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트럼프 때리는 ‘익명의 관리들’…‘거짓’인가, ‘양심’인가

입력 2019.11.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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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럼프 저항세력" ... "트럼프는 관제탑의 12살 아이" ... "트럼프는 푸틴 주머니 속에" 익명의 백악관 관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알리겠다며 언론에 쓴 말이다.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트럼프 정부 안에 트럼프 저항세력이 있다'는 내용의 익명 기고문은 하루 만에 조회 수 1,000만을 넘기기도 했다.

트럼프 때리기 선봉에 선 매체가 '익명의 관리' 혹은 '익명의 내부고발자'를 직·간접으로 인용하면, 반 트럼프 성향인 여타 주류 매체가 그 내용을 받아 대서특필하는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지속돼왔다. 급기야 한 내부고발자의 폭로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해 하원의 대통령 탄핵조사로 이어졌다.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온 현직 고위 관리라는 인사는 최근 '경고(A Warning)'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책 '경고'에 대해 "뉴욕타임스 칼럼을 더 자세히 설명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에 대한 '전례 없는 막후 묘사'로 판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된 익명의 관리 폭로나 이들의 말을 듣고 쓴 기사·책 내용이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이가 있다.

트럼프家 2년 지켜본 작가의 '구원 등판'…"익명 소식통 주장은 전부 거짓"

주류 언론과 트위터로 싸우는 트럼프에게 단비와도 같은 우군이 나타난 것이다. 제럴드 포드와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 등 전직 대통령 다섯 명의 인터뷰를 책으로 낸 작가 더그 웨드 씨다. 올해 나이 73살,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연배인 그는 지난 2년 동안 트럼프와 그의 가족을 인터뷰해 왔고 이를 토대로 현지시각 26일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Inside Trump's White House)'를 내놨다.

더크 웨드가 펴낸 저서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 표지더크 웨드가 펴낸 저서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 표지

웨드는 책 출간에 앞서 가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년간 느낀 점을 소상히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인터뷰 내용은 앞서 출간된 '경고'를 염두에 둔 듯한 입장이다. 웨드는 "나 역시 트럼프 백악관에 대한 베스트셀러에서 나온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즐겨 읽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때때로 나는 왜 그 이야기들이 항상 익명의 소식통에게서 나왔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2년 동안 발견한 트럼프와 주변 모습은 "보도됐던 것과 사뭇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관계를 그 예로 제시했다. 그는 "멜라니아와 트럼프는 사이가 틀어진 게 아니라 서로 장난스럽게 놀리는 다정한 연인이었다"고 회상하며 "트럼프와 멜라니아가 소원해졌다는 반복적인 주장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위험지역을 시찰할 때 군 당국이 영부인의 동행을 허락하지 않자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이 위험에 처하면 나도 그 위험을 함께 나누겠다'고 말한 일화도 소개했다.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는 더크 웨드(사진 오른쪽)폭스뉴스와 인터뷰하는 더크 웨드(사진 오른쪽)

웨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발탁한 경위 등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가 완전히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 주고받은 사적인 서신들을 읽게 해줬다. 대통령은 또 누가 러시아 담합 의혹(러시아 스캔들)을 설계했고, 왜 그랬는지에 대한 자신의 주장도 말해줬다"고 전하면서 자신의 책에 대해 "트럼프 세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짜 이야기들은 가짜보다 훨씬 흥미롭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과 좋은 관계' 트럼프 말은 사실일까?…북한을 보는 '두 개의 눈'

폭스뉴스 인터뷰만 보면 더그 웨드는 확실히 트럼프 편이다. 그와 그를 인터뷰한 폭스뉴스가 진짜인지, 익명의 관리가 쓴 기고문과 이를 주요 뉴스로 다루는 다른 주류 언론이 진짜인지, 판단은 독자와 시청자의 몫이다.

