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한반도 해빙기 북‧중 접경은?

입력 2018.09.15 (08:07) 수정 2018.09.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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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의 괜찮은 한반도 분위기가 북한 내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북한 내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잘 드러내고 동시에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북중 접경지역인데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선 북 중간 경제적 공생관계가 강화되는 등 경제가 활성화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한반도 해빙 분위기 속 북중 접경지역의 모습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두고 마주한 중국의 국경 도시 단둥.

인구 250만 명, 북·중 접경 최대 도시인 이곳에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몇 달 사이 북한 무역 일꾼과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단둥역에선 김일성 김정일 휘장을 단 북한 주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하루 한 차례씩 단둥과 평양을 오가는 열차에도 승객들이 넘쳐 난다.

고급 호텔 로비 등 도시 곳곳에선 북한 관광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어떤 상품을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아요?) 5일짜리는 금강산, 4일짜리는 묘향산으로가요."]

대북제재로 문을 닫은 곳이 많다고 알려진 북한 식당 역시, 소문과 달리 성업 중이다.

현지 기념품 매장에선 남북 양측의 특산품을 나란히 팔고 있고, 평양으로 화물을 보내준다는 운송업체까지 등장했다.

최근 북-중 관계와 한반도 해빙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북한과 중국 주민들 사이에 경제 교류가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1차 방문, 2차 방문을 거쳐서 6월달에 3차 방문을 한 이후에 북중간의 접견 지역을 중심으로 교역과 투자 사업이 다시 재개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들어와서 북중간의 접견 지역을 중심으로 과거의 대북 제재 이전 수준으로 다시 회복되고 있지 않나 이렇게 분석이 되고있습니다."]

2017년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유엔은 이를 규탄하며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2017년 8월 5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 수출의 3분의 1을 봉쇄한다는 게 결의안의 주요 내용.

북-중 교역의 핵심지역 단둥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결의안 채택 직후의 단둥 세관 창고 주차장에선 물자를 실어 나르던 북한 화물 트럭이 자취를 감췄다.

[대북 무역업자/음성변조 : "북한 차들이 아주 많았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제재 때문에 모두 못 들어와요."]

단둥 수산물 시장에서도 북한산은 찾기 힘들었다.

북한산 꽃게가 있던 자리에는 중국산 꽃게가 500g에 우리 돈 9천 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었다.

[단둥 수산물 시장 상인/음성변조 : "(북한 건가요?) 북한 수산물 아닙니다. 북한 수산물은 국경에서 다 몰수됩니다."]

그리고 2017년 9월 3일.

북한은 6차 핵 실험을 강행한다.

무언가에 놀란 듯 기숙사 마당으로 뛰어나오는 학생들.

6차 핵실험 당시 흔들림을 느낀 중국 연변대 학생들이 대피하는 모습이다.

[연변대 학생 : "기숙사 방 전체가 몇 번이나 흔들렸어요. 저는 서 있었는데 머리가 어지러웠어요. 옷걸이도 흔들렸고요."]

이불만 뒤집어쓴 채 집에서 뛰어나온 주민 등 폐쇄회로 화면에 담긴 혼란스러운 모습은 핵 실험의 여파를 짐작케 한다.

[중국인 상점 주인 : "진열대가 막 흔들렸어요. 어? 왜 이러지? 그래서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한테 물어봤어요."]

그 뒤 북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대표적인 게 북한 근로자들의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은 것.

대북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이러면서 단둥역 앞은 연일 북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북한 근로자들의 귀국 행렬이 이어졌던 것이다.

서너 개씩 큰 짐을 끌고 역사로 들어가는가 하면, 한참동안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상하는 듯 열차에 타기 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분주히 지시하는 사람도 포착됐다.

