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한반도를 뒤흔든 공포…“또다시 지진은 온다​​”

입력 2017.11.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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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11월 15일,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났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강진이다. 곳곳에서 담벼락이 무너지고 천장이 주저앉는 등 피해가 속출했고 사상 초유로 수능시험이 연기됐다. 본진 이후에도 67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피해 키운 건축물, '필로티'가 문제?!

포항지진에서 새롭게 부각된 문제가 '필로티(piloti)' 구조의 건축물이다. 1층에 벽을 없애 기둥만으로 상부층을 지탱하는 구조인 필로티 건축물은 기둥에 상부 구조를 받히는 힘이 전부 쏠린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수평으로 가해지는 압력이 더해져 기둥 상부에 균열이 가고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크다. 문제는 지하주차장을 마련하는 것보다 1층에 주차장을 마련할 수 있는 필로티 구조 건축물이 국내 곳곳에 우후죽순으로 건립됐다는 점이다.


필로티 구조도 내진 설계가 가능하지만 건축주들은 내진 설계에 따른 비용을 우려해 외면했다. 국토해양부 연구에 따르면 내진 설계에 따른 공사비 증가는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내진 설계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필로티 구조 설계를 지양하고, 필로티 건물의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주보다 포항 지진 피해 더 큰 이유

경주지진보다 규모가 작은 포항지진으로 큰 피해가 난 이유 중 하나로 진원 깊이를 꼽는다. 경주 지진은 진원 깊이가 12~13km였던 반면, 포항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3~7km에 불과하다. 진원 깊이가 비교적 얕아 체감 진동이 컸던 탓에 진원지에서 270km 떨어진 서울에서도 진동을 느낀 이들이 많다.


포항지진이 피해가 컸던 또 다른 이유는 '역단층'이라는 점이다. 경주지진은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하는 '정단층'으로 지반이 흔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형태의 지진이다. 반면 역단층인 포항 지진은 양쪽에서 미는 힘이 작용해 지반을 들었다 놓는 격으로 충격이 훨씬 크다.

단단한 화강암이 아닌 무른 퇴적층에서 발생한 포항 지진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현상을 불러왔다. 지진으로 인해 땅속 모래가 지하수와 함께 지표면으로 터져 나오는 이른바 '액상화 현상'이다.


액상화가 발생하면 지반이 주저앉으면서 지표면 위 건물이 무너지기 쉽다. 1964년 일본에선 액상화 현상으로 강변에 세워진 아파트 8채 중 3채가 통째로 쓰러지고 상하수도와 가스배관이 파괴돼 도시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액상화 의심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액상화 전담 조사팀을 꾸려 시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재복 한국교원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진방재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신호"이며 "액상화 현상에 대비할 것"을 조언한다.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 "또다시 지진은 온다"

이제 지진은 현실이다. 발생 주기는 짧아지고 강도는 강해져 일상 속 공포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한반도에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진의 변화에 주목하며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지진 단층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일본 지진학자들은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9.0 지진으로 일본 해저지각이 동쪽으로 50m 밀려나면서 일본 열도와 한반도 지각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서 규모가 강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중대형 근원의 지진을 연쇄적으로 발생시킨 주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하며 "이 같은 흐름으로 봤을 때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더는 한반도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400년 동안 비활동기였던 한반도 남동쪽 단층이 활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역사문헌에 따르면 경주를 중심으로 지진 발생 기록이 네 차례에 이른다. 세종실록을 보면 중종 13년인 1518년, 조선 시대 한양에서도 규모 7 내외로 추정되는 지진이 일어났다. 명종 1년 1546년에도 유사한 기록이 남아있다. 향후 수도권에서의 지진 가능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지진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남의 나라 일'로 여겨지던 지진은 이제 절박한 현실 문제가 됐고, 지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화두가 됐다. '시사기획 창(28일 저녁 9시 40분, KBS 1TV)'은 포항 지진 발생 원인과 지진 대응 상황을 진단하고,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알아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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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기획 창] 한반도를 뒤흔든 공포…“또다시 지진은 온다​​”
    • 입력 2017-11-28 08:00:56
    사회
이제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11월 15일,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났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강진이다. 곳곳에서 담벼락이 무너지고 천장이 주저앉는 등 피해가 속출했고 사상 초유로 수능시험이 연기됐다. 본진 이후에도 67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피해 키운 건축물, '필로티'가 문제?!

