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퇴근 후에도 ‘업무 카톡’ 논란…대안은?

입력 2017.01.26 (21:28) 수정 2017.01.26 (21: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녹취> "까치까치 설날은~!"

귀성 행렬과 함께 기다리던 설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녹취> "카톡 카톡"

"연휴 바로 다음날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이런 모바일메신저를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이제는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언제든지 쉽게 업무지시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요,

보내는 사람이야 편해졌다고 하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24시간 족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먼저 모바일메신저에 묶여 지내는 직장인들의 하루를 김기화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퇴근해도 ‘카톡 야근 중’▼

<리포트>

<녹취> "카톡, 카톡"

오전 업무를 끝낸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느긋이 커피를 마실 때도 김보현 씨의 스마트폰은 쉴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 김보현(직장인) : "알람이 울리면 계속 확인을 하고 업무를 따라가야 되니까 계속 긴장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죠."

사무실에 들어오는 길에도 카톡으로 지시받은 내용을 계속 검색합니다.

퇴근 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

<녹취> "미안 나 지금 잠깐만..."

보현 씨는 물론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까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인터뷰> 최수진(직장인) : "바로 (답을) 해야 할 것 같고 계속 폰에 집중하게 되고..."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까지 업무 카톡은 이어집니다.

<인터뷰> 김보현(직장인) : "네 대표님 스마트폰으로 확인했고, 집에 도착해서 바로 문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곤 사실상 업무가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지시를 내리는 쪽에서도 나름 할 말은 있습니다.

<녹취> OO기업 부장 : "조금 미안하지만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는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부담스럽지 않은 소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퇴근 뒤 업무 카톡에 직장인의 60%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제가 평소 일하는 KBS 통합뉴스룸의 사회1부 사무실입니다.

여기선 주로 취재와 뉴스제작 업무가 이뤄지는데요.

이렇게 퇴근을 해서 집에 돌아와도 좀처럼 업무는 끝나지 않습니다.

물론 저 같은 기자들의 경우 이렇게 스물네 시간 카톡을 주고받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일반 직장인들도 요즘엔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근 직장인 천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퇴근 뒤나 쉬는 날에 SNS로 업무지시를 받는 직장인이 10명 중 7명에 달합니다.

이처럼 일과 휴식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자, 최근 생겨난 신조어가 있는데요,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 제도적으로 보완해 이 두 영역의 경계를 만들자는 개념입니다.

먼저 프랑스의 사롑니다.

프랑스는 새해 들어 근로계약법을 바꿨는데요,

50명 이상 기업의 경우 퇴근 뒤나 휴일에는 SNS나 이메일을 통한 업무지시가 금지됐습니다.

독일은 훨씬 더 구체적인데요,

퇴근 뒤에 업무 연락을 할 경우 '대기 근무'로 간주해서, 일급의 25%를 지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퇴근 뒤 업무 카톡이나 문자메시지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 여건상 불가피하다 이런 지적부터, 우리도 뭔가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한 의견이 상존하는데요,

대안은 뭐가 있을지 이종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실효성 높이려면…‘가이드라인’ 절실▼

<리포트>

회사 업무가 끝난 오후 6시.

입사 2년 차 손원주 씨가 곧바로 헬스장을 찾습니다.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 전화기 전원도 꺼놨습니다.

퇴근 뒤나 휴일에 상사가 모바일메신저로 업무지시를 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회사의 경고 이후 생긴 변홥니다.

<인터뷰> 손원주(이동통신사 직원) : "친구들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있어도 카톡에 대한 강박관념이 사라져서 굉장히 마음이 편합니다."

아직 강제성을 띤 건 아니지만 퇴근 뒤 업무지시를 줄이려는 움직임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셉니다.

특히 정부와 경제 5단체는 퇴근 후 전화와 문자, 카톡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일명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안'까지 국회에 발의된 상황, 하지만 일괄적인 규제는 아직 무리라는 지적이 많아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정현(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 "결국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업무 시간 외에 연락을 하는 것을 되도록 제한하는 취업규칙을 만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별,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 제정과 직원들의 사생활을 배려하는 기업 문화의 변화가 우선돼야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종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퇴근 후에도 ‘업무 카톡’ 논란…대안은?
    • 입력 2017-01-26 21:33:12
    • 수정2017-01-26 21:52:45
    뉴스 9
<앵커 멘트>

<녹취> "까치까치 설날은~!"

