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0년을 노예처럼”…前 도의원의 인권유린

입력 2016.10.31 (08:34) 수정 2016.10.3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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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염전 노예와 축사 노예.

한 사람의 인권을 참혹하게 유리한 사건들 기억하실 겁니다.

이번엔 무려 10년 동안 농장에서 노예처럼 지낸 60대 노인이 경찰에 구조됐습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노인은 10년 동안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마치 노예처럼 일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인을 학대한 혐의로 적발한 사람은 바로 전직 도의원이었습니다.

그는 피해 노인을 돌봤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전직 도의원이 할아버지의 기초연금까지 가로챈 걸로 보고 있습니다.

또다시 되풀이된 노예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67살 양 모 씨가 경찰의 눈에 띈 건 지난 5월입니다.

순찰을 하던 중 한 농장에서 허름한 행색의 노인을 만난 겁니다.

<인터뷰> 조영우(경위/장성경찰서 북이파출소) : “ 비가 오는데, 장화를 신었는데 옷이 다 젖었어요. 그리곤 떨고 계시더라고요.“

어눌한 말투에 지적장애까지 있어 보이는 노인의 정체는 67살 양 모 할아버지.

<인터뷰> 김상욱(장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 “피해자는 일하는 거에 숙달되어있다고 할까. 기계적으로 일하는 형태, 밥 먹고 일하고 밥 먹고 일하고…….”

평소 오로지 일만 해온 듯한 할아버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한눈에 봐도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인터뷰> 전용희(경위/장성경찰서 북이파출소) : “이 정도 체격에 얼굴도 시꺼멓고 허름하고 초췌했죠. 그리고 우리가 다가가도 말도 잘 못 했고…….”

뭔가 사정이 있다고 여긴 경찰은 농장주인 68살 오 모 씨를 만나기 위해 다시 농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농장에서 다시 만난 할아버지는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어야 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심각해 보였습니다.

<녹취> 오00(농장 주인/음성변조) : “저 사람이 폐가 안 좋아요, 폐가. (암이) 폐까지 전이됐어요. 숨이 가빠지면 저걸 하는 거예요. 노동이나 (일을) 시키면 저러죠.”

식도암 환자인 할아버진 암이 폐까지 전이돼 혼자서 호흡도 힘든 상태.

농장주인 오 씨는 그런 할아버질 잘 돌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조영우(경위/장성경찰서 북이파출소) : “(농장에) 모시고 왔다가 모시고 갔다고 (하고) 자기가 밥을 가져와서 같이 여기서 먹고 그렇게 간다고 (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의 말은 달랐습니다.

<인터뷰> 조영우(경위/장성경찰서 북이파출소) : “그런데 (양 씨 할아버지) 말에 의하면 겨울을 여기서 났다는데 그게 좀 (의심스러웠죠.)”

할아버지가 지낸 장소입니다.

그럴싸한 외관과 달리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공간에 곰팡이와 먼지만 가득합니다.

방안엔 언제 빨았는지 알 수 없는 더러운 옷가지와 침구가 놓여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해 겨울을 났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욱(장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 “물도 안 나오고 그러니까 식사는 그 옆에 창고 비슷한 데가 있거든요. 거기서 휴대용 가스버너로 라면도 끓여 먹고 밥도 해 먹고……. ”

심각한 노인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

경찰은 치료가 시급한 할아버질 병원에 입원시킨 후, 가족을 찾아 나섰습니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할아버지의 여동생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양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옛날과 비교하면 삼 분의 일만 남은 거 같아요, 몸이. 깜짝 놀랐어. 세상에 오빠가 저렇게 생겼었나……”.

몰라보게 달라진 할아버지의 모습.

대체 그동안 할아버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할아버지는 10년 전 형수 지인의 소개로 농장주 오 씨를 알게 됐습니다.

<녹취> 양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처음에 갈 때 형님이 그랬어요. 오빠 한 달에 70만 원씩 받기로 했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죠. 잘했어요, 그런 데라도 가서 일해야지…….”

오 씨 소유의 축사와 농장에서 일해 온 할아버지.

하지만 지난 10년간 제대로 된 보수는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상욱(장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할 때 술 사주고, 간식 넣어주고 뭐 이런 거 이외에는 피의자 말로는 명절 때라든가 제사 지내러 간다 하면 50~60만 원씩 주기도 했다고 하는데 통장으로 넣어줬다던가, 정기적으로 임금을 줬다던가 그런 거는 없습니다.”