포항지진에서 새롭게 부각된 문제가 '필로티(piloti)' 구조의 건축물이다. 1층에 벽을 없애 기둥만으로 상부층을 지탱하는 구조인 필로티 건축물은 기둥에 상부 구조를 받히는 힘이 전부 쏠린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수평으로 가해지는 압력이 더해져 기둥 상부에 균열이 가고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크다. 문제는 지하주차장을 마련하는 것보다 1층에 주차장을 마련할 수 있는 필로티 구조 건축물이 국내 곳곳에 우후죽순으로 건립됐다는 점이다.


필로티 구조도 내진 설계가 가능하지만 건축주들은 내진 설계에 따른 비용을 우려해 외면했다. 국토해양부 연구에 따르면 내진 설계에 따른 공사비 증가는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내진 설계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필로티 구조 설계를 지양하고, 필로티 건물의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주보다 포항 지진 피해 더 큰 이유

경주지진보다 규모가 작은 포항지진으로 큰 피해가 난 이유 중 하나로 진원 깊이를 꼽는다. 경주 지진은 진원 깊이가 12~13km였던 반면, 포항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3~7km에 불과하다. 진원 깊이가 비교적 얕아 체감 진동이 컸던 탓에 진원지에서 270km 떨어진 서울에서도 진동을 느낀 이들이 많다.


포항지진이 피해가 컸던 또 다른 이유는 '역단층'이라는 점이다. 경주지진은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하는 '정단층'으로 지반이 흔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형태의 지진이다. 반면 역단층인 포항 지진은 양쪽에서 미는 힘이 작용해 지반을 들었다 놓는 격으로 충격이 훨씬 크다.

단단한 화강암이 아닌 무른 퇴적층에서 발생한 포항 지진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현상을 불러왔다. 지진으로 인해 땅속 모래가 지하수와 함께 지표면으로 터져 나오는 이른바 '액상화 현상'이다.


액상화가 발생하면 지반이 주저앉으면서 지표면 위 건물이 무너지기 쉽다. 1964년 일본에선 액상화 현상으로 강변에 세워진 아파트 8채 중 3채가 통째로 쓰러지고 상하수도와 가스배관이 파괴돼 도시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액상화 의심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액상화 전담 조사팀을 꾸려 시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재복 한국교원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진방재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신호"이며 "액상화 현상에 대비할 것"을 조언한다.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 "또다시 지진은 온다"

이제 지진은 현실이다. 발생 주기는 짧아지고 강도는 강해져 일상 속 공포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한반도에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진의 변화에 주목하며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지진 단층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일본 지진학자들은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9.0 지진으로 일본 해저지각이 동쪽으로 50m 밀려나면서 일본 열도와 한반도 지각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서 규모가 강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중대형 근원의 지진을 연쇄적으로 발생시킨 주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하며 "이 같은 흐름으로 봤을 때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더는 한반도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400년 동안 비활동기였던 한반도 남동쪽 단층이 활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역사문헌에 따르면 경주를 중심으로 지진 발생 기록이 네 차례에 이른다. 세종실록을 보면 중종 13년인 1518년, 조선 시대 한양에서도 규모 7 내외로 추정되는 지진이 일어났다. 명종 1년 1546년에도 유사한 기록이 남아있다. 향후 수도권에서의 지진 가능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지진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남의 나라 일'로 여겨지던 지진은 이제 절박한 현실 문제가 됐고, 지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화두가 됐다. '시사기획 창(28일 저녁 9시 40분, KBS 1TV)'은 포항 지진 발생 원인과 지진 대응 상황을 진단하고,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알아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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