[북한 주민/음성변조 : "자금 지금 얼마나 썼어? 그러니까 지금 현재 14,000위안을 써버렸다는 거야? 일단 20개(2천위안)는 OO이 주라. OO이."]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작년도 같은 경우는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 사회가 대북 제재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제재를 함으로써 중국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그런 행동을 행태를 보였습니다. 실제로 대북 제재가 강해지면서 2017년도 같은 경우에 북한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3.5퍼센트로 이렇게 추락을 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시작으로 평화와 경제 발전을 연이어 강조하면서 북중 관계에도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것은 북중 관계 변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했다는 게 국경 무역을 경험한 탈북민의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양강도 혜산 무역업 종사 : "북한 주민들부터 시작해서 중국 접점지역 주민들도 그 정치에 대해서 가장 민감합니다. 왜? 자기들의 밥줄이기 때문에 이 두 나라 정부 사이가 어떻게 이어가는가에 따라서리 그 사람들이 제재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리 뉴스 한번도 허투루 듣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리 뭐 정부가 하나 하면은 일반 주민들은 거기에 맞춰서 10개를 하고 나가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북-중 접경 지역이 가지는 지리적, 문화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라는 다르지만 압록강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공동생활권이라는 것이다.

[강주원/서울대 북한생활문화연구단 전임 연구 교수 : "압록강은 북한하고 중국 간에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도 그 공간에서 저쪽 사람과 이쪽 사람이 같이 삶을 공유하는 게 문화죠. 국경이 선이 되어있지 않는. 압록강이라는 국경을 선이 아닌 공유하는 공간으로 살고 있습니다. 단동과 신의주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지원과 원조의 개념이 아니고 경제활동을 공유하는 그런 모습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물건들이 오고 가는 거죠."]

실제 단둥으로 대표되는 압록강 유역은 북-중 교역의 70%를 담당 할 만큼 두 나라가 공생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단둥에서는 북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관광객들은 한복 차림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유람선을 타고 북한 땅을 구경하기도 한다.

봉제공장과 수산물 공장에도 일자리를 찾아온 북한 노동자들로 붐볐다.

단둥과 연결되는 신의주엔 북중간 투자 협력의 손길이 이어졌다.

압록강 철교를 건너면 차창 너머로 보이는 강변유원지와 호텔, 식당.

북한과 중국 여행사가 공동 개발한 관광단지다.

[단둥 상인/음성변조 : "180위안짜리 신의주 관광은 차에서 잠깐 내리는 건데, 730위안짜리는 북한에서 밥을 먹는 코스입니다. 350위안짜리도 있고 100위안짜리도 있어요."]

관광객들은 북한 유치원생들의 장기자랑을 관람하고,

[北 유치원생 : "맑은 아침의 나라, 아이들의 왕국에 찾아오신 여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오빠, 언니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은하수 화장품 같은 북한 상품을 살 수도 있다.

모두 단둥을 통해 유입된 중국 자본과 관광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양강도 혜산 무역업 종사 : "북한이란 나라는 중국이 없으면 못삽니다. 우리 북한 주민들이 89프로를 중국 산 모든 걸 식품부터 시작해서리 의류 경공업 모든 걸 다 중국산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이 딱 막으면 북한은 순식간에 질식해서 죽다시피 하기 때문에 절대로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중국 입장에서도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북한과의 교류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제제를 이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한 이후에 실제 중국의 북한하고 접견지역 중심으로 동북 삼선 지역에 경제 자체가 다소 위축되는 현상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이 북중간의 교역 자체가 다시 재개되는 것은 결국은 중국의 동북 삼성 지역의 경제 문제 해결하는대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도 강력하게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백두산의 관문도시인 혜산.

압록강 변 낡은 집들 뒤로 새 건물들이 눈에 띈다.

이렇듯 압록강 주변 북한 땅에선 최근 신축 중인 고층 건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중 경제협력이 또다시 활성화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표적 사례다.