웨드는 자신이 '거짓'이라고 한 이야기들에 대해 그 자체가 "꾸며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얼굴 없는 관리의 말이 전파를 탈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짜 뉴스'라고 펄쩍 뛰지만, '관점이나 생각의 차이로 같은 상황이 반대로 묘사된 경우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지난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웨드는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 출간을 앞두고 한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2017년 미국과 북한 간 대립이 극심했을 당시에 대해 "전쟁 위험이 실재했고 그것은 핵전쟁이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핵전쟁에 가까웠던 상황을 반전시키고 함께 역사를 만들기를 원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느냐'는 질문에는 "트럼프는 순진하지 않고 (비핵화가) 힘든 일이란 걸 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이후 협상에 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성과 전략적 고뇌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발언이다. 반면, '경고'의 저자인 익명의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젊은 독재자에게 매료됐다"고 비판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당시) 내부에서는 어리석은 행보로 평가했다. 쇼로 만들기 위해 준비됐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해온 익명의 미국 정부 관리가 발간한 책 ‘경고’ 표지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해온 익명의 미국 정부 관리가 발간한 책 ‘경고’ 표지

똑같이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에 대한 이야기지만 각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말하고 싶은 대로 쓴 것이다. 두 저자의 이야기를 따로 읽은 대중은 북미 정상의 관계와 협상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대중은 실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위주로 사안을 냉철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에게 '반기' 든 관리들…그들은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될 때 망설임 없이 쓴소리할 수 있는 참모가 진짜 참모다. 하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까지 외부에 흘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 소재로 활용되는 상황을 끊임없이 연출한다면 그 행위는 정치의 영역에 해당한다.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의 재임 시절 사진.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임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과 직결된 것이었음을 확인했다.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의 재임 시절 사진.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임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과 직결된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언론이나 책을 통해 내놓은 발언이 '정책에 대한 고언'인지, '정치적 행위'인지 속을 알 수 없는 전·현직 관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유난히 많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 하나같이 북한이나 중동 문제 등 주요 현안에 있어 재임 시절 대통령과 이견을 노출했다. 하지만 이들은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며 재임 기간 있었던 일들을 폭로하고 있다.

[관련 기사] [글로벌 돋보기] ‘리얼리티쇼’?, ‘백악관 장악’?…‘트럼프식 전략’ 통할까?

익명이 아닌 기명 칼럼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관리들도 있다. 트럼프 진영은 퇴임 이후에도 트럼프 비판을 멈추지 않는 이들을 '워싱턴 기득권 세력' 또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 그림자 정부)'의 일원으로 의심한다. '딥 스테이트'라는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도 종종 써왔다.

지난해 초 출간된 ‘화염과 분노’ 표지.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가 트럼프 행정부 전·현직 관계자 200여 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책으로, 백악관 내 권력 암투와 정책 결정 과정을 적나라하게 다뤘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익명의 관리를 인용한 폭로가 줄을 이었다.지난해 초 출간된 ‘화염과 분노’ 표지.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가 트럼프 행정부 전·현직 관계자 200여 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책으로, 백악관 내 권력 암투와 정책 결정 과정을 적나라하게 다뤘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익명의 관리를 인용한 폭로가 줄을 이었다.

더그 웨드는 트럼프의 백악관이 '화염과 분노'라는 말로 대변되는 아수라장 같은 곳으로 묘사돼 온 구조적 원인에 대한 답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로부터 들은 말에서 찾았다. 웨드에 따르면, 쿠슈너는 "백악관 직원은 두 부류가 있다. 트럼프가 세상을 구하는 것을 돕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트럼프로부터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들"이라고 웨드에게 말했다.

[관련 기사] [글로벌 돋보기] ‘국가비상사태’ 카드까지 꺼낸 트럼프…벼랑끝에 선 중국, 백기들까?

