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전면에 선 방송원, 변화하는 북한 방송

입력 2020.10.31 (08:15) 수정 2020.10.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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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소 격앙된 듯한 고음의 목소리와 경직된 자세.. 바로 북한 조선중앙TV 아나운서들의 정형화된 이미지인데요.

그런데 우리의 아나운서에 해당하는 북한 방송원들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뉴스뿐 아니라 교양과 오락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기도 하고, 태풍 피해 지역에 특파돼 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는데요.

북한 방송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월10일,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직후의 평양 거리. 행사가 끝난 어두운 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북한 국기와 꽃을 든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조선중앙TV :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중구역 동성교 앞입니다. 지금 현재 시간은 10월10일 1시 45분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례적으로 열병식 직후의 상황을 녹화, 중계 한 것이다.

방송은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열병식 참가자들의 자동차 행렬과 함께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들을 부각 시켰다.

[평양시민 : "뜻 깊은 10월10일 0시부터 우리는 여기 연도에서 열병대오를 기다렸습니다."]

[평양시민 : "세상에 둘 도 없는 최고 열병식을 보여준 우리 군대들 아닙니까. 그 주인공들을 환영하는 이 연도에 선 것이 막 긍지스럽습니다."]

[평양시민 : "장합니다. 이 연도에 서니까 자랑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날 중계 당시 조선중앙TV의 방송원들이 차량 행렬 구간마다에 배치되어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지금 자동차 종대는 보통문 앞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각계 층 군중들의 환호의 열기가 시간이 갈수록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여기는 여명거리가 한눈에 바라 보이는 4.25 문화회관입니다. 열병대원들을 태운 자동차 행렬이 지금 여명거리를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창전거리입니다. 평양 대극장 앞에서 출발한 기계화 종대들이 지금 여기 창전거리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과거 열병식만 중계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얼마 전까지 평양에서 거주했던 탈북민도 북한 열병식이나 군중행사 현장에 방송원들이 투입된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이야기 한다.

[한지연/2016년 탈북 : "제가 있을 때는 없었어요. 예전에는 무슨 핵 실험을 했을 때 그때 어땠는지 그 주민들 반응 이런 건 되게 많이 하던데 시도를 예전에는 정말 없던 모습이에요."]

전문가들은 방송원들의 현장성, 대중성 강화가 이미 정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제는 보도부문까지 확대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이주철/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대중들과 조금 더 밀접한 모습을 이제 보이는 것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한 부분들이 이제 지방 현장 취재 또는 공장 이런 다양한 부분에서 이미 연습은 되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이제 열병식에도 투입 된거다 그 정도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조선중앙TV 프로그램에는 상당한 변화가 엿보인다.

방송원들의 경우 딱딱하고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강했다면, 점차 대중들과 호흡하며 현장감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2018년, ‘병사들의 고향 소식’ 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는 방송원의 모습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 농장원 : "방송원 동지, 이렇게 감자밭 옆에 척 앉아서 감자구이를 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조선중앙TV 방송원 : "나도 양강도 대홍단, 또 장진 부전에서 감자구이가 특산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장진 땅에 와서 또 감자밭 옆에서 해보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여기가 바로 평양에서 600여리 떨어진 평안북도 창선군입니다."]

이후 조선중앙TV에선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대로 전달하는 리얼리티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했는데 방송원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현장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가 하면,

[조선중앙TV 방송원 : "다래 줄기, 머루 줄기 비슷한 거 같은데 뭐 어떻게 갈라봅니까?"]

[북한주민 : "다래 줄기는 굵고 매끈하고 머루 줄기는 가늘면서도 거칠거칠합니다."]

주민 인터뷰도 즉석에서 가감 없이 진행됐고,

[조선중앙TV 방송원 : "야, 머루다!"]

현장음도 자연스럽게 노출됐다.

방송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현장성을 강조하는 추세는 북한 당국의 선전 선동 정책의 변화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대대적인 준공 행사까지 열며 손님맞이를 시작한 ‘양덕 온천문화 휴양지’.

조선중앙TV는 이곳에 영화배우 출신 방송원 김은정을 투입해 적극적인 선전에 나서기도 했다.

[김은정/조선중앙TV 방송원 : "전문가들의 이번에 석탕 온천의 천질에 대해서 새롭게 연구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메타규산과 불소의 함양에 있어서 세계적인 온천이라고 합니다."]

보다 주민 친화적이면서 현장 상황을 보다 실감나게 전달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올 들어 조선중앙TV는 방송원들을 통한 또 한 번의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이 연이어 닥친 지난 8월과 9월, 다수의 방송원들이 태풍현장에 급파 된 것이다.

