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건물 철거는 끝났지만…갈 길 먼 ‘사고 수습’

입력 2018.09.11 (08:28) 수정 2018.09.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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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상도유치원 건물 철거가 끝났습니다.

오늘부터는 이제 건물 잔해 반출 작업이 진행될 예정인데요.

건물 붕괴 원인에 대한 조사도 이제 진행돼야 하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물론 이웃 주민들까지 혼란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안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큰 상황인데요,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아침. 상도초등학교.

평소에는 학생들로 가득했을 등굣길. 드문드문 엄마 손을 잡은 어린이들만 보입니다.

상도 유치원 철거작업으로 인해 학교가 임시 휴업를 했기 때문입니다.

아침 등굣길에는 돌봄교실 대상인 유치원생 10여명과 초등학생 17명만이 등교했습니다.

[상도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저희는 맞벌이라…."]

[상도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오늘 꼭 나가서 볼 일이 있어서 오늘 데리고 왔고요."]

어쩔 수 없이 자녀를 맡기긴 하지만, 학부모들은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장미화/상도 초등학교 학부모 : "엄청 불안하죠. 정부에서 어떻게 해주는 방법 있는지 기다렸다가 안 되면, 불안하면 이사 가야죠."]

지난 6일 밤 11시를 넘긴 시각, 문제의 유치원 건물이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옆 주택 공사장의 흙막이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지진 난 줄 알고 문 열고 나오니까 저 유치원이 넘어가는 거예요. 딱딱딱 하면서 계속 넘어가는 거예요. 집 바로 앞이니까 이렇게 넘어오는 것 같은 거죠."]

인근 주민 50여명은 한밤중에 긴급 대피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는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앞쪽 사시는 분들은 그날 다들 주무시지도 못하고 다 나와서. 경찰차 오는 것을 보고 들어갔는데 불안하니까 다시 나오고.."]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기울어진 유치원.

주민들은 이전부터 유치원이 위험해보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불안해요. 너무 높은 데다가 깎아내렸지, 바로 밑에는 낭떠러지 같이 생겼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많이 판다고 그랬죠. 저기 위험한데 저렇게 파도 되나……."]

유치원 측은 공사 착공 전, 전문가를 불러 안전진단을 의뢰했다는데요.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편마암에 가장 위험하게 생각하는 단층이 공사하는 쪽으로 쏠려있어요. 이런 공사를 하게 되면 건물까지도 무너질 수 있다 거기다 딱 지적했어요."]

동작구청 측은 이 의견이 시공사에 전달됐고, 시공사는 의견을 반영해 설계를 보완했다며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증언은 이렇습니다.

[상도 초등학교 학부모/음성변조 : "유치원에 금 간 것도 중간중간 보이고. 교실 안에까지는 안 들어갔지만 건물상에서도 보면 실금 같은 게……."]

하지만, 공사가 계속되자, 유치원 측은 여러차례 구청 측에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하는데요,

사고 전날에도 구청 측에 긴급회의 참석을 요구했지만, 회의 참석이나 적절한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여유 있게 만약에 그 전날 전달이 됐으면 조금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도 할 말은 없고요."]

학부모들은 구청 측의 안일한 대처에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장미화/상도 초등학교 학부모 :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다행히 애들 인명피해는 없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인명피해 났으면 어떻게 할 뻔했는지……."]

[상도 초등학교 학부모/음성변조 : "금이 간 걸 알면서도 왜 그것을 방관 조치를 했는지 저는 이해를 못 하겠어요. 아이들 생명이 담보로 걸린 거잖아요."]

유치원의 기울어진 부분에 대한 철거 결정이 내려져 지난 일요일부터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됐는데요, 어제 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남은 건물의 존폐 여부는 향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궁용/서울시 동작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 : "(남은 건물을) 철거를 할 거냐, 재사용할 거냐는 정밀안전 진단 결과에 따라서 여러분께 다시 알려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철거 작업까지 계속되면서 이 일대는 혼란스러운 상황인데요.

건물 붕괴에 따른 안전 우려에다 공사 철거에 따른 소음과 분진을 감당해야 하는 인근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잘못해서 이쪽으로 넘어오면 우리 집을 덮치니까 지금 못 나가고 있는 거예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흙 메우면서도 덤프차가 흙 퍼내는 소리만 들어도 “엄마야” 하고 혼자 소리 질러요. 이렇게 소리가 나니까 또 손발이 떨려요."]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하루 아침에 다니던 유치원을 잃게 된 자녀들의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오는 17일부터는 교과전담교실을 활용해 정규 교육이 진행될 예정인데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함께하는 달라진 환경도 걱정입니다.

[장미화/상도 초등학생 학부모 : "여기 보내는 엄마로서 이 학교를 믿고 보내야 하는지 그렇다고 집에 데리고 있을 수도 없고……."]

최근 1주일 새 서울에서 잇따라 발생한 두 건의 붕괴 사고.

모두 똑같이 흙막이 벽이 무너진데다,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도 해당 지자체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이 두 사건도 충분히 막을 기회가 엄청나게 많았고 국민들이 요구를 다 했어요. 자료를 다 주고. 안 움직였거든요. 왜 이랬는가 하는 걸 조사를 잘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 전국의 공사현장에 이런 지침을 내려버리는 게 중요해요."]

유치원생들은 당분간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다녀야 하는 가운데, 학부모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해 사고진상조사위에 참여하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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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건물 철거는 끝났지만…갈 길 먼 ‘사고 수습’
    • 입력 2018-09-11 08:31:14
    • 수정2018-09-11 09:07:15
    아침뉴스타임
[앵커]

지난주,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상도유치원 건물 철거가 끝났습니다.

