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저출산·고령화…북한은?

입력 2020.05.30 (08:07) 수정 2020.05.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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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0.9명, 1도 되지 않는 이 숫자가 바로 올 1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입니다.

세계 저출산 기록을 우리나라가 매해 다시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북한의 사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대수명은 늘고, 출산율은 하락하면서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도 이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북한의 인구 구조 실태와 변화상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북한 조선중앙TV가 평양산원의 오백 번째 세쌍둥이 출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배장윤/평양산원 과장 : "올해 들어서만도 다섯 쌍의 세쌍둥이가 연이어 출생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500번째 세쌍둥이가 태어나 우리 평양산원과 온 나라에 기쁨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여성권리보장법 50조에 삼태자, 즉 세쌍둥이를 임신한 산모에 대한 혜택을 명시하고 있는데 조건에 해당되는 산모라면 북한 어느 지역에 있든 평양산원에 입원해 당국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봄향/청진출신/네쌍둥이 출산 : "제가 네쌍둥이를 해산하려 평양에 올 때는 비행기를 타고 왔고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원 동무들, 정말 친혈육과 같은 언니들이 되어줘서 따뜻이 보살펴 주던 그때 그 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쌍둥이 뿐 아니라 여러 명의 자식을 낳은 여성도 똑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

주목할 점은 북한 당국이 이러한 혜택을 적극적으로 선전, 출산 장려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진에 둘러싸여 축하인사를 받고 있는 여성.

마흔다섯 살의 나이로 열 번째 자녀를 출산한 리병희씨다.

[평양산원 의사 : "축하합니다. 네, 이렇게 열 번째 자식을 받아 안고 평양산원 문을 나서는데 감정이 어떻습니까?"]

[리병희/강원도 원산 출신/열 번째 자녀 출산 : "그 기쁜 감정을 뭐라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열 번째 아이 출산 50일째.

병원관계자와 리병희씨는 벌써 다음 출산을 기약한다.

[평양산원의사 : "열한 번째 자식이 생기면 다시 평양산원에 올 수 있겠습니까?"]

[리병희/강원도 원산 출신 : "열 번째 자녀 출산 생기면 오겠습니다."]

그렇게 고향 강원도 원산으로 향하는 리병희씨와 아기.

집으로 돌아와서도 이웃 주민들과 직장 동료들의 축하는 계속 되는데리병희씨의 어머니는 열 번째 아이의 순산을 모두 북한 당국의 덕으로 돌린다.

[리봉길/84세/리병희 어머니 : "(우리 때는) 가다가 풀밭에서도 그전엔 (아이를)낳고, 낳고 그 뒷날로 어디다 싸가지고 와서 밥해먹고 살고 했어. 지금은 산전에 휴가를 줘, 산후에 휴가를 줘 해서 모두 다 장군님 덕택이지. 너무나 기쁘다 기쁘다 이런 기쁜 일이 어디 있어. 우리 장군님 덕택으로 세월이 얼마나 좋은가? 이걸 혼자 힘으로 하나요? 장군님 덕택이지 다."]

산모 진단부터 출산과 양육 그리고 자라나는 자녀들의 교육까지.

열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낳고 키울 수 있을 만큼 북한의 복지제도가 훌륭하다는 선전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러한 정책 선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합계 출산율은 1.92명. 전 세계 127위 수준이다.

북한 여성 1명이 평생 2명의 자녀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UN인구기금에 따르면 북한의 출산율은 1969년, 2.94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북한이 1970년대와 80년대, 여성 노동력 활용을 위해 결혼 권장 연령을 늦추고, 산아 제한 지침을 내리는 등 출산 억제 정책을 펼친 점도 있지만, 북한 인구 감소의 결정적 요인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경제난이었다.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했고, 출산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차리혁/2014년 탈북/2001년~2010년 북한군 복무 :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어릴 때 기억이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옆에서 친구의 부모님들이 죽어나가고 제가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들이 고아원에 가고. 정말 그때는 옆집에서 죽어나가고 막 길거리에 사람들 수없이 그래도 누가 치우는 사람이 없었어요. 정말. 왜냐면 너무나도 그 사람 치울 경황이 안 되니까 나도 굶어 죽을 상황이기 때문에...."]

