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위증 교사 의혹…누가 거짓말을 하나?

입력 2016.12.19 (18:24) 수정 2016.12.1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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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태블릿PC 감정 필요”…실소유자 공방


지난 15일 열린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제4차 청문회 회의록의 한 대목이다.

JTBC가 처음으로 그 존재를 알렸고, 검찰이 최순실 씨가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한 태블릿 PC에 대해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증인으로 나온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게 질의하는 내용이다.

질의 응답만 들으면 문제의 태블릿 PC가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이 아니라 고영태 씨가 사용했던 것으로 생각하게 할 정도의 내용이었다.

고영태, “박헌영-새누리 의원 사전 입 맞추고 위증할 것”

그런데 청문회가 열린 뒤 최순실 씨의 동업자였던 고영태 씨로부터의 충격적인 폭로가 알려졌다.

고 씨가 청문회 이틀 전인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특히 고 씨는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박 전 과장에게 "최 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최 씨가 아닌) 고 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 오라고도 했다"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 진행된 청문회의 구체적인 질의 내용까지 예고한 것으로, 실제 청문회는 고 씨가 예고한 거의 그대로 진행됐다.

이만희, “박헌영 전화통화한 사실도 없어”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당사자인 이만희 의원은 의혹을 곧바로 부인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기사에서 자신이 사전 모의를 한 상대로 지목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한 사실도 없다"면서 "태블릿PC가 고영태 씨의 것이라고 위증을 지시하거나 교사한 사실은 더더욱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4차 청문회에서 박헌영 전 과장에게 태블릿 PC와 관련된 질의를 한 경위에 대해서는 "4차 청문회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연합뉴스TV 기자가 고영태 씨의 지인 2명과 함께 "고영태 증인의 위증을 증언하겠다"며 찾아와 박 전 과장과 관련된 일화를 설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들이 '고영태 씨가 청문회에서 태블릿 PC를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분명히 고영태씨가 들고 다닌 걸 본적이 있으며, 최순실 씨도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짐을 정리하면서 고 씨의 것이니 고 씨의 책상에 넣어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승일, “이완영이 박헌영에 위증 교사 지시”

이만희 의원이 위증 교사 의혹을 전면 부인한 이틀 뒤 이번 사건과 관련한 또 다른 폭로가 나왔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정동춘 재단 이사장-박헌영 과장으로 이어지는 '입 맞추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노 부장은 박 과장이 한 말을 인용해 "박 과장이 정 이사장을 만나고 나서 나에게 투덜거리며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박 과장이 "정 이사장이 이완영 의원한테 전화를 받았다. 이후 나를 불러 이 의원의 제안이라며 ‘(더블루K) 사무실 책상에 있던 태블릿PC를 JTBC가 절도한 것으로 해서 언론사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라는 말을 노 부장에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내용의 질문과 답변은 앞서 밝힌 대로 4차 청문회에서 오갔다. 하지만 질의자는 이완영 의원이 아닌 이만희 의원이었다.

이완영, “정동춘 2번 만났지만 위증 지시 없어”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이완영 의원도 오늘(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정조사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 재단) 과장이 위증을 하도록 부탁을 하거나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정동춘 K스포츠 이사장과 2차례 만난 사실은 인정했다.

이 의원은 "정동춘 K스포츠 이사장과 12월 4일 처음 만났고, 정 이사장은 박헌영 과장이 고영태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태블릿 PC 충전기를 사오라고 했었다. 고영태 책상 안에 태블릿 PC가 있는 것을 봤다는 등을 전해들은 것을 저한테 말해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이같은 얘기를 전해 듣고 사실 확인을 위해 박 과장에게 전화를 해 보자고 했지만 박 과장은 오지 않았으며, 한 차례 더(9일) 정 이사장을 만나 직접 확인했지만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질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5일 국정조사 특위 4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작성한 ‘특검 및 국정조사 재단 대응방침’ 물건을 들고 질문하고 있다.15일 국정조사 특위 4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작성한 ‘특검 및 국정조사 재단 대응방침’ 물건을 들고 질문하고 있다.

이완영·이만희·최교일, 청문회 전 정동춘 같이 만나

이완영 의원이 정동춘 의원을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후 언론의 확인 결과 이완영 의원이 지난 9일 정동춘 이사장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국정조사 특위 위원이자 새누리당 친박계인 이만희, 최교일 의원도 동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세 명의 의원은 지난 15일 청문회에서 공개된 '특검 및 국정조사 재단(K스포츠) 대응방침'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청색으로 표시돼 '친박'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건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정동춘 이사장에게 "정 전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나눠준 자료가 맞느냐"고 물었고, 정 전 이사장은 "그렇다. 내가 직접 작성했다"고 시인했다.

문건에는 특검과 국정조사 일정과 주요 쟁점이 상세히 정리돼 있으며 최순실 국조특위 소속 17명의 여야 의원들을 정당별로 분류한 뒤 의원들의 정치 성향을 표시해 색깔로 분류했다.

