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태양광 발전 급증으로 산사태?…따져보니

입력 2020.08.13 (05:08) 수정 2020.08.1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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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부지방에서는 장마 기간이 50일을 넘기면서 역대 최장기록을 갱신 했습니다. 최근 충청과 남부지방의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피해의 원인을 두고 산지에 설치한 태양광 시설이 지목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미래통합당 박진 의원은 "원전을 포기하고 태양광을 설치해 산사태를 일으키고 그에 따른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를 유발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충북 보은군 태양광 시설 피해(12일 KBS뉴스)충북 보은군 태양광 시설 피해(12일 KBS뉴스)

산지 태양광 피해 시설 12곳…. 올해 산사태의 0.8%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산사태는 모두 천 482건(11일 오후 5시 기준)입니다. 산사태는 지난 6월 이후 집중됐는데요. 이 가운데 산지 태양광 시설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모두 12건이었습니다. 전남 함평의 가옥, 충남 천안의 축사 등이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장마 기간에 발생한 산사태의 0.8%가 태양광 시설에서 일어난 셈입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 만 2천 721건 가운데 피해가 난 곳은 0.1%입니다. 이를 두고 산사태의 원인이 태양광 때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피해가 난 시설 가운데 5곳은 배수 시설 등 주변 시설을 포함해 공사 중이었고 이미 설치가 완료된 곳은 7곳이라고 산림청은 설명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임시 복구를 하고 있으며, 공사 중이던 시설의 경우 폭우로 흙에 하중이 높아지면서 사업부지 경계지의 토사가 유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태양광 시설에서 피해는 왜 생겼을까요? 피해를 본 시설은 모두 2018년 설치 기준이 강화되기 전 허가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부는 2018년 5월 경기 연천 등 태양광 시설 주변에서 사고가 일어나자 설치 허용 지형의 경사도 기준을 기존 25도에서 15도로 강화했습니다. 경사가 가파를수록 흙이나 빗물의 하중이 높아져 위험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결국, 피해 시설들은 모두 다소 가파른 25도의 경사면에도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 '감소세'


태양광 시설 허가 현황은 어떨까요?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은 "태양광 시설이 급증하면서 전국 산지가 산사태에 노출됐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 말 규제 강화 전 허가를 신청한 사례 등을 포함해 지난해 허가 건수 2천여 곳에서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202곳으로 줄었습니다.

정부는 태양광으로 인한 환경 훼손을 방지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6월부터 산지 태양광시설을 의무적으로 정기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산지 태양광 2천여 곳을 특별 점검하고 농경지 인근 3백 미터 지역 등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태양광 설치 각도보다 지질·지형 다 따져봐야!"

이런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습니다. 빈도를 떠나 산사태는 인명과 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을 깎은 경우 후유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수곤 전 교수는 "태양광 설치 각도보다도 설치 지점의 지질과 지형이 다 다르므로 개별적인 검토를 다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교수는 "보통 산사태라고 하면 산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함평이나 봉화 등 태양광 설치 지점에서 발생한 것은 설치 요건을 갖췄더라도 일어난 것"이라면서 "해당 지점들을 보면 굴착이 일어났고, 태양광 시설 뒤편에 가파른 옹벽과 같은 것이 있는데, 경사가 60도가량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전을 위해서는 "태양광 설치할 때는 국도나 고속도로를 설치할 때처럼 까다롭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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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3 05:08:28
    • 수정2020-08-13 19:31:09
    팩트체크K
올해 중부지방에서는 장마 기간이 50일을 넘기면서 역대 최장기록을 갱신 했습니다. 최근 충청과 남부지방의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피해의 원인을 두고 산지에 설치한 태양광 시설이 지목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미래통합당 박진 의원은 "원전을 포기하고 태양광을 설치해 산사태를 일으키고 그에 따른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를 유발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충북 보은군 태양광 시설 피해(12일 KBS뉴스)
산지 태양광 피해 시설 12곳…. 올해 산사태의 0.8%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산사태는 모두 천 482건(11일 오후 5시 기준)입니다. 산사태는 지난 6월 이후 집중됐는데요. 이 가운데 산지 태양광 시설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모두 12건이었습니다. 전남 함평의 가옥, 충남 천안의 축사 등이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장마 기간에 발생한 산사태의 0.8%가 태양광 시설에서 일어난 셈입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 만 2천 721건 가운데 피해가 난 곳은 0.1%입니다. 이를 두고 산사태의 원인이 태양광 때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피해가 난 시설 가운데 5곳은 배수 시설 등 주변 시설을 포함해 공사 중이었고 이미 설치가 완료된 곳은 7곳이라고 산림청은 설명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임시 복구를 하고 있으며, 공사 중이던 시설의 경우 폭우로 흙에 하중이 높아지면서 사업부지 경계지의 토사가 유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태양광 시설에서 피해는 왜 생겼을까요? 피해를 본 시설은 모두 2018년 설치 기준이 강화되기 전 허가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부는 2018년 5월 경기 연천 등 태양광 시설 주변에서 사고가 일어나자 설치 허용 지형의 경사도 기준을 기존 25도에서 15도로 강화했습니다. 경사가 가파를수록 흙이나 빗물의 하중이 높아져 위험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결국, 피해 시설들은 모두 다소 가파른 25도의 경사면에도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 '감소세'


태양광 시설 허가 현황은 어떨까요?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은 "태양광 시설이 급증하면서 전국 산지가 산사태에 노출됐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 말 규제 강화 전 허가를 신청한 사례 등을 포함해 지난해 허가 건수 2천여 곳에서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202곳으로 줄었습니다.

정부는 태양광으로 인한 환경 훼손을 방지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6월부터 산지 태양광시설을 의무적으로 정기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산지 태양광 2천여 곳을 특별 점검하고 농경지 인근 3백 미터 지역 등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태양광 설치 각도보다 지질·지형 다 따져봐야!"

이런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습니다. 빈도를 떠나 산사태는 인명과 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을 깎은 경우 후유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수곤 전 교수는 "태양광 설치 각도보다도 설치 지점의 지질과 지형이 다 다르므로 개별적인 검토를 다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교수는 "보통 산사태라고 하면 산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만 생각하지만 함평이나 봉화 등 태양광 설치 지점에서 발생한 것은 설치 요건을 갖췄더라도 일어난 것"이라면서 "해당 지점들을 보면 굴착이 일어났고, 태양광 시설 뒤편에 가파른 옹벽과 같은 것이 있는데, 경사가 60도가량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전을 위해서는 "태양광 설치할 때는 국도나 고속도로를 설치할 때처럼 까다롭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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