그리고 인구 감소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노동집약적 산업 비중이 큰 북한에서 인구감소는 노동력 감소로,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군 병력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고난의 행군 시기 출생한 인구의 징병 시기가 되자 병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당국은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차리혁/2014년 탈북/2001년~2010년 북한군 복무 : "17세~18세만 뽑은 게 아니라 이제 군 복무 못한 사람들 100% 군을 나와야 된다 그래야 입당을 할 수 있다 이러면서 장가간 사람들까지 가족생활 하는 사람들이죠. 35살, 45살 되는 사람들까지 군 복무 시켰어요. 제가 나갈 때만 해도 군에서는 키 148cm 이상 군대를 나갔어요. 그 이하는 못 나갔어요. 군대를 전혀. 그랬는데 이제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떨어지고 군대 나가는 인원수가 적어지다 보니까 143cm부터 군대를 나올 수 있다라고 했어요. 키 143에 자동보총을 매면 땅에 진짜 끌려요. 그 정도로 작은 사람들까지로 군에 병집을 시켰다는 거죠."]

이후 문제가 심각해지자 북한 당국은 각종 출산장려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한다.

1998년과 2005년, 2012년엔 대규모 어머니 대회를 열었고, 다자녀 출산자에겐 노력영웅칭호를 수여하기에 이른다.

[조선중앙TV/2012년 : "아들, 딸들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우고 있는 여성들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노력영웅칭호와 함께 금메달 망치와 낫 및 국기훈장 제1급을 다음과 같이 수여한다."]

그러나 문제는 출산율은 국가의 의지대로 조절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장마당을 통해 시장 경제를 경험한 젊은 여성들에게는 출산의 혜택보다 경제활동 참여가 더욱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최지영/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출산율이라고 하는 게 경제적 요인이나 사회문화적 흐름이나 이런 것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금 북한이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특히 90년대 중후반 이후에 북한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늘어난 것으로 관찰이 되고 있는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면 사실 출산율이 다시 올라가기는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직면한 문제는 출산율 저하만이 아니다.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고령 인구는 늘어나는 등 경제 분야와도 직결되는 인구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같은 경우는 이미 지금 생산가능 인구의 비중이 정점에 다다라있고 앞으로 하락할 전망인데 총인구 자체도 적고 그 안에서 인구 고령화가 심해지면 이용할 수 있는 노동력이라고 하는 것들이 풍부하지 않다라는 측면 양적인 측면에서 풍부하지 않다라는 측면에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이에 북한 당국도 한 축에선 출산을 장려하는 한편, 고령 인구 부양에 대한 대책도 모색하고 있다. 먼저 고령 인구의 사회활동을 적극 권장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 "60 청춘, 90 환갑을 노래하며 여생을 보내는 연로자들의 희열과 낭만의 웃음소리는 수도의 하늘가에 끝없이 울려 퍼졌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60세는 청춘, 90세가 환갑” 이라는 표현을 활용하며 고령 인구도 생산적인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선전하고 나섰다.

몇 해 전 북한 조선중앙TV가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영한 90대 할아버지의 생활상은 현재 북한 당국이 취하고 있는 고령화 사회 대책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부지런히 건강관리를 하는 것은 물론, 고령에도 외국어 공부에 집중하는 리인규 할아버지의 일상.

["안녕하십니까. (네, 또 오셨습니까.)"]

그중에서도 매체는 할아버지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 번역에 현역으로 참가하고 있음을 추켜세우고 있다.

[리인규/91세 : "육체적 노쇠는 있을 수 있어도 정신적 노쇠는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조국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찾아 하겠습니다."]

이런 경향은 최근 김일성 종합대학이 발표한 논문 내용과도 연관이 있는데, 생산가능인구의 연령대를 확대해 노인 부양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로 파악된다.

