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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석탄 발전 줄여 미세먼지 잡겠다”…정부 약속 이번엔 지켜질까?
입력 2019.01.29 (17:03) 취재K
전기 없이 사는 삶은 상상하긴 힘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전기, 어디에서 나올까요? 우리나라 전기의 절반 가까이는 아직도 '석탄 화력' 발전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는 깨끗한 상태로 안방까지 도착하지만,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많은 오염물질과 폐기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도 석탄 발전과정에서 배출되는 대표적인 오염물질 가운데 하나입니다.

■ 미세먼지 뿜어내는 '석탄 발전', 그런데 왜 계속 하죠?

대기오염 배출물질 사업장 순위 (출처: 환경부)대기오염 배출물질 사업장 순위 (출처: 환경부)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 순위 (출처: 환경부)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 순위 (출처: 환경부)

우리나라에서 대기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 상위 10곳입니다. 1위를 포함해 10곳 가운데 5곳이 석탄화력발전소입니다. 두 번째 표는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인데, 역시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석탄 발전에 계속 의존하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발전 방식 때문입니다. 현재는 전기를 생산할 때 단순 연료비 기준으로 가장 싼 연료를 먼저 씁니다. 석탄은 연료비만 놓고 보면 가격 대비 효율이 좋은 편이어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그럴까요.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기를 생산할 때 단순 연료비만을 기준으로 발전 우선순위를 정하는 곳은 없습니다. 발전 과정에서 유발되는 '환경 피해'를 비용으로 잡으면 매우 크기 때문에 이 '외부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석탄과 같은 에너지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올라가지만, 친환경에너지는 가격 경쟁력이 생깁니다. 바로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하는 '환경급전' 방식입니다.

'환경급전'으로 석탄발전 줄인다는 정부,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산업통상자원부 미세먼지 저감 계획 산업통상자원부 미세먼지 저감 계획

정부는 현재 43%에 달하는 석탄발전의 비중을 2030년 36%까지 줄일 계획입니다. 발전량을 줄이면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7년 3만 4천 톤에서 2030년 만 3천 톤으로 62%까지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부 안 만으로는 이 같은 목표치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KBS는 기후변화 NGO 단체·전력시장분석기관과 함께 정책별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해 봤습니다.

[연관기사] "'석탄 가격' 올려 미세먼지 감축?…시나리오 분석해봤더니" (1월 25일 KBS 뉴스 9)

① '대기오염 피해비용' 절반만 반영 → 미세먼지 1.3% 줄여

시나리오 1 시나리오 1

현재 유일하게 확정된 정부 계획은 연료에 붙는 세금에 대기오염 피해 비용을 일부 반영하는 겁니다. 오는 4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유연탄에 붙는 세금에 환경비용을 50% 정도 더 부과할 예정입니다. LNG와 비교할 때 유연탄은 최대 3배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으로는 석탄 발전량을 크게 줄일 수 없어, 2030년 미세먼지 배출량을 예측해 봤을 때 1.3% 줄어드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② '대기오염 피해비용' 100% 반영 → 미세먼지 11.6% 줄여

시나리오 2시나리오 2

반면, 대기오염 피해 비용을 100% 충실히 반영하면 미세먼지는 2030년 11.6%까지 줄어듭니다. 연료 가격에 이 정도 수준의 환경비용이 반영돼야 전기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강력한 '환경급전' → 미세먼지 24% 줄이는 효과

시나리오 3시나리오 3

가장 큰 저감 효과를 보인 건, 대기오염 피해비용을 100% 반영하고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까지 더하는 강력한 '환경급전'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석탄 가격이 올라가면서 발전 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발전량도 줄어들 거라는 계산입니다.

온실가스 배출권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초과할수록 돈을 주고 더 많은 배출권을 사야 합니다. 석탄 발전은 미세먼지만큼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배출권 부담이 크죠. 그런데 현재는 정부가 배출권의 97%를 사주고, 발전사업자들은 겨우 3%만 부담하고 있습니다. 사업자의 실질적인 배출권 가격 부담 비율을 올려야, 실제 석탄 발전 가격에 반영되고 발전량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 나머지 40% 미세먼지, 어떻게 줄인다는 거죠?