오늘부터는 이제 건물 잔해 반출 작업이 진행될 예정인데요.

건물 붕괴 원인에 대한 조사도 이제 진행돼야 하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물론 이웃 주민들까지 혼란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안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큰 상황인데요,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어제 아침. 상도초등학교.

평소에는 학생들로 가득했을 등굣길. 드문드문 엄마 손을 잡은 어린이들만 보입니다.

상도 유치원 철거작업으로 인해 학교가 임시 휴업를 했기 때문입니다.

아침 등굣길에는 돌봄교실 대상인 유치원생 10여명과 초등학생 17명만이 등교했습니다.

[상도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저희는 맞벌이라…."]

[상도 유치원 학부모/음성변조 : "오늘 꼭 나가서 볼 일이 있어서 오늘 데리고 왔고요."]

어쩔 수 없이 자녀를 맡기긴 하지만, 학부모들은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합니다.

[장미화/상도 초등학교 학부모 : "엄청 불안하죠. 정부에서 어떻게 해주는 방법 있는지 기다렸다가 안 되면, 불안하면 이사 가야죠."]

지난 6일 밤 11시를 넘긴 시각, 문제의 유치원 건물이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옆 주택 공사장의 흙막이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지진 난 줄 알고 문 열고 나오니까 저 유치원이 넘어가는 거예요. 딱딱딱 하면서 계속 넘어가는 거예요. 집 바로 앞이니까 이렇게 넘어오는 것 같은 거죠."]

인근 주민 50여명은 한밤중에 긴급 대피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는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앞쪽 사시는 분들은 그날 다들 주무시지도 못하고 다 나와서. 경찰차 오는 것을 보고 들어갔는데 불안하니까 다시 나오고.."]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기울어진 유치원.

주민들은 이전부터 유치원이 위험해보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불안해요. 너무 높은 데다가 깎아내렸지, 바로 밑에는 낭떠러지 같이 생겼지……."]

[인근 주민/음성변조 : "많이 판다고 그랬죠. 저기 위험한데 저렇게 파도 되나……."]

유치원 측은 공사 착공 전, 전문가를 불러 안전진단을 의뢰했다는데요.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편마암에 가장 위험하게 생각하는 단층이 공사하는 쪽으로 쏠려있어요. 이런 공사를 하게 되면 건물까지도 무너질 수 있다 거기다 딱 지적했어요."]

동작구청 측은 이 의견이 시공사에 전달됐고, 시공사는 의견을 반영해 설계를 보완했다며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증언은 이렇습니다.

[상도 초등학교 학부모/음성변조 : "유치원에 금 간 것도 중간중간 보이고. 교실 안에까지는 안 들어갔지만 건물상에서도 보면 실금 같은 게……."]

하지만, 공사가 계속되자, 유치원 측은 여러차례 구청 측에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하는데요,

사고 전날에도 구청 측에 긴급회의 참석을 요구했지만, 회의 참석이나 적절한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여유 있게 만약에 그 전날 전달이 됐으면 조금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도 할 말은 없고요."]

학부모들은 구청 측의 안일한 대처에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장미화/상도 초등학교 학부모 :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다행히 애들 인명피해는 없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인명피해 났으면 어떻게 할 뻔했는지……."]

[상도 초등학교 학부모/음성변조 : "금이 간 걸 알면서도 왜 그것을 방관 조치를 했는지 저는 이해를 못 하겠어요. 아이들 생명이 담보로 걸린 거잖아요."]

유치원의 기울어진 부분에 대한 철거 결정이 내려져 지난 일요일부터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됐는데요, 어제 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남은 건물의 존폐 여부는 향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궁용/서울시 동작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 : "(남은 건물을) 철거를 할 거냐, 재사용할 거냐는 정밀안전 진단 결과에 따라서 여러분께 다시 알려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철거 작업까지 계속되면서 이 일대는 혼란스러운 상황인데요.

건물 붕괴에 따른 안전 우려에다 공사 철거에 따른 소음과 분진을 감당해야 하는 인근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잘못해서 이쪽으로 넘어오면 우리 집을 덮치니까 지금 못 나가고 있는 거예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 흙 메우면서도 덤프차가 흙 퍼내는 소리만 들어도 “엄마야” 하고 혼자 소리 질러요. 이렇게 소리가 나니까 또 손발이 떨려요."]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하루 아침에 다니던 유치원을 잃게 된 자녀들의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오는 17일부터는 교과전담교실을 활용해 정규 교육이 진행될 예정인데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함께하는 달라진 환경도 걱정입니다.

[장미화/상도 초등학생 학부모 : "여기 보내는 엄마로서 이 학교를 믿고 보내야 하는지 그렇다고 집에 데리고 있을 수도 없고……."]

최근 1주일 새 서울에서 잇따라 발생한 두 건의 붕괴 사고.

모두 똑같이 흙막이 벽이 무너진데다,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도 해당 지자체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이 두 사건도 충분히 막을 기회가 엄청나게 많았고 국민들이 요구를 다 했어요. 자료를 다 주고. 안 움직였거든요. 왜 이랬는가 하는 걸 조사를 잘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 전국의 공사현장에 이런 지침을 내려버리는 게 중요해요."]

유치원생들은 당분간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다녀야 하는 가운데, 학부모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해 사고진상조사위에 참여하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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