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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人災 ⑤] 돈줄 마를수록 물주입은 더…넥스지오는 지열발전 ‘황태자’?
입력 2019.04.19 (10:28) 수정 2019.04.19 (10:28) 취재K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인공지진이라는 믿기 힘든 사실이 지난달 정부 조사 결과에서 밝혀졌습니다. KBS 특별취재팀은 국가적 재난 상황을 불러온 민관 합동 포항 지열발전소 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중단까지 의혹과 과제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KBS 취재진은 앞선 기사들에서 포항 지열발전 사업이 얼마나 주먹구구로 시작됐는지 알아봤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된 주관사는 주식회사 넥스지오입니다. 서울대학교 지질과학과 출신인 윤운상 대표이사가 2001년 8월 설립했습니다. 자본금 1억 원짜리 회사였습니다.

2012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유공자 포상.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습니다.2012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유공자 포상.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 MB 정부 들어서 급격히 성장

2002년 상표등록 2건, 2005년 병역특례 업체 지정...넥스지오의 초창기 업무실적은 별달리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2008년 넥스지오는 엔지니어링 활동주체 분야에 "광업/지하자원개발" 항목을 추가합니다. 2009년엔 대한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개발 협력탐사업체에 선정됩니다. 이후 캄보디아, 몽골, 사할린, 인도네시아, 페루, 중국 등에서 자원 탐사와 개발 사업을 진행합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고?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해외 자원 개발 유공자를 포상합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도 똑같은 포상을 합니다. 그런데 이 두 번의 포상에 넥스지오 대표와 부회장이 연거푸 포함됐습니다. 민간 중소기업 중에 2년 연속 수상자가 나온 건 넥스지오뿐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계열사가 2008년 50년짜리 중국 광산 채굴권을 따낼 때 탐사보고서를 써준 곳이 넥스지오입니다. 2010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부지 조사에도 참여합니다. 우리나라와 미얀마 정부 간 자원협력위원회에도 참석합니다.

여느 중소기업의 고군분투 성장기라고 보기엔, 그 시점과 관련자들이 묘합니다.

계속되던 물주입. 넥스지오는 정말 위험을 몰랐을까?계속되던 물주입. 넥스지오는 정말 위험을 몰랐을까?

석박사에 기술사·기사까지, 과연 몰랐을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도 넥스지오의 파죽지세는 계속됩니다.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세운 넥스지오는 2016년 1월부터 지하로 물을 주입합니다. 수차례 지진이 발생했지만 물 주입은 계속됐습니다.

넥스지오는 석박사는 기본, 기술사와 기사 자격증까지 갖춘 직원이 즐비한 회사입니다. 기술이 없어서 물주입이 불러올 위험을 몰랐을까요? 도대체 왜 물주입을 계속한 걸까요.

부채비율 1,211%, 미래에 중요한 불확실성

물주입이 한창이던 2016년 말 당시 넥스지오의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봤습니다.

우선 넥스지오의 유동부채(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가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385억 원 많다고 나옵니다. 부채비율은 무려 1,2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넥스지오의 2015년 부채비율은 1,871%입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은 넥스지오의 미래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으며 회사존속이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넥스지오. 상장 시도도 자진 철회하고 맙니다.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넥스지오. 상장 시도도 자진 철회하고 맙니다.

"사람이라면 곧 죽을 수도 있어"...사실상 자본잠식상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인 김경률 회계사와 함께 같은 서류를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눈에 띈 것은 365억여 원짜리 '건설 중인 자산' 항목입니다. 시범 가동 중이던 포항지열발전소입니다.

상업발전을 하지 못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하지만 넥스지오는 이를 '자산'으로 처리했습니다.

당시 넥스지오는 500억 원대 회사로 알려졌습니다. 상식적인 회계대로 '건설 중인 자산' 항목을 '비용'으로 처리하고, 당시의 부채 460억 원까지 반영하면, 완전 자본잠식상태의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회사입니다.

김경률 회계사는 "사람으로 따지면 곧 죽을 수도 있는, 내일 당장 망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상장까지 실패했지만 물주입에 더 매달린 넥스지오

이런 상황인데도 넥스지오는 2016년 10월 코스닥 상장을 시도합니다. 일반상장보다 기준이 느슨한 '기술특례' 상장을 신청했지만 그나마 자진 철회합니다.