귀성 행렬과 함께 기다리던 설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녹취> "카톡 카톡"

"연휴 바로 다음날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이런 모바일메신저를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이제는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언제든지 쉽게 업무지시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요,

보내는 사람이야 편해졌다고 하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24시간 족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먼저 모바일메신저에 묶여 지내는 직장인들의 하루를 김기화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퇴근해도 ‘카톡 야근 중’▼

<리포트>

<녹취> "카톡, 카톡"

오전 업무를 끝낸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느긋이 커피를 마실 때도 김보현 씨의 스마트폰은 쉴 틈이 없습니다.

<인터뷰> 김보현(직장인) : "알람이 울리면 계속 확인을 하고 업무를 따라가야 되니까 계속 긴장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죠."

사무실에 들어오는 길에도 카톡으로 지시받은 내용을 계속 검색합니다.

퇴근 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

<녹취> "미안 나 지금 잠깐만..."

보현 씨는 물론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까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인터뷰> 최수진(직장인) : "바로 (답을) 해야 할 것 같고 계속 폰에 집중하게 되고..."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까지 업무 카톡은 이어집니다.

<인터뷰> 김보현(직장인) : "네 대표님 스마트폰으로 확인했고, 집에 도착해서 바로 문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곤 사실상 업무가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지시를 내리는 쪽에서도 나름 할 말은 있습니다.

<녹취> OO기업 부장 : "조금 미안하지만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는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 부담스럽지 않은 소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퇴근 뒤 업무 카톡에 직장인의 60%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제가 평소 일하는 KBS 통합뉴스룸의 사회1부 사무실입니다.

여기선 주로 취재와 뉴스제작 업무가 이뤄지는데요.

이렇게 퇴근을 해서 집에 돌아와도 좀처럼 업무는 끝나지 않습니다.

물론 저 같은 기자들의 경우 이렇게 스물네 시간 카톡을 주고받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일반 직장인들도 요즘엔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근 직장인 천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퇴근 뒤나 쉬는 날에 SNS로 업무지시를 받는 직장인이 10명 중 7명에 달합니다.

이처럼 일과 휴식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자, 최근 생겨난 신조어가 있는데요,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 제도적으로 보완해 이 두 영역의 경계를 만들자는 개념입니다.

먼저 프랑스의 사롑니다.

프랑스는 새해 들어 근로계약법을 바꿨는데요,

50명 이상 기업의 경우 퇴근 뒤나 휴일에는 SNS나 이메일을 통한 업무지시가 금지됐습니다.

독일은 훨씬 더 구체적인데요,

퇴근 뒤에 업무 연락을 할 경우 '대기 근무'로 간주해서, 일급의 25%를 지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퇴근 뒤 업무 카톡이나 문자메시지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 여건상 불가피하다 이런 지적부터, 우리도 뭔가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한 의견이 상존하는데요,

대안은 뭐가 있을지 이종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실효성 높이려면…‘가이드라인’ 절실▼

<리포트>

회사 업무가 끝난 오후 6시.

입사 2년 차 손원주 씨가 곧바로 헬스장을 찾습니다.

운동에 집중하기 위해 전화기 전원도 꺼놨습니다.

퇴근 뒤나 휴일에 상사가 모바일메신저로 업무지시를 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회사의 경고 이후 생긴 변홥니다.

<인터뷰> 손원주(이동통신사 직원) : "친구들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있어도 카톡에 대한 강박관념이 사라져서 굉장히 마음이 편합니다."

아직 강제성을 띤 건 아니지만 퇴근 뒤 업무지시를 줄이려는 움직임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셉니다.

특히 정부와 경제 5단체는 퇴근 후 전화와 문자, 카톡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일명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안'까지 국회에 발의된 상황, 하지만 일괄적인 규제는 아직 무리라는 지적이 많아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정현(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 "결국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업무 시간 외에 연락을 하는 것을 되도록 제한하는 취업규칙을 만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별,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 제정과 직원들의 사생활을 배려하는 기업 문화의 변화가 우선돼야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이종완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