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노숙자 급증, 우울한 밤거리

입력 2003.1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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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거리의 노숙자들은 줄어들 모릅니다.
특히 노숙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게 큰 문제입니다.
⊙앵커: 앵커가 직접 취재하는 사람과 현장, 겨울이 두려운 사람들의 두번째 순서로 오늘은 청년 노숙자의 실태와 그 원인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자정이 넘은 시간, 노숙자들이 지하도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이미 서울역과 영등포역, 을지로역 등지에서는 일상화된 풍경입니다.
⊙인터뷰: 술 안 먹고 한 번 자봐요. 못 자요.
⊙인터뷰: 노숙 생활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미래 같은 건 버렸어요.
그날 하루하루 사는 거죠.
⊙기자: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노숙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서 올 상반기 현재 전체 수는 5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노숙자들은 대개 노동 능력이 떨어지는 4, 50대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노동능력이 충분한 2, 30대 노숙자들이 늘어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노숙자들이 많이 모인다는 서울 영등포역.
그곳에서 한 청년 노숙자 정 씨를 만났습니다.
⊙정영민((가명)/23세): 올해 스물 셋입니다.
⊙기자: 여기 바깥에서 생활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정영민((가명)/23세): 한 2년 정도 됐습니다.
⊙기자: 2, 30대 젊은 노숙자들도 많습니까?
⊙정영민((가명)/23세): (제가 본 것만) 10명에서 20명 정도......
⊙기자: 들고 있는 것은 뭡니까?
⊙정영민((가명)/23세): 밖에서 자면서 덮고 자는 침낭입니다.
⊙기자: 또래 노숙자들 몇 명과 모여 살고 있다는 정 씨를 따라 영등포역 근처 공원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옹색한 세간살이들은 비로 흠뻑 젖어 있습니다.
이들의 잠자리는 겨울의 칼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기자: 춥진 않으세요? 이렇게 주무시는데.
⊙인터뷰: 지금은 추운지 모르겠는데요.
나중엔 추워요
* ⊙기자: 한창 일할 나이인 이들 2, 30대들이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노숙생활 8년째인 32살의 김 씨를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김성옥((가명)/32세): 생산직 같은 경우는 중국 사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점령해 있고 배운 데는 배운 사람들이 많잖아요.
대학교... 전문대학이라도 나온 사람 쓰죠. 안 그래요?
⊙기자: 김 씨의 낡은 지갑 속의 전재산은 고작 9000원뿐입니다.
다음 날 새벽 김 씨는 일감을 찾아 나섭니다.
김 씨가 찾은 서울 남구로의 인력시장은 건설일용직이나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이 일자리를 찾는 곳입니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일감이 없어져 김 씨 같은 노숙자들에게 돌아가는 일거리는 거의 없습니다.
⊙김성옥((가명)/32세): 요즘 일 나가려면 정말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경기가 안 좋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경기가 안 좋으니까......
⊙기자: 일 못 나가면 어떻습니까?
⊙김성옥((가명)/32세): 오늘은 또 어떻게 하루를 보내나 그런 생각 하는 거죠.
⊙기자: 김 씨는 오늘도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역 무료급식소를 찾습니다.
여기서 먹는 점심이 김 씨가 오늘 하루 유일하게 먹을 밥 한 끼입니다.
⊙김성옥((가명)/32세): 어떤 게 가장 힘드냐......
일 못하는 거라고 해야 되나요?
그게 가장 힘들어요. 나는......
누가 써준다면 어떤 일이건 하고 싶어요.
⊙기자: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김 씨 같은 이런 청년 노숙자들의 수는 지난해에 비해 약 2배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년 노숙자의 증가원인 가운데 하나를 심각한 취업난이라고 지적합니다.
밀려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이들 노숙자들의 취업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서정화(노숙자 다시서기 지원센터 상담실장): 일단은 이분들이 오랫동안 공장에서 일을 하시거나 이런 거라기보다는 일용직, 주로 떠돌이 업무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실은 그런 고정된 정규적인 일자리를 갖는 거에 어려움이 있고요.
기업쪽에서 봤을 때는 외국인 노동자들, 20대 또 학력도 높은 말만 통하지 않지 훨씬 더 높은 우수한 노동력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죠, 또 임금도 싸고...
⊙기자: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 속에 노숙자들은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청년 노숙자들이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울역 근처의 만화방.
이곳의 하루 밤 이용료는 4000원.
하루 밤 7000원인 쪽방비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입니다.
만화방에서 쪽잠을 청하는 2, 30대 청년들.
하루 밤 4000원이 없어 이들도 언제 길거리로 내몰려 또 다른 노숙자가 될지 모릅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거리를 헤매는 2, 30대 젊은 노숙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직은 젊은 이 사람들이 스스로 생활을 할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 이들의 자활을 도울 정책적 지혜와 관심이 절실할 때입니다.
