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변화하는 대외 선전…SNS 적극 활용
입력 2020.05.16 (08:07)
수정 2020.05.18 (11: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자신을 평양의 은아라고 소개하는 여성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도해서 영상을 올린 건지는 분명치 않지만, 북한 내부를 소개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 여론에 대응하는 모습은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로 봐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북한의 대외선전물들을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녹음 부스 안, 헤드폰을 착용한 여성이 녹음 준비에 한창이다. 곧 이어지는 여성의 노래,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 : "나무야, 시내가의 푸른 버드나무야. 너 어이, 그 머리를 들 줄 모르느냐."]
지난 2018년, 남북 평화 협력 기원공연에서 우리 측 가수가 불러 화제가 된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다.
여성은 자신이 이 노래를 부른 이유도 직접 전했다.
["모두가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서로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공동의 적인 코로나19에 대항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당신을 위해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북한 노래를 부르고, 코로나19 사태 속 세계의 안녕과 공동대응을 이야기 하는 여성. 이 영상은 온라인 사회관계망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에코 디피알케이. 북한의 메아리라는 계정의 명칭과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들로 봤을 때 북한 당국과 밀접한 영향이 있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의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왜냐하면 다루는 내용 자체가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내용들이고 그리고 외부의 소식을 들어야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거고요."]
실제 해당 계정이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북한측 대응 영상이 실리면서 부터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2월 29일) : "코로나19의 위험이 확인되자마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즉시 매우 결정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취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주요 원인인 중국과 인접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에 한 사람도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계정은 해당 영상의 촬영 시기를 지난 2월 26일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논의를 위해 세계보건기구와 WHO 북한 대표부가 회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마이클 라이언 / WHO 긴급대응팀장 : 지금까지 북한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특별한 징후나 보고는 없지만 북한 정부가 매우 우려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방역 대책 지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자국내 코로나19 발병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국제 여론은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해당 계정이 은아라는 여성을 등장 시켜 북한의 코로나19 예방 모습은 물론, 평양 시내 곳곳의 모습을 전한 것이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2월 29일) : "평양과 다른 도시의 생활은 조심스럽지만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상황이 어려울지라도 상품과 식료품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이후 계정은 코로나19에 대한 북한 입장을 본격적으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가감이 없었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3월 24일) : "현재 전 세계가 (북한에 대해서) 놀라움과 불신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그 위협(바이러스)이 우리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대한 노골적인 충성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3월 24일) : "우리의 경애하는 원수님과 사회주의 체제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행운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단순히 이 계정이 전달하는 내용만 살필 게 아니라, 전달 방법과 구성형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외 선전물 제작 방식에서 북한 체제와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남측이나 미국 혹은 해외에서 나오는 북한에 대한 어떤 태도나 일들에 대해서 즉각 즉각 반응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상당히 서구적이고 부드럽고 유연한 접근을 통해서 언뜻 보면 우리 쪽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어떤 그런 형식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이 항상 늘 선전의 효과라는 것을 관심 갖고 있었어요.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마찬가지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달라진 거라고 본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요즘 세계사적 조류, 정보화라든지 글로벌 라이제이션이라든지 이런 세계사적인 환경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 북한 내부 소식이나 대외적 공식 입장은 관영 매체, 또는 대외 선전 사이트를 통해 전달됐다. 매체의 특성상 일방적이고 딱딱한 형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여러 SNS 계정들이 생겨나긴 했지만 이 역시 기존 영상들을 올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 북한의 대외 선전물로 추정되는 이 계정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영상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Echo DPRK' 계정 (4월 25일) : "안녕하세요. 오늘은 4월 24일입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최근 한 언론이 북한 경제에 대해 보도를 했습니다."]
지난달, 평양 사재기설에 대한 외신 보도가 나오자 계정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것도 북한 주민들의 입을 통한 반박이었다.
["(요새 물가가 비싸졌습니까?) 아뇨. 별로 모르겠습니다."]
["(요새 상품이 비싸졌습니까?) 글쎄요. 요새 여전히 대동강 과수농장 제품은 오히려 조금 떨어졌던데요."]
["(상점에 물건이 모자랍니까?)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순환이 빨라서 잘나가는 상품도 있고 안 나가는 상품도 있는데 그렇다고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계정은 해당 외신 보도를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라 못 박았다.