이 분석에서 제외된 것은 정부가 또 다른 환경급전의 방식으로 내놓은 석탄발전 '상한제약' 확대입니다. 현재 미세먼지가 심한 날, 특정 지역의 석탄 발전소를 평소 출력의 80%로 제한하는 '상한제약'을 실시하고 있는데, 정부는 더 많은 발전소로 확대해 배출량을 추가로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나머지 감축 목표를 채울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하루 평균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78톤에 달하는데, 상한제약으로 줄어드는 미세먼지는 2~3톤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일정 기간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출력을 줄여 운행하고, 노후 발전소는 운행 중지를 검토해야 정부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의 '환경급전' 계획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오염물질 저감 시설 확충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문제입니다.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전소의 시설 확충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시설 개선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라고 지적합니다. 시설 보강을 명분으로 발전소를 더 오랜 기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이용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연관기사] "미세먼지 줄인다더니…노후발전소 수명 연장?" (1월 14일 KBS 뉴스 9) 

■ 환경부 "실효성 있는 제도 설계 검토하겠다"…산업부는?

환경부는 KBS 보도에 대해 설명 자료를 내고 석탄발전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추진하는 한편, 환경급전 제도를 설계할 때 '환경비용'이 실효성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정부에서 환경급전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정부 말부터 시작해 여러 번 등장했는데, 번번이 실제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될 때는 빠졌습니다.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는 건 환경부지만, 전력수급계획을 세우는 주무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임을 고려하면 두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를 재난 수준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또 한 번 강조했습니다. 석탄 발전 감축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에도 맞는 행보입니다.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강력한 해결 촉구를 위해서라도 국내 오염물질을 줄이는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설계되는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정부의 '탈석탄' 약속이 제대로 반영될지 주목됩니다.
  • [취재K] “석탄 발전 줄여 미세먼지 잡겠다”…정부 약속 이번엔 지켜질까?
    • 입력 2019-01-29 17:03:21
    취재K
전기 없이 사는 삶은 상상하긴 힘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전기, 어디에서 나올까요? 우리나라 전기의 절반 가까이는 아직도 '석탄 화력' 발전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는 깨끗한 상태로 안방까지 도착하지만,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많은 오염물질과 폐기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도 석탄 발전과정에서 배출되는 대표적인 오염물질 가운데 하나입니다.

■ 미세먼지 뿜어내는 '석탄 발전', 그런데 왜 계속 하죠?

대기오염 배출물질 사업장 순위 (출처: 환경부)대기오염 배출물질 사업장 순위 (출처: 환경부)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 순위 (출처: 환경부)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 순위 (출처: 환경부)

우리나라에서 대기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 상위 10곳입니다. 1위를 포함해 10곳 가운데 5곳이 석탄화력발전소입니다. 두 번째 표는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인데, 역시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석탄 발전에 계속 의존하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발전 방식 때문입니다. 현재는 전기를 생산할 때 단순 연료비 기준으로 가장 싼 연료를 먼저 씁니다. 석탄은 연료비만 놓고 보면 가격 대비 효율이 좋은 편이어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그럴까요.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기를 생산할 때 단순 연료비만을 기준으로 발전 우선순위를 정하는 곳은 없습니다. 발전 과정에서 유발되는 '환경 피해'를 비용으로 잡으면 매우 크기 때문에 이 '외부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석탄과 같은 에너지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올라가지만, 친환경에너지는 가격 경쟁력이 생깁니다. 바로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하는 '환경급전' 방식입니다.

'환경급전'으로 석탄발전 줄인다는 정부,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산업통상자원부 미세먼지 저감 계획 산업통상자원부 미세먼지 저감 계획

정부는 현재 43%에 달하는 석탄발전의 비중을 2030년 36%까지 줄일 계획입니다. 발전량을 줄이면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7년 3만 4천 톤에서 2030년 만 3천 톤으로 62%까지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부 안 만으로는 이 같은 목표치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KBS는 기후변화 NGO 단체·전력시장분석기관과 함께 정책별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해 봤습니다.

