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포스코 흑역사…최순실 게이트도 못 피해가나

입력 2016.11.11 (15:19) 수정 2016.11.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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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포스코 회장이 검찰에 불려나가다니”

재계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박근혜 정권을 위기로 몰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세계 4위 철강회사 포스코 '흑역사'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장식할 참이다.

이번에는 포스코 그룹 권오준(66)회장이다. 권 회장이 11일 저녁 검찰에 소환된다. 참고인 신분인데, 조사 과정에서 신분이 피의자로 바뀔 수 있다.


권 회장을 검찰이 부르는 이유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 등이 주도한 포스코의 옛 그룹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의혹에 권 회장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은 K스포츠 재단의 배드민턴 팀 창단 비용 요구 문제 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왜 광고회사를 팔았을까

포스코는 광고대행 자회사로 뒀던 포레카를 지난해 매각했다. 이 후 차씨가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대행사 A를 상대로 지분의 80%를 강탈 하려던 의혹이 커지고 있다. 차 씨는 포레카 매출 대부분이 포스코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해 A사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에 대해 차씨의 영향력이 있어야 가능한 구조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권 회장의 역할이 있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실제로 포레카 매각과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제일기획 출신 '광고맨'인 김모(46)씨가 포레카 대표에 선임된 것은 권 회장 취임 직후다. 그는 대표직에 앉자마자 포레카 매각에 매달렸다. 이후 차씨 편에 서서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에 가담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신문이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A사 대표에게 포레카를 A사에 넘기기로 했다고 설명하면서 "회장님까지 오케이를 받은 상황"이라며 권 회장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이 최소한 차씨 측의 포레카 강탈 각본을 사전에 알았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왼쪽)과 차은택 씨. 포스코 권오준 회장(왼쪽)과 차은택 씨.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까지 포레카 문제에 개입한 정황도 속속 나오면서 권 회장이 애초 청와대 측과 모종의 조율 속에 매각 작업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묵인이 그가 2014년 포스코 회장이 되는 과정에서 권력 비선 실세들의 도움이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론까지 하고 있다.

실제로 권 회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낙점받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권 회장은 포스코 기술부문장(사장)이던 2014년 1월 정준양(68) 전임 회장을 잇는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선정됐다.

그는 그룹 2인자로 통하던 정동화(65)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더불어 5명의 후보군 안에 들었고 CEO추천위원회의 면접을 거쳐 포스코호(號) 선장으로 낙점을 받았다.

포스코기술연구소장 등을 지낸 순수 기술인 출신으로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그가 회장에 선임되자 업계 안팎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 때부터 대구 지역의 대학 교수인 권 회장 부인이 박 대통령 및 최순실씨 등과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설이 돌았다. 권 회장 부인은 서강대 출신인 박 대통령의 대학 2년 후배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2014년 권 회장 선임 당시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지낸 이영선 연세대 명예교수는 "권 회장 선임 과정에 외압이나 비선 권력 이런 것은 전혀 없었다. 모든 절차가 공정하고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계속되는 포스코 흑역사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비리 등에 연루돼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2000년 민영화된 포스코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회장 선임과 퇴임 등의 과정에서 정권의 외압 논란이 있어왔고, 추후 검찰 수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집권 세력의 도움을 받은 포스코 총수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이권으로 보답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포스코를 창업한 고(故) 박태준 회장은 철강 업계의 거목이었지만, 김영삼 대통령과의 불화 때문에 사임했다. 이후 1992~94년 불과 2년여 사이에 포스코의 최고경영자 4명(박태준-황경로-정명식-김만제)이 잇따라 바뀌게 된다. 2, 3대 회장이 ‘박태준 사람’으로 분류되면서 정권에 의해 조기 경질됐다.

김영삼 정부 때 취임한 4대 김만제 회장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물러났다. 검찰은 그에 대해 수사를 벌였고, 결국 김 전 회장은 회사돈 유용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 임명된 유상부 5대 회장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사법 처리됐다. 앞서 2대 황경로 회장도 1993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한 경영비리 조사가 이뤄져 검찰은 정 회장에 대해 배임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

