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영수증’ 챙겼을 뿐인데…‘환경호르몬’ 주의보

입력 2018.05.29 (08:32) 수정 2018.05.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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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시청자 여러분은 어제 이같은 영수증 몇 장이나 받으셨나요?

현금을 거의 사용 하지 않다보니, 일주일만 지나도 받은 영수증으로 지갑이 두둑해지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그런데 이 영수증을 받을 때마다 환경호르몬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맨손으로 만질 경우 그 농도가 더 높아진다고 하죠.

꼼꼼한 지출 관리를 위해서 받아온 영수증이 애물단지가 될 법 상황입니다.

직업상 영수증을 많이 만지시는 분들의 우려도 높을 수밖에 없죠.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부터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마트에서 장을 본 주부들.

손으로 짚어가며 빠진 품목은 없는지, 계산은 정확히 됐는지 영수증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지갑 한 쪽에 이렇게 잘 접어서 넣어두는 경우가 많죠.

[김수민/서울시 구로구 : “하루에 한두 장 정도?”]

[이치현/경기도 용인시 : “하루에 총 얼마정도 썼나 그런 걸 결산하기 위해서 잘 받습니다. 영수증.”]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커피전문점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또 택시 요금을 내고나면, 일상적으로 받게 되는 종이 한 장, 바로 영수증입니다.

[나예나/서울시 동대문구 : “편의점 들렀다가 택시 타고 친구랑 밥 먹고 카페 가고 하다 보니까 지금 다섯 장 정도 남아 있어요.”]

남성들은 주로 잘 안 받기도 하는데, 특히, 물건을 사면서 받은 영수증은 혹시 몰라 잘 보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예나/서울시 동대문구 : “그냥 주니까 무의식적으로 받기도 하고 또 물건 같은 거 환불할 때도 필요하니까 받아두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질 경우 환경호르몬에 과다 노출될 수 있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 결과인데요, 맨손으로 영수증을 만질 경우 체내에 환경호르몬 축적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겁니다.

영수증에서 환경호르몬의 하나인 비스페놀A라는 성분이 나오는데,

일한 지 평균 11년 된 여성 계산원 50여 명을 대상으로 영수증 취급 전후, 체내 비스페놀A 농도를 측정했더니 맨손으로 일했을 때가 장갑을 끼고 영수증을 만졌을 때보다 2배 높게 나왔습니다.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영수증에 묻어있는 비스페놀A가 손바닥이나 손가락 같은 데 묻어서 피부를 통해서 흡수되는 거죠.”]

비스페놀A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으로 내분비계장애 추정물질입니다.

우리가 매일 만지는 영수증이나 은행 등의 순번대기표의 경우 비스페놀A가 발색촉매제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아주 낮은 용량에 노출되어도 호르몬 이상, 갑상선호르몬의 저하 이상이라든지 대사증후군. 비만이나 당뇨 또는 심혈관계 질환 같은 그런 질환과의 상관성이 보여서…….”]

그런데, 모든 영수증이 다 그런건 아닙니다. 지금부터 영수증 자세히 한번 보시죠.

여러 종류가 있는데, 문제의 영수증은 감열지를 사용한 겁니다.

쉽게 설명하면 영수증 오래뒀는데, 숫자가 지워져서 잘 안보일 때가 있는데 감열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표면을 화학물질로 코팅해 열이 가해지는 지점에 색이 나타나는 특수용지인데요,

이렇게 열을 가하면 열이 닿는 부분에 까맣게 잉크가 발색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감열지가 굳이 안 받아도 되는 영수증 뿐만 아니라 꼭 받을 수밖에 없는 순번대기표, 은행ATM 명세서, 바코드라벨 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명희/서울시 마포구 : “지금은 전부 다 기계화되다 보니까 영수증이 꼭 필요하고 어디 가서도 순번대기표를 꼭 받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보통 크기의 영수증을 한 번 만졌을 때 묻어나오는 비스페놀A의 양은 0.9마이크로그램 정도.

하루 허용량인 3000마이크로그램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준이지만, 업무상 영수증을 자주 만지게 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김주연/편의점 직원 : “제가 일반 사람들보다 많이 만지는 직업을 하고 있다 보니까 많이 걱정되긴 해요.”]