폭스뉴스는 "익명의 저자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전·현직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반을 약화하기를 원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워싱턴 정가를 주름잡아 온 세력을 '늪(Swamp)'이라고 부르며 '이들을 청산하겠다'는 구호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에는 국내적으로 '제조업 부활'과 '이민제도 강화', 대외적으로는 '중동 중심주의에서 탈피한 중국 견제'와 '동맹에 대한 방위 분담 확대 요구'를 거침없이 밀어붙여 왔다. 이 과정에서 나라 안팎으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양심 세력'인가, '기득권 세력'인가…증오, 본질을 덮다

"내가 아니었으면 홍콩은 14분 만에 없어졌을 것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홍콩에서 수천 명이 죽었을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면서 한 말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중앙정부로 하여금 홍콩인들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후에서 개입해온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서도 "홍콩 사태를 인도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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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콩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현지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됐다. '나 아니었으면'으로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은 미국 주류 언론이 문제 삼기를 좋아하는 단골 소재다. 공격의 빌미를 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특징에 대해 웨드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별난 성격을 갖고 있지만 큰 사상가"라고 두둔했다. 안타까운 것은 '홍콩 수천 명 ...' 발언 논란처럼 트럼프와 언론의 대결은 사안의 본질을 뒷전으로 밀어버린 경우가 다반사였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탄핵 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말미에 주류 언론을 향해 ‘가짜&부패 뉴스’라고 비난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탄핵 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말미에 주류 언론을 향해 ‘가짜&부패 뉴스’라고 비난하고 있다.

[관련 기사] [글로벌 돋보기] 탄핵을 보는 ‘두개의 눈’…‘正義’인가 ‘政治’인가

자신을 칭찬하는 언론이 거의 없기 때문일까? 트럼프의 연설을 보면 자신의 성과를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취임 전부터 주류 언론과 전쟁 같은 싸움을 지속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을 향한 반응도 거칠어지고 있다. 그는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에 대해 "소위 '고위 행정부 관리'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건 단지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의 다른 거짓 소스인가"라며 기고자의 실체를 의심하면서 "만약 그 배짱 없는 익명의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뉴욕타임스는 국가 안보 목적을 위해 즉시 정부에 익명의 그/그녀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언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위험한 선을 넘어섰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를 도청하고 이후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주도했던 전·현직 관리들을 반역죄로 처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이 이끄는 하원은 이번 크리스마스 전까지 탄핵안 투표를 끝내는 게 목표라고 한다.

폭스뉴스는 익명의 관리가 썼다는 책 '경고'를 소개하면서 "양심과 의무를 다하는 행동으로 보이길 바라는 책"이라고 비꼬았다. 서로를 향해 '늪', '탄핵 대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증오정치 속에서는 트럼프를 비판하는 관리들이 '양심 세력'인지, 쿠슈너가 지적한 대로 '자신들의 세상을 지키려는 자들'인지 알 길이 없다. 진실은 오직 그들 자신만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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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7 09: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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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럼프 저항세력" ... "트럼프는 관제탑의 12살 아이" ... "트럼프는 푸틴 주머니 속에" 익명의 백악관 관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알리겠다며 언론에 쓴 말이다.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트럼프 정부 안에 트럼프 저항세력이 있다'는 내용의 익명 기고문은 하루 만에 조회 수 1,000만을 넘기기도 했다.

트럼프 때리기 선봉에 선 매체가 '익명의 관리' 혹은 '익명의 내부고발자'를 직·간접으로 인용하면, 반 트럼프 성향인 여타 주류 매체가 그 내용을 받아 대서특필하는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지속돼왔다. 급기야 한 내부고발자의 폭로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해 하원의 대통령 탄핵조사로 이어졌다.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온 현직 고위 관리라는 인사는 최근 '경고(A Warning)'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책 '경고'에 대해 "뉴욕타임스 칼럼을 더 자세히 설명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에 대한 '전례 없는 막후 묘사'로 판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된 익명의 관리 폭로나 이들의 말을 듣고 쓴 기사·책 내용이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이가 있다.

