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흔들리는 체육계

입력 2016.11.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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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체육계는 전방위에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순실은 구속된 문화관광체육부 김종 차관을 앞세워 곳곳에서 반칙과 변칙을 저지르고,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최순실은 왜 체육계를 노렸을까요. 의혹은 끝은 어디이고, 최순실이 체육계에서 얻으려 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靑 민정수석실, 최순실 이권 개입 의혹

서울 마포에 있는 'K스포츠클럽' 배드민턴 연습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성인들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회원을 대상으로 8개 생활체육 종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구, 탁구, 배드민턴은
선수반도 있습니다.

서정희 마포 K스포츠클럽 사무국장은 "취미로 시작을 해서 본인이 소질이 있으면 각종 대회에 진출하고, 우수한 지도자들이 지도를 함으로써 엘리트선수로 육성을 하고 그야말로 즐기는 체육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K스포츠클럽"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K스포츠클럽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제 사업 중 하납니다. 전국 곳곳에 일반인을 위한 생활 체육 시설을 제공하고, 선수 육성도 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3년 시작됐습니다. 시설을 제공하고 운영하는 몫은 주로 지방자치단체가, 클럽 선정과 관리감독은 대한체육회가 맡고 있습니다.

심상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육성부 부장은 "역사가 오래된 독일과 일본의 스포츠클럽을 벤치마킹했다"며 "지역에 있는 체육시설, 체육프로그램, 그리고 지도자 이 세 요소를 종합적으로 통합해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엘리트 선수들이 은퇴후에 스포츠클럽에서 일을 하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도 있어 체육시스템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K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되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년에 최대 3억 원씩 3년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에 37개 클럽이 조성됐고, 지난해 13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됐습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에 클럽을 228개로 늘릴 예정입니다.


K스포츠재단이 이 스포츠클럽 사업에 눈독을 들였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난 3월 K스포츠재단이 작성한 문건에는 올해 20개 스포츠클럽을 재단이 선정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습니다. K스포츠재단이 스포츠 클럽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지원하는 데 60억 원이 필요하고 이를 문체부에 요청하겠다고 돼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체육회가 하고 있던 역할을 K스포츠재단이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이대택 국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는 "K스포츠클럽이 국가 주도로 운영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내려오는 돈을 누군가가 거머쥐면 그건 전국에 있는 모든 스포츠클럽을 거머쥘 수 있는 것이고 그 운영권을 가지게 된다면 굉장한 이권이 돌아갈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대한체육회가 '거점 K스포츠 클럽' 공모를 앞두고 관심있는 지자체를 방문하는 자리에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문체부 담당자와 함께 나타났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방문에 참여했던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동행하라고 시켰다'는 문체부 관계자의 말을 들었다"며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또다른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K스포츠재단을 밀어준 것은 문체부만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K스포츠클럽'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있으니 점검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청와대까지 개입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청와대가) 우리를 괴롭혔다. 그때는 문체부 통해서 얘기 들었는데 'BH(청와대)에서 (K스포츠클럽의) 자금에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 (12월)평가 결과를 들이 밀면서 문제 없다고 그랬더니 1월에 그럼 실태조사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체육회가 문제 없다는 실태 조사 결과를 통보하자 이번에는 청와대에서 직접 대한체육회로 전화를 해 정산서류를 가지고 청와대로 와서 설명하라고 요구했고 지난 5월 청와대를 방문해 설명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전국 28개 K스포츠클럽에 직원을 보내 현장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해놓고 하루 전에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 6월까지 계속된 청와대의 이런 태도가 압력으로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계속 문제가 있다고 해서 조진 다음에, 뭐라도 문제가 있다면 끄집어 낸 다음에 그렇게 해서 K스포츠 재단을 엮어주려고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해 예산 130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청와대가, 더구나 민정수석실에서 직접 챙기는 것이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문제가 있어서 민원이 있다면 문체부 감사관실이나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면 될 일인데 왜 청와대가 직접 나서냐는 겁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병우 씨였습니다. 당시 이 업무를 담당했던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상황을 봐라. 팩트를. 뭐가 있느냐. 문제가 있는지 한 번 거기에 그런게 있는지 상황을 보라'는 전달을 받긴 했다"며 조사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구제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며 확인을 거부했습니다.