이웃주민들이나 가족들은 오 씨가 오갈 데 없는 양 씨를 잘 돌본다고만 믿었습니다.

오 씨가 전남 도의원 출신에다 군수 선거에 출마까지 하는 등 공적 활동에도 열심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 씨는 무려 10년간 할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월급조차 지급하지 않고 부려왔다는 겁니다.

최저 임금으로만 따져도 오 씨가 지급해야 할 임금은 1억 원이 넘는 상황.

오히려 오 씨는 할아버지의 기초연금 210만 원을 빼돌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김상욱(장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 “작년부터 기초연금이 나왔는데 기초연금 받으려면 통장이 있어야 하거든요. 피의자가 피해자를 데리고 은행에 직접 같이 가서 만들어 줬고. 인출하고 그런 것은 피의자가 한 모양입니다.”

게다가 암 치료를 받기 위해선 연체된 의료보험료를 내야 한다며 할아버지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논을 팔라고 설득까지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논을 판 돈 500만 원 가운데 밀린 의료보험료를 내고 남겨둔 350만 원을 누군가 찾아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통장을 마음대로 손댈 수 있는 사람은 오 씨 한 사람뿐.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오 씨는 곧 돈을 채워 넣었습니다.

그런데 오 씨의 만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데요.

할아버지 가족들은 오 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할아버지를 찾아와 100만 원을 건네고 강제로 합의서를 받아갔다고 말합니다.

<녹취> 양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오빠가 글씨를 쓸 줄도 모르고 볼 줄도 모르고 그런데 오 씨하고 오 씨 동생하고 둘이 (합의서를) 써 가져와서 오빠 이름만 쓰라고 했대요. 그러니까 내막도 모르고 그냥 찍자고 손을 당겨 잡아서 오빠가 (지장을) 찍었다 그러더라고.”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 할아버진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위독해졌습니다.

<녹취> 양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엄청 속상하죠. 억울하잖아요. 고생하고 아무것도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돈은 빼다 쓴 그런 사람이 참 법도 무심하구먼…….”

현재 농장주 오 씨는 피의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

경찰은 오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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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0년을 노예처럼”…前 도의원의 인권유린
    • 입력 2016-10-31 08:35:53
    • 수정2016-10-31 10: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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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염전 노예와 축사 노예.

한 사람의 인권을 참혹하게 유리한 사건들 기억하실 겁니다.

이번엔 무려 10년 동안 농장에서 노예처럼 지낸 60대 노인이 경찰에 구조됐습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노인은 10년 동안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마치 노예처럼 일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인을 학대한 혐의로 적발한 사람은 바로 전직 도의원이었습니다.

그는 피해 노인을 돌봤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전직 도의원이 할아버지의 기초연금까지 가로챈 걸로 보고 있습니다.

또다시 되풀이된 노예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67살 양 모 씨가 경찰의 눈에 띈 건 지난 5월입니다.

순찰을 하던 중 한 농장에서 허름한 행색의 노인을 만난 겁니다.

<인터뷰> 조영우(경위/장성경찰서 북이파출소) : “ 비가 오는데, 장화를 신었는데 옷이 다 젖었어요. 그리곤 떨고 계시더라고요.“

어눌한 말투에 지적장애까지 있어 보이는 노인의 정체는 67살 양 모 할아버지.

<인터뷰> 김상욱(장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 “피해자는 일하는 거에 숙달되어있다고 할까. 기계적으로 일하는 형태, 밥 먹고 일하고 밥 먹고 일하고…….”

평소 오로지 일만 해온 듯한 할아버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한눈에 봐도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인터뷰> 전용희(경위/장성경찰서 북이파출소) : “이 정도 체격에 얼굴도 시꺼멓고 허름하고 초췌했죠. 그리고 우리가 다가가도 말도 잘 못 했고…….”

뭔가 사정이 있다고 여긴 경찰은 농장주인 68살 오 모 씨를 만나기 위해 다시 농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농장에서 다시 만난 할아버지는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어야 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심각해 보였습니다.

<녹취> 오00(농장 주인/음성변조) : “저 사람이 폐가 안 좋아요, 폐가. (암이) 폐까지 전이됐어요. 숨이 가빠지면 저걸 하는 거예요. 노동이나 (일을) 시키면 저러죠.”

식도암 환자인 할아버진 암이 폐까지 전이돼 혼자서 호흡도 힘든 상태.