['Echo DPRK' 계정 (4월 25일) : "가짜 뉴스는 코로나19와의 치열한 전투 중인 우리의 시간에서 절대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북한 주민들 생활상이나 북한산 생필품을 소개하는 등, 비교적 정치적 색깔이 옅은 주제로 거부감을 낮추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옛날에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우리 식으로 보면 거의 먹방 같은 것들도 많이 하고 있고요. 전체적으로 선전선동의 큰 방향성 이런 것들이 좀 더 연성화되고 소프트화 되고 조금 더 사람들한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걸로 개조하고 있는 큰 흐름 속에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 지금 말씀드리는 건 대외적인 매체인데 역시 마찬가지 큰 흐름은 거기서 맞닿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10일) : "안녕! 퇴근길에 맛있는 거 사러 대성백화점에 왔습니다."]
‘은아’라는 여성이 처음 등장한 영상도 평양의 백화점 식품매장 탐방이었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10일) : "와! 맛있겠다. 초콜릿 과자."]
["요건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밥 먹고."]
계정은 북한 조선중앙TV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상품들을 설명까지 곁들여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경흥이 김치라면이 맛있고 해물라면은 아직 못 먹어봤습니다."]
또 여성이 평양 내 유원지를 방문해 놀이기구를 타며 무서워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노출시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22일) : "아, 눈물 나올라 그래. 눈물 나옵니다."]
그야말로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북한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 위원장 체제의 특징 중에 하나는 보통 국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김정은 체제에서는 정권의 독재적인 경향과 다르게 여러 면에서 정상국가를 지향하려고 하는 움직임들은 나타나고 있고 선전선동 방식도 역시 그런 일반적인 기준 국제적인 보편적인 기준을 따르려고 하는 그런 형식을 따르려는 움직임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물론 북한이 그 어느 국가보다 폐쇄적이고 통제된 사회인만큼 출연한 진행자도 인터뷰에 응하는 주민들도 북한 당국이 모두 선정한 인물들일 가능성이 높다.
어떠한 매체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SNS 계정인 만큼 대내외적인 영향력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물론 거기서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무작위로 한 건 아닐 거 같고요. 거기서도 거기 오신 분 중에서도 얘기를 해본다든지 이렇게 테스트해서 어떤 내용을 부탁을 한다든지 이럴 가능성은 있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반응 같은 것도 볼 수가 있습니다.
말하는 패턴이라든지 하다못해 이거는 비주얼 한 게 많이 가기 때문에 옷 입는 거라든지 행동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북한의 변화하는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역시 계정에 게시된 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기 제작영상에선 촬영을 하는 진행자나 인터뷰 하는 주민을 궁금해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면, 최근엔 촬영 여부를 떠나 자신의 관심에 따라 행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또 아나운서의 목소리나 배경 음악으로 철저하게 차단됐던 현장음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Echo DPRK' 계정 (2월 21일) : "따뜻합니다."]
["너무 좋아서 나갈 생각 없습니다."]
나아가 계정은 다양한 진행자가 등장해 체험의 종류는 물론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양화시키고,
['Echo DPRK' 계정 (3월 17일) :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이 꼬마도 내가 올 때마다 보는 꼬마입니다. 오늘은 또 무엇을 샀나요? (이거 우유과자요.) 아, 그랬어요?"]
진행자의 특화된 분야를 부각시켜 최근 경향도 읽어 내려는 모습이다.
['Echo DPRK' 계정 (5월 12일) : "국물이 정말 답니다."]
매일 매일 새롭게 제공되고 있는 북한 선전영상물들.
앞으로 이러한 영상물들은 SNS 계정들을 통해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향후에는 은아 말고도 또 다른 계정들이 또 나타날 수 있어요. 왜냐면 은아라는 계정을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이게 많아야 되거든요 다른. 북한 체제나 김정은 체제의 위기가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이런 활동 더 늘어나겠죠. 그다음 더 복수의 다수의 채널들로 넓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기존의 어떤 매체보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상세하게 북한 내부를 전달하고 있는 SNS 계정들.