지난 23일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이대택 국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K스포츠재단이) 정부의 지원을 위탁을 받아서, 아니면 운영권을 받아서 자신들이 운영을 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그러면 여기서 적지않은 이득도 발생할 것이고, 적지않은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고, 그리고 결정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조절이 될 수 있는 그러한 헤게모니를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단법인 K스포츠재단의 정관을 보면 스포츠 종목별 인재 양성과 교사 양성, 선수 발굴이 주요한 사업 목적으로 돼 있습니다. K스포츠재단은 이렇게 'K스포츠클럽'운영권을 확보한 뒤 체육 시설 건립과 운영을 내세워 기업들로부터 돈을 걷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5대 거점, 특히 하남에 체육시설을 설립한다며 롯데로부터 70억 원을 받아냈고, 포스코에는 여자 배드민턴과 남녀 펜싱팀 창단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이 이런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최순실이 더블루케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이익을 챙기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는 지난해 7월 동계영재스포츠센터를 만들어 스포츠 인재육성 사업을 벌입니다. 문체부는 설립한지 1년도 안된 이 단체에 6억7천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장 씨는 삼성에 후원금 16억 원을 강요하고,이 가운데 11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K스포츠재단에 더블루케이가 있었다면, 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는 장 씨가 사실상 설립한 스포츠마케팅 회사 누림기획이 있었습니다. 동계영재스포츠센터는 지난해 누림기획에 광고비와 행사진행비 등의 명목으로 5천7백여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센터의 초대 전무이사를 맡은 이규혁 스포츠토토 빙상감독을 찾아가봤지만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불안한 평창동계올림픽

최순실이 올림픽 관련 시설 공사를 수주해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설원을 질주하는 선수들의 경기는 스키장 한가운데 자리잡은 관중석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관중석은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철거하도록 짓는 임시 시설물입니다. 텐트, 컨테이너, 천막 등 현장에 세워진 시설물 상당수가 임시 시설물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에는 모두 4천억 원에 이르는 임시 시설물이 지어집니다.


지난해 가을, 당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조양호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게 임시시설물 공사를 스위스의 누슬리라는 회사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문체부 장관이 조직위원장을 불러서 누슬리라는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를 쓰라고 이야기 했다"며 "프랑스에 지엘이벤트라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가 제일 잘하고 제일 크고 올림픽에 대한 경험이 가장 많은 반면 누슬리는 10%도 안되는 아주 조그만 회사"라고 말했습니다.

문체부의 지시에 대해 조직위가 반대하자 문체부의 압박이 계속됐다고 합니다. 또 다른 조직위 관계자는 "조양호 위원장이 기업에서도 그렇게 안하는데 공직자가 그러면 안된다며 너무나 황당해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누슬리는 올해 3월 최순실이 세운 더블루K와 업무협약을 맺습니다. 더블루K가 누슬리의 한국 내 사업을 대행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직위의 반대로 결국 누슬리사는 최종 탈락했지만 다음엔 올림픽 마스코트 결정이 문제였습니다. 김종덕 전 장관이 이미 선정된 호랑이와 곰을 갑자기 진돗개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입니다. 이 혼란의 배경에도 최순실 일가가 자리잡고 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조직위 관계자는 "그 마스코트를 캐릭터를 인형이 됐든 뱃지가 됐던 장갑이 됐든 이런 기념품 사업들도 할 수 있고 어마어마한 이익이 된다는 식으로 (장시호가) 얘길 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관련 시설물을 관리하며 지속적으로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8천 석 규모의 강릉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은 대회 이후 운영방안을 놓고 논란을 벌이다 대회 후 철거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착공이 3-4달 미뤄지기도 했습니다. 강릉시 관계자는 "철거하려고 자재도 알루미늄에서 철판으로바꾸고 그래서 공사가 늦어졌다"며 "설계 변경을 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토목 건축을 분리 발주하는 바람에 다른 경기장보다 늦게 착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2월 경기장을 계속 사용하는 방향으로 갑자기 계획이 변경됩니다. 올해 1월강릉 빙상장을 연고지로 하는 K토토빙상단을 창단했다는 게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K토토 빙상단 감독은 장시호와 함께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한 이규혁입니다. 한 평창올림픽 실무 관계자는 "(예를 들어) 더블루K는 에이전트를 하고 국가에서 그 돈을 어떤 이유로든 주게되면 중간에서 매년 이익을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최순실과 그 관련자들이 평창올림픽에 관여해 이권을 챙기려했던 의혹이 하나둘씩 사실로 확인되면서 평창올림픽 준비는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당장 대기업들이 후원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후원 최종 목표액은 9400억 원이지만 현재까지 후원받은 총액은 7800억 원. 막바지 후원 계약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새로 나서겠다는 곳도 없고 기존 계약 기업 중에서도 2곳 이상이 계약을 보류하거나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허술한 체육계... 최순실 먹잇감 자초

