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미’는 새로운 현상?…과거 데이터 확인해보니

입력 2018.12.25 (07:02) 수정 2018.12.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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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하늘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하루만에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어제(24일) 오후에는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모처럼 '좋음' 수준을 보였습니다. 원인은 찬 바람입니다. 전날(23일) 오후부터 북서쪽에서 밀어닥친 찬 바람이 미세먼지를 해소해준 겁니다.

추위 아니면 미세먼지…'삼한사미'의 등장

그래서 등장한 단어가 '삼한사미'입니다. 원래 한국의 겨울 날씨를 나타내는 단어인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따뜻할 '온(溫)'자를 미세먼지의 '미(微)'자로 바꾼 신조어입니다. 겨울철에 한파 아니면 미세먼지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실제 이달 서울의 기온과 초미세먼지 농도 자료가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내려간 지난 7~9일 초미세먼지 농도는 10㎍/㎥ 이하를 기록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권고치(25㎍/㎥)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영상 12.4도까지 올랐던 지난 22일, 일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63㎍/㎥로 이달 들어 가장 높았습니다. 한파 아니면 미세먼지가 반복되는 겨울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겨울철에 '삼한사미'가 나타났을까요? 과거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통계로 확인해 본 '삼한사미'의 역사

공식적인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통계는 2015년부터 존재합니다. '삼한사미'의 역사를 찾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입니다. 다행히 서울시의 경우 2003년부터 비공식적으로 초미세먼지를 관측해 왔습니다. 해당 자료와 기상청의 기온 통계를 비교해봤습니다. 15년 전인 2003년 12월의 서울 지역 관측 자료입니다.


올해 12월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기온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즉 한파가 밀려와 기온이 내려가면 초미세먼지 농도도 함께 떨어지고, 추위가 풀려 기온이 오르면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올라가는 형태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2003년 12월 한 달 중 가장 추웠던 20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8.1도까지 떨어졌고,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12㎍/㎥로 매우 낮았습니다. 그런데 22일부터 추위가 누그러지면서 기온이 오르기 시작했고,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 포근했던 24일에는 일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36㎍/㎥까지 치솟았습니다. 나흘 만에 농도가 10배 넘게 높아져 최근의 고농도 미세먼지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삼한사미' 현상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뚜렷했던 셈입니다.


기온의 변화가 심했던 해에는 '삼한사미'가 더 뚜렷이 나타납니다. 2005년 12월은 기온 변화에서 볼 수 있듯 추위와 따뜻한 날씨가 주기적으로 반복됐습니다. 전형적인 삼한사온의 기상 패턴을 보인 것입니다. 그런데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기온 변화와 비슷합니다. 결국 10여 년 전에도 '삼한사미'라는 표현만 없었을 뿐 현상은 일반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뉴스에 등장한 '삼한사미'

그렇다면 '삼한사미'는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통계 자료가 없었던 이전의 시기는 KBS의 과거 뉴스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다음은 1992년 1월 10일 KBS '뉴스 9'에 방송된 "날씨 이상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연관기사] 날씨 이상난동


"요즘처럼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것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공기 오염물질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날씨가 따뜻한 원인이 대기오염과 관련돼 있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해당 시기에 초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아황산가스의 농도가 예년보다 6배나 높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당시의 대기오염 물질에 검댕 등의 큰 분진뿐 아니라 지금처럼 매우 입자가 작고 인체에 해로운 초미세먼지도 포함돼 있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1991년 12월 3일 KBS '뉴스 9'에서는 "급성호흡기 환자 급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소개됐습니다.

[연관기사] 급성호흡기 환자 급증


"편도선염이나 인후염으로 곧바로 번지는 이번 감기는 황사현상과 대기오염 때문에 더욱 급속하게 번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근식 (호흡기 전문의) : "그 원인은 중국 대륙에서 오는 황사현상과 또 스모그 때문에 되는 걸로 일단 생각이 됩니다."

중국발 오염 물질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27년 전에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결국 당시에도 일반인들이 알지 못했을 뿐 '삼한사미'는 겨울철의 일상이었던 셈입니다. 더 과거의 자료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한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한 1970년대부터는 겨울철이면 '삼한사미'가 반복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똑같은 오염 물질이 배출돼도 겨울철 날씨가 풀릴 때는 대기가 안정돼 오염 물질이 쉽게 쌓이기 때문입니다.

"미세먼지 공포감 조장하는 언론이 문제"

최근 국내 겨울철 초미세먼지 농도는 여름철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의 경우, 일 평균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을 2~3배에 달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독한 겨울철 미세먼지에 대해 대중들이 알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하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러한 현상이 과거에는 없었으며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계로 드러난 사실과는 다른 인식입니다. 이는 과학적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위험 소통 분야의 전문가인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이 객관적으로 과학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데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없는 공포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평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는 상황인 만큼 재난 보도 측면에서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은 첫머리에 언론의 재난 보도가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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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한사미’는 새로운 현상?…과거 데이터 확인해보니
    • 입력 2018-12-25 07:02:49
    • 수정2018-12-25 11:20:38
    취재K
지난 주말 하늘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하루만에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어제(24일) 오후에는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모처럼 '좋음' 수준을 보였습니다. 원인은 찬 바람입니다. 전날(23일) 오후부터 북서쪽에서 밀어닥친 찬 바람이 미세먼지를 해소해준 겁니다.