[조선중앙TV 방송원/9월2일 : "여기는 태풍9호의 영향을 받게 될 강원도 고성군 읍지구입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9월3일 : "우리는 지금 여기 원산시에서 태풍9호의 현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우리는 지금 능라다리에서 평양시 태풍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12시경부터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점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고.."]

베테랑 방송원부터 젊은 방송원까지- 당시 방송원들은 급파된 지역에서 시간대별로 상황을 보도했는데, 조선중앙TV는 정규방송을 중단하면서까지 재난방송을 중계 했다.

북한이 재난방송을 위해 실시간 중계나 마찬가지인 방송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지연/2016년 탈북 : "TV를 통해서는 들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 저녁에 오후 5시 그때 보도 시간이라든가 저녁 8시 그때 딱 2번 정도 이렇게 나왔었거든요. TV를 통해서는 들을 수 없었고 그나마 들을 수 있었던거는 라디오를 통해서 아침에 이야기를 해줘요 뉴스 시간이 따로 있어요 그거를 통해서 조금씩 듣곤 했었어요."]

지난 9월7일, 10호 태풍 하이선이 북한을 강타했을 때는 그야말로 방송원들의 활약이 전례 없이 부각됐다.

조선중앙TV는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매 시간마다 태풍 상황을 특보로 내보냈고, 이때 방송원들의 취재 과정도 화면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여기는 강원도 통천 앞바다입니다."]

오전 7시, 비교적 담담한 모습으로 상황을 전하는 방송원.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지금 현재 통천 지방은 태풍 10호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두 시간 반 후인 9시 30분엔 비를 흠뻑 맞은 방송원의 모습이 전파를 탔고,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여기는 강원도 통천앞바다입니다. 지금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는 태풍 10호의 영향으로 해서 이 바람과 폭우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후 정오 무렵엔 거센 파도 앞에서 상황을 전달하는 방송원의 모습이 태풍의 위력을 가늠케 했다.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지금 2시 현재 태풍 10호는 고성과 통천을 가까이 하면서 그 영향이 점점 최대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결국 방송원은 폭풍우를 피해 차안에서 까지 보도를 진행했다. 그 밖에 물이 찬 도로에 들어가거나,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현재 여기 신포지구는 이렇게 세찬 바람과 함께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들고 있던 우산이 뒤집어 진 채 방송을 하고,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여기는 청진시 신안구역 해운동에 위치한 바닷가 지역입니다."]

비바람에 흠뻑 젖은 방송원들의 모습은 실시간으로 북한 전역에 방송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재난 재해 방송은 철저히 통제 했던 북한. 올해는 현장 상황까지 그대로 노출 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번 태풍 방송이 과거 조선중앙TV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분석한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조선중앙TV가 이렇게 태풍소식을 발 빠르게 방송한 것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평가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과거와 달리 방송이 체제의 자존심보다 주민 안전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것은 방송에 있어서도 실용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라고 읽힙니다."]

여기엔 휴대폰 보급률이 급증함에 따라 보도로는 더 이상 통제 할 수 없는 내부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주철/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외부 세계에서 다양한 과학 기술을 통해서 북한의 자연 재해 특히 뭐 홍수와 같은 피해는 잘 읽어내고 있거든요 이제 외부 세계에서 감출 수도 없는 거고 내부에서도 이제 북한 내부에 정보 유통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 핸드폰에 보급이 그런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감출 필요를 느끼지 않는거죠. 그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서 북한 민심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을 한 겁니다."]

[조선중앙TV/10월26일 : "사과와 배 맛 평가를 위한 군중심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조현이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조선중앙TV/10월26일 : "허순용기자가 모란봉의 가을풍경을 취재한 소식입니다."]

최근 조선중앙TV는 뉴스를 전하며 해당 보도의 담당 기자 이름을 넣기 시작했다.

과거 방송원이나 기자들의 이름이 노출 되지 않은 것에서 새로운 정보 공유가 이루어 진 것이다.

이는 방송원이나 기자 개인에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조선중앙TV는 물론 북한 매체 변화의 큰 변곡점이 될 것이란 평가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선전 선동의 기본 중 하나가 공감이거든요. 즉 인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선전선동 효과는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은 신속한 보도와 방송원을 활용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을 늘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번 터진 물꼬는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는 있겠지만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변화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방송원의 활약과 함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조선중앙TV.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방송 내용과 선전 선동 방식은 여전한 가운데, 이들 방송원들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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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전면에 선 방송원, 변화하는 북한 방송
    • 입력 2020-10-31 08:15:41
    • 수정2020-10-31 08:35:07
    남북의 창
[앵커]

다소 격앙된 듯한 고음의 목소리와 경직된 자세.. 바로 북한 조선중앙TV 아나운서들의 정형화된 이미지인데요.