이들이 북한 당국이 기획한 선전물이라고 해도 바깥 세계에서 북한의 입장과 내부 사회를 들여다볼 주요 통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자신을 평양의 은아라고 소개하는 여성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도해서 영상을 올린 건지는 분명치 않지만, 북한 내부를 소개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 여론에 대응하는 모습은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로 봐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북한의 대외선전물들을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녹음 부스 안, 헤드폰을 착용한 여성이 녹음 준비에 한창이다. 곧 이어지는 여성의 노래,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 : "나무야, 시내가의 푸른 버드나무야. 너 어이, 그 머리를 들 줄 모르느냐."]
지난 2018년, 남북 평화 협력 기원공연에서 우리 측 가수가 불러 화제가 된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다.
여성은 자신이 이 노래를 부른 이유도 직접 전했다.
["모두가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서로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공동의 적인 코로나19에 대항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당신을 위해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북한 노래를 부르고, 코로나19 사태 속 세계의 안녕과 공동대응을 이야기 하는 여성. 이 영상은 온라인 사회관계망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에코 디피알케이. 북한의 메아리라는 계정의 명칭과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들로 봤을 때 북한 당국과 밀접한 영향이 있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의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왜냐하면 다루는 내용 자체가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내용들이고 그리고 외부의 소식을 들어야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거고요."]
실제 해당 계정이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북한측 대응 영상이 실리면서 부터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2월 29일) : "코로나19의 위험이 확인되자마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즉시 매우 결정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취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주요 원인인 중국과 인접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에 한 사람도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계정은 해당 영상의 촬영 시기를 지난 2월 26일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논의를 위해 세계보건기구와 WHO 북한 대표부가 회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마이클 라이언 / WHO 긴급대응팀장 : 지금까지 북한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특별한 징후나 보고는 없지만 북한 정부가 매우 우려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방역 대책 지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자국내 코로나19 발병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국제 여론은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해당 계정이 은아라는 여성을 등장 시켜 북한의 코로나19 예방 모습은 물론, 평양 시내 곳곳의 모습을 전한 것이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2월 29일) : "평양과 다른 도시의 생활은 조심스럽지만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상황이 어려울지라도 상품과 식료품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이후 계정은 코로나19에 대한 북한 입장을 본격적으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가감이 없었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3월 24일) : "현재 전 세계가 (북한에 대해서) 놀라움과 불신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그 위협(바이러스)이 우리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대한 노골적인 충성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3월 24일) : "우리의 경애하는 원수님과 사회주의 체제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행운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단순히 이 계정이 전달하는 내용만 살필 게 아니라, 전달 방법과 구성형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외 선전물 제작 방식에서 북한 체제와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남측이나 미국 혹은 해외에서 나오는 북한에 대한 어떤 태도나 일들에 대해서 즉각 즉각 반응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상당히 서구적이고 부드럽고 유연한 접근을 통해서 언뜻 보면 우리 쪽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어떤 그런 형식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이 항상 늘 선전의 효과라는 것을 관심 갖고 있었어요.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마찬가지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달라진 거라고 본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요즘 세계사적 조류, 정보화라든지 글로벌 라이제이션이라든지 이런 세계사적인 환경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 북한 내부 소식이나 대외적 공식 입장은 관영 매체, 또는 대외 선전 사이트를 통해 전달됐다. 매체의 특성상 일방적이고 딱딱한 형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여러 SNS 계정들이 생겨나긴 했지만 이 역시 기존 영상들을 올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 북한의 대외 선전물로 추정되는 이 계정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영상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Echo DPRK' 계정 (4월 25일) : "안녕하세요. 오늘은 4월 24일입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최근 한 언론이 북한 경제에 대해 보도를 했습니다."]
지난달, 평양 사재기설에 대한 외신 보도가 나오자 계정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것도 북한 주민들의 입을 통한 반박이었다.
["(요새 물가가 비싸졌습니까?) 아뇨. 별로 모르겠습니다."]
["(요새 상품이 비싸졌습니까?) 글쎄요. 요새 여전히 대동강 과수농장 제품은 오히려 조금 떨어졌던데요."]
["(상점에 물건이 모자랍니까?)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순환이 빨라서 잘나가는 상품도 있고 안 나가는 상품도 있는데 그렇다고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계정은 해당 외신 보도를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라 못 박았다.
