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사고 치고, 몰래 팔고”…두 번 우는 가맹점주들

입력 2018.10.09 (08:28) 수정 2018.10.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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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청년 창업 신화로 불리며 한때 전국 천여 개의 가맹점을 뒀던 주먹밥 프랜차이즈가 있습니다.

그런데, 2년전 대표의 마약 혐의로 제품 이미지와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아예 회사가 유명 치킨 업체에 넘어갔는데, 가맹점주들은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점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까지.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인 주먹밥 전문점 '봉구스 밥버거'입니다.

[이경규/경기도 부천시 : "가성비가 좋다고 해야 하나, 싸고 양도 많아서 자주 오는 것 같아요."]

창업자 오 모 씨는 25살에 주먹밥 노점상으로 시작해, 1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로 키웠습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1년 사이에 거의 1100개 매장까지 됐으니까 한국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신화일 거예요. 그때 당시에는 수입이 진짜 괜찮았죠."]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신화로 불리던 오 씨였지만, 달콤한 꿈도 잠시, 오 씨는 잇따른 마약 복용혐의로 붙잡힌 뒤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습니다.

대표인 오 씨에 대한 비난은 '봉구스밥버거'에 대한 조롱으로 이어졌는데요.

[문재환/'봉구스밥버거' 가맹점주 : "'봉구스밥버거가 맛있었던 게 혹시 마약을 넣어서 그런 게 아니냐.' 라는 비아냥거리는 얘기를 들을 때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죠."]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매출은 감소했고 아예 폐업을 하는 매장도 생겨났습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마약 사건 보도 이후에 200~300개 정도의 가맹점이 없어졌죠."]

잘못을 저지른 건 프랜차이즈 대표였는데 막상 혹독한 대가를 떠안은 건 개별 가맹점주들이었습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매장을 내놓아도 하겠다는 사람은 없고 가만히 앉아서 권리금에 대한 부분은 매장별로 수백만 원에서부터 몇 천만 원까지 다 손해 본 거죠."]

하지만, 가맹점주들의 요구에도 오 씨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신규 가맹점주와 계약할 때 광고비 비율을 높이기만 했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입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본부 게시판에 사과문 한 장 딱 띄어놨습니다. 물러날 생각도 없다 그러고요. 광고를 지원해서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리겠다. 대책이 딱 이거 하나였어요."]

일부 가맹점들은 이미지가 추락해 매출이 급감했다며 오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었는데요.

사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얼마 전 가맹점주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거래처 사장이나 직원들이 네네치킨으로 넘어간 거 모르시냐고. 풍문이라고 생각했어요. (확인해보니) '네네치킨으로 넘어간 것 맞다. 오 대표는 벌써 한 달 전부터 출근을 안 한다.' 황당하죠."]

오 대표가 점주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몰래 회사를 네네치킨에 매각했다는 주장인데요.

일부 점주들은 홈페이지에서 대표의 이름이 바뀐 걸 보고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봉구스밥버거' 관계자/음성변조 : "(업무를) 파악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었고 지금의 조건이나 이런 부분들을 바꿀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이른바 '오너리스크'로 이래저래 피해를 입었던 가맹점주들은 하루아침에 업체 대표가 바뀌면서 계약 사항이 바뀌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여기에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오 대표가 운영할 당시, 가맹점들은 카드단말기를 자주 바꿨습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본부에서 또 바꾸라고 해서 바꿨는데, 그 전 위약금이 400만 원 정도 돼요. 많이 바꾸신 분들은 2번, 3번 바꾸신 분들도 있고. 본부에서 (위약금을) 책임지겠다고 해서 그거 믿고 바꾼 거예요."]

단말기 위약금 채무가 수십 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새로운 대표는 채무까지 모두 책임지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이를 처리하지 않고 회사를 넘긴 오 대표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환/'봉구스밥버거' 가맹점주 : "말없이 넘긴 것도 있고 채무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적까지 했다니까 너무 기가 막히죠. '이게 대한민국인가. 이게 현실인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네요."]

회사 대표들의 비도덕적인 행동이나, 개인적인 일탈로 업체 이미지 실추는 물론 결국 소비자들이 등을 돌려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이른바 '오너리스크'.

'봉구스 밥버거'의 일만은 아닙니다.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회장은 경비원 폭행 사건으로 지난 해 7월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를 받았는데요.

당시 매출은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의 최호식 회장은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최호식/'호식이 두 마리 치킨' 전 회장 :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당시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의 매출 역시 4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가맹점들에게 오너리스크는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최영홍/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프랜차이즈라는 사업 자체가 출발부터 적은 자본을 가지고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그런 구조다 보니까 오너리스크로 인해서 그 브랜드의 명성이 훼손되면 수많은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일일이 보상할 수 없는 자본 한계 때문에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너리스크'로 인한 가맹점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가맹사업거래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유영욱/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 과장 : "가맹 본부나 임원의 위법 행위나 부도덕한 행위로 점주에게 손해를 입히면 가맹 본부 측이 배상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분명히 기재하도록 의무화한 내용이 골자가 되겠습니다. 가맹 본부가 일탈 행위를 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가맹점주들의 공든탑을 무너뜨리는 오너들의 갑질과 도덕적 해이... 과연, 반복되는 점주들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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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사고 치고, 몰래 팔고”…두 번 우는 가맹점주들
    • 입력 2018-10-09 08:37:33
    • 수정2018-10-09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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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청년 창업 신화로 불리며 한때 전국 천여 개의 가맹점을 뒀던 주먹밥 프랜차이즈가 있습니다.