상장마저 실패해 돈줄이 말라버린 회사, 물주입을 할 여력도 없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반전이 등장합니다. 넥스지오는 물주입에 더 매달린 겁니다.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물주입을 맡은 중국 업체의 홈페이지. 포항지열발전소 앞에서 찍은 사진이 메인에 등장합니다.물주입을 맡은 중국 업체의 홈페이지. 포항지열발전소 앞에서 찍은 사진이 메인에 등장합니다.

중국 업체가 땅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돈, 초당 60리터

이 지점에서 중국시추업체인 청두 웨스턴유니언페트로가 등장합니다.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실질적으로 물 주입과 시추를 맡은 곳입니다.

지하에 넣은 물이 지열로 데워져 증기로 뿜어져 나오면 그걸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지열발전의 원리입니다. 유니언페트로는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강할수록 더 많은 돈을 챙긴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증기가 초당 60리터에 도달하면 4백억 원, 60리터를 넘기면 추가 인센티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중국 업체가 처음 뽑아낸 증기는 초당 8리터 정도, 목표치인 초당 60리터에 한참 못 미칩니다. 이후 중국 시추업체는 일반 지열발전소보다 4배 이상 높은 압력으로 물을 밀어 넣었습니다. 분출 증기를 늘려 돈을 타내기 위해 주입 압력을 높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합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넥스지오 역시 60리터 이상의 증기가 나올 경우, 이를 내세워 추가로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었습니다.

영화 속에나 나올법한 인공지진...정부는 몰랐나?

SF 영화에나 나올법한 인공지진. 누군가는, 특히 정부는 넥스지오와 중국 시추업체에 제동을 걸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지열발전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지질자원연구원은 문제를 몰랐던 걸까요?

포항 땅속에서 인공지진의 씨앗이 자라나는 동안 정부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연관 기사]
[팔수록 人災 ①] “설마가 사실로…” 포항, 지금은 안전한가?
[팔수록 人災 ②] “지진 위험 없다”…근거 없는 자신감 왜?
[팔수록 人災 ③] 첫 퍼즐부터 풀어야 한다…평가단에 지진전문가 없다?
[팔수록 人災 ④] 지진안전대책 사업단 ‘셀프 평가’…위험관리 손놓은 정부
  • [팔수록 人災 ⑤] 돈줄 마를수록 물주입은 더…넥스지오는 지열발전 ‘황태자’?
    • 입력 2019-04-19 10:28:01
    • 수정2019-04-19 10:28:51
    취재K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인공지진이라는 믿기 힘든 사실이 지난달 정부 조사 결과에서 밝혀졌습니다. KBS 특별취재팀은 국가적 재난 상황을 불러온 민관 합동 포항 지열발전소 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중단까지 의혹과 과제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KBS 취재진은 앞선 기사들에서 포항 지열발전 사업이 얼마나 주먹구구로 시작됐는지 알아봤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된 주관사는 주식회사 넥스지오입니다. 서울대학교 지질과학과 출신인 윤운상 대표이사가 2001년 8월 설립했습니다. 자본금 1억 원짜리 회사였습니다.

2012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유공자 포상.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습니다.2012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유공자 포상.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 MB 정부 들어서 급격히 성장

2002년 상표등록 2건, 2005년 병역특례 업체 지정...넥스지오의 초창기 업무실적은 별달리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2008년 넥스지오는 엔지니어링 활동주체 분야에 "광업/지하자원개발" 항목을 추가합니다. 2009년엔 대한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개발 협력탐사업체에 선정됩니다. 이후 캄보디아, 몽골, 사할린, 인도네시아, 페루, 중국 등에서 자원 탐사와 개발 사업을 진행합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고?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해외 자원 개발 유공자를 포상합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도 똑같은 포상을 합니다. 그런데 이 두 번의 포상에 넥스지오 대표와 부회장이 연거푸 포함됐습니다. 민간 중소기업 중에 2년 연속 수상자가 나온 건 넥스지오뿐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계열사가 2008년 50년짜리 중국 광산 채굴권을 따낼 때 탐사보고서를 써준 곳이 넥스지오입니다. 2010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부지 조사에도 참여합니다. 우리나라와 미얀마 정부 간 자원협력위원회에도 참석합니다.