트럼프家 2년 지켜본 작가의 '구원 등판'…"익명 소식통 주장은 전부 거짓"

주류 언론과 트위터로 싸우는 트럼프에게 단비와도 같은 우군이 나타난 것이다. 제럴드 포드와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 등 전직 대통령 다섯 명의 인터뷰를 책으로 낸 작가 더그 웨드 씨다. 올해 나이 73살,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연배인 그는 지난 2년 동안 트럼프와 그의 가족을 인터뷰해 왔고 이를 토대로 현지시각 26일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Inside Trump's White House)'를 내놨다.

더크 웨드가 펴낸 저서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 표지
웨드는 책 출간에 앞서 가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년간 느낀 점을 소상히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인터뷰 내용은 앞서 출간된 '경고'를 염두에 둔 듯한 입장이다. 웨드는 "나 역시 트럼프 백악관에 대한 베스트셀러에서 나온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즐겨 읽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때때로 나는 왜 그 이야기들이 항상 익명의 소식통에게서 나왔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2년 동안 발견한 트럼프와 주변 모습은 "보도됐던 것과 사뭇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관계를 그 예로 제시했다. 그는 "멜라니아와 트럼프는 사이가 틀어진 게 아니라 서로 장난스럽게 놀리는 다정한 연인이었다"고 회상하며 "트럼프와 멜라니아가 소원해졌다는 반복적인 주장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위험지역을 시찰할 때 군 당국이 영부인의 동행을 허락하지 않자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이 위험에 처하면 나도 그 위험을 함께 나누겠다'고 말한 일화도 소개했다.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는 더크 웨드(사진 오른쪽)
웨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발탁한 경위 등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가 완전히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 주고받은 사적인 서신들을 읽게 해줬다. 대통령은 또 누가 러시아 담합 의혹(러시아 스캔들)을 설계했고, 왜 그랬는지에 대한 자신의 주장도 말해줬다"고 전하면서 자신의 책에 대해 "트럼프 세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짜 이야기들은 가짜보다 훨씬 흥미롭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과 좋은 관계' 트럼프 말은 사실일까?…북한을 보는 '두 개의 눈'

폭스뉴스 인터뷰만 보면 더그 웨드는 확실히 트럼프 편이다. 그와 그를 인터뷰한 폭스뉴스가 진짜인지, 익명의 관리가 쓴 기고문과 이를 주요 뉴스로 다루는 다른 주류 언론이 진짜인지, 판단은 독자와 시청자의 몫이다.

웨드는 자신이 '거짓'이라고 한 이야기들에 대해 그 자체가 "꾸며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얼굴 없는 관리의 말이 전파를 탈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짜 뉴스'라고 펄쩍 뛰지만, '관점이나 생각의 차이로 같은 상황이 반대로 묘사된 경우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웨드는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 출간을 앞두고 한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2017년 미국과 북한 간 대립이 극심했을 당시에 대해 "전쟁 위험이 실재했고 그것은 핵전쟁이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핵전쟁에 가까웠던 상황을 반전시키고 함께 역사를 만들기를 원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느냐'는 질문에는 "트럼프는 순진하지 않고 (비핵화가) 힘든 일이란 걸 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이후 협상에 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성과 전략적 고뇌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발언이다. 반면, '경고'의 저자인 익명의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젊은 독재자에게 매료됐다"고 비판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당시) 내부에서는 어리석은 행보로 평가했다. 쇼로 만들기 위해 준비됐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해온 익명의 미국 정부 관리가 발간한 책 ‘경고’ 표지
똑같이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에 대한 이야기지만 각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말하고 싶은 대로 쓴 것이다. 두 저자의 이야기를 따로 읽은 대중은 북미 정상의 관계와 협상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대중은 실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위주로 사안을 냉철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에게 '반기' 든 관리들…그들은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될 때 망설임 없이 쓴소리할 수 있는 참모가 진짜 참모다. 하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까지 외부에 흘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 소재로 활용되는 상황을 끊임없이 연출한다면 그 행위는 정치의 영역에 해당한다.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의 재임 시절 사진.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임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과 직결된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언론이나 책을 통해 내놓은 발언이 '정책에 대한 고언'인지, '정치적 행위'인지 속을 알 수 없는 전·현직 관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유난히 많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 하나같이 북한이나 중동 문제 등 주요 현안에 있어 재임 시절 대통령과 이견을 노출했다. 하지만 이들은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며 재임 기간 있었던 일들을 폭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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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이 아닌 기명 칼럼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관리들도 있다. 트럼프 진영은 퇴임 이후에도 트럼프 비판을 멈추지 않는 이들을 '워싱턴 기득권 세력' 또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 그림자 정부)'의 일원으로 의심한다. '딥 스테이트'라는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도 종종 써왔다.