그런데 우리의 아나운서에 해당하는 북한 방송원들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뉴스뿐 아니라 교양과 오락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기도 하고, 태풍 피해 지역에 특파돼 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는데요.

북한 방송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0월10일,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직후의 평양 거리. 행사가 끝난 어두운 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북한 국기와 꽃을 든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조선중앙TV :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중구역 동성교 앞입니다. 지금 현재 시간은 10월10일 1시 45분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례적으로 열병식 직후의 상황을 녹화, 중계 한 것이다.

방송은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열병식 참가자들의 자동차 행렬과 함께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들을 부각 시켰다.

[평양시민 : "뜻 깊은 10월10일 0시부터 우리는 여기 연도에서 열병대오를 기다렸습니다."]

[평양시민 : "세상에 둘 도 없는 최고 열병식을 보여준 우리 군대들 아닙니까. 그 주인공들을 환영하는 이 연도에 선 것이 막 긍지스럽습니다."]

[평양시민 : "장합니다. 이 연도에 서니까 자랑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날 중계 당시 조선중앙TV의 방송원들이 차량 행렬 구간마다에 배치되어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지금 자동차 종대는 보통문 앞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각계 층 군중들의 환호의 열기가 시간이 갈수록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여기는 여명거리가 한눈에 바라 보이는 4.25 문화회관입니다. 열병대원들을 태운 자동차 행렬이 지금 여명거리를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창전거리입니다. 평양 대극장 앞에서 출발한 기계화 종대들이 지금 여기 창전거리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과거 열병식만 중계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얼마 전까지 평양에서 거주했던 탈북민도 북한 열병식이나 군중행사 현장에 방송원들이 투입된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이야기 한다.

[한지연/2016년 탈북 : "제가 있을 때는 없었어요. 예전에는 무슨 핵 실험을 했을 때 그때 어땠는지 그 주민들 반응 이런 건 되게 많이 하던데 시도를 예전에는 정말 없던 모습이에요."]

전문가들은 방송원들의 현장성, 대중성 강화가 이미 정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제는 보도부문까지 확대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이주철/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대중들과 조금 더 밀접한 모습을 이제 보이는 것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한 부분들이 이제 지방 현장 취재 또는 공장 이런 다양한 부분에서 이미 연습은 되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이제 열병식에도 투입 된거다 그 정도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조선중앙TV 프로그램에는 상당한 변화가 엿보인다.

방송원들의 경우 딱딱하고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강했다면, 점차 대중들과 호흡하며 현장감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2018년, ‘병사들의 고향 소식’ 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는 방송원의 모습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 농장원 : "방송원 동지, 이렇게 감자밭 옆에 척 앉아서 감자구이를 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조선중앙TV 방송원 : "나도 양강도 대홍단, 또 장진 부전에서 감자구이가 특산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장진 땅에 와서 또 감자밭 옆에서 해보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 : "여기가 바로 평양에서 600여리 떨어진 평안북도 창선군입니다."]

이후 조선중앙TV에선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대로 전달하는 리얼리티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했는데 방송원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산을 오르는 현장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가 하면,

[조선중앙TV 방송원 : "다래 줄기, 머루 줄기 비슷한 거 같은데 뭐 어떻게 갈라봅니까?"]

[북한주민 : "다래 줄기는 굵고 매끈하고 머루 줄기는 가늘면서도 거칠거칠합니다."]

주민 인터뷰도 즉석에서 가감 없이 진행됐고,

[조선중앙TV 방송원 : "야, 머루다!"]

현장음도 자연스럽게 노출됐다.

방송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현장성을 강조하는 추세는 북한 당국의 선전 선동 정책의 변화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대대적인 준공 행사까지 열며 손님맞이를 시작한 ‘양덕 온천문화 휴양지’.

조선중앙TV는 이곳에 영화배우 출신 방송원 김은정을 투입해 적극적인 선전에 나서기도 했다.

[김은정/조선중앙TV 방송원 : "전문가들의 이번에 석탕 온천의 천질에 대해서 새롭게 연구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메타규산과 불소의 함양에 있어서 세계적인 온천이라고 합니다."]

보다 주민 친화적이면서 현장 상황을 보다 실감나게 전달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올 들어 조선중앙TV는 방송원들을 통한 또 한 번의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이 연이어 닥친 지난 8월과 9월, 다수의 방송원들이 태풍현장에 급파 된 것이다.

