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4,50대 중장년층에 급증

입력 2002.09.21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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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세계 치매의 날입니다.
60대 이상 노인들만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치매 발병률이 최근에는 4, 50대 중장년층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고영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병원의 복도를 서성이는 여성은 석 달째 망각의 늪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화장실을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합니다.
57살의 이 여성을 이처럼 어린아이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여성치매환자(57살): 오줌 오줌…
⊙간호사: 오줌? 그래 그래 화장실가요. 여기가 화장실이네 화장실…
⊙기자: 아내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 남자 환자는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주치의 소견: 전체적으로 (뇌) 크기가 조금 줄어들어 있습니다.
⊙기자: 47살에 치매에 걸린 이 주부가 차린 식탁에는 같은 반찬만 세 가지나 올라와 있고 수저도 짝이 맞지 않습니다.
⊙치매환자(58살): 낮에 밖에서 보면 알겠지만….
⊙치매환자 부인: 지금 여기는 모른다고….
⊙기자: 치매는 이제 노인들만의 병이 아닙니다.
최근 치매 상담센터 등에는 중장년층의 치매증상을 확인하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 한 종합병원의 지난 5년 동안의 치매환자 2만 5000명 가운데 4, 50대가 10%나 됐습니다.
한창 일을 해야 할 나이인 4, 50대의 치매는 한순간에 가정을 엉망으로 만들고 가족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치매환자 남편: 반찬도 해야죠, 밥도 해야죠.
시장 봐야죠, 또 나가서 돈도 벌어야 하죠.
⊙치매환자 부인: 저런 사람을 내버릴 수도 없고 두자니 병원비가 너무 큰 부담이 와서요.
⊙기자: 4, 50대의 치매는 노년의 치매와 달리 유전적인 영향이 가장 크고 심한 정신적 충격이나 과도한 음주에 따른 알코올성 치매도 주요 원인들입니다.
⊙윤종철(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발성 치매의 경우에는 기억력 외에 언어기능이라든지 시간, 공간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장애와 같은 기억력 증상 외의 증상이 많이 동반된다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 발견되면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공공치매시설은 65세 이상인 경우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4, 50대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결국 갈 곳은 민간병원으로 한 달 치료비가 150여 만원이나 됩니다.

⊙선우덕(박사/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방식이든 국가예산지원 방식이든 간에 사회적으로 그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그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이 되면 40대든 50대든 모든 치매질환자가 보호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기자: 소리 없이 찾아오는 무서운 병마.
치매가 4, 50대의 뇌를 노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고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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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4,50대 중장년층에 급증
    • 입력 2002-09-21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오늘은 세계 치매의 날입니다. 60대 이상 노인들만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치매 발병률이 최근에는 4, 50대 중장년층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기동취재부 고영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병원의 복도를 서성이는 여성은 석 달째 망각의 늪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화장실을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합니다. 57살의 이 여성을 이처럼 어린아이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여성치매환자(57살): 오줌 오줌… ⊙간호사: 오줌? 그래 그래 화장실가요. 여기가 화장실이네 화장실… ⊙기자: 아내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 남자 환자는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주치의 소견: 전체적으로 (뇌) 크기가 조금 줄어들어 있습니다. ⊙기자: 47살에 치매에 걸린 이 주부가 차린 식탁에는 같은 반찬만 세 가지나 올라와 있고 수저도 짝이 맞지 않습니다. ⊙치매환자(58살): 낮에 밖에서 보면 알겠지만…. ⊙치매환자 부인: 지금 여기는 모른다고…. ⊙기자: 치매는 이제 노인들만의 병이 아닙니다. 최근 치매 상담센터 등에는 중장년층의 치매증상을 확인하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 한 종합병원의 지난 5년 동안의 치매환자 2만 5000명 가운데 4, 50대가 10%나 됐습니다. 한창 일을 해야 할 나이인 4, 50대의 치매는 한순간에 가정을 엉망으로 만들고 가족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치매환자 남편: 반찬도 해야죠, 밥도 해야죠. 시장 봐야죠, 또 나가서 돈도 벌어야 하죠. ⊙치매환자 부인: 저런 사람을 내버릴 수도 없고 두자니 병원비가 너무 큰 부담이 와서요. ⊙기자: 4, 50대의 치매는 노년의 치매와 달리 유전적인 영향이 가장 크고 심한 정신적 충격이나 과도한 음주에 따른 알코올성 치매도 주요 원인들입니다. ⊙윤종철(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발성 치매의 경우에는 기억력 외에 언어기능이라든지 시간, 공간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장애와 같은 기억력 증상 외의 증상이 많이 동반된다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 발견되면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공공치매시설은 65세 이상인 경우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4, 50대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결국 갈 곳은 민간병원으로 한 달 치료비가 150여 만원이나 됩니다. ⊙선우덕(박사/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방식이든 국가예산지원 방식이든 간에 사회적으로 그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그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이 되면 40대든 50대든 모든 치매질환자가 보호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기자: 소리 없이 찾아오는 무서운 병마. 치매가 4, 50대의 뇌를 노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고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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