지난해 초 출간된 ‘화염과 분노’ 표지.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가 트럼프 행정부 전·현직 관계자 200여 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책으로, 백악관 내 권력 암투와 정책 결정 과정을 적나라하게 다뤘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익명의 관리를 인용한 폭로가 줄을 이었다.
더그 웨드는 트럼프의 백악관이 '화염과 분노'라는 말로 대변되는 아수라장 같은 곳으로 묘사돼 온 구조적 원인에 대한 답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로부터 들은 말에서 찾았다. 웨드에 따르면, 쿠슈너는 "백악관 직원은 두 부류가 있다. 트럼프가 세상을 구하는 것을 돕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트럼프로부터 세상을 구하려는 사람들"이라고 웨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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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는 "익명의 저자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전·현직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반을 약화하기를 원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워싱턴 정가를 주름잡아 온 세력을 '늪(Swamp)'이라고 부르며 '이들을 청산하겠다'는 구호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에는 국내적으로 '제조업 부활'과 '이민제도 강화', 대외적으로는 '중동 중심주의에서 탈피한 중국 견제'와 '동맹에 대한 방위 분담 확대 요구'를 거침없이 밀어붙여 왔다. 이 과정에서 나라 안팎으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양심 세력'인가, '기득권 세력'인가…증오, 본질을 덮다

"내가 아니었으면 홍콩은 14분 만에 없어졌을 것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홍콩에서 수천 명이 죽었을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면서 한 말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중앙정부로 하여금 홍콩인들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후에서 개입해온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서도 "홍콩 사태를 인도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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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콩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현지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됐다. '나 아니었으면'으로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은 미국 주류 언론이 문제 삼기를 좋아하는 단골 소재다. 공격의 빌미를 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특징에 대해 웨드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별난 성격을 갖고 있지만 큰 사상가"라고 두둔했다. 안타까운 것은 '홍콩 수천 명 ...' 발언 논란처럼 트럼프와 언론의 대결은 사안의 본질을 뒷전으로 밀어버린 경우가 다반사였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탄핵 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말미에 주류 언론을 향해 ‘가짜&부패 뉴스’라고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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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칭찬하는 언론이 거의 없기 때문일까? 트럼프의 연설을 보면 자신의 성과를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취임 전부터 주류 언론과 전쟁 같은 싸움을 지속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을 향한 반응도 거칠어지고 있다. 그는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에 대해 "소위 '고위 행정부 관리'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건 단지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의 다른 거짓 소스인가"라며 기고자의 실체를 의심하면서 "만약 그 배짱 없는 익명의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뉴욕타임스는 국가 안보 목적을 위해 즉시 정부에 익명의 그/그녀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언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위험한 선을 넘어섰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를 도청하고 이후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주도했던 전·현직 관리들을 반역죄로 처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이 이끄는 하원은 이번 크리스마스 전까지 탄핵안 투표를 끝내는 게 목표라고 한다.

폭스뉴스는 익명의 관리가 썼다는 책 '경고'를 소개하면서 "양심과 의무를 다하는 행동으로 보이길 바라는 책"이라고 비꼬았다. 서로를 향해 '늪', '탄핵 대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증오정치 속에서는 트럼프를 비판하는 관리들이 '양심 세력'인지, 쿠슈너가 지적한 대로 '자신들의 세상을 지키려는 자들'인지 알 길이 없다. 진실은 오직 그들 자신만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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