최순실 씨가 사용한 태블릿 PC와 관련한 청문회 증언을 놓고 사전 모의와 위증 교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청문회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친박 의원 3명이 사전에 정 이사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의혹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는 20일(내일) 오전, 이와 관련한 간사간 협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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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블릿PC 위증 교사 의혹…누가 거짓말을 하나?
    • 입력 2016-12-19 18:24:24
    • 수정2016-12-19 22:06:21
    취재K
[연관기사] ☞ [뉴스9] “태블릿PC 감정 필요”…실소유자 공방 지난 15일 열린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제4차 청문회 회의록의 한 대목이다. JTBC가 처음으로 그 존재를 알렸고, 검찰이 최순실 씨가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한 태블릿 PC에 대해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증인으로 나온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게 질의하는 내용이다. 질의 응답만 들으면 문제의 태블릿 PC가 최순실 씨가 사용한 것이 아니라 고영태 씨가 사용했던 것으로 생각하게 할 정도의 내용이었다. 고영태, “박헌영-새누리 의원 사전 입 맞추고 위증할 것” 그런데 청문회가 열린 뒤 최순실 씨의 동업자였던 고영태 씨로부터의 충격적인 폭로가 알려졌다. 고 씨가 청문회 이틀 전인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특히 고 씨는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박 전 과장에게 "최 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최 씨가 아닌) 고 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 오라고도 했다"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 진행된 청문회의 구체적인 질의 내용까지 예고한 것으로, 실제 청문회는 고 씨가 예고한 거의 그대로 진행됐다. 이만희, “박헌영 전화통화한 사실도 없어”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당사자인 이만희 의원은 의혹을 곧바로 부인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기사에서 자신이 사전 모의를 한 상대로 지목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한 사실도 없다"면서 "태블릿PC가 고영태 씨의 것이라고 위증을 지시하거나 교사한 사실은 더더욱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4차 청문회에서 박헌영 전 과장에게 태블릿 PC와 관련된 질의를 한 경위에 대해서는 "4차 청문회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연합뉴스TV 기자가 고영태 씨의 지인 2명과 함께 "고영태 증인의 위증을 증언하겠다"며 찾아와 박 전 과장과 관련된 일화를 설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들이 '고영태 씨가 청문회에서 태블릿 PC를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분명히 고영태씨가 들고 다닌 걸 본적이 있으며, 최순실 씨도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짐을 정리하면서 고 씨의 것이니 고 씨의 책상에 넣어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승일, “이완영이 박헌영에 위증 교사 지시” 이만희 의원이 위증 교사 의혹을 전면 부인한 이틀 뒤 이번 사건과 관련한 또 다른 폭로가 나왔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정동춘 재단 이사장-박헌영 과장으로 이어지는 '입 맞추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노 부장은 박 과장이 한 말을 인용해 "박 과장이 정 이사장을 만나고 나서 나에게 투덜거리며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박 과장이 "정 이사장이 이완영 의원한테 전화를 받았다. 이후 나를 불러 이 의원의 제안이라며 ‘(더블루K) 사무실 책상에 있던 태블릿PC를 JTBC가 절도한 것으로 해서 언론사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라는 말을 노 부장에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내용의 질문과 답변은 앞서 밝힌 대로 4차 청문회에서 오갔다. 하지만 질의자는 이완영 의원이 아닌 이만희 의원이었다. 이완영, “정동춘 2번 만났지만 위증 지시 없어”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이완영 의원도 오늘(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정조사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 재단) 과장이 위증을 하도록 부탁을 하거나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정동춘 K스포츠 이사장과 2차례 만난 사실은 인정했다. 이 의원은 "정동춘 K스포츠 이사장과 12월 4일 처음 만났고, 정 이사장은 박헌영 과장이 고영태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태블릿 PC 충전기를 사오라고 했었다. 고영태 책상 안에 태블릿 PC가 있는 것을 봤다는 등을 전해들은 것을 저한테 말해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이같은 얘기를 전해 듣고 사실 확인을 위해 박 과장에게 전화를 해 보자고 했지만 박 과장은 오지 않았으며, 한 차례 더(9일) 정 이사장을 만나 직접 확인했지만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질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5일 국정조사 특위 4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작성한 ‘특검 및 국정조사 재단 대응방침’ 물건을 들고 질문하고 있다. 이완영·이만희·최교일, 청문회 전 정동춘 같이 만나 이완영 의원이 정동춘 의원을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후 언론의 확인 결과 이완영 의원이 지난 9일 정동춘 이사장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국정조사 특위 위원이자 새누리당 친박계인 이만희, 최교일 의원도 동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세 명의 의원은 지난 15일 청문회에서 공개된 '특검 및 국정조사 재단(K스포츠) 대응방침'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청색으로 표시돼 '친박'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건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정동춘 이사장에게 "정 전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나눠준 자료가 맞느냐"고 물었고, 정 전 이사장은 "그렇다. 내가 직접 작성했다"고 시인했다. 문건에는 특검과 국정조사 일정과 주요 쟁점이 상세히 정리돼 있으며 최순실 국조특위 소속 17명의 여야 의원들을 정당별로 분류한 뒤 의원들의 정치 성향을 표시해 색깔로 분류했다. 최순실 씨가 사용한 태블릿 PC와 관련한 청문회 증언을 놓고 사전 모의와 위증 교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청문회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친박 의원 3명이 사전에 정 이사장을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의혹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는 20일(내일) 오전, 이와 관련한 간사간 협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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