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시 대행 순위는?

입력 2016.11.25 (17:54) 수정 2016.11.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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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BC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송중인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는 갑작스런 대통령의 공석 상황을 그린 드라마다.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미국. 대통령직을 승계할 주요 장관들마저 직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관료 톰 커트먼(키퍼 서덜랜드 분) 국토부 장관이 대통령이 된다. 우리로 말하면 권한 대행 17순위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안 발의가 가시화되면서 정부도 관련 법률을 검토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이 다음 달 9일까지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정부로서는 대통령 권한 대행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로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라 대통령 권한 대행 1순위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된다.

2004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결의되자 고건 당시 국무총리가 권한 대행을 맡은 바 있다. 현재 황 총리의 권한 대행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야권에서 나오고 있지만, 후임 총리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 탄핵 시 황 총리 권한 대행 체제는 불가피하다.

만일 황 총리마저 사임한다면 그 다음 순위는 누가 될까.

정부조직법 22조에 규정이 있다. 국무총리가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의 순으로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각각 대통령 권한대행 2, 3순위가 된다.

만일 2명의 부총리마저 없다면?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국무위원 순서대로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

4순위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다. 미래부는 현 정부에서 신설된 부서인데, 외교 안보부처 장관을 제치고 4순위로 규정돼 있다. 현재 최양희 장관이다.

외교 안보 부서는 순위가 그 다음이다. 5순위는 외교부 장관, 6순위는 통일부 장관으로 돼 있다. 미국에서는 국무장관(우리나라의 외교부장관)의 권한 대행 순위가 부통령에 이어 두 번째 임을 감안하면 순위가 낮다. 통일부의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 통일부총리로 돼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부터 한단계 격하됐다. 국방부 장관은 법무부 장관 다음 순위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임을 감안할 때 국방부 장관의 순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무위원 중에 가장 서열이 낮은 장관은 김영석 해양 수산부 장관이다. 김영석 장관의 바로 위 서열이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미국 드라마 '지정 생존자'가 한국에서도 현실이 된다면 '강호인 대통령 권한 대행'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권한 대행은 어느 범위까지 업무를 할 수 있을까.

법률에는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 범위에 대한 명시규정이 없고, 대통령 유고·궐위를 상정한 위기관리 매뉴얼도 세세한 직무 범위까지 설정하진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총리실은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상황을 '교본'으로 삼아 대비하며, 탄핵안 가결시 초반 혼란을 감안해 업무 우선 순위를 먼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총리실 관계자는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다면 2004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 건 전 총리 사례를 벤치마킹하게 될 것"이라며 "당시 상황과 지금을 비교하겠지만, 큰 틀에선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총리실에서 당시 사례를 살펴본 결과 구체적 직무범위 매뉴얼보다는 일정 중심의 기록만 있어 대비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개월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할까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될 경우 황 총리가 현상 유지의 관리형 대행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과 자신만의 색깔을 낼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야권에서 황 총리가 임시로 대통령 직무를 대리하는 만큼 현상유지를 벗어나는 직무는 수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정마비를 막는 최소한 수준으로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총리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과 동일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개념이 전제돼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무위원이나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중요한 협정이나 조약도 체결할 수 없다.

총리실 안팎에선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한다 해도 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업무'로 묶어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명권자가 버젓이 자리에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범위를 넘어 업무를 수행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반면, 2004년 고건 대통령 권한 대행 때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황 총리가 본인의 색깔을 낼 수 있단 시각도 만만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두달 남짓만에 이뤄졌지만,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대 6개월 소요될 수 있어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서라도 황 총리가 보다 폭넓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만약 헌재가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경우 황 총리 권한 대행 기간은 탄핵 인용후 2개월내 치러지는 대선까지 최장 8개월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공안검사 출신에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하면서 보수 결집의 아이콘이 될 수 있고, 대통령과 동일하게 인사권과 정책결정권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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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5 17:54:34
    • 수정2016-11-26 16: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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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BC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송중인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는 갑작스런 대통령의 공석 상황을 그린 드라마다.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미국. 대통령직을 승계할 주요 장관들마저 직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관료 톰 커트먼(키퍼 서덜랜드 분) 국토부 장관이 대통령이 된다. 우리로 말하면 권한 대행 17순위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안 발의가 가시화되면서 정부도 관련 법률을 검토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이 다음 달 9일까지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정부로서는 대통령 권한 대행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로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라 대통령 권한 대행 1순위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된다.

2004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결의되자 고건 당시 국무총리가 권한 대행을 맡은 바 있다. 현재 황 총리의 권한 대행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야권에서 나오고 있지만, 후임 총리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 탄핵 시 황 총리 권한 대행 체제는 불가피하다.

만일 황 총리마저 사임한다면 그 다음 순위는 누가 될까.

정부조직법 22조에 규정이 있다. 국무총리가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의 순으로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각각 대통령 권한대행 2, 3순위가 된다.

만일 2명의 부총리마저 없다면?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국무위원 순서대로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

4순위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다. 미래부는 현 정부에서 신설된 부서인데, 외교 안보부처 장관을 제치고 4순위로 규정돼 있다. 현재 최양희 장관이다.

외교 안보 부서는 순위가 그 다음이다. 5순위는 외교부 장관, 6순위는 통일부 장관으로 돼 있다. 미국에서는 국무장관(우리나라의 외교부장관)의 권한 대행 순위가 부통령에 이어 두 번째 임을 감안하면 순위가 낮다. 통일부의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 통일부총리로 돼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부터 한단계 격하됐다. 국방부 장관은 법무부 장관 다음 순위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임을 감안할 때 국방부 장관의 순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무위원 중에 가장 서열이 낮은 장관은 김영석 해양 수산부 장관이다. 김영석 장관의 바로 위 서열이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미국 드라마 '지정 생존자'가 한국에서도 현실이 된다면 '강호인 대통령 권한 대행'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권한 대행은 어느 범위까지 업무를 할 수 있을까.

법률에는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 범위에 대한 명시규정이 없고, 대통령 유고·궐위를 상정한 위기관리 매뉴얼도 세세한 직무 범위까지 설정하진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총리실은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상황을 '교본'으로 삼아 대비하며, 탄핵안 가결시 초반 혼란을 감안해 업무 우선 순위를 먼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총리실 관계자는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다면 2004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 건 전 총리 사례를 벤치마킹하게 될 것"이라며 "당시 상황과 지금을 비교하겠지만, 큰 틀에선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총리실에서 당시 사례를 살펴본 결과 구체적 직무범위 매뉴얼보다는 일정 중심의 기록만 있어 대비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개월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할까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될 경우 황 총리가 현상 유지의 관리형 대행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과 자신만의 색깔을 낼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야권에서 황 총리가 임시로 대통령 직무를 대리하는 만큼 현상유지를 벗어나는 직무는 수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정마비를 막는 최소한 수준으로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총리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과 동일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개념이 전제돼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무위원이나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중요한 협정이나 조약도 체결할 수 없다.

총리실 안팎에선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한다 해도 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업무'로 묶어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명권자가 버젓이 자리에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범위를 넘어 업무를 수행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반면, 2004년 고건 대통령 권한 대행 때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황 총리가 본인의 색깔을 낼 수 있단 시각도 만만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두달 남짓만에 이뤄졌지만,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대 6개월 소요될 수 있어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서라도 황 총리가 보다 폭넓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만약 헌재가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경우 황 총리 권한 대행 기간은 탄핵 인용후 2개월내 치러지는 대선까지 최장 8개월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공안검사 출신에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하면서 보수 결집의 아이콘이 될 수 있고, 대통령과 동일하게 인사권과 정책결정권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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