['Echo DPRK' 계정 (4월 25일) : "가짜 뉴스는 코로나19와의 치열한 전투 중인 우리의 시간에서 절대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북한 주민들 생활상이나 북한산 생필품을 소개하는 등, 비교적 정치적 색깔이 옅은 주제로 거부감을 낮추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옛날에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우리 식으로 보면 거의 먹방 같은 것들도 많이 하고 있고요. 전체적으로 선전선동의 큰 방향성 이런 것들이 좀 더 연성화되고 소프트화 되고 조금 더 사람들한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걸로 개조하고 있는 큰 흐름 속에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 지금 말씀드리는 건 대외적인 매체인데 역시 마찬가지 큰 흐름은 거기서 맞닿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10일) : "안녕! 퇴근길에 맛있는 거 사러 대성백화점에 왔습니다."]
‘은아’라는 여성이 처음 등장한 영상도 평양의 백화점 식품매장 탐방이었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10일) : "와! 맛있겠다. 초콜릿 과자."]
["요건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밥 먹고."]
계정은 북한 조선중앙TV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상품들을 설명까지 곁들여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경흥이 김치라면이 맛있고 해물라면은 아직 못 먹어봤습니다."]
또 여성이 평양 내 유원지를 방문해 놀이기구를 타며 무서워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노출시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22일) : "아, 눈물 나올라 그래. 눈물 나옵니다."]
그야말로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북한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 위원장 체제의 특징 중에 하나는 보통 국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김정은 체제에서는 정권의 독재적인 경향과 다르게 여러 면에서 정상국가를 지향하려고 하는 움직임들은 나타나고 있고 선전선동 방식도 역시 그런 일반적인 기준 국제적인 보편적인 기준을 따르려고 하는 그런 형식을 따르려는 움직임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물론 북한이 그 어느 국가보다 폐쇄적이고 통제된 사회인만큼 출연한 진행자도 인터뷰에 응하는 주민들도 북한 당국이 모두 선정한 인물들일 가능성이 높다.
어떠한 매체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SNS 계정인 만큼 대내외적인 영향력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물론 거기서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무작위로 한 건 아닐 거 같고요. 거기서도 거기 오신 분 중에서도 얘기를 해본다든지 이렇게 테스트해서 어떤 내용을 부탁을 한다든지 이럴 가능성은 있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반응 같은 것도 볼 수가 있습니다.
말하는 패턴이라든지 하다못해 이거는 비주얼 한 게 많이 가기 때문에 옷 입는 거라든지 행동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북한의 변화하는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역시 계정에 게시된 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기 제작영상에선 촬영을 하는 진행자나 인터뷰 하는 주민을 궁금해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면, 최근엔 촬영 여부를 떠나 자신의 관심에 따라 행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또 아나운서의 목소리나 배경 음악으로 철저하게 차단됐던 현장음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Echo DPRK' 계정 (2월 21일) : "따뜻합니다."]
["너무 좋아서 나갈 생각 없습니다."]
나아가 계정은 다양한 진행자가 등장해 체험의 종류는 물론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양화시키고,
['Echo DPRK' 계정 (3월 17일) :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이 꼬마도 내가 올 때마다 보는 꼬마입니다. 오늘은 또 무엇을 샀나요? (이거 우유과자요.) 아, 그랬어요?"]
진행자의 특화된 분야를 부각시켜 최근 경향도 읽어 내려는 모습이다.
['Echo DPRK' 계정 (5월 12일) : "국물이 정말 답니다."]
매일 매일 새롭게 제공되고 있는 북한 선전영상물들.
앞으로 이러한 영상물들은 SNS 계정들을 통해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향후에는 은아 말고도 또 다른 계정들이 또 나타날 수 있어요. 왜냐면 은아라는 계정을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이게 많아야 되거든요 다른. 북한 체제나 김정은 체제의 위기가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이런 활동 더 늘어나겠죠. 그다음 더 복수의 다수의 채널들로 넓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기존의 어떤 매체보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상세하게 북한 내부를 전달하고 있는 SNS 계정들.
