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조직생활 밑바탕 ‘조선 소년단’

입력 2019.06.08 (08:07) 수정 2019.06.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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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주민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조직생활을 한다는데요.

이들이 가장 처음 가입하는 조직이 바로‘조선소년단’입니다.

북한 어린이들은 소년단을 통해 처음 정치생활을 시작하고 사상교육과 각종 노동 현장에도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기부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년단.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적으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2년 6월, 평양 김일성 경기장. 4만여 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붉은 스카프를 목에 맨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집권 1년차. 권력 기반을 다져가던 김 위원장이 조선소년단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 공개연설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조직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년단원들이 북한의 미래를 이끌 계승자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국무위원장/2012년 6월 : "앞날의 조선은 우리 소년단원들의 것이며 동무들의 모습에 조국의 내일이 비껴(비추어)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조선의 새 세대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으라! (만세! 만세!)"]

그로부터 7년 후. 올해도 북한에선 각 지역별로 학생들의 조선 소년단 입단 행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요람에서 무덤까지’평생동안 조직생활을 하는 북한사회.

그리고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조선소년단’조선 소년단은 어떻게 조직,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냉전시대, 공산권 국가의 소년조직 ‘피오네르’에서 파생된 북한의 ‘조선소년단’1946년 창설된 조선소년단은 만 일곱 살에서 열세 살까지의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학생 ‘정치조직’이다.

김일성 주석은 사망 직전까지도 조선 소년단 창립행사를 챙길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였는데, 여기엔 김 씨 일가의 종신 지배 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단 조선소년단의 목적은 첫 번째는 이데올로기적인 사회주의 체제의 이데올로기 주입. 그다음에 유일독재체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유일독재체제에 대한 어떤 정당화를 내면적으로부터 이데올로기적인 어떤 주입을 통해서 정당화하는 것. 그리고 이제 사실은 조직생활 자체가 큰 틀에서 보면 전체적인 사회 통제의 일환이거든요. 그러니까 소년시기부터 소년단을 통해서 사회 통제망에 들어가는 거죠."]

실제 소년단원들은 학교 수업은 물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상교육을 받는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맡은 역할에 대해 반성하고, 상호 비판을 하는 생활 총화 역시 소년단 시절부터 시작된다.

본격적인 감시 체계가 작동 되는 것이다.

[강나라/2006년 조선소년단 입단/2014년 탈북 : "경애하는 대원수님의 말씀대로 생활하지 못했습니다. 이러면 비판을 쭉 해야 되니까 처음에는 많이 싸워요 그래서 친구들끼리 야, 내가 뭐 잘못 안 했는데 너가 나를 비판해 니가 뭔데..."]

집권 초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비해 지지기반이 약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유난히 소년단을 챙기는 모습을 과시했다.

집권 직후 처음 맞은 소년단 창립일에는 북한 전역의 소년단원을 평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버스와 기차, 비행기까지 동원된 대규모학생 수송.

지방 학생 2만 명이 평양을 찾았고, 당시 상황을 담은 동요까지 등장했다.

[북한 동요 ‘어디에서 왔나요’ : "동무, 동무 어데서 평양에 왔나요. 아름다운 삼지연 마을에서 왔어요. 동무, 동무 평양에 무얼 타고 왔나요. 사랑의 비행기 타고 왔어요."]

소년단원들은 옥류관과 청류관 등 이름난 식당에서 음식을 맛보고,

[김청일/강원도 평강중학교 : "텔레비전에서 옥류관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와서 국수를 먹을 줄 몰랐습니다."]

평양의 각종 유희 시설들도 둘러봤다.

[정혜정/평안북도 태호중학교 : "저는 두메산골인 평안북도 동창군 태호 중학교에서 왔습니다. 우리 고장에는 작은 개울밖에 없는데 이렇게 평양에 와서 바닷물고기도 보고 물개도 보니 정말 좋습니다."]