특히, 감열지의 비스페놀A의 경우 기름이 묻거나 땀이 난 손으로 오래 접촉할 경우 피부를 통한 흡수율이 10배나 된다고 합니다.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비스페놀A가 기름에 상대적으로 잘 녹는 물질인데 로션을 바르면 로션의 기름기가 비스페놀A를 더 잘 스며들게 하고 피부에 오래 잔류하면서……”]

때문에 핸드크림이나 손세정제를 사용하고 영수증을 만지는 것을 삼가고, 어린 아이들이 입에 물거나 빠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영수증 유해물질 논란에 이렇게 각종 아이디어도 나옵니다.

[박경완/서울시 양천구 : “재생용지를 쓰는 것도 하나 방법일 거 같고요. 문자로 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최겨레/서울시 마포구 : “모바일 영수증 좋지 않을까요? 잉크 수입비용도 아끼고 종이 비용도 아끼고 모바일이 제일 좋을 거 같아요.”]

요즘들어 일부에서는 친환경영수증이나 전자영수증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뒷면에 보시면 비스페놀A가 없다. 친환경 용지다 이런 문구도 많이 보이시죠? 하지만, 여전히 주의는 필요합니다.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비스페놀A를 다른 비스페놀로 대체하는 거 보다는 조금 더 안전한 발색제를 찾아서 안전한 영수증을 만들려는 노력, 혹은 이 영수증을 통한 불필요한 유해물질 노출을 아예 전체적으로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 그런 게 함께 필요하고요.”]

그럼 여기서, 최근들어 많이 보이기 시작한 파란색 영수증은 안전한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시죠?

하지만, 파란색 영수증은 감열지 주 생산지인 중국의 잉크 업체들이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환경 기준을 맞추지 못해 생산 차질을 빚어 검정 잉크 공급이 줄어든 탓도 있다고 합니다.

색깔이 아니라 어떤 방식, 어떤 용지이냐 여부라는 걸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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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영수증’ 챙겼을 뿐인데…‘환경호르몬’ 주의보
    • 입력 2018-05-29 08:37:23
    • 수정2018-05-29 0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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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시청자 여러분은 어제 이같은 영수증 몇 장이나 받으셨나요?

현금을 거의 사용 하지 않다보니, 일주일만 지나도 받은 영수증으로 지갑이 두둑해지시는 분들도 많으시죠.

그런데 이 영수증을 받을 때마다 환경호르몬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맨손으로 만질 경우 그 농도가 더 높아진다고 하죠.

꼼꼼한 지출 관리를 위해서 받아온 영수증이 애물단지가 될 법 상황입니다.

직업상 영수증을 많이 만지시는 분들의 우려도 높을 수밖에 없죠.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지금부터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마트에서 장을 본 주부들.

손으로 짚어가며 빠진 품목은 없는지, 계산은 정확히 됐는지 영수증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지갑 한 쪽에 이렇게 잘 접어서 넣어두는 경우가 많죠.

[김수민/서울시 구로구 : “하루에 한두 장 정도?”]

[이치현/경기도 용인시 : “하루에 총 얼마정도 썼나 그런 걸 결산하기 위해서 잘 받습니다. 영수증.”]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커피전문점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또 택시 요금을 내고나면, 일상적으로 받게 되는 종이 한 장, 바로 영수증입니다.

[나예나/서울시 동대문구 : “편의점 들렀다가 택시 타고 친구랑 밥 먹고 카페 가고 하다 보니까 지금 다섯 장 정도 남아 있어요.”]

남성들은 주로 잘 안 받기도 하는데, 특히, 물건을 사면서 받은 영수증은 혹시 몰라 잘 보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예나/서울시 동대문구 : “그냥 주니까 무의식적으로 받기도 하고 또 물건 같은 거 환불할 때도 필요하니까 받아두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질 경우 환경호르몬에 과다 노출될 수 있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 결과인데요, 맨손으로 영수증을 만질 경우 체내에 환경호르몬 축적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겁니다.