국가를 위해 일한 노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국가 복지정책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북한도 고령화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015년 준공된 평양 양로원은 대표적인 국가 노인복지기관이다.

[리옥녀/평양 양로원 입소자 : "우리들이 여기 양로원에 들어섰을 때 정말 우리들의 그 감격은 말할 수 없었고 이 방에 들어서니. 이게 내가 살 집이라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고 세상에 이런 고마운 게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김춘화/평양 양로원 입소자 : "내가 만약에 남조선이나 자본주의 사회에 살았더라면 병들고 늙은 이 몸이 밥 한 끼나 먹을 수 있겠어요? 난 이미 죽은지가 오래됐을 것입니다."]

["노동당의 은덕으로 황혼기도 청춘이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우리 마음 늙을쏘냐."]

그러나 이러한 복지는 평양 일부 계층에만 국한되어 있을 뿐이라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차리혁/2014년 탈북 : "북한의 평양은 실질적으로 선전을 하기 위한 하나의 세트장이나 같은 거예요. 북한에서 저희 부모님들 할아버지들이 정말 약 한 첩 제대로 못 쓰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게 가슴이 아파서 대한민국에서는 사회복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통일이 됐을 때 요양원을 하나 하고 싶다 이게 탈북민들의 꿈이거든요. 이런 시설들이 안 돼 있기 때문에 탈북민들은 이런 꿈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복합적인 인구문제에 당면해 여러 대응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북한만의 문제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한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일단 북한 내에서 고령 인구가 증가했을 때 어떤 고령 인구에 대한 복지제도라든지 또는 의료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되지 못한다면 이런 것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북한의 남북한 인구가 통합되었을 때 고령화 수준이나 생산가능 인구의 규모나 이런 것들에 대한 영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측면에서는 북한 인구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 국가의 사회 문화적 변화는 물론, 경제적 변화까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인구 구조.

가까운 미래, 하나 된 한반도를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인구 구조 변화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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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저출산·고령화…북한은?
    • 입력 2020-05-30 08:31:49
    • 수정2020-05-30 08:45:39
    남북의 창
[앵커]

0.9명, 1도 되지 않는 이 숫자가 바로 올 1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입니다.

세계 저출산 기록을 우리나라가 매해 다시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북한의 사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대수명은 늘고, 출산율은 하락하면서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도 이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북한의 인구 구조 실태와 변화상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북한 조선중앙TV가 평양산원의 오백 번째 세쌍둥이 출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배장윤/평양산원 과장 : "올해 들어서만도 다섯 쌍의 세쌍둥이가 연이어 출생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500번째 세쌍둥이가 태어나 우리 평양산원과 온 나라에 기쁨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여성권리보장법 50조에 삼태자, 즉 세쌍둥이를 임신한 산모에 대한 혜택을 명시하고 있는데 조건에 해당되는 산모라면 북한 어느 지역에 있든 평양산원에 입원해 당국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봄향/청진출신/네쌍둥이 출산 : "제가 네쌍둥이를 해산하려 평양에 올 때는 비행기를 타고 왔고 의사 선생님들과 간호원 동무들, 정말 친혈육과 같은 언니들이 되어줘서 따뜻이 보살펴 주던 그때 그 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쌍둥이 뿐 아니라 여러 명의 자식을 낳은 여성도 똑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

주목할 점은 북한 당국이 이러한 혜택을 적극적으로 선전, 출산 장려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진에 둘러싸여 축하인사를 받고 있는 여성.

마흔다섯 살의 나이로 열 번째 자녀를 출산한 리병희씨다.

[평양산원 의사 : "축하합니다. 네, 이렇게 열 번째 자식을 받아 안고 평양산원 문을 나서는데 감정이 어떻습니까?"]

[리병희/강원도 원산 출신/열 번째 자녀 출산 : "그 기쁜 감정을 뭐라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열 번째 아이 출산 50일째.

병원관계자와 리병희씨는 벌써 다음 출산을 기약한다.

