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과하려고 납치”…범인의 ‘황당한 변명’

입력 2016.09.06 (08:33) 수정 2016.09.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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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버스에 태워 납치한 혐의로 지난 주말 20대 남성이 체포됐죠.

바로 어제 법원에서 피의자 24살 최 모 씨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습니다.

취재진 앞에선 최 씨는 상당히 차분한 모습이었는데요.

경찰 조사에서 최 씨는 피해 여고생을 자신이 사는 남양주시까지 납치한 이유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범행 뒤 피해자와 같이 집에 가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하기 위해서였다는 겁니다.

최 씨가 황당한 해명으로 감추려고 한 진짜 납치 의도는 무엇일까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오후 5시쯤.

경찰차가 속초 시내 곳곳을 순찰하고 있습니다.

남양주에서 속초로 달아난 범죄 용의자가 있으니 추적해달라는 공조수사 요청을 받고 순찰에 나선 건데요.

잠시 뒤, 문제의 SUV 차량이 경찰차 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교차로에 서 있던 다른 차량 사이로 달리며 충돌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내달리던 차량은 결국, 중앙선을 넘어 맞은 편에 서 있던 경차에 크게 부딪히고 나서야 멈춰 섰는데요.

하지만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서도 도주를 계속했습니다.

<녹취> 장규성(속초 영랑지구대 경위) : “충돌하고 나서 차가 많이 파손됐거든요. 차가 더는 움직이질 못하니깐 옆에 정차돼있는 차가 한 대 있었어요. 그것을 강탈해서 타려는 거였죠. 근데 여의치 못하고 안에서 잠겨있으니까 사람도 있고 그래서 다시 또 도주하다가 제압이 된 겁니다.”

뒤 쫓아간 경찰에 의해 검거된 운전자.

혈중알코올농도 0.03%로 술까지 마신 상태였는데요.

알고 보니, 이 운전자의 정체는 전날 서울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납치까지 했던 피의자 24살 최 모 씨였습니다.

바로 어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최 씨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습니다.

<녹취> 최OO(피의자) : “(피해 여성을 왜 납치했나요?)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한마디만 해주세요.) 평생 사죄하겠습니다. (피해 여성을 납치해서 어떻게 하려고 한 겁니까?) …….”

마치 준비한 듯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한 최 씨, 그는 왜 서울 한복판에서 여학생을 상대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사건의 시작은 지난 2일, 오후 1시 반쯤이었습니다.

학교에 있던 여고생 A양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쉬는 시간, 잠시 학교를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주택가로 들어섰을 때 누군가 A양에게 흉기를 들이밀었습니다.

<인터뷰> 황홍락(경기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 “(거리를) 배회하다가 거기를 지나가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한 거죠.”

흉기를 든 사람의 정체는 바로 피의자 최 씨, 최 씨는 A양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갔고, 그곳에서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최 씨는 사건 당일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자 무작정 서울로 향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서울에 있는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A양을 발견하고 다가가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그런데 최 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성폭행 이후 A양을 납치해 거리를 약 1시간가량 배회한 걸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황홍락(경기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 “(흉기를) 품고 있으니깐, 성폭행을 당하면서 이미 정신적으로 제압되고 종속관계가 되어있는데 거기서 뭘 하려고 하겠어요. 도망가겠어요? 살해당할까 봐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죠.”

그리고 3시쯤, 전철역 바로 앞 버스 정류장까지 A양을 끌고 갑니다.

최 씨는 그곳에서 A양과 함께 자신의 집이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는데요.

계속해서 흉기로 위협하며 움직였기에, 버스 기사도 위급한 상황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버스기사) : “둘이 여학생하고 남자하고 탑승했고요. 마석까지 간다고 하면서 탔습니다. 특이한 점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고 일반 승객처럼 그렇게 승차를 했어요.”

당시 버스에는 대여섯 명의 승객이 함께 타고 있었지만 승객들도 별다른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는데요.

<인터뷰> 김○○(버스기사) : “이 자리에 앉았다가 이쪽으로 왔다가 또 이렇게 둘이 따로 앉아 있다가. 햇빛이 들어오고 그러니까 대부분 햇빛을 피해서 많이 자리를 이동하거든요. 일반 다른 분들도. 그래서 저는 그렇게만 봤죠.”