체육계는 지난 7일 시국선언을 하는 등 뒤늦게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체육계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입니다. 스포츠평론가 최동호씨는 "(체육계가) 오픈돼서 여론수렴을 한다든지 국민들에게 공개돼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면서 정책화한다든지 이런 것이 굉장히 후진적이고 폐쇄적인 구조이고 그런 가운데서 끼리끼리 모여서 이권을 챙기기가 다른 분야보다는 비교적 용이한 환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대택 국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는 체육계가 투자되는 돈에 비해 그 결과를 계량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하는 지표나 전문가가 없는 허술한 영역이라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어찌보면 눈먼 돈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고, 어떻게 사용해도 포장하기에 따라 평가는 그때그때 좀 달라질 수 있고, 서로 알음알음 좋은 게 좋은 거고 그래서 체육을 위한거라면 우리는 다 할 수 있다라는 판단과 평가에 의해서 참여를 하는 관행들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전문가들은 이미 재정은 물론, 여러 모로 큰 타격을 받은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을 목표로 두기 보다는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동계올림픽을 어떻게 큰 충격없이 치를 것인지로 관점을 바꾸고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대택 교수는 "정부와 문체부, 기업 그리고 조직위원회, 강원도가 지금까지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히 뒤집어놓고 다시 한번 우리가 그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그 다음에 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뒤 그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무후무한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 속에 우리 스포츠계는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와 스포츠계 쇄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떠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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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게이트…흔들리는 체육계
    • 입력 2016-11-30 16:36:11
    취재K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체육계는 전방위에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순실은 구속된 문화관광체육부 김종 차관을 앞세워 곳곳에서 반칙과 변칙을 저지르고,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최순실은 왜 체육계를 노렸을까요. 의혹은 끝은 어디이고, 최순실이 체육계에서 얻으려 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靑 민정수석실, 최순실 이권 개입 의혹

서울 마포에 있는 'K스포츠클럽' 배드민턴 연습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성인들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회원을 대상으로 8개 생활체육 종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구, 탁구, 배드민턴은
선수반도 있습니다.

서정희 마포 K스포츠클럽 사무국장은 "취미로 시작을 해서 본인이 소질이 있으면 각종 대회에 진출하고, 우수한 지도자들이 지도를 함으로써 엘리트선수로 육성을 하고 그야말로 즐기는 체육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K스포츠클럽"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K스포츠클럽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제 사업 중 하납니다. 전국 곳곳에 일반인을 위한 생활 체육 시설을 제공하고, 선수 육성도 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3년 시작됐습니다. 시설을 제공하고 운영하는 몫은 주로 지방자치단체가, 클럽 선정과 관리감독은 대한체육회가 맡고 있습니다.

심상보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럽육성부 부장은 "역사가 오래된 독일과 일본의 스포츠클럽을 벤치마킹했다"며 "지역에 있는 체육시설, 체육프로그램, 그리고 지도자 이 세 요소를 종합적으로 통합해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엘리트 선수들이 은퇴후에 스포츠클럽에서 일을 하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도 있어 체육시스템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K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되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년에 최대 3억 원씩 3년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에 37개 클럽이 조성됐고, 지난해 13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됐습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에 클럽을 228개로 늘릴 예정입니다.


