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단층대 꿈틀…지진 안전지대 없다

입력 2016.09.13 (21:35) 수정 2016.09.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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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가 서있는 한반도와 그 주변엔 이렇게 무수히 많은 단층들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지각이 쪼개진 단층들이 밀집해 있는 곳을 단층대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이번 지진이 난 경주 부근에도 단층대가 위치해 있습니다.

위성 사진에서도 단층대의 흔적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움푹팬 골짜기들이 바로 단층들이 위치한 곳입니다.

양산 단층을 비롯해 인근에 동래 단층과 울산 단층도 보입니다.

이번에 지진이 난 곳이 바로 이 양산 단층 부근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곳에서 이렇게 큰 지진이 났을까요?

이정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양상단층 서쪽서 “쾅”…‘누적된 힘’ 폭발▼

<리포트>

지난 1969년 개통한 경부고속도로 대구-부산 구간입니다.

이 가운데 경주에서 양산 구간은 양 옆에 산을 낀 골짜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각이 쪼개진 틈, 즉 단층 위에 도로가 들어선 겁니다.

이번 지진은 바로 이 양산 단층의 서쪽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양산 단층의 서쪽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지진이 적었던 지역입니다.

1978년 이후 지진 분포를 보면 포항 등 단층 동쪽에는 최대 규모 4가 넘는 지진을 비롯해 여러 차례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서쪽 지역은 지진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각에 힘이 쌓이면 지진을 통해 해소되는데, 단층의 서쪽지역은 오랜 기간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큰 힘이 누적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지헌철(지질자원연구원 지진센터장) : "양산 단층에서 서쪽으로 가면서 큰 지진이 두 개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또 이번 지진은 단층이 위 아래가 아닌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했습니다.

단층의 서쪽 지각은 북쪽으로, 동쪽 지각은 남쪽으로 이동하며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문가들은 양산 단층과 평행한 주향이동단층이 영남 일대에 다수 분포해 비슷한 형태의 지진이 얼마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과거 한반도 어떤 지진 있었나?▼

<기자 멘트>

이번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강력했습니다.

지진의 절대 크기인 규모를 봐도 그렇고, 땅이 흔들리는 정도인 진도 역시 6으로 최고였습니다.

그렇다면 지진 관측 이전엔 어땠을까요?

러시아나 일본쪽 기록을 보면 어제보다 강한 규모 6.3 지진이 1953년 북한 평양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 오래 전에는 어땠을까요?

"경주에 지진이 나서 백성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

바로 신라시대인 779년 3월, 삼국사기 기록입니다.

피해 규모를 통해 환산한 당시 지진 규모는 6.5 안팎으로 진도로 치면 8 수준인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강한 지진으로 꼽힙니다.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삼국사기와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문헌을 조사한 결과 지진 기록은 2천여회가 넘었는데요.

이 가운데 건물이 흔들리고 물체가 넘어지는 기록, 즉 진도 5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진은 전체의 20%나 됐습니다.

또 신라시대 경주 지진처럼 건물 붕괴와 함께 대규모 인명 피해를 불러오는 진도 8 정도로 보이는 지진도 15차례나 기록돼있었습니다.

그만큼 한반도에도 지진을 일으키는 활성단층이 존재하고 있다는건데요.

한반도 활성단층의 실태는 김성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활성단층 정보 ‘깜깜’…실태 조사 시급▼

<리포트>

이번 경주 지진의 원점인 진원에 대한 분석은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납니다.

기상청은 깊이가 지하 15km라고 밝혔고, 지질자원연구원은 12km로 분석했는데, 땅속 구조를 정확히 몰라 추정일 뿐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지진학계는 양산단층에 대해 활성이냐 아니냐에 대해 논란을 벌였는데, 이번 경주 지진으로 활성단층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반도 땅속 구조를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손문(부경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활성단층 지도가 없는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활성단층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전혀 안 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국토지리원은 일본에 지진을 일으키는 활성단층이 2천여 개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우리나라는 50~60개로 추정할 따름입니다.

한반도의 활성단층은 추가령단층과 양산단층을 축으로 한 큰 구조만 밝혀졌을 뿐, 세부적인 조사가 없었습니다.

이번 경주 지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다시 증명된 만큼 활성단층 조사가 시급해졌습니다.