북한 당국은 당시 행사 전반을 기록영화로 제작, 방영해 김정은 위원장의 아동사랑과 애민정신을 부각시키는 데 활용했다.

[조선소년단 창립기념 종합공연/2012년 : "정말 이 세상이 생겨 그 언제 평범한 노동자, 농민의 아들, 딸들인 우리들을 이렇게 높이 떠받들고 내세운 적 있었습니까."]

이후 두 차례의 소년단 대회를 개최하며 어린 학생들과의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고, 소년단을 위한 야영소의 확대·보수도 지시 한 김정은 위원장.

이 같은 행보는 결국 소년단 세대를 중요 지지기반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은 사실 매우 젊은 세대가 어느날 갑자기 집권을 한 거거든요. 그럼 사실 기성세대 김일성, 김정일 체제에 익숙해 있던 기성세대들에게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는 너무 어렵거든요. 공산주의후비대라고 할 수 있는 소년세대는 사실은 김정은 체제에서 같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세대에 해당하거든요. 아직 이데올로기적인 정형화가 안 된 그런 소년 집단을 핵심적인 이데올로기 주입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지난 2016년 5월, 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7차 노동당대회.

김정은 위원장의 대관식이라 불렸던 이 행사에도 조선 소년단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4천 자가 넘는 찬양글을 한목소리로 암송하는 단원들의 모습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소년단원들의 충성심을 드러내는 대목.

그러나 같은 해 북한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가 개봉 되면서 조선소년단은 아동 인권문제에 직면했다.

소년단의 일원인 어린이들이 철저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사상을 주입받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공개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 "지금 미국 놈들과 괴뢰 놈들은 우리 사회주의 조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우리 공화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고 합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계십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계시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진미의 마지막 인터뷰 장면.

[러시아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 "진미, 소년단 입단했는데 이제 자기 인생에서 뭘 기대해요?"]

[리진미/당시 8살/‘태양 아래’ 주인공 : "소년단원이 되면 조직생활을 합니다. 조직생활을 할 때 잘못도 느끼게 되고, 경애하는 대원수님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느껴지게 됩니다."]

조직생활의 의무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 하던 진미가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여덟 살 진미의 눈물은 북한 체제의 속살을 엿볼 기회가 됐다.

여기에 소년단원들이 보여주는 행동들 역시 정치적 행사,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장마당을 통해 외부 정보를 경험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상교육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나라/2006년 조선소년단 입단/2014년 탈북 : "제가 14살에 꽃보다 남자를 처음 봤는데 와, 그냥 쇼킹했어요. 그 정도로 거기서 교복 짧은 교복, 머리 이런 걸 다 따라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노동단련대처럼 화장실 청소도 하고 그랬어요. 그 정도로 다 따라하고 제가 봤을 때 60% 정도는 한류 열풍을 따라가지 않나 싶어요.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노래도 듣고 이러니까 10대 지나서부터 좀 세계관이 트잖아요. 그러니까 애들이 그때서야 한국은 잘 사는 나라구나. 우리가 알던 그런 한국이 아니구나 그런 걸 알게 되는 거죠."]

전문가들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소년단 세대는 물론 어린이들에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집중적인 사상교육을 벌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 효과를 계속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600만대에서 500만대, 600만대로 추산되는 북한의 스마트폰 휴대전화는 정보 확산 체제로 작용을 하고 있거든요. 외부에서 정보가 들어오면 바로 확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만의 어떤 세계관을 또 통치관을 주입을 시키려고 하지만 그러나 지금의 북한의 청년 세대와 소년 세대들은 외부 정보를 누구 보다 빨리 접하는 세대거든요. 그럼 이 간격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죠."]

70년 넘게 북한 청소년들의 생활 조직, 정치조직 역할을 해 온 조선 소년단.

그리고 체제 유지를 위해 그 어느 시대 보다 소년단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김정은 정권.