이들이 북한 당국이 기획한 선전물이라고 해도 바깥 세계에서 북한의 입장과 내부 사회를 들여다볼 주요 통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변화하는 대외 선전…SNS 적극 활용
-
- 입력 2020-05-16 08:10:20
- 수정2020-05-18 11:09:16
[앵커]
최근 자신을 평양의 은아라고 소개하는 여성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도해서 영상을 올린 건지는 분명치 않지만, 북한 내부를 소개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 여론에 대응하는 모습은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로 봐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북한의 대외선전물들을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녹음 부스 안, 헤드폰을 착용한 여성이 녹음 준비에 한창이다. 곧 이어지는 여성의 노래,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 : "나무야, 시내가의 푸른 버드나무야. 너 어이, 그 머리를 들 줄 모르느냐."]
지난 2018년, 남북 평화 협력 기원공연에서 우리 측 가수가 불러 화제가 된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다.
여성은 자신이 이 노래를 부른 이유도 직접 전했다.
["모두가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서로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공동의 적인 코로나19에 대항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당신을 위해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북한 노래를 부르고, 코로나19 사태 속 세계의 안녕과 공동대응을 이야기 하는 여성. 이 영상은 온라인 사회관계망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에코 디피알케이. 북한의 메아리라는 계정의 명칭과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들로 봤을 때 북한 당국과 밀접한 영향이 있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의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왜냐하면 다루는 내용 자체가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내용들이고 그리고 외부의 소식을 들어야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거고요."]
실제 해당 계정이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북한측 대응 영상이 실리면서 부터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2월 29일) : "코로나19의 위험이 확인되자마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즉시 매우 결정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취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주요 원인인 중국과 인접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에 한 사람도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계정은 해당 영상의 촬영 시기를 지난 2월 26일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논의를 위해 세계보건기구와 WHO 북한 대표부가 회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마이클 라이언 / WHO 긴급대응팀장 : 지금까지 북한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특별한 징후나 보고는 없지만 북한 정부가 매우 우려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방역 대책 지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자국내 코로나19 발병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국제 여론은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해당 계정이 은아라는 여성을 등장 시켜 북한의 코로나19 예방 모습은 물론, 평양 시내 곳곳의 모습을 전한 것이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2월 29일) : "평양과 다른 도시의 생활은 조심스럽지만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상황이 어려울지라도 상품과 식료품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이후 계정은 코로나19에 대한 북한 입장을 본격적으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가감이 없었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3월 24일) : "현재 전 세계가 (북한에 대해서) 놀라움과 불신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그 위협(바이러스)이 우리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대한 노골적인 충성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3월 24일) : "우리의 경애하는 원수님과 사회주의 체제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행운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단순히 이 계정이 전달하는 내용만 살필 게 아니라, 전달 방법과 구성형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외 선전물 제작 방식에서 북한 체제와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남측이나 미국 혹은 해외에서 나오는 북한에 대한 어떤 태도나 일들에 대해서 즉각 즉각 반응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상당히 서구적이고 부드럽고 유연한 접근을 통해서 언뜻 보면 우리 쪽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어떤 그런 형식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이 항상 늘 선전의 효과라는 것을 관심 갖고 있었어요.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마찬가지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달라진 거라고 본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요즘 세계사적 조류, 정보화라든지 글로벌 라이제이션이라든지 이런 세계사적인 환경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 북한 내부 소식이나 대외적 공식 입장은 관영 매체, 또는 대외 선전 사이트를 통해 전달됐다. 매체의 특성상 일방적이고 딱딱한 형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여러 SNS 계정들이 생겨나긴 했지만 이 역시 기존 영상들을 올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 북한의 대외 선전물로 추정되는 이 계정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영상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Echo DPRK' 계정 (4월 25일) : "안녕하세요. 오늘은 4월 24일입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최근 한 언론이 북한 경제에 대해 보도를 했습니다."]
지난달, 평양 사재기설에 대한 외신 보도가 나오자 계정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것도 북한 주민들의 입을 통한 반박이었다.
["(요새 물가가 비싸졌습니까?) 아뇨. 별로 모르겠습니다."]
["(요새 상품이 비싸졌습니까?) 글쎄요. 요새 여전히 대동강 과수농장 제품은 오히려 조금 떨어졌던데요."]
["(상점에 물건이 모자랍니까?)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순환이 빨라서 잘나가는 상품도 있고 안 나가는 상품도 있는데 그렇다고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계정은 해당 외신 보도를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라 못 박았다.