그래야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의 강도로 지진이 발생할지 최소한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김성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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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단층대 꿈틀…지진 안전지대 없다
    • 입력 2016-09-13 21:42:25
    • 수정2016-09-14 10: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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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가 서있는 한반도와 그 주변엔 이렇게 무수히 많은 단층들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지각이 쪼개진 단층들이 밀집해 있는 곳을 단층대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이번 지진이 난 경주 부근에도 단층대가 위치해 있습니다. 위성 사진에서도 단층대의 흔적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움푹팬 골짜기들이 바로 단층들이 위치한 곳입니다. 양산 단층을 비롯해 인근에 동래 단층과 울산 단층도 보입니다. 이번에 지진이 난 곳이 바로 이 양산 단층 부근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곳에서 이렇게 큰 지진이 났을까요? 이정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양상단층 서쪽서 “쾅”…‘누적된 힘’ 폭발▼ <리포트> 지난 1969년 개통한 경부고속도로 대구-부산 구간입니다. 이 가운데 경주에서 양산 구간은 양 옆에 산을 낀 골짜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각이 쪼개진 틈, 즉 단층 위에 도로가 들어선 겁니다. 이번 지진은 바로 이 양산 단층의 서쪽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양산 단층의 서쪽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지진이 적었던 지역입니다. 1978년 이후 지진 분포를 보면 포항 등 단층 동쪽에는 최대 규모 4가 넘는 지진을 비롯해 여러 차례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서쪽 지역은 지진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각에 힘이 쌓이면 지진을 통해 해소되는데, 단층의 서쪽지역은 오랜 기간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큰 힘이 누적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지헌철(지질자원연구원 지진센터장) : "양산 단층에서 서쪽으로 가면서 큰 지진이 두 개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또 이번 지진은 단층이 위 아래가 아닌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했습니다. 단층의 서쪽 지각은 북쪽으로, 동쪽 지각은 남쪽으로 이동하며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문가들은 양산 단층과 평행한 주향이동단층이 영남 일대에 다수 분포해 비슷한 형태의 지진이 얼마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과거 한반도 어떤 지진 있었나?▼ <기자 멘트> 이번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강력했습니다. 지진의 절대 크기인 규모를 봐도 그렇고, 땅이 흔들리는 정도인 진도 역시 6으로 최고였습니다. 그렇다면 지진 관측 이전엔 어땠을까요? 러시아나 일본쪽 기록을 보면 어제보다 강한 규모 6.3 지진이 1953년 북한 평양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 오래 전에는 어땠을까요? "경주에 지진이 나서 백성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 바로 신라시대인 779년 3월, 삼국사기 기록입니다. 피해 규모를 통해 환산한 당시 지진 규모는 6.5 안팎으로 진도로 치면 8 수준인데,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강한 지진으로 꼽힙니다.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삼국사기와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문헌을 조사한 결과 지진 기록은 2천여회가 넘었는데요. 이 가운데 건물이 흔들리고 물체가 넘어지는 기록, 즉 진도 5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진은 전체의 20%나 됐습니다. 또 신라시대 경주 지진처럼 건물 붕괴와 함께 대규모 인명 피해를 불러오는 진도 8 정도로 보이는 지진도 15차례나 기록돼있었습니다. 그만큼 한반도에도 지진을 일으키는 활성단층이 존재하고 있다는건데요. 한반도 활성단층의 실태는 김성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활성단층 정보 ‘깜깜’…실태 조사 시급▼ <리포트> 이번 경주 지진의 원점인 진원에 대한 분석은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납니다. 기상청은 깊이가 지하 15km라고 밝혔고, 지질자원연구원은 12km로 분석했는데, 땅속 구조를 정확히 몰라 추정일 뿐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지진학계는 양산단층에 대해 활성이냐 아니냐에 대해 논란을 벌였는데, 이번 경주 지진으로 활성단층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반도 땅속 구조를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손문(부경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활성단층 지도가 없는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활성단층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전혀 안 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국토지리원은 일본에 지진을 일으키는 활성단층이 2천여 개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우리나라는 50~60개로 추정할 따름입니다. 한반도의 활성단층은 추가령단층과 양산단층을 축으로 한 큰 구조만 밝혀졌을 뿐, 세부적인 조사가 없었습니다. 이번 경주 지진으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다시 증명된 만큼 활성단층 조사가 시급해졌습니다. 그래야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의 강도로 지진이 발생할지 최소한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김성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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