서울 시내를 벗어나 1시간쯤 달렸을 때 남양주시의 한 정류장에 버스가 멈췄고 최 씨는 여학생을 데리고 함께 내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순간 여학생이 다급하게 운전석으로 뛰어왔습니다.

<인터뷰> 김○○(버스기사) : “여기서 내리면서 그 범인이 여기 잡고 있고 여기서 자꾸 학생을 손으로 끌더라고요. 팔을 잡고 끌면서 범인이 내리는 찰나에 이걸 손을 놓은 상태일 때 여기서 뛰어 왔어요.”

운전석으로 뛰어온 여학생은 겁에 질린 채 울음까지 터뜨렸습니다.

<인터뷰> 김○○(버스기사) : "살려달라고 저 아저씨가 나 죽이려고 그런다(고 해서) 승객분들한테 빨리 112에 신고 좀 해줘라 그러고 저는 밖으로 나가서 범인을 쫓아갔습니다."

그런데 최 씨가 도망가는 모습이 좀 이상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버스기사) : “자연스럽게 걸어가더라고요. 뭐 달아나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걸어가니까 저는 쫓아가면서도 그냥 단순 소매치기나 뭐 이 정도인 줄 알았죠.”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던 CCTV에 찍힌 최 씨의 실제 모습입니다.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그렇게 유유히 집으로 향한 최 씨는 아버지의 차를 타고 속초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경찰의 계속된 추적 끝에 결국, 교통사고까지 내고 나서야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최 씨의 검거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있습니다.

최 씨는 왜 굳이 서울에서 피해자를 납치해 남양주까지 끌고 온 걸까.

경찰 조사에서 최 씨는 평소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는데, 범행 이후 피해자에게 사과하기 위해 집으로 데려가려 했다며 황당한 주장을 했습니다.

<인터뷰> 황홍락(경기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 “사과하려고 집에 데려가려고 그랬다는데. 집을 데려간다는 것 보다는 재범의 소지가 더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 부분은 더 수사해야겠습니다.”

최 씨는 성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지만,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정신 병력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최 씨를 구속하고 보다 정확한 납치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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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사과하려고 납치”…범인의 ‘황당한 변명’
    • 입력 2016-09-06 08:35:55
    • 수정2016-09-13 10: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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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버스에 태워 납치한 혐의로 지난 주말 20대 남성이 체포됐죠.

바로 어제 법원에서 피의자 24살 최 모 씨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습니다.

취재진 앞에선 최 씨는 상당히 차분한 모습이었는데요.

경찰 조사에서 최 씨는 피해 여고생을 자신이 사는 남양주시까지 납치한 이유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범행 뒤 피해자와 같이 집에 가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사과하기 위해서였다는 겁니다.

최 씨가 황당한 해명으로 감추려고 한 진짜 납치 의도는 무엇일까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오후 5시쯤.

경찰차가 속초 시내 곳곳을 순찰하고 있습니다.

남양주에서 속초로 달아난 범죄 용의자가 있으니 추적해달라는 공조수사 요청을 받고 순찰에 나선 건데요.

잠시 뒤, 문제의 SUV 차량이 경찰차 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교차로에 서 있던 다른 차량 사이로 달리며 충돌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내달리던 차량은 결국, 중앙선을 넘어 맞은 편에 서 있던 경차에 크게 부딪히고 나서야 멈춰 섰는데요.

하지만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서도 도주를 계속했습니다.

<녹취> 장규성(속초 영랑지구대 경위) : “충돌하고 나서 차가 많이 파손됐거든요. 차가 더는 움직이질 못하니깐 옆에 정차돼있는 차가 한 대 있었어요. 그것을 강탈해서 타려는 거였죠. 근데 여의치 못하고 안에서 잠겨있으니까 사람도 있고 그래서 다시 또 도주하다가 제압이 된 겁니다.”

뒤 쫓아간 경찰에 의해 검거된 운전자.

혈중알코올농도 0.03%로 술까지 마신 상태였는데요.

알고 보니, 이 운전자의 정체는 전날 서울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납치까지 했던 피의자 24살 최 모 씨였습니다.

바로 어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최 씨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습니다.

