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검찰 조사실 창문을 찍은 역대 사진들

입력 2016.11.07 (19:58) 수정 2016.11.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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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사 안에서 여유롭기 그지없는 '피의자 우병우'를 포착한 사진 한 장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편해보이는 우병우의 행동거지와 미소. 국정농단에 얽힌 무거운 혐의를 쓴 피의자와 조사하는 검사가 뒤바뀐 듯한 장면은 국민적 분노에 불을 지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던가?

국가적으로 굵직한 비리가 터지고 소위 '거물'이라 불리는 인사들이 검찰에 불려들어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중앙수사부가 폐지되기 전에는 대검찰청 11층에 중수부 특별조사실이 있었고, 이곳에서 수사가 이뤄졌다.

그때마다 언론들은 조사실 내부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특종 사진'을 건지기 위해 무작정 기다리는 이른바 '뻗치기'를 하곤 했다. 그땐 어떤 사진들이 찍혔나 사진 데이타베이스를 뒤져봤다.


2006년 4월 24일 밤, 대검 중수부 조사실 옆에 달린 대기실 장면이다. 창가에 힘없이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천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이날 조사를 받고 있던,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이다.


2009년 4월 14일 대검찰청 중수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와 조카사위가 재소환돼 '600만 달러'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던 날 밤이다. 한 조사실 안에 괴로운 듯 이마를 두 손에 묻은 사람과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이의 모습이 찍혔다.


2008년 12월 11일 밤, 대검찰청 11층의 풍경이다. 저 당시 조사실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었다.


1997년 2월 22일. 대검 중앙수사부 사무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의 구속으로 이어진 '한보그룹 대출 특혜 비리'를 조사 중인 중수부 직원들의 모습이 찍혔다.

이렇듯 언론이 기록한 대검찰청 11층, 중앙수사부 창문 너머는 초조하거나 긴장되거나 막막하거나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번에 조선일보가 카메라에 담은 것처럼 조사를 받으러 들어간 피의자가 검찰 건물 창문을 통해 카메라에 포착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사진에 나오는 수사관 등 검찰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도 이번처럼 부드러운 경우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딱 하나 예외가 있었다. 2009년 4월 30일이 그랬다. 피의자가 아니라, 수사 검사들의 분위기가 이번처럼 예외적이었다.


'2억 원가량의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 등의 '박연차 게이트' 조사를 받기 위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수부에 출석한 날이다. 당시 홍만표 수사기획관과 이인규 중수부장이 창문 너머로 보인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7일 지면 보도에 이어 인터넷을 통해 '피의자 우병우 사진 특종'의 뒷얘기를 풀어냈다. 1면에 실은 사진의 앞뒤로 찍은 사진들도 함께 공개했다. 우병우가 나타난 곳은 수사를 책임지는 김석우 특수2부장의 사무실에 달린 부속실이다.


뻐근한 목을 푸는 듯한 자세로 사무실에 들어선 우병우. 특수2부장 부속실에 근무하는 검찰 직원 두 명은 벌떡 일어섰다. 몸을 앞쪽으로 약간 숙이고 얼굴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 피의자가 느긋한 자세로 미소를 머금은 때에도, 직원들은 가지런히 모은 손을 풀지 않았다. 거센 비판이 일자 검찰은, "조사 도중 잠깐 쉬는 시간에 피의자가 '후배 검사'들과 대화를 나눈 것" 이라고 해명했다. 과연 해명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잠시 뒤엔 피의자의 변호사가 사무실 중앙에서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찍혔다. 이때에도 검찰 직원들은 반듯하게 서서 예우를 다 하고 있다.


의례적인 반성의 말 한마디 없이 포토라인을 꼿꼿하게 지나며, 질문하는 기자를 노려보던 모습에 이번 사진까지 더해지며 여론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 "수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는 반발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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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뉴스] 검찰 조사실 창문을 찍은 역대 사진들
    • 입력 2016-11-07 19:58:14
    • 수정2016-11-07 22:05:28
    사회

검찰청사 안에서 여유롭기 그지없는 '피의자 우병우'를 포착한 사진 한 장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편해보이는 우병우의 행동거지와 미소. 국정농단에 얽힌 무거운 혐의를 쓴 피의자와 조사하는 검사가 뒤바뀐 듯한 장면은 국민적 분노에 불을 지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던가?

국가적으로 굵직한 비리가 터지고 소위 '거물'이라 불리는 인사들이 검찰에 불려들어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중앙수사부가 폐지되기 전에는 대검찰청 11층에 중수부 특별조사실이 있었고, 이곳에서 수사가 이뤄졌다.

그때마다 언론들은 조사실 내부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특종 사진'을 건지기 위해 무작정 기다리는 이른바 '뻗치기'를 하곤 했다. 그땐 어떤 사진들이 찍혔나 사진 데이타베이스를 뒤져봤다.


2006년 4월 24일 밤, 대검 중수부 조사실 옆에 달린 대기실 장면이다. 창가에 힘없이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천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이날 조사를 받고 있던,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이다.


2009년 4월 14일 대검찰청 중수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와 조카사위가 재소환돼 '600만 달러'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던 날 밤이다. 한 조사실 안에 괴로운 듯 이마를 두 손에 묻은 사람과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이의 모습이 찍혔다.


2008년 12월 11일 밤, 대검찰청 11층의 풍경이다. 저 당시 조사실에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었다.


1997년 2월 22일. 대검 중앙수사부 사무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의 구속으로 이어진 '한보그룹 대출 특혜 비리'를 조사 중인 중수부 직원들의 모습이 찍혔다.

이렇듯 언론이 기록한 대검찰청 11층, 중앙수사부 창문 너머는 초조하거나 긴장되거나 막막하거나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번에 조선일보가 카메라에 담은 것처럼 조사를 받으러 들어간 피의자가 검찰 건물 창문을 통해 카메라에 포착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사진에 나오는 수사관 등 검찰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도 이번처럼 부드러운 경우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딱 하나 예외가 있었다. 2009년 4월 30일이 그랬다. 피의자가 아니라, 수사 검사들의 분위기가 이번처럼 예외적이었다.


'2억 원가량의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 등의 '박연차 게이트' 조사를 받기 위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수부에 출석한 날이다. 당시 홍만표 수사기획관과 이인규 중수부장이 창문 너머로 보인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7일 지면 보도에 이어 인터넷을 통해 '피의자 우병우 사진 특종'의 뒷얘기를 풀어냈다. 1면에 실은 사진의 앞뒤로 찍은 사진들도 함께 공개했다. 우병우가 나타난 곳은 수사를 책임지는 김석우 특수2부장의 사무실에 달린 부속실이다.


뻐근한 목을 푸는 듯한 자세로 사무실에 들어선 우병우. 특수2부장 부속실에 근무하는 검찰 직원 두 명은 벌떡 일어섰다. 몸을 앞쪽으로 약간 숙이고 얼굴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 피의자가 느긋한 자세로 미소를 머금은 때에도, 직원들은 가지런히 모은 손을 풀지 않았다. 거센 비판이 일자 검찰은, "조사 도중 잠깐 쉬는 시간에 피의자가 '후배 검사'들과 대화를 나눈 것" 이라고 해명했다. 과연 해명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잠시 뒤엔 피의자의 변호사가 사무실 중앙에서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찍혔다. 이때에도 검찰 직원들은 반듯하게 서서 예우를 다 하고 있다.


의례적인 반성의 말 한마디 없이 포토라인을 꼿꼿하게 지나며, 질문하는 기자를 노려보던 모습에 이번 사진까지 더해지며 여론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 "수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는 반발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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