['Echo DPRK' 계정 (4월 25일) : "가짜 뉴스는 코로나19와의 치열한 전투 중인 우리의 시간에서 절대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북한 주민들 생활상이나 북한산 생필품을 소개하는 등, 비교적 정치적 색깔이 옅은 주제로 거부감을 낮추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옛날에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우리 식으로 보면 거의 먹방 같은 것들도 많이 하고 있고요. 전체적으로 선전선동의 큰 방향성 이런 것들이 좀 더 연성화되고 소프트화 되고 조금 더 사람들한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걸로 개조하고 있는 큰 흐름 속에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 지금 말씀드리는 건 대외적인 매체인데 역시 마찬가지 큰 흐름은 거기서 맞닿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10일) : "안녕! 퇴근길에 맛있는 거 사러 대성백화점에 왔습니다."]
‘은아’라는 여성이 처음 등장한 영상도 평양의 백화점 식품매장 탐방이었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10일) : "와! 맛있겠다. 초콜릿 과자."]
["요건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밥 먹고."]
계정은 북한 조선중앙TV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상품들을 설명까지 곁들여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경흥이 김치라면이 맛있고 해물라면은 아직 못 먹어봤습니다."]
또 여성이 평양 내 유원지를 방문해 놀이기구를 타며 무서워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노출시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22일) : "아, 눈물 나올라 그래. 눈물 나옵니다."]
그야말로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북한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 위원장 체제의 특징 중에 하나는 보통 국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김정은 체제에서는 정권의 독재적인 경향과 다르게 여러 면에서 정상국가를 지향하려고 하는 움직임들은 나타나고 있고 선전선동 방식도 역시 그런 일반적인 기준 국제적인 보편적인 기준을 따르려고 하는 그런 형식을 따르려는 움직임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물론 북한이 그 어느 국가보다 폐쇄적이고 통제된 사회인만큼 출연한 진행자도 인터뷰에 응하는 주민들도 북한 당국이 모두 선정한 인물들일 가능성이 높다.
어떠한 매체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SNS 계정인 만큼 대내외적인 영향력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물론 거기서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무작위로 한 건 아닐 거 같고요. 거기서도 거기 오신 분 중에서도 얘기를 해본다든지 이렇게 테스트해서 어떤 내용을 부탁을 한다든지 이럴 가능성은 있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반응 같은 것도 볼 수가 있습니다.
말하는 패턴이라든지 하다못해 이거는 비주얼 한 게 많이 가기 때문에 옷 입는 거라든지 행동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북한의 변화하는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역시 계정에 게시된 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기 제작영상에선 촬영을 하는 진행자나 인터뷰 하는 주민을 궁금해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면, 최근엔 촬영 여부를 떠나 자신의 관심에 따라 행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또 아나운서의 목소리나 배경 음악으로 철저하게 차단됐던 현장음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Echo DPRK' 계정 (2월 21일) : "따뜻합니다."]
["너무 좋아서 나갈 생각 없습니다."]
나아가 계정은 다양한 진행자가 등장해 체험의 종류는 물론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양화시키고,
['Echo DPRK' 계정 (3월 17일) :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이 꼬마도 내가 올 때마다 보는 꼬마입니다. 오늘은 또 무엇을 샀나요? (이거 우유과자요.) 아, 그랬어요?"]
진행자의 특화된 분야를 부각시켜 최근 경향도 읽어 내려는 모습이다.
['Echo DPRK' 계정 (5월 12일) : "국물이 정말 답니다."]
매일 매일 새롭게 제공되고 있는 북한 선전영상물들.
앞으로 이러한 영상물들은 SNS 계정들을 통해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향후에는 은아 말고도 또 다른 계정들이 또 나타날 수 있어요. 왜냐면 은아라는 계정을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이게 많아야 되거든요 다른. 북한 체제나 김정은 체제의 위기가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이런 활동 더 늘어나겠죠. 그다음 더 복수의 다수의 채널들로 넓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기존의 어떤 매체보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상세하게 북한 내부를 전달하고 있는 SNS 계정들.