[평양산원의사 : "열한 번째 자식이 생기면 다시 평양산원에 올 수 있겠습니까?"]

[리병희/강원도 원산 출신 : "열 번째 자녀 출산 생기면 오겠습니다."]

그렇게 고향 강원도 원산으로 향하는 리병희씨와 아기.

집으로 돌아와서도 이웃 주민들과 직장 동료들의 축하는 계속 되는데리병희씨의 어머니는 열 번째 아이의 순산을 모두 북한 당국의 덕으로 돌린다.

[리봉길/84세/리병희 어머니 : "(우리 때는) 가다가 풀밭에서도 그전엔 (아이를)낳고, 낳고 그 뒷날로 어디다 싸가지고 와서 밥해먹고 살고 했어. 지금은 산전에 휴가를 줘, 산후에 휴가를 줘 해서 모두 다 장군님 덕택이지. 너무나 기쁘다 기쁘다 이런 기쁜 일이 어디 있어. 우리 장군님 덕택으로 세월이 얼마나 좋은가? 이걸 혼자 힘으로 하나요? 장군님 덕택이지 다."]

산모 진단부터 출산과 양육 그리고 자라나는 자녀들의 교육까지.

열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낳고 키울 수 있을 만큼 북한의 복지제도가 훌륭하다는 선전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러한 정책 선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합계 출산율은 1.92명. 전 세계 127위 수준이다.

북한 여성 1명이 평생 2명의 자녀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UN인구기금에 따르면 북한의 출산율은 1969년, 2.94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북한이 1970년대와 80년대, 여성 노동력 활용을 위해 결혼 권장 연령을 늦추고, 산아 제한 지침을 내리는 등 출산 억제 정책을 펼친 점도 있지만, 북한 인구 감소의 결정적 요인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경제난이었다.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했고, 출산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차리혁/2014년 탈북/2001년~2010년 북한군 복무 :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어릴 때 기억이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옆에서 친구의 부모님들이 죽어나가고 제가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들이 고아원에 가고. 정말 그때는 옆집에서 죽어나가고 막 길거리에 사람들 수없이 그래도 누가 치우는 사람이 없었어요. 정말. 왜냐면 너무나도 그 사람 치울 경황이 안 되니까 나도 굶어 죽을 상황이기 때문에...."]

그리고 인구 감소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노동집약적 산업 비중이 큰 북한에서 인구감소는 노동력 감소로,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군 병력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고난의 행군 시기 출생한 인구의 징병 시기가 되자 병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당국은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차리혁/2014년 탈북/2001년~2010년 북한군 복무 : "17세~18세만 뽑은 게 아니라 이제 군 복무 못한 사람들 100% 군을 나와야 된다 그래야 입당을 할 수 있다 이러면서 장가간 사람들까지 가족생활 하는 사람들이죠. 35살, 45살 되는 사람들까지 군 복무 시켰어요. 제가 나갈 때만 해도 군에서는 키 148cm 이상 군대를 나갔어요. 그 이하는 못 나갔어요. 군대를 전혀. 그랬는데 이제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떨어지고 군대 나가는 인원수가 적어지다 보니까 143cm부터 군대를 나올 수 있다라고 했어요. 키 143에 자동보총을 매면 땅에 진짜 끌려요. 그 정도로 작은 사람들까지로 군에 병집을 시켰다는 거죠."]

이후 문제가 심각해지자 북한 당국은 각종 출산장려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한다.

1998년과 2005년, 2012년엔 대규모 어머니 대회를 열었고, 다자녀 출산자에겐 노력영웅칭호를 수여하기에 이른다.

[조선중앙TV/2012년 : "아들, 딸들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우고 있는 여성들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노력영웅칭호와 함께 금메달 망치와 낫 및 국기훈장 제1급을 다음과 같이 수여한다."]

