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관리 엇박자 물난리 부른다

입력 2002.08.10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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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지역이 서로 자기쪽으로 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홍수방어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없이 해마다 더 큰 피해를 부르고 있는 현장을 기동취재부 김용석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피해가 나는 목감천 하류 지역에서는 하천을 경계로 인접한 서울 구로구와 경기도 광명시 주민들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천 양쪽에 각기 3km에 걸쳐 설치한 홍수방어벽의 높이 때문입니다.
⊙이종인(서울 구로구 개봉동): 이쪽이 좀 낮아요.
그러다 보면 낮은 데로 쏠릴 거 아니에요.
그러니 불공정하다...
⊙기자: 지난해 홍수방어벽이 광명시보다 더 낮았던 서울 구로구지역에 물이 더 많이 넘쳐 위기를 맞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구로구는 올해 또다시 홍수방어벽을 높이는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김상환(서울 구로구 치수방재계장): 저쪽이 우리보다 약 30cm 정도가 차수벽이 높으니까 우리도 그 높이만큼은 높여야 물이 이쪽으로 넘치지 않는다...
⊙기자: 그러자 이번에는 광명시가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선권(경기도 광명시 재난관리과장): 구로구만 높인다고 봤을 때는 광명시 주민은 그 불안이 더 가중되기 때문에 광명시 행정을 할 수가 없죠, 사실상.
그렇게 놔둘 수도 없고...
⊙기자: 이 홍수방어벽이 상대측보다 낮아서 침수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주민들의 항의가 거칠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홍수방어벽을 상대쪽보다 미리 높여두는 문제는 두 지역의 어처구니없는 현안이 돼 있습니다.
양측은 지난 93년 이 문제를 공동대처하기로 협약까지 맺었으나 사업 우선순위 등의 문제로 아직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류지역인 부천시와 광명시의 급속한 팽창으로 아스팔트를 타고 유입되는 빗물 때문에 홍수량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입니다.
⊙이종태(경기대 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아파트화되고 주거단지화되면서 불투수 면적이 증가되고 그로 인해서 많은 홍수량의 증가요인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기자: 경기도 의정부에서 서울 동부지역을 관통하는 중랑천 유역은 서울시내 침수피해의 절반이 발생할 정도로 물에 취약한 지역입니다.
집집마다 비상용 배수펌프를 갖춰둘 정도로 주민들은 비만 오면 긴장하고 있습니다.
⊙조영수(서울○○동): 펌프없으면 불안하고 비가 많이 와도 불안하죠.
⊙기자: 중랑천의 홍수량은 지난 1960년대 초당 2000톤에서 2000년에는 2400톤으로 늘었고 홍수도달 시간도 2.6시간에서 1.04시간으로 크게 단축됐습니다.
⊙방용섭(서울국토관리청 하천계획과장): 86년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시에는 상류지역의 급속한 도시화를 생각하지 못하고 하천정비를 중점으로 한 치수대책을 시행한 결과인 것이죠.
⊙기자: 하천 전체의 영향을 고려하는 종합적인 치수정책이 없는 한 하류지역 주민들은 언제나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KBS뉴스 김용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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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천관리 엇박자 물난리 부른다
    • 입력 2002-08-10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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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지역이 서로 자기쪽으로 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홍수방어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없이 해마다 더 큰 피해를 부르고 있는 현장을 기동취재부 김용석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피해가 나는 목감천 하류 지역에서는 하천을 경계로 인접한 서울 구로구와 경기도 광명시 주민들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천 양쪽에 각기 3km에 걸쳐 설치한 홍수방어벽의 높이 때문입니다. ⊙이종인(서울 구로구 개봉동): 이쪽이 좀 낮아요. 그러다 보면 낮은 데로 쏠릴 거 아니에요. 그러니 불공정하다... ⊙기자: 지난해 홍수방어벽이 광명시보다 더 낮았던 서울 구로구지역에 물이 더 많이 넘쳐 위기를 맞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구로구는 올해 또다시 홍수방어벽을 높이는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김상환(서울 구로구 치수방재계장): 저쪽이 우리보다 약 30cm 정도가 차수벽이 높으니까 우리도 그 높이만큼은 높여야 물이 이쪽으로 넘치지 않는다... ⊙기자: 그러자 이번에는 광명시가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선권(경기도 광명시 재난관리과장): 구로구만 높인다고 봤을 때는 광명시 주민은 그 불안이 더 가중되기 때문에 광명시 행정을 할 수가 없죠, 사실상. 그렇게 놔둘 수도 없고... ⊙기자: 이 홍수방어벽이 상대측보다 낮아서 침수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주민들의 항의가 거칠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홍수방어벽을 상대쪽보다 미리 높여두는 문제는 두 지역의 어처구니없는 현안이 돼 있습니다. 양측은 지난 93년 이 문제를 공동대처하기로 협약까지 맺었으나 사업 우선순위 등의 문제로 아직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류지역인 부천시와 광명시의 급속한 팽창으로 아스팔트를 타고 유입되는 빗물 때문에 홍수량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입니다. ⊙이종태(경기대 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아파트화되고 주거단지화되면서 불투수 면적이 증가되고 그로 인해서 많은 홍수량의 증가요인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기자: 경기도 의정부에서 서울 동부지역을 관통하는 중랑천 유역은 서울시내 침수피해의 절반이 발생할 정도로 물에 취약한 지역입니다. 집집마다 비상용 배수펌프를 갖춰둘 정도로 주민들은 비만 오면 긴장하고 있습니다. ⊙조영수(서울○○동): 펌프없으면 불안하고 비가 많이 와도 불안하죠. ⊙기자: 중랑천의 홍수량은 지난 1960년대 초당 2000톤에서 2000년에는 2400톤으로 늘었고 홍수도달 시간도 2.6시간에서 1.04시간으로 크게 단축됐습니다. ⊙방용섭(서울국토관리청 하천계획과장): 86년 하천정비기본계획 수립시에는 상류지역의 급속한 도시화를 생각하지 못하고 하천정비를 중점으로 한 치수대책을 시행한 결과인 것이죠. ⊙기자: 하천 전체의 영향을 고려하는 종합적인 치수정책이 없는 한 하류지역 주민들은 언제나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KBS뉴스 김용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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