그러나 이미 외부 정보에 대한 노출이 크고 변화무쌍한 북한의 청소년들이 앞으로 북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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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조직생활 밑바탕 ‘조선 소년단’
    • 입력 2019-06-08 08:13:32
    • 수정2019-06-08 09:18:12
    남북의 창
[앵커]

북한 주민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조직생활을 한다는데요.

이들이 가장 처음 가입하는 조직이 바로‘조선소년단’입니다.

북한 어린이들은 소년단을 통해 처음 정치생활을 시작하고 사상교육과 각종 노동 현장에도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기부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년단.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적으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2년 6월, 평양 김일성 경기장. 4만여 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며 붉은 스카프를 목에 맨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집권 1년차. 권력 기반을 다져가던 김 위원장이 조선소년단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 공개연설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조직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년단원들이 북한의 미래를 이끌 계승자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국무위원장/2012년 6월 : "앞날의 조선은 우리 소년단원들의 것이며 동무들의 모습에 조국의 내일이 비껴(비추어)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조선의 새 세대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으라! (만세! 만세!)"]

그로부터 7년 후. 올해도 북한에선 각 지역별로 학생들의 조선 소년단 입단 행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요람에서 무덤까지’평생동안 조직생활을 하는 북한사회.

그리고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조선소년단’조선 소년단은 어떻게 조직,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냉전시대, 공산권 국가의 소년조직 ‘피오네르’에서 파생된 북한의 ‘조선소년단’1946년 창설된 조선소년단은 만 일곱 살에서 열세 살까지의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학생 ‘정치조직’이다.

김일성 주석은 사망 직전까지도 조선 소년단 창립행사를 챙길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였는데, 여기엔 김 씨 일가의 종신 지배 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단 조선소년단의 목적은 첫 번째는 이데올로기적인 사회주의 체제의 이데올로기 주입. 그다음에 유일독재체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유일독재체제에 대한 어떤 정당화를 내면적으로부터 이데올로기적인 어떤 주입을 통해서 정당화하는 것. 그리고 이제 사실은 조직생활 자체가 큰 틀에서 보면 전체적인 사회 통제의 일환이거든요. 그러니까 소년시기부터 소년단을 통해서 사회 통제망에 들어가는 거죠."]

실제 소년단원들은 학교 수업은 물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상교육을 받는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맡은 역할에 대해 반성하고, 상호 비판을 하는 생활 총화 역시 소년단 시절부터 시작된다.

본격적인 감시 체계가 작동 되는 것이다.

[강나라/2006년 조선소년단 입단/2014년 탈북 : "경애하는 대원수님의 말씀대로 생활하지 못했습니다. 이러면 비판을 쭉 해야 되니까 처음에는 많이 싸워요 그래서 친구들끼리 야, 내가 뭐 잘못 안 했는데 너가 나를 비판해 니가 뭔데..."]

집권 초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비해 지지기반이 약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유난히 소년단을 챙기는 모습을 과시했다.

집권 직후 처음 맞은 소년단 창립일에는 북한 전역의 소년단원을 평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버스와 기차, 비행기까지 동원된 대규모학생 수송.

지방 학생 2만 명이 평양을 찾았고, 당시 상황을 담은 동요까지 등장했다.

[북한 동요 ‘어디에서 왔나요’ : "동무, 동무 어데서 평양에 왔나요. 아름다운 삼지연 마을에서 왔어요. 동무, 동무 평양에 무얼 타고 왔나요. 사랑의 비행기 타고 왔어요."]

소년단원들은 옥류관과 청류관 등 이름난 식당에서 음식을 맛보고,

[김청일/강원도 평강중학교 : "텔레비전에서 옥류관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와서 국수를 먹을 줄 몰랐습니다."]

평양의 각종 유희 시설들도 둘러봤다.

[정혜정/평안북도 태호중학교 : "저는 두메산골인 평안북도 동창군 태호 중학교에서 왔습니다. 우리 고장에는 작은 개울밖에 없는데 이렇게 평양에 와서 바닷물고기도 보고 물개도 보니 정말 좋습니다."]

