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술독에 빠진 쥐

입력 2019.09.10 (20:35) 수정 2019.09.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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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기현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김지원 앵커는 뉴욕에 가면 꼭 하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요?

네, 그런데, 원치 않더라고 뉴욕에서 꼭 경험하는 것 중 하나가 '지하철에서 고양이 만한 쥐를 보고 놀라는 일'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는데요,

그만큼 뉴욕 지하철의 '쥐'는 악명이 높습니다.

이렇다 보니 뉴욕 시는 최근 쥐를 술독에 빠뜨려 퇴치하는 새로운 '포획 장치'를 선보였습니다.

오늘의 키워드, '술독에 빠진 쥐'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앵커]

술독에 빠뜨려 쥐를 포획한다니 참 신기한데요,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시죠?

[기자]

네, 일단 견과류와 같은 음식물 냄새로 쥐를 유혹하는 것은 일반 덫과 비슷합니다.

지금 보시는 게 바로 그 포획 장치인데요,

쥐가 먹이를 먹기 위해 이 장치 꼭대기에 올라가면 센서가 작동해 바닥이 열리며 쥐는 아래 통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통 안에는 알코올 성분의 물질이 있는데 쥐는 이 물질에 취해 곧바로 정신을 잃고 결국 익사하게 됩니다.

1통으로 최대 80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는데요,

환경오염도 없고 사후처리도 쉽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입니다.

[앤토니 지아퀸토/'포획장치' 업체 관계자 : "쥐들은 안에 들어 있습니다. 냄새도 없고 부패도 없고 박테리아도 퍼지지 않고 아무 것도 없습니다. 쥐들을 치울 때까지 안에 있는 겁니다."]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는 지난 8월부터 시험적으로 포획장치를 운영해 본 결과 한 달 동안 쥐 107마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이 장치의 운영 비용은 한달에 300~4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5~47만 원 수준이라는데요,

브루클린 자치구는 먼저 다섯 곳에 설치한 뒤 효과가 좋으면 설치 지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앵커]

효과가 있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사실 뉴욕의 쥐 문제는 오래전부터 심각하기로 잘 알려져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뉴욕은 18세기부터 도시에 들끓는 '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습니다.

1865년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는 "쥐 박멸을 위해 (동화 속)'피리 부는 사나이'를 고용해야 할 것 같다"는 기사가 실릴 정도였습니다.

지난 2013년에는 뉴욕 지하철 당국이 100만 달러를 들여 음식물에 쥐 피임약을 넣어 출산을 제한해 보려했는데요.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뉴욕 시는 2017년에도 3천 2백만 달러, 우리 돈 380억 원 규모의 해충 박멸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비영리 감시 기구 '오픈 더 북'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 쥐 목격 신고는 총 17,353건으로 4년 전(2014년, 12,617건)보다 38%나 늘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도심의 쥐 문제가 뉴욕 만의 얘기가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시카고 등지에서도 쥐들과 마주치는 일은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 보건당국는 쥐를 질식시키기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쥐구멍 입구에 뿌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좀처럼 쥐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도 최근 심각한 쥐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 시청 건물 안을 촬영한 영상인데, 저렇게 쥐가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이 됐습니다.

특히 시청 건물엔 질병을 옮기는 쥐와 벼룩이 득실거리는 것으로 나타나 시 의회에서 유해동물·해충 박멸 결의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도시도 마찬가지라면서요?

[기자]

네, 일본 도쿄에서도 지난달 한 편의점에서 쥐 여섯 마리가 진열대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습니다.

호주 시드니와 캐나다 밴쿠버 등 세계 유명 도시 식당이나 편의점에서도 쥐가 출몰한 영상들이 SNS에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해 개장한 서울식물원에서는 쥐들이 희귀종 식물을 갉아먹었고요,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최근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쥐 출몰이 이어져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앵커]

물론 과거에도 쥐는 있었긴 했지만 최근 특히 도심에서 쥐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전문가들은 도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 늘어나 쥐도 역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쥐는 1년에 6~7차례에 걸쳐 6~9마리를 출산해 다산의 상징인데,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수명까지 길어진 겁니다.

[마이클 도이치/곤충학자 : "옛날엔 설치류의 계절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겨울이 와서 정말 추워지면 쥐들이 이동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설치류는 일년 내내 활동합니다."]

하지만 도심 속 쥐들과 동거는 여러가지 문제로 불편할 수 밖에 없는데요,

쥐들이 전기선이나 가스관을 갉아서 화재와 가스중독 사고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흑사병이나 유행성 출혈열 등 전염병을 퍼트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최대한 야외에 음식물 쓰레기를 노출시키지 않고, 쥐가 실내에 서식하지 못하도록 건물 틈새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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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술독에 빠진 쥐
    • 입력 2019-09-10 20:38:26
    • 수정2019-09-10 21:01:17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기현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김지원 앵커는 뉴욕에 가면 꼭 하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요?