그런데, 2년전 대표의 마약 혐의로 제품 이미지와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아예 회사가 유명 치킨 업체에 넘어갔는데, 가맹점주들은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점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까지.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인 주먹밥 전문점 '봉구스 밥버거'입니다.

[이경규/경기도 부천시 : "가성비가 좋다고 해야 하나, 싸고 양도 많아서 자주 오는 것 같아요."]

창업자 오 모 씨는 25살에 주먹밥 노점상으로 시작해, 1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로 키웠습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1년 사이에 거의 1100개 매장까지 됐으니까 한국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신화일 거예요. 그때 당시에는 수입이 진짜 괜찮았죠."]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신화로 불리던 오 씨였지만, 달콤한 꿈도 잠시, 오 씨는 잇따른 마약 복용혐의로 붙잡힌 뒤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습니다.

대표인 오 씨에 대한 비난은 '봉구스밥버거'에 대한 조롱으로 이어졌는데요.

[문재환/'봉구스밥버거' 가맹점주 : "'봉구스밥버거가 맛있었던 게 혹시 마약을 넣어서 그런 게 아니냐.' 라는 비아냥거리는 얘기를 들을 때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죠."]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매출은 감소했고 아예 폐업을 하는 매장도 생겨났습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마약 사건 보도 이후에 200~300개 정도의 가맹점이 없어졌죠."]

잘못을 저지른 건 프랜차이즈 대표였는데 막상 혹독한 대가를 떠안은 건 개별 가맹점주들이었습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매장을 내놓아도 하겠다는 사람은 없고 가만히 앉아서 권리금에 대한 부분은 매장별로 수백만 원에서부터 몇 천만 원까지 다 손해 본 거죠."]

하지만, 가맹점주들의 요구에도 오 씨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신규 가맹점주와 계약할 때 광고비 비율을 높이기만 했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입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본부 게시판에 사과문 한 장 딱 띄어놨습니다. 물러날 생각도 없다 그러고요. 광고를 지원해서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리겠다. 대책이 딱 이거 하나였어요."]

일부 가맹점들은 이미지가 추락해 매출이 급감했다며 오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었는데요.

사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얼마 전 가맹점주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거래처 사장이나 직원들이 네네치킨으로 넘어간 거 모르시냐고. 풍문이라고 생각했어요. (확인해보니) '네네치킨으로 넘어간 것 맞다. 오 대표는 벌써 한 달 전부터 출근을 안 한다.' 황당하죠."]

오 대표가 점주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몰래 회사를 네네치킨에 매각했다는 주장인데요.

일부 점주들은 홈페이지에서 대표의 이름이 바뀐 걸 보고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봉구스밥버거' 관계자/음성변조 : "(업무를) 파악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었고 지금의 조건이나 이런 부분들을 바꿀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이른바 '오너리스크'로 이래저래 피해를 입었던 가맹점주들은 하루아침에 업체 대표가 바뀌면서 계약 사항이 바뀌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여기에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오 대표가 운영할 당시, 가맹점들은 카드단말기를 자주 바꿨습니다.

[한열/'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장 : "본부에서 또 바꾸라고 해서 바꿨는데, 그 전 위약금이 400만 원 정도 돼요. 많이 바꾸신 분들은 2번, 3번 바꾸신 분들도 있고. 본부에서 (위약금을) 책임지겠다고 해서 그거 믿고 바꾼 거예요."]

단말기 위약금 채무가 수십 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새로운 대표는 채무까지 모두 책임지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이를 처리하지 않고 회사를 넘긴 오 대표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환/'봉구스밥버거' 가맹점주 : "말없이 넘긴 것도 있고 채무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적까지 했다니까 너무 기가 막히죠. '이게 대한민국인가. 이게 현실인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네요."]

회사 대표들의 비도덕적인 행동이나, 개인적인 일탈로 업체 이미지 실추는 물론 결국 소비자들이 등을 돌려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이른바 '오너리스크'.

'봉구스 밥버거'의 일만은 아닙니다.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회장은 경비원 폭행 사건으로 지난 해 7월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를 받았는데요.

당시 매출은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의 최호식 회장은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최호식/'호식이 두 마리 치킨' 전 회장 :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당시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의 매출 역시 4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가맹점들에게 오너리스크는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최영홍/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프랜차이즈라는 사업 자체가 출발부터 적은 자본을 가지고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그런 구조다 보니까 오너리스크로 인해서 그 브랜드의 명성이 훼손되면 수많은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일일이 보상할 수 없는 자본 한계 때문에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너리스크'로 인한 가맹점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가맹사업거래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유영욱/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 과장 : "가맹 본부나 임원의 위법 행위나 부도덕한 행위로 점주에게 손해를 입히면 가맹 본부 측이 배상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분명히 기재하도록 의무화한 내용이 골자가 되겠습니다. 가맹 본부가 일탈 행위를 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가맹점주들의 공든탑을 무너뜨리는 오너들의 갑질과 도덕적 해이... 과연, 반복되는 점주들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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