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美 대선 개입?…‘이메일 폭로’에 당황하는 클린턴 캠프

입력 2016.07.25 (15:27) 수정 2016.07.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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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할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25일(현지시각)부터 28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강력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전체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중심으로 완전히 하나가 되는 '화합과 축제'의 한마당으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25일부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필라델피아 웰스파고 센터 (사진=AP)25일부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필라델피아 웰스파고 센터 (사진=AP)

하지만 전당대회 직전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전국 위원회(DNC) 간부들의 '샌더스 비방' 이메일을 폭로하면서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 전부터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주최하고 당 후보들을 위한 선거자금을 모집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경선과정에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에게 경선관리를 편파적으로 했다는 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연관기사] ☞ 美 민주당 전대 오늘 밤 개막…경선 편파 관리 의혹

민주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이후 사임하겠다고 밝힌 데비 와서만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사회권을 박탈하고 찬조 연설자명단에서 빼는 등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위해 이번 폭로를 돕는 등 美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까지 내놓는 등 당혹감 속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위키리크스 ‘샌더스 비방’ 이 메일 폭로 직후 사임의사를 밝힌 데비 와서만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사진=AP)위키리크스 ‘샌더스 비방’ 이 메일 폭로 직후 사임의사를 밝힌 데비 와서만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사진=AP)

"러시아, 트럼프 위해 이메일 폭로 배후 조종"

힐러리 클린턴 측은 전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터진 위키리크스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폭로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나섰다.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무크 선대본부장은 24일 ABC 뉴스에 "러시아 정부 해커들이 DNC 전산망에 침투해 이메일을 해킹했고,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로비 무크 클린턴 캠프 선대 본부장 로비 무크 클린턴 캠프 선대 본부장

무크는 CNN 방송과 회견에서도 적정한 몫의 방위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트럼프 발언을 거론하면서 트럼프가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는 징후이고 이번 이메일 폭로가 대선국면을 트럼프에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러시아의 의도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측이 지난주 러시아가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했다는 정보를 사전 입수해 고위급 안보회의를 소집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클린턴 측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번 이메일 폭로가 러시아 정부가 의도적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고 했던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머스 리드 영국 킹스 대학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DNC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구시퍼 2'라는 이름을 가진 해커와 트위터 비밀 대화를 했다고 전하면서 그가 이메일을 위키리크스에 넘겼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구시퍼2'는 루마니아인으로 러시아군 정보당국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유진 루머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전직 분석가도 만약 이메일 폭로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면 이는 클린턴을 곤혹스럽게 만들어 트럼프를 돕는 방법으로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이거나 미국이 전 세계 조세회피처 자료를 담은 파나마 페이퍼스 유출 사건 배후라고 생각하는 러시아 측의 반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언론들은 러시아 정부 해커들이 DNC 전산망에 침투해 오는 11월 대선을 대비해 DNC가 공화당 대선 예비주자들의 분석 축적해 놓은 자료를 해킹했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샌더스 비방' 민주당 지도부 7명 이메일 1만 9천여 건 공개

미국 클린턴 후보 측이 러시아 개입설까지 제기한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일부 핵심 간부들의 '샌더스 비방 '이메일 폭로는 지난 22일 나왔다.

위키리크스는 22일 오전(미국 동부시간) DNC 지도부 인사 7명의 이메일 1만 9천 252건과 첨부 파일 8천34건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공개된 이메일이 송수신된 기간은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 25일까지 이다.

[바로가기] ☞ 민주당 전국 위원회 간부 ‘샌더스 비방 이메일’

"샌더스가 무신론자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데 그렇다면 ‘우리 사람들’과 선을 그을 수 있을 것 같다”.“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 등 폭로된 이메일 중 상당수는 샌더스 의원의 선거운동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해석될 요소가 있으며 전반적으로 샌더스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내용이 많았다.