추위 아니면 미세먼지…'삼한사미'의 등장

그래서 등장한 단어가 '삼한사미'입니다. 원래 한국의 겨울 날씨를 나타내는 단어인 '삼한사온(三寒四溫)'에서 따뜻할 '온(溫)'자를 미세먼지의 '미(微)'자로 바꾼 신조어입니다. 겨울철에 한파 아니면 미세먼지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실제 이달 서울의 기온과 초미세먼지 농도 자료가 이를 뒷받침해줍니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내려간 지난 7~9일 초미세먼지 농도는 10㎍/㎥ 이하를 기록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권고치(25㎍/㎥)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영상 12.4도까지 올랐던 지난 22일, 일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63㎍/㎥로 이달 들어 가장 높았습니다. 한파 아니면 미세먼지가 반복되는 겨울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겨울철에 '삼한사미'가 나타났을까요? 과거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통계로 확인해 본 '삼한사미'의 역사

공식적인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통계는 2015년부터 존재합니다. '삼한사미'의 역사를 찾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입니다. 다행히 서울시의 경우 2003년부터 비공식적으로 초미세먼지를 관측해 왔습니다. 해당 자료와 기상청의 기온 통계를 비교해봤습니다. 15년 전인 2003년 12월의 서울 지역 관측 자료입니다.


올해 12월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기온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즉 한파가 밀려와 기온이 내려가면 초미세먼지 농도도 함께 떨어지고, 추위가 풀려 기온이 오르면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올라가는 형태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2003년 12월 한 달 중 가장 추웠던 20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8.1도까지 떨어졌고,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12㎍/㎥로 매우 낮았습니다. 그런데 22일부터 추위가 누그러지면서 기온이 오르기 시작했고,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 포근했던 24일에는 일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36㎍/㎥까지 치솟았습니다. 나흘 만에 농도가 10배 넘게 높아져 최근의 고농도 미세먼지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삼한사미' 현상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뚜렷했던 셈입니다.


기온의 변화가 심했던 해에는 '삼한사미'가 더 뚜렷이 나타납니다. 2005년 12월은 기온 변화에서 볼 수 있듯 추위와 따뜻한 날씨가 주기적으로 반복됐습니다. 전형적인 삼한사온의 기상 패턴을 보인 것입니다. 그런데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기온 변화와 비슷합니다. 결국 10여 년 전에도 '삼한사미'라는 표현만 없었을 뿐 현상은 일반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뉴스에 등장한 '삼한사미'

그렇다면 '삼한사미'는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통계 자료가 없었던 이전의 시기는 KBS의 과거 뉴스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다음은 1992년 1월 10일 KBS '뉴스 9'에 방송된 "날씨 이상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연관기사] 날씨 이상난동


"요즘처럼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것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공기 오염물질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날씨가 따뜻한 원인이 대기오염과 관련돼 있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해당 시기에 초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아황산가스의 농도가 예년보다 6배나 높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당시의 대기오염 물질에 검댕 등의 큰 분진뿐 아니라 지금처럼 매우 입자가 작고 인체에 해로운 초미세먼지도 포함돼 있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1991년 12월 3일 KBS '뉴스 9'에서는 "급성호흡기 환자 급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소개됐습니다.

[연관기사] 급성호흡기 환자 급증


"편도선염이나 인후염으로 곧바로 번지는 이번 감기는 황사현상과 대기오염 때문에 더욱 급속하게 번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근식 (호흡기 전문의) : "그 원인은 중국 대륙에서 오는 황사현상과 또 스모그 때문에 되는 걸로 일단 생각이 됩니다."

중국발 오염 물질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27년 전에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결국 당시에도 일반인들이 알지 못했을 뿐 '삼한사미'는 겨울철의 일상이었던 셈입니다. 더 과거의 자료는 확인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한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한 1970년대부터는 겨울철이면 '삼한사미'가 반복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똑같은 오염 물질이 배출돼도 겨울철 날씨가 풀릴 때는 대기가 안정돼 오염 물질이 쉽게 쌓이기 때문입니다.

"미세먼지 공포감 조장하는 언론이 문제"

최근 국내 겨울철 초미세먼지 농도는 여름철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의 경우, 일 평균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을 2~3배에 달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독한 겨울철 미세먼지에 대해 대중들이 알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하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러한 현상이 과거에는 없었으며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계로 드러난 사실과는 다른 인식입니다. 이는 과학적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위험 소통 분야의 전문가인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이 객관적으로 과학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데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없는 공포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평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는 상황인 만큼 재난 보도 측면에서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은 첫머리에 언론의 재난 보도가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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