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체스챔피언 이긴 슈퍼컴퓨터 딥블루 철거

체스 게임에서 인간을 눌러서 인간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슈퍼 컴퓨터 딥 블루가 인간 손에 의해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철거됐습니다.

국제부 이준삼 기자의 보도입니다.

⊙이준삼 기자 :

세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가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골머리를 앓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슈퍼 컴퓨터 딥 블루 희대의 대승리에 세계가 놀라고 들떴지만 정작 승자는 말도 자만심도 없습니다.

⊙토네스 (IBM 기술자) :

컴퓨터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요, 으시댈 줄도 몰라요.

⊙이준삼 기자 :

물론 승리 자체도 모릅니다. 세계 체스 챔피언이 슈퍼 컴퓨터 앞에 굴복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어줘도 전혀 좋아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그에게 부끄럽지 않니?"

휴대용 체스 상자를 선물로 줘보지만 역시 마찬가지.

"딥블루! 체스병 걸렸는지 걱정이다."

승리 다음날 IBM 관계자가 그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전원 플러그를 뽑고 해체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어떤 비명도 듣지 못했어요."

딥 블루라는 이름과는 달리 그는 전혀 사려깊지 않았고 오직 무거운 기계덩어리에 불과했습니다.

⊙카스파로프 (체스 챔피언) :

단언컨데 다음엔 박살 내겠습니다.

⊙이준삼 기자 :

딥 블루는 카스파로프에게는 지울 수 없이 깊은 딥 블루병을 안겨주었지만 그를 창조한 인간들의 자존심을 결국 제자리로 돌려놨습니다.

KBS 뉴스, 이준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