법적 판단을 받기로 한 것이다. 필리핀이 제소한 ▲중국이 설정한 구단선(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형으로 그은 9개의 선,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의 법률적 효력 ▲중국이 EEZ의 기준으로 삼은 섬들이 섬인지 암초인지 여부 ▲주변 해양의 환경오염 여부 등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의 근거로 삼고 있으면서도 유엔해양법협약 상 제소가 가능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중국은 이 역시 중재법정의 관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정은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재판절차에 들어갔다. 분쟁해결 국제기구 중 하나인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의 경우 분쟁 당사국 양자가 모두 동의해야 재판이 가능하지만, 다른 기구인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는 분쟁 당사자 중 한 쪽의 제소만으로도 재판절차 착수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3조에 의해 중국의 동의 없이도 해양법재판소(ITLOS)가 재판관을 구성해 재판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판결 이후 중국은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 재판은 강제성도 거의 없다. 하지만 지키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국제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국가로 악평을 받는 것은 중국에게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독도에도 적용될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역시 2006년 독도 문제에 대해 강제중재절차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12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독도 영유권 문제를 회부하겠다고 선언하고 ICJ 제소에 동의해달라는 구상서까지 보냈지만 우리 정부가 동의하지 않아 실제 재판까지 가지는 않았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


그간 강제중재절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은 영유권 분쟁에 관한 국제재판을 배제하는 일종의 방패막이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예외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대신 해양법재판소(ITLOS)를 택해 독도 영유권을 우회 주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이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을 해양환경 오염이라고 주장하며 제소한 것처럼 일본도 독도 주변의 환경오염이나 해양조사 등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남중국해 판결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4년 11월 정부가 이미 예산이 배정돼 있던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던데는 일본이 센터 설립과정에서 해양오염이 발생했다며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소해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관 기사] ☞ 정부, 독도 입도 시설물 사실상 ‘포기’…왜? (2014.11.5)

다만 독도의 경우 필리핀-중국 간 분쟁처럼 독도 자체의 해양법 상 지위 문제보다는 해양오염 등에 한정해 법적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커 일본이 제소한다 해도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양법 전문가인 이석용 한남대 법대 교수는 "이번 남중국해 관련 판결은 해양법 협약의 분쟁 해결 절차가 당사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독도의 경우도 일본이 주변의 시설물 건조 등을 빌미로 해양오염 등을 문제삼을 경우 한국이 방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이 향후 한·일 간 독도 문제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는 "판결 내용과 법적 함의 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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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과거와 달랐던 점은?
    • 입력 2016-07-13 18:42:15
    취재K
오랫동안 끌어온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유엔해양법협약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는 중재법정에 관할권이 없다고 반발하자 중국을 빼고 궐석재판을 진행한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이례적 상황인 만큼 다른 영유권 분쟁 지역의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연관 기사] ☞ 중재재판소 “中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근거 없다” (2016.7.12)

"강제절차 안 따른다" 선언해도 무용지물

중국은 지난 2006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유엔해양법협약 상 강제절차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엔해양법협약 298조는 해양경계획정이나 근거에 관한 분쟁에 대해서는 당사국이 강제절차에 따르지 않을 것을 선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협약은 또한 해양경계획정이나 영유권, 군사활동, 안보리 결의 관련 사항 등에 대해서는 강제중재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필리핀은 지난 2013년 중국을 중재재판에 회부하면서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 문제를 직접 건드리는 대신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허물기 위한 법적 판단을 받기로 한 것이다. 필리핀이 제소한 ▲중국이 설정한 구단선(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형으로 그은 9개의 선,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의 법률적 효력 ▲중국이 EEZ의 기준으로 삼은 섬들이 섬인지 암초인지 여부 ▲주변 해양의 환경오염 여부 등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의 근거로 삼고 있으면서도 유엔해양법협약 상 제소가 가능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중국은 이 역시 중재법정의 관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정은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재판절차에 들어갔다. 분쟁해결 국제기구 중 하나인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의 경우 분쟁 당사국 양자가 모두 동의해야 재판이 가능하지만, 다른 기구인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는 분쟁 당사자 중 한 쪽의 제소만으로도 재판절차 착수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유엔해양법협약' 제7부속서 3조에 의해 중국의 동의 없이도 해양법재판소(ITLOS)가 재판관을 구성해 재판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판결 이후 중국은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 재판은 강제성도 거의 없다. 하지만 지키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국제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국가로 악평을 받는 것은 중국에게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독도에도 적용될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역시 2006년 독도 문제에 대해 강제중재절차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12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독도 영유권 문제를 회부하겠다고 선언하고 ICJ 제소에 동의해달라는 구상서까지 보냈지만 우리 정부가 동의하지 않아 실제 재판까지 가지는 않았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

그간 강제중재절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은 영유권 분쟁에 관한 국제재판을 배제하는 일종의 방패막이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예외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대신 해양법재판소(ITLOS)를 택해 독도 영유권을 우회 주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이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을 해양환경 오염이라고 주장하며 제소한 것처럼 일본도 독도 주변의 환경오염이나 해양조사 등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남중국해 판결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4년 11월 정부가 이미 예산이 배정돼 있던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던데는 일본이 센터 설립과정에서 해양오염이 발생했다며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소해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관 기사] ☞ 정부, 독도 입도 시설물 사실상 ‘포기’…왜? (2014.11.5)

다만 독도의 경우 필리핀-중국 간 분쟁처럼 독도 자체의 해양법 상 지위 문제보다는 해양오염 등에 한정해 법적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커 일본이 제소한다 해도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양법 전문가인 이석용 한남대 법대 교수는 "이번 남중국해 관련 판결은 해양법 협약의 분쟁 해결 절차가 당사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독도의 경우도 일본이 주변의 시설물 건조 등을 빌미로 해양오염 등을 문제삼을 경우 한국이 방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이 향후 한·일 간 독도 문제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는 "판결 내용과 법적 함의 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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