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보다 돈...사고난 사람의 돈 줍느라 사람 방치

입력 1994.09.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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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성 앵커 :

오늘새벽에 서울에서는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을 치고 달아나는 차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현장에 있던 20여명의 시민들이 차에 친 여인의 주머니에서 흩어져 나온 돈에만 몰렸습니다. 돈은 삽시간에 없어졌습니다. 뺑소니차도 달아났습니다. 그 뒤 여인은 현장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죽은 아내를 붙들고 남편은 울고 있습니다.

유석조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유석조 기자 :

영등포 영일시장에서 야채상을 하는 32살 박미영씨가 가게 문을 열기 위해 시장에 오다 사고를 당한 시각은 오늘새벽 4시반... 사고와 함께 박씨의 전대에 있던 만원권 지폐가 길바닥에 쏟아졌습니다.

박씨가 사고를 당한 횡단보도 입니다. 사고가 났을때 이곳에는 20여명의 행인들이 있었지만, 뺑소니차의 차량번호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 박씨의 전대에서 터져 나온 돈을 줍는데 바빴기 때문 입니다. 박씨의 전대 속에는 야채 값으로 지불해야할 2백여만원이 들어있었지만, 사고가 난지 불과 몇 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시장상인 :

친 사람이... 그 택시기사가 내려와 가지고 그 피해자를 보고서, 그냥 돈... 다른 사람은 돈 줍는데 혈안이 돼 있으니까, 그냥 갔다는 거예요. 택시가...


시장상인 :

머리통이 이게 다 없어져 가지고 엉망인데, 다 거 줍느라고 거기에 신경 쓸 세가 어디 있어.


유석조 기자 :

그 사이 사고를 낸 택시는, 아무런 추격도 받지 않고 쉽게 도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행인 가운데 누구도 뺑소니 택시의 번호를 적지 않았습니다.


남편 :

다 돈 주워가느라 신고도 않고 차번호도 못 봤어요.


유석조 기자 :

10년 가까이 내 집 마련이라는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든 일도 참아냈던 박씨... 그러나 달아난 택시와 이를 방관한 시민들 속에 박씨는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KBS 뉴스, 유석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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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뺑소니 보다 돈...사고난 사람의 돈 줍느라 사람 방치
    • 입력 1994-09-27 21:00:00
    뉴스 9

이윤성 앵커 :

오늘새벽에 서울에서는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을 치고 달아나는 차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현장에 있던 20여명의 시민들이 차에 친 여인의 주머니에서 흩어져 나온 돈에만 몰렸습니다. 돈은 삽시간에 없어졌습니다. 뺑소니차도 달아났습니다. 그 뒤 여인은 현장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죽은 아내를 붙들고 남편은 울고 있습니다.

유석조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유석조 기자 :

영등포 영일시장에서 야채상을 하는 32살 박미영씨가 가게 문을 열기 위해 시장에 오다 사고를 당한 시각은 오늘새벽 4시반... 사고와 함께 박씨의 전대에 있던 만원권 지폐가 길바닥에 쏟아졌습니다.

박씨가 사고를 당한 횡단보도 입니다. 사고가 났을때 이곳에는 20여명의 행인들이 있었지만, 뺑소니차의 차량번호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 박씨의 전대에서 터져 나온 돈을 줍는데 바빴기 때문 입니다. 박씨의 전대 속에는 야채 값으로 지불해야할 2백여만원이 들어있었지만, 사고가 난지 불과 몇 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시장상인 :

친 사람이... 그 택시기사가 내려와 가지고 그 피해자를 보고서, 그냥 돈... 다른 사람은 돈 줍는데 혈안이 돼 있으니까, 그냥 갔다는 거예요. 택시가...


시장상인 :

머리통이 이게 다 없어져 가지고 엉망인데, 다 거 줍느라고 거기에 신경 쓸 세가 어디 있어.


유석조 기자 :

그 사이 사고를 낸 택시는, 아무런 추격도 받지 않고 쉽게 도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행인 가운데 누구도 뺑소니 택시의 번호를 적지 않았습니다.


남편 :

다 돈 주워가느라 신고도 않고 차번호도 못 봤어요.


유석조 기자 :

10년 가까이 내 집 마련이라는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든 일도 참아냈던 박씨... 그러나 달아난 택시와 이를 방관한 시민들 속에 박씨는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KBS 뉴스, 유석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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