위키리크스는 폭로된 이메일 전체를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공개하면서 "우리의 새로운 '힐러리 유출' 시리즈 중 제1부"라고 밝혔다. 이는 위키리크스가 힐러리 클린턴의 대권 가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추가로 공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앞으로 추가 폭로 내용에 따라 파장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국무장관시절 보안장치가 돼 있지 않은 사설 이메일 서버 사용을 해명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을 바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진영으로부터 '부정직한 힐러리'라고 집중적으로 비난받아온 상황에서 터진 '또 다른 이메일' 파동은 당장 전당 대회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 경선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던 샌더스 지지자들이 이번 폭로를 계기로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이들을 얼마나 달랠 수 있느냐가 전당대회 성공은 물론 본선 경쟁의 변수로 등장했다.

[연관기사] ☞ FBI 조사로 드러난 힐러리의 ‘극도로 부주의함’

미국 민주당 버니 샌더스 지지자가 민주당 전당 대회장 주변에 버니 샌더스 모형의 대형 조형물을 세우고 있다. (사진=AP)미국 민주당 버니 샌더스 지지자가 민주당 전당 대회장 주변에 버니 샌더스 모형의 대형 조형물을 세우고 있다. (사진=AP)

샌더스, "지금은 트럼프를 꺾어야 할 때"

이번 폭로와 관련해 버니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편파적으로 경선 관리를 해 왔다는 증거가 드러났다며 데비 와서먼 슐츠 DNC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지금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꺾어야 할 때"라며 클린턴 후보 지지 입장을 고수했다. 샌더스 의원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이 기존의 힐러리 지지 입장 표명에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답변해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샌더스는 다만 "2016년 대선 경선에서는 결코 그러지 못했는데 당 지도부는 항상 대선후보 지명 절차에 있어 공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전당대회 첫날 연설에 나서는 샌더스가 어떤 강도로 클린턴 지지 연설을 할지 주목된다.

미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필라델피아에서 샌더스 지지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기소하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미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필라델피아에서 샌더스 지지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기소하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

"부통령 후보 연설 때 퇴장 검토"

샌더스 의원의 절제된 반응과는 달리 지지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어 힐러리 클린턴이 샌더스 지지자들을 흡수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국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경선 규칙은 물론 관리가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계속해온 샌더스 지지자들은 앞으로 공정한 경선을 위해서라도 경선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특히 당의 경선 결과와 관계없이 아무 후보에게나 투표할 수 있는 자율적인 투표권을 갖는 슈퍼대의원(하원의원과 전국위원회 멤버)이 힐러리 클린턴 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여론 왜곡이 발생했다며 슈퍼 대의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경선에서는 슈퍼대의원 중 93%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이와 관련해 샌더스 측은 전당대회 이틀 전 하원의원과 정당 지도부를 제외한 나머지 슈퍼대의원(각 주의 당 간부)은 각 주의 경선 결과를 그대로 따르도록 경선 규칙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버니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이 데비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비난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버니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이 데비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비난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

이번 폭로로 샌더스 지지자들이 이번 전당대회를 '훼방' 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AP통신은 샌더스 지지 대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일부 대의원들 사이에서 팀 케인 부통령후보의 연설 때 이번 일의 항의 표시로 단체로 회의장을 나가자는 제의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샌더스 지지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에 따라 필라델피아 경찰 당국은 행사장 앞 루스벨트 공원을 경계로 3m 높이의 철책을 설치하고 고속도로에서 행사장으로 빠지는 출구를 폐쇄하는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또 전당 대회장 주변 1㎞를 원천 봉쇄하고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상과 공중에서 입체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후보(사진=AP)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후보(사진=AP)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위키리크스 폭로와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샌더스 파괴 계획이 공개됐다. 악랄하고 부정하다"고 비난했다. 샌더스 지지층을 자극하면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는 대목이다.특히 버니 샌더스 의원과 지지층이 상당히 겹치는 도널드 트럼프 진영은 전당대회 이후 본격화될 본선 경쟁에서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꺼리고 있는 샌더스 지지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한다.

