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한순간에 날아간 청년들의 꿈…안타까운 사연들

입력 2018.06.01 (08:31) 수정 2018.06.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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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29일, 한화 대전 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지금까지 3명이 숨졌고, 6명이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대부분의 사상자들은 모두 2~3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사망자 가운데는 이제 갓 두 살배기 아빠와 23살의 꿈 많은 청년도 있습니다.

무기를 취급하는 공장인 만큼 보안이 중요해 가족들도 이들이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고 합니다.

휴직을 권고받고도 재입사를 할 만큼 누구보다 성실했고, 집안에서도 효자였던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담아봤습니다.

[리포트]

어제 새벽, 전신에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던 28살 박모 씨가 끝내 숨졌습니다.

이에따라, 이번 한화 대전공장 폭발 사고의 사망자는 모두 3명으로 늘었습니다.

현재 부상자는 모두 6명.

전신에 화상을 입은 2명도 의식이 없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4시를 넘었을 무렵.

공장의 출입문이 부서진 채 널브러져 있고, 벽 일부가 검게 그을려 있습니다.

화약과 폭약 등 무기류를 다루는 방위산업체인 한화 대전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난 겁니다.

당시 이곳에선 2~30대, 직원 9명이 근무 중이었는데요, 현장에서 2명이 숨질 정도로 큰 폭발이었습니다.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 연료를 충전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한화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는 추진제를 만드는 공장이고요. 그 추진제를 제조하는 과정 중에서 화학물질이 폭발해서 사고가 났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지금 분석 중에 있고요."]

사고 이틀 뒤인 어제 오후, 현장에서 숨진 두 근로자의 빈소가 비로소 차려졌습니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었습니다.

[고 김OO(33세)의 아버지 : "진화부터 시작해서 골든타임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 또 불부터 끄고 나중에 와서 (다친) 사람들을 수습했다는 거에 대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3년 전 결혼해 갓 두 살배기의 아빠였던 33살 김 모 씨.

김 씨의 부모는 아들이 일하는 공장 바로 아래 살고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 김 씨의 어머니는 우연히 아들이 일하는 공장에 많은 소방차가 출동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 김OO(33세)의 어머니 : "‘무슨 일 났다. 터졌다.’ 이 생각으로 우리 아들한테 전화를 했죠. 생전 우리 아들은 전화를 안 꺼놔요. 근데 전화하니까 꺼져 있는 거예요. 세 번. 여섯 번. 네 번. 아홉 번. 여기 두 번. 또 여기 아홉 번. 미친 듯이 (전화를 걸었어요.)"]

얼마 뒤 뉴스를 통해 전해진 사망자의 인적 사항.

아들과 나이, 성이 같은 사람이 있는 걸 발견한 김 씨의 부모는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문자를 계속 보냈지만, 아들이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고 김OO(33세)의 이모 : "문자로 ‘엄마 답답하니까 전화 좀 해줘라.’ 전화를 수십 통을 해도 안 받으니까 문자를 남겼는데 이미 죽어있는데 볼 수가 있겠어요?"]

[고 김OO(33세)의 어머니 : "지금까지 안 읽고 있어요."]

김 씨는 2011년 한화 대전 공장에 처음 입사했습니다.

[고 김OO(33세)의 아버지 : "처음에 입사해서 굉장히 좋아했죠. 단 한 명만이 대전 쪽에서 합격이 됐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기뻤어요."]

기쁨도 잠시, 10개월을 일했을 무렵 일거리가 부족하단 이유로 갑작스레 휴직을 권유받았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포기하지 않고 재입사를 기다렸습니다. 꿈에 그리던 직장이었다고 합니다.

[고 김OO(33세)의 아버지 : "거기 가서 일하고 싶은 열망 때문에 2년 동안을 정말 괴롭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다려서 2014년에 복귀를 했어요."]

다시 정직원으로 복귀한 김 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야근이 이어졌지만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방위산업체인 만큼 보안이 중요했고, 부모님은 아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고 김OO(33세)의 이모 : "절대 말을 안 하니까 식구들도 전혀 몰랐죠. 위험한 일인 줄 알았으면 그만두게 했을 수도 있겠죠. 당연히."]