<녹취> 최OO(피의자) : “(피해 여성을 왜 납치했나요?)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한마디만 해주세요.) 평생 사죄하겠습니다. (피해 여성을 납치해서 어떻게 하려고 한 겁니까?) …….”

마치 준비한 듯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한 최 씨, 그는 왜 서울 한복판에서 여학생을 상대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사건의 시작은 지난 2일, 오후 1시 반쯤이었습니다.

학교에 있던 여고생 A양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쉬는 시간, 잠시 학교를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주택가로 들어섰을 때 누군가 A양에게 흉기를 들이밀었습니다.

<인터뷰> 황홍락(경기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 “(거리를) 배회하다가 거기를 지나가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한 거죠.”

흉기를 든 사람의 정체는 바로 피의자 최 씨, 최 씨는 A양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갔고, 그곳에서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최 씨는 사건 당일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자 무작정 서울로 향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서울에 있는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A양을 발견하고 다가가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그런데 최 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성폭행 이후 A양을 납치해 거리를 약 1시간가량 배회한 걸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황홍락(경기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 “(흉기를) 품고 있으니깐, 성폭행을 당하면서 이미 정신적으로 제압되고 종속관계가 되어있는데 거기서 뭘 하려고 하겠어요. 도망가겠어요? 살해당할까 봐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죠.”

그리고 3시쯤, 전철역 바로 앞 버스 정류장까지 A양을 끌고 갑니다.

최 씨는 그곳에서 A양과 함께 자신의 집이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는데요.

계속해서 흉기로 위협하며 움직였기에, 버스 기사도 위급한 상황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버스기사) : “둘이 여학생하고 남자하고 탑승했고요. 마석까지 간다고 하면서 탔습니다. 특이한 점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고 일반 승객처럼 그렇게 승차를 했어요.”

당시 버스에는 대여섯 명의 승객이 함께 타고 있었지만 승객들도 별다른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는데요.

<인터뷰> 김○○(버스기사) : “이 자리에 앉았다가 이쪽으로 왔다가 또 이렇게 둘이 따로 앉아 있다가. 햇빛이 들어오고 그러니까 대부분 햇빛을 피해서 많이 자리를 이동하거든요. 일반 다른 분들도. 그래서 저는 그렇게만 봤죠.”

서울 시내를 벗어나 1시간쯤 달렸을 때 남양주시의 한 정류장에 버스가 멈췄고 최 씨는 여학생을 데리고 함께 내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순간 여학생이 다급하게 운전석으로 뛰어왔습니다.

<인터뷰> 김○○(버스기사) : “여기서 내리면서 그 범인이 여기 잡고 있고 여기서 자꾸 학생을 손으로 끌더라고요. 팔을 잡고 끌면서 범인이 내리는 찰나에 이걸 손을 놓은 상태일 때 여기서 뛰어 왔어요.”

운전석으로 뛰어온 여학생은 겁에 질린 채 울음까지 터뜨렸습니다.

<인터뷰> 김○○(버스기사) : "살려달라고 저 아저씨가 나 죽이려고 그런다(고 해서) 승객분들한테 빨리 112에 신고 좀 해줘라 그러고 저는 밖으로 나가서 범인을 쫓아갔습니다."

그런데 최 씨가 도망가는 모습이 좀 이상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버스기사) : “자연스럽게 걸어가더라고요. 뭐 달아나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걸어가니까 저는 쫓아가면서도 그냥 단순 소매치기나 뭐 이 정도인 줄 알았죠.”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던 CCTV에 찍힌 최 씨의 실제 모습입니다.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그렇게 유유히 집으로 향한 최 씨는 아버지의 차를 타고 속초로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경찰의 계속된 추적 끝에 결국, 교통사고까지 내고 나서야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최 씨의 검거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있습니다.

최 씨는 왜 굳이 서울에서 피해자를 납치해 남양주까지 끌고 온 걸까.

경찰 조사에서 최 씨는 평소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는데, 범행 이후 피해자에게 사과하기 위해 집으로 데려가려 했다며 황당한 주장을 했습니다.

<인터뷰> 황홍락(경기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 “사과하려고 집에 데려가려고 그랬다는데. 집을 데려간다는 것 보다는 재범의 소지가 더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 부분은 더 수사해야겠습니다.”

최 씨는 성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지만,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정신 병력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최 씨를 구속하고 보다 정확한 납치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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