농장주인 오 씨는 그런 할아버질 잘 돌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조영우(경위/장성경찰서 북이파출소) : “(농장에) 모시고 왔다가 모시고 갔다고 (하고) 자기가 밥을 가져와서 같이 여기서 먹고 그렇게 간다고 (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의 말은 달랐습니다.

<인터뷰> 조영우(경위/장성경찰서 북이파출소) : “그런데 (양 씨 할아버지) 말에 의하면 겨울을 여기서 났다는데 그게 좀 (의심스러웠죠.)”

할아버지가 지낸 장소입니다.

그럴싸한 외관과 달리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공간에 곰팡이와 먼지만 가득합니다.

방안엔 언제 빨았는지 알 수 없는 더러운 옷가지와 침구가 놓여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해 겨울을 났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김상욱(장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 “물도 안 나오고 그러니까 식사는 그 옆에 창고 비슷한 데가 있거든요. 거기서 휴대용 가스버너로 라면도 끓여 먹고 밥도 해 먹고……. ”

심각한 노인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

경찰은 치료가 시급한 할아버질 병원에 입원시킨 후, 가족을 찾아 나섰습니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할아버지의 여동생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녹취> 양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옛날과 비교하면 삼 분의 일만 남은 거 같아요, 몸이. 깜짝 놀랐어. 세상에 오빠가 저렇게 생겼었나……”.

몰라보게 달라진 할아버지의 모습.

대체 그동안 할아버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할아버지는 10년 전 형수 지인의 소개로 농장주 오 씨를 알게 됐습니다.

<녹취> 양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처음에 갈 때 형님이 그랬어요. 오빠 한 달에 70만 원씩 받기로 했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죠. 잘했어요, 그런 데라도 가서 일해야지…….”

오 씨 소유의 축사와 농장에서 일해 온 할아버지.

하지만 지난 10년간 제대로 된 보수는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김상욱(장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 “먹여주고, 재워주고, 일할 때 술 사주고, 간식 넣어주고 뭐 이런 거 이외에는 피의자 말로는 명절 때라든가 제사 지내러 간다 하면 50~60만 원씩 주기도 했다고 하는데 통장으로 넣어줬다던가, 정기적으로 임금을 줬다던가 그런 거는 없습니다.”

이웃주민들이나 가족들은 오 씨가 오갈 데 없는 양 씨를 잘 돌본다고만 믿었습니다.

오 씨가 전남 도의원 출신에다 군수 선거에 출마까지 하는 등 공적 활동에도 열심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 씨는 무려 10년간 할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월급조차 지급하지 않고 부려왔다는 겁니다.

최저 임금으로만 따져도 오 씨가 지급해야 할 임금은 1억 원이 넘는 상황.

오히려 오 씨는 할아버지의 기초연금 210만 원을 빼돌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김상욱(장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 “작년부터 기초연금이 나왔는데 기초연금 받으려면 통장이 있어야 하거든요. 피의자가 피해자를 데리고 은행에 직접 같이 가서 만들어 줬고. 인출하고 그런 것은 피의자가 한 모양입니다.”

게다가 암 치료를 받기 위해선 연체된 의료보험료를 내야 한다며 할아버지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논을 팔라고 설득까지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논을 판 돈 500만 원 가운데 밀린 의료보험료를 내고 남겨둔 350만 원을 누군가 찾아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통장을 마음대로 손댈 수 있는 사람은 오 씨 한 사람뿐.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오 씨는 곧 돈을 채워 넣었습니다.

그런데 오 씨의 만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데요.

할아버지 가족들은 오 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할아버지를 찾아와 100만 원을 건네고 강제로 합의서를 받아갔다고 말합니다.

<녹취> 양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오빠가 글씨를 쓸 줄도 모르고 볼 줄도 모르고 그런데 오 씨하고 오 씨 동생하고 둘이 (합의서를) 써 가져와서 오빠 이름만 쓰라고 했대요. 그러니까 내막도 모르고 그냥 찍자고 손을 당겨 잡아서 오빠가 (지장을) 찍었다 그러더라고.”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 할아버진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위독해졌습니다.

<녹취> 양00(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엄청 속상하죠. 억울하잖아요. 고생하고 아무것도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돈은 빼다 쓴 그런 사람이 참 법도 무심하구먼…….”

현재 농장주 오 씨는 피의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

경찰은 오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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