K스포츠재단이 이 스포츠클럽 사업에 눈독을 들였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난 3월 K스포츠재단이 작성한 문건에는 올해 20개 스포츠클럽을 재단이 선정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습니다. K스포츠재단이 스포츠 클럽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지원하는 데 60억 원이 필요하고 이를 문체부에 요청하겠다고 돼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체육회가 하고 있던 역할을 K스포츠재단이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이대택 국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는 "K스포츠클럽이 국가 주도로 운영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내려오는 돈을 누군가가 거머쥐면 그건 전국에 있는 모든 스포츠클럽을 거머쥘 수 있는 것이고 그 운영권을 가지게 된다면 굉장한 이권이 돌아갈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대한체육회가 '거점 K스포츠 클럽' 공모를 앞두고 관심있는 지자체를 방문하는 자리에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문체부 담당자와 함께 나타났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방문에 참여했던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동행하라고 시켰다'는 문체부 관계자의 말을 들었다"며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또다른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K스포츠재단을 밀어준 것은 문체부만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K스포츠클럽'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있으니 점검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청와대까지 개입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청와대가) 우리를 괴롭혔다. 그때는 문체부 통해서 얘기 들었는데 'BH(청와대)에서 (K스포츠클럽의) 자금에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 (12월)평가 결과를 들이 밀면서 문제 없다고 그랬더니 1월에 그럼 실태조사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체육회가 문제 없다는 실태 조사 결과를 통보하자 이번에는 청와대에서 직접 대한체육회로 전화를 해 정산서류를 가지고 청와대로 와서 설명하라고 요구했고 지난 5월 청와대를 방문해 설명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전국 28개 K스포츠클럽에 직원을 보내 현장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해놓고 하루 전에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 6월까지 계속된 청와대의 이런 태도가 압력으로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계속 문제가 있다고 해서 조진 다음에, 뭐라도 문제가 있다면 끄집어 낸 다음에 그렇게 해서 K스포츠 재단을 엮어주려고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해 예산 130억 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청와대가, 더구나 민정수석실에서 직접 챙기는 것이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문제가 있어서 민원이 있다면 문체부 감사관실이나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면 될 일인데 왜 청와대가 직접 나서냐는 겁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병우 씨였습니다. 당시 이 업무를 담당했던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상황을 봐라. 팩트를. 뭐가 있느냐. 문제가 있는지 한 번 거기에 그런게 있는지 상황을 보라'는 전달을 받긴 했다"며 조사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구제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며 확인을 거부했습니다.

지난 23일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이대택 국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K스포츠재단이) 정부의 지원을 위탁을 받아서, 아니면 운영권을 받아서 자신들이 운영을 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그러면 여기서 적지않은 이득도 발생할 것이고, 적지않은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고, 그리고 결정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조절이 될 수 있는 그러한 헤게모니를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단법인 K스포츠재단의 정관을 보면 스포츠 종목별 인재 양성과 교사 양성, 선수 발굴이 주요한 사업 목적으로 돼 있습니다. K스포츠재단은 이렇게 'K스포츠클럽'운영권을 확보한 뒤 체육 시설 건립과 운영을 내세워 기업들로부터 돈을 걷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5대 거점, 특히 하남에 체육시설을 설립한다며 롯데로부터 70억 원을 받아냈고, 포스코에는 여자 배드민턴과 남녀 펜싱팀 창단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이 이런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최순실이 더블루케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이익을 챙기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는 지난해 7월 동계영재스포츠센터를 만들어 스포츠 인재육성 사업을 벌입니다. 문체부는 설립한지 1년도 안된 이 단체에 6억7천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장 씨는 삼성에 후원금 16억 원을 강요하고,이 가운데 11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K스포츠재단에 더블루케이가 있었다면, 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는 장 씨가 사실상 설립한 스포츠마케팅 회사 누림기획이 있었습니다. 동계영재스포츠센터는 지난해 누림기획에 광고비와 행사진행비 등의 명목으로 5천7백여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센터의 초대 전무이사를 맡은 이규혁 스포츠토토 빙상감독을 찾아가봤지만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불안한 평창동계올림픽

최순실이 올림픽 관련 시설 공사를 수주해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설원을 질주하는 선수들의 경기는 스키장 한가운데 자리잡은 관중석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관중석은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철거하도록 짓는 임시 시설물입니다. 텐트, 컨테이너, 천막 등 현장에 세워진 시설물 상당수가 임시 시설물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에는 모두 4천억 원에 이르는 임시 시설물이 지어집니다.