[연관기사] "'석탄 가격' 올려 미세먼지 감축?…시나리오 분석해봤더니" (1월 25일 KBS 뉴스 9)

① '대기오염 피해비용' 절반만 반영 → 미세먼지 1.3% 줄여

시나리오 1 시나리오 1

현재 유일하게 확정된 정부 계획은 연료에 붙는 세금에 대기오염 피해 비용을 일부 반영하는 겁니다. 오는 4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유연탄에 붙는 세금에 환경비용을 50% 정도 더 부과할 예정입니다. LNG와 비교할 때 유연탄은 최대 3배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으로는 석탄 발전량을 크게 줄일 수 없어, 2030년 미세먼지 배출량을 예측해 봤을 때 1.3% 줄어드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② '대기오염 피해비용' 100% 반영 → 미세먼지 11.6% 줄여

시나리오 2시나리오 2

반면, 대기오염 피해 비용을 100% 충실히 반영하면 미세먼지는 2030년 11.6%까지 줄어듭니다. 연료 가격에 이 정도 수준의 환경비용이 반영돼야 전기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강력한 '환경급전' → 미세먼지 24% 줄이는 효과

시나리오 3시나리오 3

가장 큰 저감 효과를 보인 건, 대기오염 피해비용을 100% 반영하고 여기에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까지 더하는 강력한 '환경급전'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석탄 가격이 올라가면서 발전 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발전량도 줄어들 거라는 계산입니다.

온실가스 배출권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초과할수록 돈을 주고 더 많은 배출권을 사야 합니다. 석탄 발전은 미세먼지만큼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배출권 부담이 크죠. 그런데 현재는 정부가 배출권의 97%를 사주고, 발전사업자들은 겨우 3%만 부담하고 있습니다. 사업자의 실질적인 배출권 가격 부담 비율을 올려야, 실제 석탄 발전 가격에 반영되고 발전량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 나머지 40% 미세먼지, 어떻게 줄인다는 거죠?

이 분석에서 제외된 것은 정부가 또 다른 환경급전의 방식으로 내놓은 석탄발전 '상한제약' 확대입니다. 현재 미세먼지가 심한 날, 특정 지역의 석탄 발전소를 평소 출력의 80%로 제한하는 '상한제약'을 실시하고 있는데, 정부는 더 많은 발전소로 확대해 배출량을 추가로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나머지 감축 목표를 채울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하루 평균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78톤에 달하는데, 상한제약으로 줄어드는 미세먼지는 2~3톤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일정 기간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출력을 줄여 운행하고, 노후 발전소는 운행 중지를 검토해야 정부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의 '환경급전' 계획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오염물질 저감 시설 확충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문제입니다.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전소의 시설 확충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시설 개선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라고 지적합니다. 시설 보강을 명분으로 발전소를 더 오랜 기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이용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연관기사] "미세먼지 줄인다더니…노후발전소 수명 연장?" (1월 14일 KBS 뉴스 9) 

■ 환경부 "실효성 있는 제도 설계 검토하겠다"…산업부는?

환경부는 KBS 보도에 대해 설명 자료를 내고 석탄발전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추진하는 한편, 환경급전 제도를 설계할 때 '환경비용'이 실효성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정부에서 환경급전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정부 말부터 시작해 여러 번 등장했는데, 번번이 실제 전력수급계획이 확정될 때는 빠졌습니다.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는 건 환경부지만, 전력수급계획을 세우는 주무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임을 고려하면 두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를 재난 수준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또 한 번 강조했습니다. 석탄 발전 감축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에도 맞는 행보입니다.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강력한 해결 촉구를 위해서라도 국내 오염물질을 줄이는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설계되는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정부의 '탈석탄' 약속이 제대로 반영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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