북한 당국은 당시 행사 전반을 기록영화로 제작, 방영해 김정은 위원장의 아동사랑과 애민정신을 부각시키는 데 활용했다.

[조선소년단 창립기념 종합공연/2012년 : "정말 이 세상이 생겨 그 언제 평범한 노동자, 농민의 아들, 딸들인 우리들을 이렇게 높이 떠받들고 내세운 적 있었습니까."]

이후 두 차례의 소년단 대회를 개최하며 어린 학생들과의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고, 소년단을 위한 야영소의 확대·보수도 지시 한 김정은 위원장.

이 같은 행보는 결국 소년단 세대를 중요 지지기반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위원장은 사실 매우 젊은 세대가 어느날 갑자기 집권을 한 거거든요. 그럼 사실 기성세대 김일성, 김정일 체제에 익숙해 있던 기성세대들에게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는 너무 어렵거든요. 공산주의후비대라고 할 수 있는 소년세대는 사실은 김정은 체제에서 같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세대에 해당하거든요. 아직 이데올로기적인 정형화가 안 된 그런 소년 집단을 핵심적인 이데올로기 주입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지난 2016년 5월, 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7차 노동당대회.

김정은 위원장의 대관식이라 불렸던 이 행사에도 조선 소년단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4천 자가 넘는 찬양글을 한목소리로 암송하는 단원들의 모습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소년단원들의 충성심을 드러내는 대목.

그러나 같은 해 북한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가 개봉 되면서 조선소년단은 아동 인권문제에 직면했다.

소년단의 일원인 어린이들이 철저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사상을 주입받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공개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 "지금 미국 놈들과 괴뢰 놈들은 우리 사회주의 조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우리 공화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고 합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계십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계시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진미의 마지막 인터뷰 장면.

[러시아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 : "진미, 소년단 입단했는데 이제 자기 인생에서 뭘 기대해요?"]

[리진미/당시 8살/‘태양 아래’ 주인공 : "소년단원이 되면 조직생활을 합니다. 조직생활을 할 때 잘못도 느끼게 되고, 경애하는 대원수님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느껴지게 됩니다."]

조직생활의 의무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 하던 진미가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여덟 살 진미의 눈물은 북한 체제의 속살을 엿볼 기회가 됐다.

여기에 소년단원들이 보여주는 행동들 역시 정치적 행사,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장마당을 통해 외부 정보를 경험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상교육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나라/2006년 조선소년단 입단/2014년 탈북 : "제가 14살에 꽃보다 남자를 처음 봤는데 와, 그냥 쇼킹했어요. 그 정도로 거기서 교복 짧은 교복, 머리 이런 걸 다 따라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노동단련대처럼 화장실 청소도 하고 그랬어요. 그 정도로 다 따라하고 제가 봤을 때 60% 정도는 한류 열풍을 따라가지 않나 싶어요.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노래도 듣고 이러니까 10대 지나서부터 좀 세계관이 트잖아요. 그러니까 애들이 그때서야 한국은 잘 사는 나라구나. 우리가 알던 그런 한국이 아니구나 그런 걸 알게 되는 거죠."]

전문가들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소년단 세대는 물론 어린이들에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집중적인 사상교육을 벌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 효과를 계속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600만대에서 500만대, 600만대로 추산되는 북한의 스마트폰 휴대전화는 정보 확산 체제로 작용을 하고 있거든요. 외부에서 정보가 들어오면 바로 확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만의 어떤 세계관을 또 통치관을 주입을 시키려고 하지만 그러나 지금의 북한의 청년 세대와 소년 세대들은 외부 정보를 누구 보다 빨리 접하는 세대거든요. 그럼 이 간격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죠."]

70년 넘게 북한 청소년들의 생활 조직, 정치조직 역할을 해 온 조선 소년단.

그리고 체제 유지를 위해 그 어느 시대 보다 소년단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김정은 정권.

그러나 이미 외부 정보에 대한 노출이 크고 변화무쌍한 북한의 청소년들이 앞으로 북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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