지난해 가을, 당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조양호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게 임시시설물 공사를 스위스의 누슬리라는 회사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문체부 장관이 조직위원장을 불러서 누슬리라는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를 쓰라고 이야기 했다"며 "프랑스에 지엘이벤트라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가 제일 잘하고 제일 크고 올림픽에 대한 경험이 가장 많은 반면 누슬리는 10%도 안되는 아주 조그만 회사"라고 말했습니다.

문체부의 지시에 대해 조직위가 반대하자 문체부의 압박이 계속됐다고 합니다. 또 다른 조직위 관계자는 "조양호 위원장이 기업에서도 그렇게 안하는데 공직자가 그러면 안된다며 너무나 황당해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누슬리는 올해 3월 최순실이 세운 더블루K와 업무협약을 맺습니다. 더블루K가 누슬리의 한국 내 사업을 대행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직위의 반대로 결국 누슬리사는 최종 탈락했지만 다음엔 올림픽 마스코트 결정이 문제였습니다. 김종덕 전 장관이 이미 선정된 호랑이와 곰을 갑자기 진돗개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입니다. 이 혼란의 배경에도 최순실 일가가 자리잡고 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조직위 관계자는 "그 마스코트를 캐릭터를 인형이 됐든 뱃지가 됐던 장갑이 됐든 이런 기념품 사업들도 할 수 있고 어마어마한 이익이 된다는 식으로 (장시호가) 얘길 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관련 시설물을 관리하며 지속적으로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8천 석 규모의 강릉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은 대회 이후 운영방안을 놓고 논란을 벌이다 대회 후 철거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착공이 3-4달 미뤄지기도 했습니다. 강릉시 관계자는 "철거하려고 자재도 알루미늄에서 철판으로바꾸고 그래서 공사가 늦어졌다"며 "설계 변경을 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토목 건축을 분리 발주하는 바람에 다른 경기장보다 늦게 착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2월 경기장을 계속 사용하는 방향으로 갑자기 계획이 변경됩니다. 올해 1월강릉 빙상장을 연고지로 하는 K토토빙상단을 창단했다는 게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K토토 빙상단 감독은 장시호와 함께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한 이규혁입니다. 한 평창올림픽 실무 관계자는 "(예를 들어) 더블루K는 에이전트를 하고 국가에서 그 돈을 어떤 이유로든 주게되면 중간에서 매년 이익을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최순실과 그 관련자들이 평창올림픽에 관여해 이권을 챙기려했던 의혹이 하나둘씩 사실로 확인되면서 평창올림픽 준비는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당장 대기업들이 후원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후원 최종 목표액은 9400억 원이지만 현재까지 후원받은 총액은 7800억 원. 막바지 후원 계약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새로 나서겠다는 곳도 없고 기존 계약 기업 중에서도 2곳 이상이 계약을 보류하거나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허술한 체육계... 최순실 먹잇감 자초

체육계는 지난 7일 시국선언을 하는 등 뒤늦게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체육계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입니다. 스포츠평론가 최동호씨는 "(체육계가) 오픈돼서 여론수렴을 한다든지 국민들에게 공개돼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면서 정책화한다든지 이런 것이 굉장히 후진적이고 폐쇄적인 구조이고 그런 가운데서 끼리끼리 모여서 이권을 챙기기가 다른 분야보다는 비교적 용이한 환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대택 국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는 체육계가 투자되는 돈에 비해 그 결과를 계량적으로 평가하고 검증하는 지표나 전문가가 없는 허술한 영역이라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어찌보면 눈먼 돈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고, 어떻게 사용해도 포장하기에 따라 평가는 그때그때 좀 달라질 수 있고, 서로 알음알음 좋은 게 좋은 거고 그래서 체육을 위한거라면 우리는 다 할 수 있다라는 판단과 평가에 의해서 참여를 하는 관행들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전문가들은 이미 재정은 물론, 여러 모로 큰 타격을 받은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을 목표로 두기 보다는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동계올림픽을 어떻게 큰 충격없이 치를 것인지로 관점을 바꾸고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대택 교수는 "정부와 문체부, 기업 그리고 조직위원회, 강원도가 지금까지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히 뒤집어놓고 다시 한번 우리가 그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그 다음에 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뒤 그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무후무한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 속에 우리 스포츠계는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와 스포츠계 쇄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떠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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