사람과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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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노숙자 급증, 우울한 밤거리
    • 입력 2003-11-11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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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거리의 노숙자들은 줄어들 모릅니다. 특히 노숙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게 큰 문제입니다. ⊙앵커: 앵커가 직접 취재하는 사람과 현장, 겨울이 두려운 사람들의 두번째 순서로 오늘은 청년 노숙자의 실태와 그 원인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자정이 넘은 시간, 노숙자들이 지하도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이미 서울역과 영등포역, 을지로역 등지에서는 일상화된 풍경입니다. ⊙인터뷰: 술 안 먹고 한 번 자봐요. 못 자요. ⊙인터뷰: 노숙 생활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미래 같은 건 버렸어요. 그날 하루하루 사는 거죠. ⊙기자: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노숙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서 올 상반기 현재 전체 수는 5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노숙자들은 대개 노동 능력이 떨어지는 4, 50대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노동능력이 충분한 2, 30대 노숙자들이 늘어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노숙자들이 많이 모인다는 서울 영등포역. 그곳에서 한 청년 노숙자 정 씨를 만났습니다. ⊙정영민((가명)/23세): 올해 스물 셋입니다. ⊙기자: 여기 바깥에서 생활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정영민((가명)/23세): 한 2년 정도 됐습니다. ⊙기자: 2, 30대 젊은 노숙자들도 많습니까? ⊙정영민((가명)/23세): (제가 본 것만) 10명에서 20명 정도...... ⊙기자: 들고 있는 것은 뭡니까? ⊙정영민((가명)/23세): 밖에서 자면서 덮고 자는 침낭입니다. ⊙기자: 또래 노숙자들 몇 명과 모여 살고 있다는 정 씨를 따라 영등포역 근처 공원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옹색한 세간살이들은 비로 흠뻑 젖어 있습니다. 이들의 잠자리는 겨울의 칼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기자: 춥진 않으세요? 이렇게 주무시는데. ⊙인터뷰: 지금은 추운지 모르겠는데요. 나중엔 추워요 * ⊙기자: 한창 일할 나이인 이들 2, 30대들이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노숙생활 8년째인 32살의 김 씨를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김성옥((가명)/32세): 생산직 같은 경우는 중국 사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점령해 있고 배운 데는 배운 사람들이 많잖아요. 대학교... 전문대학이라도 나온 사람 쓰죠. 안 그래요? ⊙기자: 김 씨의 낡은 지갑 속의 전재산은 고작 9000원뿐입니다. 다음 날 새벽 김 씨는 일감을 찾아 나섭니다. 김 씨가 찾은 서울 남구로의 인력시장은 건설일용직이나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이들이 일자리를 찾는 곳입니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일감이 없어져 김 씨 같은 노숙자들에게 돌아가는 일거리는 거의 없습니다. ⊙김성옥((가명)/32세): 요즘 일 나가려면 정말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경기가 안 좋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경기가 안 좋으니까...... ⊙기자: 일 못 나가면 어떻습니까? ⊙김성옥((가명)/32세): 오늘은 또 어떻게 하루를 보내나 그런 생각 하는 거죠. ⊙기자: 김 씨는 오늘도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역 무료급식소를 찾습니다. 여기서 먹는 점심이 김 씨가 오늘 하루 유일하게 먹을 밥 한 끼입니다. ⊙김성옥((가명)/32세): 어떤 게 가장 힘드냐...... 일 못하는 거라고 해야 되나요? 그게 가장 힘들어요. 나는...... 누가 써준다면 어떤 일이건 하고 싶어요. ⊙기자: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김 씨 같은 이런 청년 노숙자들의 수는 지난해에 비해 약 2배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년 노숙자의 증가원인 가운데 하나를 심각한 취업난이라고 지적합니다. 밀려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이들 노숙자들의 취업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서정화(노숙자 다시서기 지원센터 상담실장): 일단은 이분들이 오랫동안 공장에서 일을 하시거나 이런 거라기보다는 일용직, 주로 떠돌이 업무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실은 그런 고정된 정규적인 일자리를 갖는 거에 어려움이 있고요. 기업쪽에서 봤을 때는 외국인 노동자들, 20대 또 학력도 높은 말만 통하지 않지 훨씬 더 높은 우수한 노동력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죠, 또 임금도 싸고... ⊙기자: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 속에 노숙자들은 방치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청년 노숙자들이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울역 근처의 만화방. 이곳의 하루 밤 이용료는 4000원. 하루 밤 7000원인 쪽방비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입니다. 만화방에서 쪽잠을 청하는 2, 30대 청년들. 하루 밤 4000원이 없어 이들도 언제 길거리로 내몰려 또 다른 노숙자가 될지 모릅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거리를 헤매는 2, 30대 젊은 노숙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직은 젊은 이 사람들이 스스로 생활을 할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 이들의 자활을 도울 정책적 지혜와 관심이 절실할 때입니다. 사람과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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