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 암거래식으로 형성

입력 1993.09.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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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앵커 :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 그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던 사채시장이 도심지 다방 등으로 장소를 옮겨서 암거래식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KBS의 취재팀에 의해서 그 현장이 확인됐습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수십억원대가 자연스럽게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돈을 내주는 전주는 ㅗ습이 없고 대신 중간 브로커가 대출 금액의 10% 정도를 이른바 커미션으로 챙기고 이자율은 월 2부 5리가 보통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10억원의 사채를 쓸려면은 이들 브로커들에게 수수로 1억원과 한 달분 선이자 2천 5백만원을 주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냥 뺏는 거나 비슷합니다. 성창경 기자가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성창경 기자 :

서울 종로에 있는 한 다방입니다. 곳곳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탁자위에 부동산 도면을 놓고 탁상 감정을 하고 있습니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사채거래 장소를 다방으로 옮긴 사채 브로커들이 급히 돈이 필요한 사람과 부동산을 담보로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아는 사람을 통해 돈을 쓸 사람을 소개받은 뒤 이처럼 다방에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돈을 구하기 쉽습니까?”


중개인 :

물건의 대상이 되면 필요한 대로 얼마든지 드리지요, 이자는 보통 2부 5리에서 3부하는데 요즘 금융실명제가 되가지고 자금추적 관계로, 커미션은 10%로 보고 시작합니다.

“돈은 선생님이 바로 줄 수 있습니까?”

“우리는 소개하는 사람이오 내 돈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전주는 나타나지 않고 따로 있어요.”


성창경 기자 :

한마디로 담보만 확실하면 돈은 얼마든지 빌려주되 브로커의 커미션 분인 대출액의 10%와 선이자를 공제하고 주겠다는 얘기입니다. 10억원의 사채를 쓸려면은 이들 브로커에게 수수로 1억원과 한 달분 선이자 2천 5백만원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취재팀이 서울시내 종로와 명동 등 10여 군데 다방에서 확인한 결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사채시장이 형성돼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종로에 있는 낡은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사채 중개업체를 찾았습니다.

“돈 주시는 분은 대상만 되면 언제든지 줘요. 서류를 충분히 준비해 오시고 감정에서 됐다 했을 때 해드릴께요.”

현재 우리나라 사채규모는 총 통화량의 10분의 1인 약 10조원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책당국은 금융실명제 실시로 이 돈의 대부분이 은행 등 금융권에 묶여 있으나 금융기관에서 이미 빠져나온 돈은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이처럼 상당한 부분이 다방 등으로 무대를 옮겨 높은 이자의 사채로 그 모습을 바꾸어 거래되고 있습니다. 금융실명제 성공의 관건은 이처럼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채거래를 뿌리 뽑고 이를 어떻게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KBS 뉴스 성창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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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채시장 암거래식으로 형성
    • 입력 1993-09-02 21:00:00
    뉴스 9

이윤성 앵커 :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 그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던 사채시장이 도심지 다방 등으로 장소를 옮겨서 암거래식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KBS의 취재팀에 의해서 그 현장이 확인됐습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수십억원대가 자연스럽게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돈을 내주는 전주는 ㅗ습이 없고 대신 중간 브로커가 대출 금액의 10% 정도를 이른바 커미션으로 챙기고 이자율은 월 2부 5리가 보통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10억원의 사채를 쓸려면은 이들 브로커들에게 수수로 1억원과 한 달분 선이자 2천 5백만원을 주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냥 뺏는 거나 비슷합니다. 성창경 기자가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성창경 기자 :

서울 종로에 있는 한 다방입니다. 곳곳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탁자위에 부동산 도면을 놓고 탁상 감정을 하고 있습니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사채거래 장소를 다방으로 옮긴 사채 브로커들이 급히 돈이 필요한 사람과 부동산을 담보로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아는 사람을 통해 돈을 쓸 사람을 소개받은 뒤 이처럼 다방에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돈을 구하기 쉽습니까?”


중개인 :

물건의 대상이 되면 필요한 대로 얼마든지 드리지요, 이자는 보통 2부 5리에서 3부하는데 요즘 금융실명제가 되가지고 자금추적 관계로, 커미션은 10%로 보고 시작합니다.

“돈은 선생님이 바로 줄 수 있습니까?”

“우리는 소개하는 사람이오 내 돈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전주는 나타나지 않고 따로 있어요.”


성창경 기자 :

한마디로 담보만 확실하면 돈은 얼마든지 빌려주되 브로커의 커미션 분인 대출액의 10%와 선이자를 공제하고 주겠다는 얘기입니다. 10억원의 사채를 쓸려면은 이들 브로커에게 수수로 1억원과 한 달분 선이자 2천 5백만원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취재팀이 서울시내 종로와 명동 등 10여 군데 다방에서 확인한 결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사채시장이 형성돼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종로에 있는 낡은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사채 중개업체를 찾았습니다.

“돈 주시는 분은 대상만 되면 언제든지 줘요. 서류를 충분히 준비해 오시고 감정에서 됐다 했을 때 해드릴께요.”

현재 우리나라 사채규모는 총 통화량의 10분의 1인 약 10조원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책당국은 금융실명제 실시로 이 돈의 대부분이 은행 등 금융권에 묶여 있으나 금융기관에서 이미 빠져나온 돈은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이처럼 상당한 부분이 다방 등으로 무대를 옮겨 높은 이자의 사채로 그 모습을 바꾸어 거래되고 있습니다. 금융실명제 성공의 관건은 이처럼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채거래를 뿌리 뽑고 이를 어떻게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KBS 뉴스 성창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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