[조선중앙TV 방송원/9월2일 : "여기는 태풍9호의 영향을 받게 될 강원도 고성군 읍지구입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9월3일 : "우리는 지금 여기 원산시에서 태풍9호의 현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우리는 지금 능라다리에서 평양시 태풍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12시경부터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점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고.."]

베테랑 방송원부터 젊은 방송원까지- 당시 방송원들은 급파된 지역에서 시간대별로 상황을 보도했는데, 조선중앙TV는 정규방송을 중단하면서까지 재난방송을 중계 했다.

북한이 재난방송을 위해 실시간 중계나 마찬가지인 방송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지연/2016년 탈북 : "TV를 통해서는 들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 저녁에 오후 5시 그때 보도 시간이라든가 저녁 8시 그때 딱 2번 정도 이렇게 나왔었거든요. TV를 통해서는 들을 수 없었고 그나마 들을 수 있었던거는 라디오를 통해서 아침에 이야기를 해줘요 뉴스 시간이 따로 있어요 그거를 통해서 조금씩 듣곤 했었어요."]

지난 9월7일, 10호 태풍 하이선이 북한을 강타했을 때는 그야말로 방송원들의 활약이 전례 없이 부각됐다.

조선중앙TV는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매 시간마다 태풍 상황을 특보로 내보냈고, 이때 방송원들의 취재 과정도 화면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여기는 강원도 통천 앞바다입니다."]

오전 7시, 비교적 담담한 모습으로 상황을 전하는 방송원.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지금 현재 통천 지방은 태풍 10호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두 시간 반 후인 9시 30분엔 비를 흠뻑 맞은 방송원의 모습이 전파를 탔고,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여기는 강원도 통천앞바다입니다. 지금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는 태풍 10호의 영향으로 해서 이 바람과 폭우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후 정오 무렵엔 거센 파도 앞에서 상황을 전달하는 방송원의 모습이 태풍의 위력을 가늠케 했다.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지금 2시 현재 태풍 10호는 고성과 통천을 가까이 하면서 그 영향이 점점 최대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결국 방송원은 폭풍우를 피해 차안에서 까지 보도를 진행했다. 그 밖에 물이 찬 도로에 들어가거나,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현재 여기 신포지구는 이렇게 세찬 바람과 함께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들고 있던 우산이 뒤집어 진 채 방송을 하고,

[조선중앙TV 방송원/9월7일 : "여기는 청진시 신안구역 해운동에 위치한 바닷가 지역입니다."]

비바람에 흠뻑 젖은 방송원들의 모습은 실시간으로 북한 전역에 방송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재난 재해 방송은 철저히 통제 했던 북한. 올해는 현장 상황까지 그대로 노출 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번 태풍 방송이 과거 조선중앙TV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분석한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조선중앙TV가 이렇게 태풍소식을 발 빠르게 방송한 것은 획기적인 변화라고 평가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과거와 달리 방송이 체제의 자존심보다 주민 안전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것은 방송에 있어서도 실용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라고 읽힙니다."]

여기엔 휴대폰 보급률이 급증함에 따라 보도로는 더 이상 통제 할 수 없는 내부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주철/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외부 세계에서 다양한 과학 기술을 통해서 북한의 자연 재해 특히 뭐 홍수와 같은 피해는 잘 읽어내고 있거든요 이제 외부 세계에서 감출 수도 없는 거고 내부에서도 이제 북한 내부에 정보 유통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 핸드폰에 보급이 그런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감출 필요를 느끼지 않는거죠. 그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서 북한 민심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을 한 겁니다."]

[조선중앙TV/10월26일 : "사과와 배 맛 평가를 위한 군중심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조현이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조선중앙TV/10월26일 : "허순용기자가 모란봉의 가을풍경을 취재한 소식입니다."]

최근 조선중앙TV는 뉴스를 전하며 해당 보도의 담당 기자 이름을 넣기 시작했다.

과거 방송원이나 기자들의 이름이 노출 되지 않은 것에서 새로운 정보 공유가 이루어 진 것이다.

이는 방송원이나 기자 개인에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조선중앙TV는 물론 북한 매체 변화의 큰 변곡점이 될 것이란 평가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선전 선동의 기본 중 하나가 공감이거든요. 즉 인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선전선동 효과는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은 신속한 보도와 방송원을 활용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을 늘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번 터진 물꼬는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는 있겠지만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변화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방송원의 활약과 함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조선중앙TV.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방송 내용과 선전 선동 방식은 여전한 가운데, 이들 방송원들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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