이들이 북한 당국이 기획한 선전물이라고 해도 바깥 세계에서 북한의 입장과 내부 사회를 들여다볼 주요 통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자신을 평양의 은아라고 소개하는 여성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도해서 영상을 올린 건지는 분명치 않지만, 북한 내부를 소개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 여론에 대응하는 모습은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로 봐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북한의 대외선전물들을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녹음 부스 안, 헤드폰을 착용한 여성이 녹음 준비에 한창이다. 곧 이어지는 여성의 노래,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 : "나무야, 시내가의 푸른 버드나무야. 너 어이, 그 머리를 들 줄 모르느냐."]
지난 2018년, 남북 평화 협력 기원공연에서 우리 측 가수가 불러 화제가 된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다.
여성은 자신이 이 노래를 부른 이유도 직접 전했다.
["모두가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서로를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대신 공동의 적인 코로나19에 대항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당신을 위해 노래를 준비했습니다."]
북한 노래를 부르고, 코로나19 사태 속 세계의 안녕과 공동대응을 이야기 하는 여성. 이 영상은 온라인 사회관계망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에코 디피알케이. 북한의 메아리라는 계정의 명칭과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들로 봤을 때 북한 당국과 밀접한 영향이 있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의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왜냐하면 다루는 내용 자체가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내용들이고 그리고 외부의 소식을 들어야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거고요."]
실제 해당 계정이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북한측 대응 영상이 실리면서 부터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2월 29일) : "코로나19의 위험이 확인되자마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즉시 매우 결정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취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주요 원인인 중국과 인접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에 한 사람도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계정은 해당 영상의 촬영 시기를 지난 2월 26일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논의를 위해 세계보건기구와 WHO 북한 대표부가 회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마이클 라이언 / WHO 긴급대응팀장 : 지금까지 북한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특별한 징후나 보고는 없지만 북한 정부가 매우 우려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방역 대책 지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자국내 코로나19 발병환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국제 여론은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해당 계정이 은아라는 여성을 등장 시켜 북한의 코로나19 예방 모습은 물론, 평양 시내 곳곳의 모습을 전한 것이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2월 29일) : "평양과 다른 도시의 생활은 조심스럽지만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상황이 어려울지라도 상품과 식료품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이후 계정은 코로나19에 대한 북한 입장을 본격적으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가감이 없었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3월 24일) : "현재 전 세계가 (북한에 대해서) 놀라움과 불신을 가지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그 위협(바이러스)이 우리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대한 노골적인 충성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유튜브 'Echo DPRK' 계정 (3월 24일) : "우리의 경애하는 원수님과 사회주의 체제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행운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단순히 이 계정이 전달하는 내용만 살필 게 아니라, 전달 방법과 구성형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대외 선전물 제작 방식에서 북한 체제와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남측이나 미국 혹은 해외에서 나오는 북한에 대한 어떤 태도나 일들에 대해서 즉각 즉각 반응을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상당히 서구적이고 부드럽고 유연한 접근을 통해서 언뜻 보면 우리 쪽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어떤 그런 형식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이 항상 늘 선전의 효과라는 것을 관심 갖고 있었어요.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마찬가지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달라진 거라고 본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요즘 세계사적 조류, 정보화라든지 글로벌 라이제이션이라든지 이런 세계사적인 환경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 북한 내부 소식이나 대외적 공식 입장은 관영 매체, 또는 대외 선전 사이트를 통해 전달됐다. 매체의 특성상 일방적이고 딱딱한 형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여러 SNS 계정들이 생겨나긴 했지만 이 역시 기존 영상들을 올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 북한의 대외 선전물로 추정되는 이 계정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영상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Echo DPRK' 계정 (4월 25일) : "안녕하세요. 오늘은 4월 24일입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최근 한 언론이 북한 경제에 대해 보도를 했습니다."]
지난달, 평양 사재기설에 대한 외신 보도가 나오자 계정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것도 북한 주민들의 입을 통한 반박이었다.
["(요새 물가가 비싸졌습니까?) 아뇨. 별로 모르겠습니다."]
["(요새 상품이 비싸졌습니까?) 글쎄요. 요새 여전히 대동강 과수농장 제품은 오히려 조금 떨어졌던데요."]
["(상점에 물건이 모자랍니까?)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순환이 빨라서 잘나가는 상품도 있고 안 나가는 상품도 있는데 그렇다고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계정은 해당 외신 보도를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라 못 박았다.