정 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관련된다. 정 전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포항 신제강공사 증측 민원 해결을 부탁한 뒤 대가성으로 이 전 의원이 지정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포스코 총수들이 줄줄이 형사 처벌을 받으면서 기소를 면한 전직 포스코 최고경영자는 3대 정명식, 6대 이구택 회장 뿐이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출발점이었던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도 포스코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포스코는 두 재단에 각각 30억원, 19억원을 출연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과)는 “포스코의 외형적 구조는 흠잡을 데 없지만, 실제로는 정치권 입김에 좌우되는 형태라 문제”라며 “미국의 GE처럼 투명한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해서 외압이 간여할 소지를 철저히 막아야 포스코 흑역사도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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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지는 포스코 흑역사…최순실 게이트도 못 피해가나
    • 입력 2016-11-11 15:19:59
    • 수정2016-11-11 21:01:23
    취재K
“또 포스코 회장이 검찰에 불려나가다니” 재계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박근혜 정권을 위기로 몰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세계 4위 철강회사 포스코 '흑역사'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장식할 참이다. 이번에는 포스코 그룹 권오준(66)회장이다. 권 회장이 11일 저녁 검찰에 소환된다. 참고인 신분인데, 조사 과정에서 신분이 피의자로 바뀔 수 있다. 권 회장을 검찰이 부르는 이유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씨 등이 주도한 포스코의 옛 그룹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의혹에 권 회장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은 K스포츠 재단의 배드민턴 팀 창단 비용 요구 문제 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왜 광고회사를 팔았을까 포스코는 광고대행 자회사로 뒀던 포레카를 지난해 매각했다. 이 후 차씨가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대행사 A를 상대로 지분의 80%를 강탈 하려던 의혹이 커지고 있다. 차 씨는 포레카 매출 대부분이 포스코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해 A사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에 대해 차씨의 영향력이 있어야 가능한 구조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권 회장의 역할이 있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실제로 포레카 매각과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제일기획 출신 '광고맨'인 김모(46)씨가 포레카 대표에 선임된 것은 권 회장 취임 직후다. 그는 대표직에 앉자마자 포레카 매각에 매달렸다. 이후 차씨 편에 서서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에 가담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신문이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A사 대표에게 포레카를 A사에 넘기기로 했다고 설명하면서 "회장님까지 오케이를 받은 상황"이라며 권 회장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이 최소한 차씨 측의 포레카 강탈 각본을 사전에 알았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왼쪽)과 차은택 씨.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까지 포레카 문제에 개입한 정황도 속속 나오면서 권 회장이 애초 청와대 측과 모종의 조율 속에 매각 작업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묵인이 그가 2014년 포스코 회장이 되는 과정에서 권력 비선 실세들의 도움이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론까지 하고 있다. 실제로 권 회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낙점받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권 회장은 포스코 기술부문장(사장)이던 2014년 1월 정준양(68) 전임 회장을 잇는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선정됐다. 그는 그룹 2인자로 통하던 정동화(65)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더불어 5명의 후보군 안에 들었고 CEO추천위원회의 면접을 거쳐 포스코호(號) 선장으로 낙점을 받았다. 포스코기술연구소장 등을 지낸 순수 기술인 출신으로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그가 회장에 선임되자 업계 안팎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 때부터 대구 지역의 대학 교수인 권 회장 부인이 박 대통령 및 최순실씨 등과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설이 돌았다. 권 회장 부인은 서강대 출신인 박 대통령의 대학 2년 후배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의혹에 대해 2014년 권 회장 선임 당시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지낸 이영선 연세대 명예교수는 "권 회장 선임 과정에 외압이나 비선 권력 이런 것은 전혀 없었다. 모든 절차가 공정하고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계속되는 포스코 흑역사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비리 등에 연루돼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2000년 민영화된 포스코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회장 선임과 퇴임 등의 과정에서 정권의 외압 논란이 있어왔고, 추후 검찰 수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집권 세력의 도움을 받은 포스코 총수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이권으로 보답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포스코를 창업한 고(故) 박태준 회장은 철강 업계의 거목이었지만, 김영삼 대통령과의 불화 때문에 사임했다. 이후 1992~94년 불과 2년여 사이에 포스코의 최고경영자 4명(박태준-황경로-정명식-김만제)이 잇따라 바뀌게 된다. 2, 3대 회장이 ‘박태준 사람’으로 분류되면서 정권에 의해 조기 경질됐다. 김영삼 정부 때 취임한 4대 김만제 회장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물러났다. 검찰은 그에 대해 수사를 벌였고, 결국 김 전 회장은 회사돈 유용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 임명된 유상부 5대 회장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사법 처리됐다. 앞서 2대 황경로 회장도 1993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한 경영비리 조사가 이뤄져 검찰은 정 회장에 대해 배임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 정 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관련된다. 정 전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포항 신제강공사 증측 민원 해결을 부탁한 뒤 대가성으로 이 전 의원이 지정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포스코 총수들이 줄줄이 형사 처벌을 받으면서 기소를 면한 전직 포스코 최고경영자는 3대 정명식, 6대 이구택 회장 뿐이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출발점이었던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도 포스코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포스코는 두 재단에 각각 30억원, 19억원을 출연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과)는 “포스코의 외형적 구조는 흠잡을 데 없지만, 실제로는 정치권 입김에 좌우되는 형태라 문제”라며 “미국의 GE처럼 투명한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해서 외압이 간여할 소지를 철저히 막아야 포스코 흑역사도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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