네, 그런데, 원치 않더라고 뉴욕에서 꼭 경험하는 것 중 하나가 '지하철에서 고양이 만한 쥐를 보고 놀라는 일'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는데요,

그만큼 뉴욕 지하철의 '쥐'는 악명이 높습니다.

이렇다 보니 뉴욕 시는 최근 쥐를 술독에 빠뜨려 퇴치하는 새로운 '포획 장치'를 선보였습니다.

오늘의 키워드, '술독에 빠진 쥐'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앵커]

술독에 빠뜨려 쥐를 포획한다니 참 신기한데요,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자세하게 알려주시죠?

[기자]

네, 일단 견과류와 같은 음식물 냄새로 쥐를 유혹하는 것은 일반 덫과 비슷합니다.

지금 보시는 게 바로 그 포획 장치인데요,

쥐가 먹이를 먹기 위해 이 장치 꼭대기에 올라가면 센서가 작동해 바닥이 열리며 쥐는 아래 통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통 안에는 알코올 성분의 물질이 있는데 쥐는 이 물질에 취해 곧바로 정신을 잃고 결국 익사하게 됩니다.

1통으로 최대 80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는데요,

환경오염도 없고 사후처리도 쉽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입니다.

[앤토니 지아퀸토/'포획장치' 업체 관계자 : "쥐들은 안에 들어 있습니다. 냄새도 없고 부패도 없고 박테리아도 퍼지지 않고 아무 것도 없습니다. 쥐들을 치울 때까지 안에 있는 겁니다."]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는 지난 8월부터 시험적으로 포획장치를 운영해 본 결과 한 달 동안 쥐 107마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이 장치의 운영 비용은 한달에 300~4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5~47만 원 수준이라는데요,

브루클린 자치구는 먼저 다섯 곳에 설치한 뒤 효과가 좋으면 설치 지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앵커]

효과가 있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사실 뉴욕의 쥐 문제는 오래전부터 심각하기로 잘 알려져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뉴욕은 18세기부터 도시에 들끓는 '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습니다.

1865년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는 "쥐 박멸을 위해 (동화 속)'피리 부는 사나이'를 고용해야 할 것 같다"는 기사가 실릴 정도였습니다.

지난 2013년에는 뉴욕 지하철 당국이 100만 달러를 들여 음식물에 쥐 피임약을 넣어 출산을 제한해 보려했는데요.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뉴욕 시는 2017년에도 3천 2백만 달러, 우리 돈 380억 원 규모의 해충 박멸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비영리 감시 기구 '오픈 더 북'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 쥐 목격 신고는 총 17,353건으로 4년 전(2014년, 12,617건)보다 38%나 늘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도심의 쥐 문제가 뉴욕 만의 얘기가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 워싱턴DC, 시카고 등지에서도 쥐들과 마주치는 일은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 보건당국는 쥐를 질식시키기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쥐구멍 입구에 뿌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좀처럼 쥐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도 최근 심각한 쥐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 시청 건물 안을 촬영한 영상인데, 저렇게 쥐가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이 됐습니다.

특히 시청 건물엔 질병을 옮기는 쥐와 벼룩이 득실거리는 것으로 나타나 시 의회에서 유해동물·해충 박멸 결의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도시도 마찬가지라면서요?

[기자]

네, 일본 도쿄에서도 지난달 한 편의점에서 쥐 여섯 마리가 진열대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습니다.

호주 시드니와 캐나다 밴쿠버 등 세계 유명 도시 식당이나 편의점에서도 쥐가 출몰한 영상들이 SNS에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해 개장한 서울식물원에서는 쥐들이 희귀종 식물을 갉아먹었고요,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최근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쥐 출몰이 이어져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앵커]

물론 과거에도 쥐는 있었긴 했지만 최근 특히 도심에서 쥐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전문가들은 도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 늘어나 쥐도 역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쥐는 1년에 6~7차례에 걸쳐 6~9마리를 출산해 다산의 상징인데,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수명까지 길어진 겁니다.

[마이클 도이치/곤충학자 : "옛날엔 설치류의 계절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겨울이 와서 정말 추워지면 쥐들이 이동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설치류는 일년 내내 활동합니다."]

하지만 도심 속 쥐들과 동거는 여러가지 문제로 불편할 수 밖에 없는데요,

쥐들이 전기선이나 가스관을 갉아서 화재와 가스중독 사고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흑사병이나 유행성 출혈열 등 전염병을 퍼트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최대한 야외에 음식물 쓰레기를 노출시키지 않고, 쥐가 실내에 서식하지 못하도록 건물 틈새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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