[박현숙/2015년 탈북/양강도 혜산 무역업 종사 : "이 지역은 해산시 위연동 강 위연동이라고도 할 수 있고 저 뒤 새로 건물을 많이 짓는데 이거는 2016년 5월부터 시작을 하여 그 기철을 닦고 돈이 잘 모집되지 않아서리 많은 애를 먹고 이제 작년부터 올라간 게 올해 거의 다 올라갔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앞에 건물은 현재 공장 기업소가 들어서는가 하는데 정확한 건 돼 있지 않는데 타격대하고 경비대가 들어간다는 그 설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올라간 건물 수만큼 지역 주민들의 고충이 컸을 것이라는 게 탈북민의 설명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양강도 혜산 무역업 종사 : "저 집을 짓는데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고 새벽 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리에다가 자갈을 이고 동원을 하는데 죽을 지경이라고... 그저 집을 짓느라니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세금이 강탈당해야 되겠는가 좀 안쓰럽고 내가 거기서 살아봤기 때문에 너무 잘 아는 겁니다."]

대규모 토목공사와 기념비 건설은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기부터 강조한 사업 분야다.

경제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지원보다는 주민들의 자금과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고 있다는 탈북민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 보이는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보다 근본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북한 정부의 투자는 물론 제재 해제에 따른 해외 자본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한의 경제 상황을 볼 때는 겉으로 나온 현상만 가지곤 보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좀 무리가 있다고보고요. 건설 사업이라던지 일부 사업 중심으로는 실제 북한 경제가 제재 국면에 또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이 경제 강국 건설로 가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 자체가 완화 되고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와 함께 가야만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 이후에 추진하고 있는 경제 개발구 같은 경우는 대북 제재 국면에서는 한발짝도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져야만이 북한이 생각하는 경제적 번영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이 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다가온 해빙 분위기.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도 경제 개발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경제가 또다시 꿈틀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통 큰 결단을 내려 비핵화 협상에 가속도가 붙어 이 지역의 경제 개발 움직임이 더욱 활성화되고, 또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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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한반도 해빙기 북‧중 접경은?
    • 입력 2018-09-15 08:57:27
    • 수정2018-09-15 09:06:26
    남북의 창
[앵커]

최근의 괜찮은 한반도 분위기가 북한 내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북한 내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잘 드러내고 동시에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북중 접경지역인데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선 북 중간 경제적 공생관계가 강화되는 등 경제가 활성화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한반도 해빙 분위기 속 북중 접경지역의 모습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두고 마주한 중국의 국경 도시 단둥.

인구 250만 명, 북·중 접경 최대 도시인 이곳에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몇 달 사이 북한 무역 일꾼과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단둥역에선 김일성 김정일 휘장을 단 북한 주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하루 한 차례씩 단둥과 평양을 오가는 열차에도 승객들이 넘쳐 난다.

고급 호텔 로비 등 도시 곳곳에선 북한 관광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어떤 상품을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아요?) 5일짜리는 금강산, 4일짜리는 묘향산으로가요."]

대북제재로 문을 닫은 곳이 많다고 알려진 북한 식당 역시, 소문과 달리 성업 중이다.

현지 기념품 매장에선 남북 양측의 특산품을 나란히 팔고 있고, 평양으로 화물을 보내준다는 운송업체까지 등장했다.

최근 북-중 관계와 한반도 해빙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북한과 중국 주민들 사이에 경제 교류가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1차 방문, 2차 방문을 거쳐서 6월달에 3차 방문을 한 이후에 북중간의 접견 지역을 중심으로 교역과 투자 사업이 다시 재개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들어와서 북중간의 접견 지역을 중심으로 과거의 대북 제재 이전 수준으로 다시 회복되고 있지 않나 이렇게 분석이 되고있습니다."]

2017년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유엔은 이를 규탄하며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2017년 8월 5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 수출의 3분의 1을 봉쇄한다는 게 결의안의 주요 내용.

북-중 교역의 핵심지역 단둥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결의안 채택 직후의 단둥 세관 창고 주차장에선 물자를 실어 나르던 북한 화물 트럭이 자취를 감췄다.

