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스물여섯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솔직한 고백
입력 2019.05.06 (07:04) 수정 2019.09.09 (16:48) 취재후
지난달 12회 대원음악상(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공헌한 음악가들에게 수여되는 국내 최고 권위의 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인터뷰해보지 않겠느냐는 요청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뜻밖에도 망설임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인터뷰 요청은 마냥 반갑고 감사히 수락했겠지만, 조성진이라는 2019년 현재 인기 절정의 피아니스트가 누리고 있는 명성과 열정적 팬덤 그리고 그동안 몇 차례의 인터뷰와 공연 관람을 통해 음악을 대하는 그의 성실성과 진지함까지를 알게 된 마당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바쁜 스케쥴 속에 연주가 아니라 상을 받기 위해 잠시 귀국하는 이 피아니스트에게 이 시점에 어떤 질문을 하면 '귀한 시간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것일까' 기자로서 책임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는 2017년 KBS 인터넷 스페셜 ‘톡 쏘는 인터뷰 소다’이후 세 차례 만났다. 공교롭게 매년 한 차례씩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훌쩍 커 있었다. 그 사이사이 베를린필과의 협연(2017년 11월)이라든지, 영국 BBC 프롬스 데뷔(2018년 8월)라든지, 뉴욕 카네기홀 재초청 연주(2019년 1월)라든지 음악가라면 인생의 목표이자 평생의 꿈으로 삼을만한 굵직굵직한 '성취'들이 이뤄졌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이 사람이 지난번에 만났던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만날 때마다 몰라보게 성숙해진 느낌을 주었다. 말 그대로 청춘(靑春)이지만 성공 가도를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는 '젊은 거장'의 모습이었다.

[인터뷰 영상①] 피아니스트 조성진, 2019대원음악상 대상 수상 (https://www.youtube.com/watch?v=8C4caetdBAQ)

그래서였을까. 조성진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아는 주위의 몇몇 지인들에게 의논을 거쳐 지금 이 순간 조성진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질문은 현재의 성공과, 누리고 있는 명성과 관련된 것도 아닌 인간 조성진의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과 관련된 것이었다.

"지금 가장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 게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도 햇수로는 어언 5년. 내년이면 새로운 쇼팽 콩쿠르 우승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현재의 조성진은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스스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인간적인 고민과 고뇌는 없을까. 있다면 어떤 것이고 주위에선 어떤 지지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궁금했다. 또 그것을 알아내는 일은 인터뷰어인 기자에게도, 조성진을 알고 있거나 장차 알게 될 팬과 청중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보다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훨씬 먼 조성진이라는 전도유망한 음악가에게도 분명 의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 마음으로 인터뷰장에 들어갔다.

일정이 촉박해지는 바람에 단 15분의 시간만이 허락된 인터뷰. 준비해간 질문들을 모질게 추려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성진은 언제나처럼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명료한 답을 들려주었다. 특히 이번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질문에서는 가장 오래 뜸을 들이며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어, 그... 지금 제가 지금 상황으로서 가장 바라고 그리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점은 커리어 피아니스트로서의 경력을 더 쌓고 '유지'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건 제가 어떻게 해야되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냥 계속 좋은 퀄리티의 연주를 할 수 있는 것밖에 없는데 앞으로도 굉장히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올 것 같아요. 근데 어떻게 해야 될 지는 지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계속 유지를 하고 그러는 게......."

평소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말과 행동에 가식이 없이 담백하다는 칭찬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두 번씩이나 반복되는 그의 말투에선 어린 나이에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훨씬 더 먼 '청년 예술가'의 고민과 외로움이 여과없이 전해져왔다.

[인터뷰 영상②] 2019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가장 큰 도전은? (https://www.youtube.com/watch?v=0RGNgKgNBvA)

조성진은 '인기를 실감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극구 부인(?)하면서 겸연쩍은 모습을 보였다. 그의 공연은 매번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몇 분 안에 표가 동나버리는 일이 반복될 만큼 '아이돌 스타'급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게 현실이므로, 이쯤 되면 주위를 의식하고 남에게 비춰지는 모습을 퍽이나 신경 쓸 법도 한데 절대 애써 잘보이려고 하는 법이 없다.

어쩌면 그것은 조성진의 은사인 신수정 교수나 파리 고등음악원 미셸 베로프(Michel Béroff)교수가 누누이 강조하는 "음악가라면 대중의 취향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내어야 한다"는 메시지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관 기사]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미셸 베로프를 만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미셸 베로프를 만나다(2)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미셸 베로프를 만나다(3)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미셸 베로프를 만나다(4)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미셸 베로프를 만나다(5)


'무엇을 해야 할까가 고민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가 고민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젊은 나이에 모든 걸 다 이룬 것처럼 보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도 인간으로서 고민이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다른 많은 국내 예술가들이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이기에.