힐러리 클리턴은 샌더스 지지층을 흡수하기위해 시간당 최저 임금 15달러 인상 등 샌더스의 정책을 공약으로 이미 수용했지만 '두 사람 간 협력의 정도'는 이메일 폭로 파문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CNN등 미국의 언론들은 민주당 관계자와 정치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샌더스 비방 이메일 폭로'사건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로 쏠려야 할사람들의 시선들을 분산 시키고 있으며 '클린턴과 샌더스 사이의 정치적 합의를 깰 폭탄'이 될 가능성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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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가 美 대선 개입?…‘이메일 폭로’에 당황하는 클린턴 캠프
    • 입력 2016-07-25 15:27:18
    • 수정2016-07-25 15: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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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할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25일(현지시각)부터 28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강력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전체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중심으로 완전히 하나가 되는 '화합과 축제'의 한마당으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25일부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필라델피아 웰스파고 센터 (사진=AP)
하지만 전당대회 직전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전국 위원회(DNC) 간부들의 '샌더스 비방' 이메일을 폭로하면서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 전부터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주최하고 당 후보들을 위한 선거자금을 모집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경선과정에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에게 경선관리를 편파적으로 했다는 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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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이후 사임하겠다고 밝힌 데비 와서만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사회권을 박탈하고 찬조 연설자명단에서 빼는 등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위해 이번 폭로를 돕는 등 美 대선에 개입했다고 주장까지 내놓는 등 당혹감 속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위키리크스 ‘샌더스 비방’ 이 메일 폭로 직후 사임의사를 밝힌 데비 와서만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사진=AP)
"러시아, 트럼프 위해 이메일 폭로 배후 조종"

힐러리 클린턴 측은 전당대회를 눈앞에 두고 터진 위키리크스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폭로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나섰다.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무크 선대본부장은 24일 ABC 뉴스에 "러시아 정부 해커들이 DNC 전산망에 침투해 이메일을 해킹했고,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돕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로비 무크 클린턴 캠프 선대 본부장
무크는 CNN 방송과 회견에서도 적정한 몫의 방위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트럼프 발언을 거론하면서 트럼프가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는 징후이고 이번 이메일 폭로가 대선국면을 트럼프에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러시아의 의도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측이 지난주 러시아가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했다는 정보를 사전 입수해 고위급 안보회의를 소집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클린턴 측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번 이메일 폭로가 러시아 정부가 의도적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고 했던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머스 리드 영국 킹스 대학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DNC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구시퍼 2'라는 이름을 가진 해커와 트위터 비밀 대화를 했다고 전하면서 그가 이메일을 위키리크스에 넘겼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구시퍼2'는 루마니아인으로 러시아군 정보당국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유진 루머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전직 분석가도 만약 이메일 폭로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면 이는 클린턴을 곤혹스럽게 만들어 트럼프를 돕는 방법으로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이거나 미국이 전 세계 조세회피처 자료를 담은 파나마 페이퍼스 유출 사건 배후라고 생각하는 러시아 측의 반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언론들은 러시아 정부 해커들이 DNC 전산망에 침투해 오는 11월 대선을 대비해 DNC가 공화당 대선 예비주자들의 분석 축적해 놓은 자료를 해킹했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샌더스 비방' 민주당 지도부 7명 이메일 1만 9천여 건 공개

미국 클린턴 후보 측이 러시아 개입설까지 제기한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일부 핵심 간부들의 '샌더스 비방 '이메일 폭로는 지난 22일 나왔다.

위키리크스는 22일 오전(미국 동부시간) DNC 지도부 인사 7명의 이메일 1만 9천 252건과 첨부 파일 8천34건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공개된 이메일이 송수신된 기간은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 25일까지 이다.

[바로가기] ☞ 민주당 전국 위원회 간부 ‘샌더스 비방 이메일’

"샌더스가 무신론자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데 그렇다면 ‘우리 사람들’과 선을 그을 수 있을 것 같다”.“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 등 폭로된 이메일 중 상당수는 샌더스 의원의 선거운동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해석될 요소가 있으며 전반적으로 샌더스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내용이 많았다.