[대북 무역업자/음성변조 : "북한 차들이 아주 많았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제재 때문에 모두 못 들어와요."]

단둥 수산물 시장에서도 북한산은 찾기 힘들었다.

북한산 꽃게가 있던 자리에는 중국산 꽃게가 500g에 우리 돈 9천 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었다.

[단둥 수산물 시장 상인/음성변조 : "(북한 건가요?) 북한 수산물 아닙니다. 북한 수산물은 국경에서 다 몰수됩니다."]

그리고 2017년 9월 3일.

북한은 6차 핵 실험을 강행한다.

무언가에 놀란 듯 기숙사 마당으로 뛰어나오는 학생들.

6차 핵실험 당시 흔들림을 느낀 중국 연변대 학생들이 대피하는 모습이다.

[연변대 학생 : "기숙사 방 전체가 몇 번이나 흔들렸어요. 저는 서 있었는데 머리가 어지러웠어요. 옷걸이도 흔들렸고요."]

이불만 뒤집어쓴 채 집에서 뛰어나온 주민 등 폐쇄회로 화면에 담긴 혼란스러운 모습은 핵 실험의 여파를 짐작케 한다.

[중국인 상점 주인 : "진열대가 막 흔들렸어요. 어? 왜 이러지? 그래서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한테 물어봤어요."]

그 뒤 북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대표적인 게 북한 근로자들의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은 것.

대북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이러면서 단둥역 앞은 연일 북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북한 근로자들의 귀국 행렬이 이어졌던 것이다.

서너 개씩 큰 짐을 끌고 역사로 들어가는가 하면, 한참동안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상하는 듯 열차에 타기 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분주히 지시하는 사람도 포착됐다.

[북한 주민/음성변조 : "자금 지금 얼마나 썼어? 그러니까 지금 현재 14,000위안을 써버렸다는 거야? 일단 20개(2천위안)는 OO이 주라. OO이."]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작년도 같은 경우는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 사회가 대북 제재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제재를 함으로써 중국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그런 행동을 행태를 보였습니다. 실제로 대북 제재가 강해지면서 2017년도 같은 경우에 북한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3.5퍼센트로 이렇게 추락을 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시작으로 평화와 경제 발전을 연이어 강조하면서 북중 관계에도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것은 북중 관계 변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했다는 게 국경 무역을 경험한 탈북민의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양강도 혜산 무역업 종사 : "북한 주민들부터 시작해서 중국 접점지역 주민들도 그 정치에 대해서 가장 민감합니다. 왜? 자기들의 밥줄이기 때문에 이 두 나라 정부 사이가 어떻게 이어가는가에 따라서리 그 사람들이 제재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리 뉴스 한번도 허투루 듣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리 뭐 정부가 하나 하면은 일반 주민들은 거기에 맞춰서 10개를 하고 나가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북-중 접경 지역이 가지는 지리적, 문화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라는 다르지만 압록강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공동생활권이라는 것이다.

[강주원/서울대 북한생활문화연구단 전임 연구 교수 : "압록강은 북한하고 중국 간에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도 그 공간에서 저쪽 사람과 이쪽 사람이 같이 삶을 공유하는 게 문화죠. 국경이 선이 되어있지 않는. 압록강이라는 국경을 선이 아닌 공유하는 공간으로 살고 있습니다. 단동과 신의주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지원과 원조의 개념이 아니고 경제활동을 공유하는 그런 모습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물건들이 오고 가는 거죠."]

실제 단둥으로 대표되는 압록강 유역은 북-중 교역의 70%를 담당 할 만큼 두 나라가 공생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단둥에서는 북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관광객들은 한복 차림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유람선을 타고 북한 땅을 구경하기도 한다.

봉제공장과 수산물 공장에도 일자리를 찾아온 북한 노동자들로 붐볐다.