영수증에서 환경호르몬의 하나인 비스페놀A라는 성분이 나오는데,

일한 지 평균 11년 된 여성 계산원 50여 명을 대상으로 영수증 취급 전후, 체내 비스페놀A 농도를 측정했더니 맨손으로 일했을 때가 장갑을 끼고 영수증을 만졌을 때보다 2배 높게 나왔습니다.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영수증에 묻어있는 비스페놀A가 손바닥이나 손가락 같은 데 묻어서 피부를 통해서 흡수되는 거죠.”]

비스페놀A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으로 내분비계장애 추정물질입니다.

우리가 매일 만지는 영수증이나 은행 등의 순번대기표의 경우 비스페놀A가 발색촉매제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아주 낮은 용량에 노출되어도 호르몬 이상, 갑상선호르몬의 저하 이상이라든지 대사증후군. 비만이나 당뇨 또는 심혈관계 질환 같은 그런 질환과의 상관성이 보여서…….”]

그런데, 모든 영수증이 다 그런건 아닙니다. 지금부터 영수증 자세히 한번 보시죠.

여러 종류가 있는데, 문제의 영수증은 감열지를 사용한 겁니다.

쉽게 설명하면 영수증 오래뒀는데, 숫자가 지워져서 잘 안보일 때가 있는데 감열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표면을 화학물질로 코팅해 열이 가해지는 지점에 색이 나타나는 특수용지인데요,

이렇게 열을 가하면 열이 닿는 부분에 까맣게 잉크가 발색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감열지가 굳이 안 받아도 되는 영수증 뿐만 아니라 꼭 받을 수밖에 없는 순번대기표, 은행ATM 명세서, 바코드라벨 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명희/서울시 마포구 : “지금은 전부 다 기계화되다 보니까 영수증이 꼭 필요하고 어디 가서도 순번대기표를 꼭 받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보통 크기의 영수증을 한 번 만졌을 때 묻어나오는 비스페놀A의 양은 0.9마이크로그램 정도.

하루 허용량인 3000마이크로그램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준이지만, 업무상 영수증을 자주 만지게 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김주연/편의점 직원 : “제가 일반 사람들보다 많이 만지는 직업을 하고 있다 보니까 많이 걱정되긴 해요.”]

특히, 감열지의 비스페놀A의 경우 기름이 묻거나 땀이 난 손으로 오래 접촉할 경우 피부를 통한 흡수율이 10배나 된다고 합니다.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비스페놀A가 기름에 상대적으로 잘 녹는 물질인데 로션을 바르면 로션의 기름기가 비스페놀A를 더 잘 스며들게 하고 피부에 오래 잔류하면서……”]

때문에 핸드크림이나 손세정제를 사용하고 영수증을 만지는 것을 삼가고, 어린 아이들이 입에 물거나 빠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영수증 유해물질 논란에 이렇게 각종 아이디어도 나옵니다.

[박경완/서울시 양천구 : “재생용지를 쓰는 것도 하나 방법일 거 같고요. 문자로 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최겨레/서울시 마포구 : “모바일 영수증 좋지 않을까요? 잉크 수입비용도 아끼고 종이 비용도 아끼고 모바일이 제일 좋을 거 같아요.”]

요즘들어 일부에서는 친환경영수증이나 전자영수증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뒷면에 보시면 비스페놀A가 없다. 친환경 용지다 이런 문구도 많이 보이시죠? 하지만, 여전히 주의는 필요합니다.

[최경호/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비스페놀A를 다른 비스페놀로 대체하는 거 보다는 조금 더 안전한 발색제를 찾아서 안전한 영수증을 만들려는 노력, 혹은 이 영수증을 통한 불필요한 유해물질 노출을 아예 전체적으로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 그런 게 함께 필요하고요.”]

그럼 여기서, 최근들어 많이 보이기 시작한 파란색 영수증은 안전한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시죠?

하지만, 파란색 영수증은 감열지 주 생산지인 중국의 잉크 업체들이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환경 기준을 맞추지 못해 생산 차질을 빚어 검정 잉크 공급이 줄어든 탓도 있다고 합니다.

색깔이 아니라 어떤 방식, 어떤 용지이냐 여부라는 걸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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