그러나 문제는 출산율은 국가의 의지대로 조절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장마당을 통해 시장 경제를 경험한 젊은 여성들에게는 출산의 혜택보다 경제활동 참여가 더욱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최지영/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출산율이라고 하는 게 경제적 요인이나 사회문화적 흐름이나 이런 것들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금 북한이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특히 90년대 중후반 이후에 북한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늘어난 것으로 관찰이 되고 있는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면 사실 출산율이 다시 올라가기는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직면한 문제는 출산율 저하만이 아니다.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고령 인구는 늘어나는 등 경제 분야와도 직결되는 인구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 같은 경우는 이미 지금 생산가능 인구의 비중이 정점에 다다라있고 앞으로 하락할 전망인데 총인구 자체도 적고 그 안에서 인구 고령화가 심해지면 이용할 수 있는 노동력이라고 하는 것들이 풍부하지 않다라는 측면 양적인 측면에서 풍부하지 않다라는 측면에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이에 북한 당국도 한 축에선 출산을 장려하는 한편, 고령 인구 부양에 대한 대책도 모색하고 있다. 먼저 고령 인구의 사회활동을 적극 권장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 "60 청춘, 90 환갑을 노래하며 여생을 보내는 연로자들의 희열과 낭만의 웃음소리는 수도의 하늘가에 끝없이 울려 퍼졌습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60세는 청춘, 90세가 환갑” 이라는 표현을 활용하며 고령 인구도 생산적인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선전하고 나섰다.

몇 해 전 북한 조선중앙TV가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영한 90대 할아버지의 생활상은 현재 북한 당국이 취하고 있는 고령화 사회 대책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부지런히 건강관리를 하는 것은 물론, 고령에도 외국어 공부에 집중하는 리인규 할아버지의 일상.

["안녕하십니까. (네, 또 오셨습니까.)"]

그중에서도 매체는 할아버지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 번역에 현역으로 참가하고 있음을 추켜세우고 있다.

[리인규/91세 : "육체적 노쇠는 있을 수 있어도 정신적 노쇠는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조국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찾아 하겠습니다."]

이런 경향은 최근 김일성 종합대학이 발표한 논문 내용과도 연관이 있는데, 생산가능인구의 연령대를 확대해 노인 부양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로 파악된다.

국가를 위해 일한 노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국가 복지정책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북한도 고령화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015년 준공된 평양 양로원은 대표적인 국가 노인복지기관이다.

[리옥녀/평양 양로원 입소자 : "우리들이 여기 양로원에 들어섰을 때 정말 우리들의 그 감격은 말할 수 없었고 이 방에 들어서니. 이게 내가 살 집이라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고 세상에 이런 고마운 게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김춘화/평양 양로원 입소자 : "내가 만약에 남조선이나 자본주의 사회에 살았더라면 병들고 늙은 이 몸이 밥 한 끼나 먹을 수 있겠어요? 난 이미 죽은지가 오래됐을 것입니다."]

["노동당의 은덕으로 황혼기도 청춘이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우리 마음 늙을쏘냐."]

그러나 이러한 복지는 평양 일부 계층에만 국한되어 있을 뿐이라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차리혁/2014년 탈북 : "북한의 평양은 실질적으로 선전을 하기 위한 하나의 세트장이나 같은 거예요. 북한에서 저희 부모님들 할아버지들이 정말 약 한 첩 제대로 못 쓰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게 가슴이 아파서 대한민국에서는 사회복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통일이 됐을 때 요양원을 하나 하고 싶다 이게 탈북민들의 꿈이거든요. 이런 시설들이 안 돼 있기 때문에 탈북민들은 이런 꿈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복합적인 인구문제에 당면해 여러 대응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북한만의 문제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한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일단 북한 내에서 고령 인구가 증가했을 때 어떤 고령 인구에 대한 복지제도라든지 또는 의료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되지 못한다면 이런 것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북한의 남북한 인구가 통합되었을 때 고령화 수준이나 생산가능 인구의 규모나 이런 것들에 대한 영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측면에서는 북한 인구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 국가의 사회 문화적 변화는 물론, 경제적 변화까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인구 구조.

가까운 미래, 하나 된 한반도를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인구 구조 변화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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