여느 중소기업의 고군분투 성장기라고 보기엔, 그 시점과 관련자들이 묘합니다.

계속되던 물주입. 넥스지오는 정말 위험을 몰랐을까?계속되던 물주입. 넥스지오는 정말 위험을 몰랐을까?

석박사에 기술사·기사까지, 과연 몰랐을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도 넥스지오의 파죽지세는 계속됩니다.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세운 넥스지오는 2016년 1월부터 지하로 물을 주입합니다. 수차례 지진이 발생했지만 물 주입은 계속됐습니다.

넥스지오는 석박사는 기본, 기술사와 기사 자격증까지 갖춘 직원이 즐비한 회사입니다. 기술이 없어서 물주입이 불러올 위험을 몰랐을까요? 도대체 왜 물주입을 계속한 걸까요.

부채비율 1,211%, 미래에 중요한 불확실성

물주입이 한창이던 2016년 말 당시 넥스지오의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봤습니다.

우선 넥스지오의 유동부채(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가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385억 원 많다고 나옵니다. 부채비율은 무려 1,2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넥스지오의 2015년 부채비율은 1,871%입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은 넥스지오의 미래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으며 회사존속이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넥스지오. 상장 시도도 자진 철회하고 맙니다.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넥스지오. 상장 시도도 자진 철회하고 맙니다.

"사람이라면 곧 죽을 수도 있어"...사실상 자본잠식상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인 김경률 회계사와 함께 같은 서류를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눈에 띈 것은 365억여 원짜리 '건설 중인 자산' 항목입니다. 시범 가동 중이던 포항지열발전소입니다.

상업발전을 하지 못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하지만 넥스지오는 이를 '자산'으로 처리했습니다.

당시 넥스지오는 500억 원대 회사로 알려졌습니다. 상식적인 회계대로 '건설 중인 자산' 항목을 '비용'으로 처리하고, 당시의 부채 460억 원까지 반영하면, 완전 자본잠식상태의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회사입니다.

김경률 회계사는 "사람으로 따지면 곧 죽을 수도 있는, 내일 당장 망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상장까지 실패했지만 물주입에 더 매달린 넥스지오

이런 상황인데도 넥스지오는 2016년 10월 코스닥 상장을 시도합니다. 일반상장보다 기준이 느슨한 '기술특례' 상장을 신청했지만 그나마 자진 철회합니다.

상장마저 실패해 돈줄이 말라버린 회사, 물주입을 할 여력도 없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반전이 등장합니다. 넥스지오는 물주입에 더 매달린 겁니다.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물주입을 맡은 중국 업체의 홈페이지. 포항지열발전소 앞에서 찍은 사진이 메인에 등장합니다.물주입을 맡은 중국 업체의 홈페이지. 포항지열발전소 앞에서 찍은 사진이 메인에 등장합니다.

중국 업체가 땅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돈, 초당 60리터

이 지점에서 중국시추업체인 청두 웨스턴유니언페트로가 등장합니다.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실질적으로 물 주입과 시추를 맡은 곳입니다.

지하에 넣은 물이 지열로 데워져 증기로 뿜어져 나오면 그걸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지열발전의 원리입니다. 유니언페트로는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강할수록 더 많은 돈을 챙긴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증기가 초당 60리터에 도달하면 4백억 원, 60리터를 넘기면 추가 인센티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중국 업체가 처음 뽑아낸 증기는 초당 8리터 정도, 목표치인 초당 60리터에 한참 못 미칩니다. 이후 중국 시추업체는 일반 지열발전소보다 4배 이상 높은 압력으로 물을 밀어 넣었습니다. 분출 증기를 늘려 돈을 타내기 위해 주입 압력을 높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합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넥스지오 역시 60리터 이상의 증기가 나올 경우, 이를 내세워 추가로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었습니다.

영화 속에나 나올법한 인공지진...정부는 몰랐나?

SF 영화에나 나올법한 인공지진. 누군가는, 특히 정부는 넥스지오와 중국 시추업체에 제동을 걸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지열발전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지질자원연구원은 문제를 몰랐던 걸까요?

포항 땅속에서 인공지진의 씨앗이 자라나는 동안 정부기관은 무엇을 했는지,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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