['Echo DPRK' 계정 (4월 25일) : "가짜 뉴스는 코로나19와의 치열한 전투 중인 우리의 시간에서 절대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북한 주민들 생활상이나 북한산 생필품을 소개하는 등, 비교적 정치적 색깔이 옅은 주제로 거부감을 낮추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옛날에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우리 식으로 보면 거의 먹방 같은 것들도 많이 하고 있고요. 전체적으로 선전선동의 큰 방향성 이런 것들이 좀 더 연성화되고 소프트화 되고 조금 더 사람들한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걸로 개조하고 있는 큰 흐름 속에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 지금 말씀드리는 건 대외적인 매체인데 역시 마찬가지 큰 흐름은 거기서 맞닿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10일) : "안녕! 퇴근길에 맛있는 거 사러 대성백화점에 왔습니다."]
‘은아’라는 여성이 처음 등장한 영상도 평양의 백화점 식품매장 탐방이었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10일) : "와! 맛있겠다. 초콜릿 과자."]
["요건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밥 먹고."]
계정은 북한 조선중앙TV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상품들을 설명까지 곁들여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
["경흥이 김치라면이 맛있고 해물라면은 아직 못 먹어봤습니다."]
또 여성이 평양 내 유원지를 방문해 놀이기구를 타며 무서워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노출시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Echo DPRK' 계정 (2019년 11월 22일) : "아, 눈물 나올라 그래. 눈물 나옵니다."]
그야말로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북한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 위원장 체제의 특징 중에 하나는 보통 국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김정은 체제에서는 정권의 독재적인 경향과 다르게 여러 면에서 정상국가를 지향하려고 하는 움직임들은 나타나고 있고 선전선동 방식도 역시 그런 일반적인 기준 국제적인 보편적인 기준을 따르려고 하는 그런 형식을 따르려는 움직임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물론 북한이 그 어느 국가보다 폐쇄적이고 통제된 사회인만큼 출연한 진행자도 인터뷰에 응하는 주민들도 북한 당국이 모두 선정한 인물들일 가능성이 높다.
어떠한 매체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SNS 계정인 만큼 대내외적인 영향력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물론 거기서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무작위로 한 건 아닐 거 같고요. 거기서도 거기 오신 분 중에서도 얘기를 해본다든지 이렇게 테스트해서 어떤 내용을 부탁을 한다든지 이럴 가능성은 있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반응 같은 것도 볼 수가 있습니다.
말하는 패턴이라든지 하다못해 이거는 비주얼 한 게 많이 가기 때문에 옷 입는 거라든지 행동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북한의 변화하는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고..."]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역시 계정에 게시된 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기 제작영상에선 촬영을 하는 진행자나 인터뷰 하는 주민을 궁금해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면, 최근엔 촬영 여부를 떠나 자신의 관심에 따라 행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또 아나운서의 목소리나 배경 음악으로 철저하게 차단됐던 현장음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Echo DPRK' 계정 (2월 21일) : "따뜻합니다."]
["너무 좋아서 나갈 생각 없습니다."]
나아가 계정은 다양한 진행자가 등장해 체험의 종류는 물론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양화시키고,
['Echo DPRK' 계정 (3월 17일) :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이 꼬마도 내가 올 때마다 보는 꼬마입니다. 오늘은 또 무엇을 샀나요? (이거 우유과자요.) 아, 그랬어요?"]
진행자의 특화된 분야를 부각시켜 최근 경향도 읽어 내려는 모습이다.
['Echo DPRK' 계정 (5월 12일) : "국물이 정말 답니다."]
매일 매일 새롭게 제공되고 있는 북한 선전영상물들.
앞으로 이러한 영상물들은 SNS 계정들을 통해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향후에는 은아 말고도 또 다른 계정들이 또 나타날 수 있어요. 왜냐면 은아라는 계정을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이게 많아야 되거든요 다른. 북한 체제나 김정은 체제의 위기가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이런 활동 더 늘어나겠죠. 그다음 더 복수의 다수의 채널들로 넓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기존의 어떤 매체보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상세하게 북한 내부를 전달하고 있는 SNS 계정들.
이들이 북한 당국이 기획한 선전물이라고 해도 바깥 세계에서 북한의 입장과 내부 사회를 들여다볼 주요 통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