하지만 '자신은 그냥 계속 좋은 퀄리티의 연주를 할 수 있는 것밖에 없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굉장히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올 것 같다'고 미래를 대비하는 스물여섯 살 조성진을 보면서 그에게도 삶이란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앞으로 닥칠 도전들도 현명하고 슬기롭게 풀어나갈 것이란 기대와 믿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 [취재후] 스물여섯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솔직한 고백
    • 입력 2019-05-06 07:04:05
    • 수정2019-09-09 16:48:08
    취재후
지난달 12회 대원음악상(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공헌한 음악가들에게 수여되는 국내 최고 권위의 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인터뷰해보지 않겠느냐는 요청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뜻밖에도 망설임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인터뷰 요청은 마냥 반갑고 감사히 수락했겠지만, 조성진이라는 2019년 현재 인기 절정의 피아니스트가 누리고 있는 명성과 열정적 팬덤 그리고 그동안 몇 차례의 인터뷰와 공연 관람을 통해 음악을 대하는 그의 성실성과 진지함까지를 알게 된 마당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바쁜 스케쥴 속에 연주가 아니라 상을 받기 위해 잠시 귀국하는 이 피아니스트에게 이 시점에 어떤 질문을 하면 '귀한 시간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것일까' 기자로서 책임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는 2017년 KBS 인터넷 스페셜 ‘톡 쏘는 인터뷰 소다’이후 세 차례 만났다. 공교롭게 매년 한 차례씩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훌쩍 커 있었다. 그 사이사이 베를린필과의 협연(2017년 11월)이라든지, 영국 BBC 프롬스 데뷔(2018년 8월)라든지, 뉴욕 카네기홀 재초청 연주(2019년 1월)라든지 음악가라면 인생의 목표이자 평생의 꿈으로 삼을만한 굵직굵직한 '성취'들이 이뤄졌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이 사람이 지난번에 만났던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만날 때마다 몰라보게 성숙해진 느낌을 주었다. 말 그대로 청춘(靑春)이지만 성공 가도를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는 '젊은 거장'의 모습이었다.

[인터뷰 영상①] 피아니스트 조성진, 2019대원음악상 대상 수상 (https://www.youtube.com/watch?v=8C4caetdBAQ)

그래서였을까. 조성진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아는 주위의 몇몇 지인들에게 의논을 거쳐 지금 이 순간 조성진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질문은 현재의 성공과, 누리고 있는 명성과 관련된 것도 아닌 인간 조성진의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과 관련된 것이었다.

"지금 가장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 게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가요?"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도 햇수로는 어언 5년. 내년이면 새로운 쇼팽 콩쿠르 우승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현재의 조성진은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스스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인간적인 고민과 고뇌는 없을까. 있다면 어떤 것이고 주위에선 어떤 지지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궁금했다. 또 그것을 알아내는 일은 인터뷰어인 기자에게도, 조성진을 알고 있거나 장차 알게 될 팬과 청중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보다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훨씬 먼 조성진이라는 전도유망한 음악가에게도 분명 의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 마음으로 인터뷰장에 들어갔다.

일정이 촉박해지는 바람에 단 15분의 시간만이 허락된 인터뷰. 준비해간 질문들을 모질게 추려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성진은 언제나처럼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명료한 답을 들려주었다. 특히 이번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질문에서는 가장 오래 뜸을 들이며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어, 그... 지금 제가 지금 상황으로서 가장 바라고 그리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점은 커리어 피아니스트로서의 경력을 더 쌓고 '유지'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건 제가 어떻게 해야되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냥 계속 좋은 퀄리티의 연주를 할 수 있는 것밖에 없는데 앞으로도 굉장히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올 것 같아요. 근데 어떻게 해야 될 지는 지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계속 유지를 하고 그러는 게......."

평소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말과 행동에 가식이 없이 담백하다는 칭찬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두 번씩이나 반복되는 그의 말투에선 어린 나이에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훨씬 더 먼 '청년 예술가'의 고민과 외로움이 여과없이 전해져왔다.

[인터뷰 영상②] 2019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가장 큰 도전은? (https://www.youtube.com/watch?v=0RGNgKgNBvA)

조성진은 '인기를 실감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극구 부인(?)하면서 겸연쩍은 모습을 보였다. 그의 공연은 매번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몇 분 안에 표가 동나버리는 일이 반복될 만큼 '아이돌 스타'급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게 현실이므로, 이쯤 되면 주위를 의식하고 남에게 비춰지는 모습을 퍽이나 신경 쓸 법도 한데 절대 애써 잘보이려고 하는 법이 없다.

어쩌면 그것은 조성진의 은사인 신수정 교수나 파리 고등음악원 미셸 베로프(Michel Béroff)교수가 누누이 강조하는 "음악가라면 대중의 취향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내어야 한다"는 메시지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관 기사]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미셸 베로프를 만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미셸 베로프를 만나다(2)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미셸 베로프를 만나다(3)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미셸 베로프를 만나다(4)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스승’…미셸 베로프를 만나다(5)


'무엇을 해야 할까가 고민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가 고민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젊은 나이에 모든 걸 다 이룬 것처럼 보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도 인간으로서 고민이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다른 많은 국내 예술가들이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이기에.

하지만 '자신은 그냥 계속 좋은 퀄리티의 연주를 할 수 있는 것밖에 없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굉장히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올 것 같다'고 미래를 대비하는 스물여섯 살 조성진을 보면서 그에게도 삶이란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앞으로 닥칠 도전들도 현명하고 슬기롭게 풀어나갈 것이란 기대와 믿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