단둥과 연결되는 신의주엔 북중간 투자 협력의 손길이 이어졌다.

압록강 철교를 건너면 차창 너머로 보이는 강변유원지와 호텔, 식당.

북한과 중국 여행사가 공동 개발한 관광단지다.

[단둥 상인/음성변조 : "180위안짜리 신의주 관광은 차에서 잠깐 내리는 건데, 730위안짜리는 북한에서 밥을 먹는 코스입니다. 350위안짜리도 있고 100위안짜리도 있어요."]

관광객들은 북한 유치원생들의 장기자랑을 관람하고,

[北 유치원생 : "맑은 아침의 나라, 아이들의 왕국에 찾아오신 여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오빠, 언니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은하수 화장품 같은 북한 상품을 살 수도 있다.

모두 단둥을 통해 유입된 중국 자본과 관광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양강도 혜산 무역업 종사 : "북한이란 나라는 중국이 없으면 못삽니다. 우리 북한 주민들이 89프로를 중국 산 모든 걸 식품부터 시작해서리 의류 경공업 모든 걸 다 중국산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이 딱 막으면 북한은 순식간에 질식해서 죽다시피 하기 때문에 절대로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중국 입장에서도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북한과의 교류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제제를 이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한 이후에 실제 중국의 북한하고 접견지역 중심으로 동북 삼선 지역에 경제 자체가 다소 위축되는 현상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이 북중간의 교역 자체가 다시 재개되는 것은 결국은 중국의 동북 삼성 지역의 경제 문제 해결하는대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도 강력하게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백두산의 관문도시인 혜산.

압록강 변 낡은 집들 뒤로 새 건물들이 눈에 띈다.

이렇듯 압록강 주변 북한 땅에선 최근 신축 중인 고층 건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중 경제협력이 또다시 활성화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표적 사례다.

[박현숙/2015년 탈북/양강도 혜산 무역업 종사 : "이 지역은 해산시 위연동 강 위연동이라고도 할 수 있고 저 뒤 새로 건물을 많이 짓는데 이거는 2016년 5월부터 시작을 하여 그 기철을 닦고 돈이 잘 모집되지 않아서리 많은 애를 먹고 이제 작년부터 올라간 게 올해 거의 다 올라갔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 앞에 건물은 현재 공장 기업소가 들어서는가 하는데 정확한 건 돼 있지 않는데 타격대하고 경비대가 들어간다는 그 설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올라간 건물 수만큼 지역 주민들의 고충이 컸을 것이라는 게 탈북민의 설명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양강도 혜산 무역업 종사 : "저 집을 짓는데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고 새벽 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리에다가 자갈을 이고 동원을 하는데 죽을 지경이라고... 그저 집을 짓느라니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세금이 강탈당해야 되겠는가 좀 안쓰럽고 내가 거기서 살아봤기 때문에 너무 잘 아는 겁니다."]

대규모 토목공사와 기념비 건설은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기부터 강조한 사업 분야다.

경제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지원보다는 주민들의 자금과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고 있다는 탈북민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 보이는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보다 근본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북한 정부의 투자는 물론 제재 해제에 따른 해외 자본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봉현/IBK 경제연구소 부소장 : "북한의 경제 상황을 볼 때는 겉으로 나온 현상만 가지곤 보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좀 무리가 있다고보고요. 건설 사업이라던지 일부 사업 중심으로는 실제 북한 경제가 제재 국면에 또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이 경제 강국 건설로 가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 자체가 완화 되고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와 함께 가야만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 이후에 추진하고 있는 경제 개발구 같은 경우는 대북 제재 국면에서는 한발짝도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져야만이 북한이 생각하는 경제적 번영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이 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다가온 해빙 분위기.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도 경제 개발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경제가 또다시 꿈틀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통 큰 결단을 내려 비핵화 협상에 가속도가 붙어 이 지역의 경제 개발 움직임이 더욱 활성화되고, 또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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