위키리크스는 폭로된 이메일 전체를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공개하면서 "우리의 새로운 '힐러리 유출' 시리즈 중 제1부"라고 밝혔다. 이는 위키리크스가 힐러리 클린턴의 대권 가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추가로 공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앞으로 추가 폭로 내용에 따라 파장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국무장관시절 보안장치가 돼 있지 않은 사설 이메일 서버 사용을 해명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을 바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진영으로부터 '부정직한 힐러리'라고 집중적으로 비난받아온 상황에서 터진 '또 다른 이메일' 파동은 당장 전당 대회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 경선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던 샌더스 지지자들이 이번 폭로를 계기로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이들을 얼마나 달랠 수 있느냐가 전당대회 성공은 물론 본선 경쟁의 변수로 등장했다.

[연관기사] ☞ FBI 조사로 드러난 힐러리의 ‘극도로 부주의함’

미국 민주당 버니 샌더스 지지자가 민주당 전당 대회장 주변에 버니 샌더스 모형의 대형 조형물을 세우고 있다. (사진=AP)
샌더스, "지금은 트럼프를 꺾어야 할 때"

이번 폭로와 관련해 버니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편파적으로 경선 관리를 해 왔다는 증거가 드러났다며 데비 와서먼 슐츠 DNC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지금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꺾어야 할 때"라며 클린턴 후보 지지 입장을 고수했다. 샌더스 의원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이 기존의 힐러리 지지 입장 표명에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답변해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샌더스는 다만 "2016년 대선 경선에서는 결코 그러지 못했는데 당 지도부는 항상 대선후보 지명 절차에 있어 공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전당대회 첫날 연설에 나서는 샌더스가 어떤 강도로 클린턴 지지 연설을 할지 주목된다.

미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필라델피아에서 샌더스 지지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을 기소하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
"부통령 후보 연설 때 퇴장 검토"

샌더스 의원의 절제된 반응과는 달리 지지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어 힐러리 클린턴이 샌더스 지지자들을 흡수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국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경선 규칙은 물론 관리가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계속해온 샌더스 지지자들은 앞으로 공정한 경선을 위해서라도 경선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특히 당의 경선 결과와 관계없이 아무 후보에게나 투표할 수 있는 자율적인 투표권을 갖는 슈퍼대의원(하원의원과 전국위원회 멤버)이 힐러리 클린턴 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여론 왜곡이 발생했다며 슈퍼 대의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경선에서는 슈퍼대의원 중 93%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이와 관련해 샌더스 측은 전당대회 이틀 전 하원의원과 정당 지도부를 제외한 나머지 슈퍼대의원(각 주의 당 간부)은 각 주의 경선 결과를 그대로 따르도록 경선 규칙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버니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이 데비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비난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
이번 폭로로 샌더스 지지자들이 이번 전당대회를 '훼방' 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AP통신은 샌더스 지지 대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일부 대의원들 사이에서 팀 케인 부통령후보의 연설 때 이번 일의 항의 표시로 단체로 회의장을 나가자는 제의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샌더스 지지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에 따라 필라델피아 경찰 당국은 행사장 앞 루스벨트 공원을 경계로 3m 높이의 철책을 설치하고 고속도로에서 행사장으로 빠지는 출구를 폐쇄하는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또 전당 대회장 주변 1㎞를 원천 봉쇄하고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상과 공중에서 입체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후보(사진=AP)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위키리크스 폭로와 관련해 트위터를 통해 “샌더스 파괴 계획이 공개됐다. 악랄하고 부정하다"고 비난했다. 샌더스 지지층을 자극하면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는 대목이다.특히 버니 샌더스 의원과 지지층이 상당히 겹치는 도널드 트럼프 진영은 전당대회 이후 본격화될 본선 경쟁에서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꺼리고 있는 샌더스 지지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한다.

힐러리 클리턴은 샌더스 지지층을 흡수하기위해 시간당 최저 임금 15달러 인상 등 샌더스의 정책을 공약으로 이미 수용했지만 '두 사람 간 협력의 정도'는 이메일 폭로 파문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CNN등 미국의 언론들은 민주당 관계자와 정치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샌더스 비방 이메일 폭로'사건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로 쏠려야 할사람들의 시선들을 분산 시키고 있으며 '클린턴과 샌더스 사이의 정치적 합의를 깰 폭탄'이 될 가능성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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