사고가 난 이후에도 김 씨의 부모는 회사로부터 곧바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 김OO(33세)의 삼촌 : "“죽었던지 다쳤으면 가족들한테 빨리 비상 연락을 취해서 알게끔 하는 게 당신들 도리 아니냐.” 했더니 “상당히 죄송한 얘기인데 비상연락망에 배우자나 엄마, 아빠 전화번호가 없더라.” 이거예요."]

너무나 허망하게 잃은 아들... 김 씨의 부모에겐 믿기지 않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고 김OO(33세)의 아버지 : "가정생활에도 너무 충실했던 정말 귀감이 되던 아들이었어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거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대기업에 입사했던 23살 김모 씨의 빈소입니다.

입사 증명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된 아들의 갑작스런 사고.

김 씨의 가족들도 뉴스에서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설마하며 아들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끝내 들려온 건 아들의 목소리가 아닌 회사였습니다.

[고 김OO(23세)의 어머니 :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집에 전화벨이 울리는 거예요. 전화를 받으니깐 회사라고. 어머, 심장이 막 ‘쿵’ 내려앉는 거예요. 그때 제일 먼저 물어본 게 “사망자는 아니죠?” 그랬어요."]

삼 남매 중에 둘째였던 김 씨는 스스로 뭐든 잘해내던 늠름한 아들이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부모님 집에 찾아와 가족여행을 가자고 했던 효자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만 하던 아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이 아버지의 마음에는 한으로 남았습니다.

[고 김OO(23세)의 아버지 :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가족끼리 더 놀러 가지 못한 게 후회되고 그러네요. 너무 못 해준 게 많은 거 같아요."]

23살 아들을 먼저 가슴에 묻은 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을 들어봤습니다.

[고 김OO(23세)의 아버지 :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만을 바라야죠. 그렇지 않고서는 또 2차, 3차, 4차 (사고)가 나올 수가 있다는 얘기니까……."]

경찰과 국과수의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숨진 일부 희생자들의 장례는 내일(2일) 회사장으로 치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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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한순간에 날아간 청년들의 꿈…안타까운 사연들
    • 입력 2018-06-01 08:37:48
    • 수정2018-06-01 09: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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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29일, 한화 대전 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지금까지 3명이 숨졌고, 6명이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대부분의 사상자들은 모두 2~3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사망자 가운데는 이제 갓 두 살배기 아빠와 23살의 꿈 많은 청년도 있습니다.

무기를 취급하는 공장인 만큼 보안이 중요해 가족들도 이들이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고 합니다.

휴직을 권고받고도 재입사를 할 만큼 누구보다 성실했고, 집안에서도 효자였던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뉴스따라잡기에서 담아봤습니다.

[리포트]

어제 새벽, 전신에 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던 28살 박모 씨가 끝내 숨졌습니다.

이에따라, 이번 한화 대전공장 폭발 사고의 사망자는 모두 3명으로 늘었습니다.

현재 부상자는 모두 6명.

전신에 화상을 입은 2명도 의식이 없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4시를 넘었을 무렵.

공장의 출입문이 부서진 채 널브러져 있고, 벽 일부가 검게 그을려 있습니다.

화약과 폭약 등 무기류를 다루는 방위산업체인 한화 대전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난 겁니다.

당시 이곳에선 2~30대, 직원 9명이 근무 중이었는데요, 현장에서 2명이 숨질 정도로 큰 폭발이었습니다.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 연료를 충전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한화 관계자/음성변조 : "여기는 추진제를 만드는 공장이고요. 그 추진제를 제조하는 과정 중에서 화학물질이 폭발해서 사고가 났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지금 분석 중에 있고요."]

사고 이틀 뒤인 어제 오후, 현장에서 숨진 두 근로자의 빈소가 비로소 차려졌습니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었습니다.

[고 김OO(33세)의 아버지 : "진화부터 시작해서 골든타임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 또 불부터 끄고 나중에 와서 (다친) 사람들을 수습했다는 거에 대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3년 전 결혼해 갓 두 살배기의 아빠였던 33살 김 모 씨.

김 씨의 부모는 아들이 일하는 공장 바로 아래 살고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 김 씨의 어머니는 우연히 아들이 일하는 공장에 많은 소방차가 출동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 김OO(33세)의 어머니 : "‘무슨 일 났다. 터졌다.’ 이 생각으로 우리 아들한테 전화를 했죠. 생전 우리 아들은 전화를 안 꺼놔요. 근데 전화하니까 꺼져 있는 거예요. 세 번. 여섯 번. 네 번. 아홉 번. 여기 두 번. 또 여기 아홉 번. 미친 듯이 (전화를 걸었어요.)"]

얼마 뒤 뉴스를 통해 전해진 사망자의 인적 사항.

아들과 나이, 성이 같은 사람이 있는 걸 발견한 김 씨의 부모는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문자를 계속 보냈지만, 아들이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고 김OO(33세)의 이모 : "문자로 ‘엄마 답답하니까 전화 좀 해줘라.’ 전화를 수십 통을 해도 안 받으니까 문자를 남겼는데 이미 죽어있는데 볼 수가 있겠어요?"]

[고 김OO(33세)의 어머니 : "지금까지 안 읽고 있어요."]

김 씨는 2011년 한화 대전 공장에 처음 입사했습니다.

[고 김OO(33세)의 아버지 : "처음에 입사해서 굉장히 좋아했죠. 단 한 명만이 대전 쪽에서 합격이 됐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기뻤어요."]

기쁨도 잠시, 10개월을 일했을 무렵 일거리가 부족하단 이유로 갑작스레 휴직을 권유받았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포기하지 않고 재입사를 기다렸습니다. 꿈에 그리던 직장이었다고 합니다.

[고 김OO(33세)의 아버지 : "거기 가서 일하고 싶은 열망 때문에 2년 동안을 정말 괴롭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다려서 2014년에 복귀를 했어요."]

다시 정직원으로 복귀한 김 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야근이 이어졌지만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방위산업체인 만큼 보안이 중요했고, 부모님은 아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고 김OO(33세)의 이모 : "절대 말을 안 하니까 식구들도 전혀 몰랐죠. 위험한 일인 줄 알았으면 그만두게 했을 수도 있겠죠. 당연히."]

사고가 난 이후에도 김 씨의 부모는 회사로부터 곧바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 김OO(33세)의 삼촌 : "“죽었던지 다쳤으면 가족들한테 빨리 비상 연락을 취해서 알게끔 하는 게 당신들 도리 아니냐.” 했더니 “상당히 죄송한 얘기인데 비상연락망에 배우자나 엄마, 아빠 전화번호가 없더라.” 이거예요."]

너무나 허망하게 잃은 아들... 김 씨의 부모에겐 믿기지 않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고 김OO(33세)의 아버지 : "가정생활에도 너무 충실했던 정말 귀감이 되던 아들이었어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거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대기업에 입사했던 23살 김모 씨의 빈소입니다.

입사 증명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된 아들의 갑작스런 사고.

김 씨의 가족들도 뉴스에서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설마하며 아들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끝내 들려온 건 아들의 목소리가 아닌 회사였습니다.

[고 김OO(23세)의 어머니 :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집에 전화벨이 울리는 거예요. 전화를 받으니깐 회사라고. 어머, 심장이 막 ‘쿵’ 내려앉는 거예요. 그때 제일 먼저 물어본 게 “사망자는 아니죠?” 그랬어요."]

삼 남매 중에 둘째였던 김 씨는 스스로 뭐든 잘해내던 늠름한 아들이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부모님 집에 찾아와 가족여행을 가자고 했던 효자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만 하던 아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이 아버지의 마음에는 한으로 남았습니다.

[고 김OO(23세)의 아버지 :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가족끼리 더 놀러 가지 못한 게 후회되고 그러네요. 너무 못 해준 게 많은 거 같아요."]

23살 아들을 먼저 가슴에 묻은 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을 들어봤습니다.

[고 김OO(23세)의 아버지 :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만을 바라야죠. 그렇지 않고서는 또 2차, 3차, 4차 (사고)가 나올 수가 있다는 얘기니까……."]

경찰과 국과수의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숨진 일부 희생자들의 장례는 내일(2일) 회사장으로 치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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